🎩창간호 | 잃어버린 겨울을 찾습니다

STEP 1. 당신의 겨울은 안녕하신가요

1.1. 겨울인 듯 겨울 아닌

STEP 2. 겨울이 변했다?

2.1. 한국인에게 겨울이란

2.2. 오르락내리락, 47년의 겨울

2.3. 보일러 끄고 난방비 줄고

STEP 3. 겨울이 변하면 우리는

3.1. 겨울의 변심은 우리만이 아니라네

3.2. 겨울만 변했을까

MABU'S PICK
영화 속 기후 재앙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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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이번 겨울. 좀체 춥지가 않다. 칼바람에 늘 몸 사렸던 기억 속 겨울과 어째 좀 다르다. 요 며칠을 빼곤 올겨울, 그렇게 추웠던 적이 별로 없다. 이런 이상함, 정말 이상한 게 맞나? 갸우뚱한 의뢰인들을 위해 <마부작침 탐정사무소>가 데이터로 풀어봤다.

STEP 1.

당신의 겨울은

안녕하신가요

1.1. 겨울인 듯 겨울 아닌

갸웃거린 사람은 당신만이 아닐 것이다. 쎄한 느낌, 맞았다. 기상청은 지난 1월 전국 평균 기온이,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섭씨 2.8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과거 30년 데이터로 산출한 '평년 기온'보다도 3.8도 높다.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월평균만 높은 것도 아니었다.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분석 결과 1973년~2020년 1월 모든 날의 하루 평균 기온을 비교해보니 올해 1월이 1월 1일 단 하루 빼고 가장 따뜻했다. SBS 기상전문기자는 연약한 시베리아 고기압, 북극에 갇힌 찬 공기(Polar Vortex), 따뜻한 서태평양 고기압 발달 등을 이상 고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봄인 줄 알고 알을 낳아버린 북방산개구리 ⓒ SBS 뉴스

동물 친구들도 '착각'했다. 기후변화 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은 올해, 2019년보다 27일 빠른 1월 23일 관측됐다. 보통 2월에 알을 낳는 제주도룡뇽도 지난달 산란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러다 뒤늦게 한파가 몰려오면 겨울잠에서 빨리 깨어난 동물들이 떼죽임당할 수도 있다며 생태계의 혼란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겨울 축제도 비껴가지 못했다. 동물 학대 이슈로 논란이 됐던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상 고온으로 개막을 두 차례 연기했고, 메인 이벤트인 얼음 낚시를 수상 낚시로 바꿔야 했다.

STEP 2.

겨울이 변했다?

2.1. 한국인에게 겨울이란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가 겪은 '겨울'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롱패딩? 방학? 크리스마스? 보일러? 붕어빵? 겨울에 대해 웹상에 언급한 단어와 맥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데이터로 살펴보자.

다음소프트는 기상청 의뢰를 받아 2011년~2018년 8년간 블로그 문서 11억 건을 통해 사람들이 언제 겨울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인들은 기온이 2.2도 이하로 떨어질 때를 '겨울'로 인식하고 있었다. 겨울과 함께 거론한 음식으로는 라떼가 1위, 아메리카노가 2위, 고구마는 3위를 기록했다.

눈 내리는 서울 북한산 근처의 모습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5D

옛부터 계절을 구분하는 기준이었던 '24절기'에 따르면 겨울은 '입동'부터 봄의 시작인 '입춘'까지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상 양력으로는 11월 초~2월 초가 해당한다.

기상청의 계절 기준은 조금 다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겨울의 시작은 일 평균기온이 섭씨 5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부터다.

2019년 11월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최영은 교수 발표자료에 따르면 위의 기상청 기준으로 1971년~2000년 겨울은 보통 11월 26일 시작해 평균 108일이었는데 1981년~2010년 겨울은 11월 28일쯤 시작해 103일 동안 이어졌다. 닷새나 짧아진 거다!

2.2. 오르락내리락, 47년의 겨울

정말 겨울이 따뜻해지고 또 짧아지고 있는 건가. <마부작침 탐정사무소>는 '빼박 겨울'이랄 수 있는 12월과 1월의 평균 기온을 비교 분석해봤다. 1973년 12월부터 올해까지 살펴봤더니 걱정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평균 기온은 오르락내리락했다.

1974-2019년 한국의 12-1월 평균 기온 추이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최근 들어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긴 하다. 2018년 겨울의 월평균 기온은 -1.1도였는데 2019년엔 0.7도로 무려 2.8도나 올랐다. 어떤 '추세'가 장기화할 것인지는 더 지켜 봐야겠지만. 앞서 빅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한국인이 느끼는 겨울'인 2.2도보다 평균 기온이 높은 건 올 겨울이 유일했다. 당신이 느낀 '이상함'은 이상한 게 아닌 '팩트'였다.

