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하는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을 우리가 교란하는 바람에 인간의 역사적 시간대가 이제 생물학적 시간대, 지질학적 시간대와 서로 얽히는 시대를 맞게 됐다. 우리는 이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른다.
🔵 인류세의 도래로 더 이상 자연이라는 고정된 배경을 뒤로 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연은 경제활동을 위한 에너지와 원료를 끝없이 제공해주는 ‘마르지 않는 원료창고’이자 경제활동의 결과 폐기되는 쓰레기와 폐열을 언제까지나 받아줄 ‘무한한 폐기물 창고’라고 여겼다.
🔵 하지만 인류세의 도래로 이런 기대는 오류로 판명 났다. 화석연료를 등에 업은 거대한 산업 성장은 자연이라는 배경을 뒤흔들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바뀌었고, 생물다양성 수준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해양 산성화와 토양 오염 등이 심각해졌다.
🔵 인류세 시대의 경제활동은 이제 무한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구 생태계의 수용능력 범위’라는 절대