2.3. 보일러 끄고 난방비 줄고

"보일러 켜고 자"라는 정다운 계절성(?) 인사말로 대표되는, 겨울의 아이콘 난방도 한번 따져볼까? 2012년부터 공개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난방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난방비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2012년 12월 1제곱미터당 553원이었던 전국 평균 난방비는 점차 감소해 2019년 12월 332원까지 내려갔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물론 난방기의 열 효율이 높아졌다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난방 단가 조정 때문일 수도 있다. 국토부는 2018년 주거용 건물 에너지 사용량 발표에서 요즘 사람들이 30년 전보다 난방을 훨씬 더 적게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겨울 풍경에서 보일러도 조금씩 사라지는 걸까?

보라색 점은 연도별 겨울(W) 12, 1, 2월 난방비, 노란색 선은 추세선을 뜻한다.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STEP 3.

겨울이 변하면 우리는

3.1. 겨울의 변심은 우리만이 아니라네

우리를 갸우뚱하게 했던 겨울의 미스터리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펭수의 고향이자 만년 겨울인 것만 같은 남극에선 2020년 2월 9일 사상 처음 영상 20도를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남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원래 굳어서 굴러 다녀야 할 배설물이 굳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뚝뚝 흐르는 배변을 뒤집어 쓴 펭수의 친구가 화제가 됐다.

오물을 뒤집어 쓴 펭귄 ⓒ 인스타그램 @franslanting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아 침수가 늘 걱정인 네덜란드에선 조금 더 진지하게 겨울 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 해양 과학원 소속 과학자들은 최근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또 영국 남부 지역과 프랑스 남부를 이어 북해를 가두는 각각 475km, 160km 길이의 댐을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은 우리 새만금 댐의 각각 15배, 5배에 이르는 규모다.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이 빙하를 녹여 해수면이 높아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필리핀 마닐라는 50년 전에 비해 해수면이 80cm 상승했고, 혹한으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빙하가 녹아 지면을 누르던 압력이 떨어지면서 노르웨이 지반은 25cm나 높아졌다.

<마부작침 탐정사무소>가 국립해양조사원 조사를 분석해보니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 평균 해수면은 매년 2.97mm씩 상승했고, 특히 최근 10년 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국내 언론사와 독일 비영리 탐사매체 '코렉티브'는 각국의 해수면 상승 추이를 분석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내놨다. 여기서 볼 수 있다.

3.2. 겨울만 변했을까

기억과는 다른 좀 이상한 '느낌'에서, 한겨울 움튼 새싹처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에서, 겨울잠에서 일찍 깬 '동물'들에게서, 줄어드는 난방비에서 겨울의 변화는 작지만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립기상과학원은 앞으로 20년이 지나 2041~2060년에 여름철 북극 해빙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최영은 교수 분석처럼 기상청 기준 겨울이 짧아지는 동안, 봄은 이틀 앞당겨지면서 하루 줄었고, 가을은 사흘 늦춰진 대신 길이는 변함 없었다. 그럼 남은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로 여름이다! 기상청 기준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부터 시작하는 여름은 사흘 앞당겨졌고, 엿새 늘었다.

기상청이 2월 18일 발간한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섭씨 33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 일수는 2000년대 평균 10회에서 2010년대 평균 15회 이상으로 증가했다. 온열질환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겨울이 자리를 잃어가면서, 더 늘어나고 있는 여름을 준비해야 할 때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최고기온만 고려하던 여름철 폭염특보를 습도 등을 포함한 체감 기온을 기준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민초가 떠먹여 주는 한 줄 요약

47년째 등락 거듭한 겨울 날씨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건 맞아
겨울 같지 않은 겨울 그 느낌 팩트
개구리도 착각, 난방비도 주는 추세
짧아진 겨울 길어진 여름

MABU'S PICK

영화 속 기후 재앙 시나리오는?

워터월드(1995)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아버려 전세계 해수면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재난 상황이 배경. 주인공은 바다 위에서 식량난에 시달리며 해적들의 위협에 맞서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나선다.

투모로우(2004)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한 대표적 영화. 재난은 단 6주 간 급속하게 진행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 순환이 멈췄고, 적도와 극지방 사이 열교환이 차단되면서 기후가 급랭, 빙하기로 들어선다. 북반구가 직격타를 입었고, 세계 패권이 남반구 국가들로 넘어간다.

설국열차(2013)

각국 정부가 2014년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 화학성분을 살포하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이 물질이 전세계 대기를 얼려버리고 지구가 빙하기에 들어선다. 영화 배경은 이로부터 17년이 지난 2031년. 영화 말미엔 17년간의 빙하기가 끝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암시를 제공한다. 봉준호 감독!

2020년 2월, 세상을 뒤흔들 <마부작침 탐정사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마부작침 크루들은 주로 독자들에게 의뢰받은 사건과 그 주의 핫 이슈를 분석해 매주 화,목마다 <마부뉴스>를 발행합니다. 카카오톡 채널에선 직접 읽고 싶은 내용을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마부뉴스> 비하인드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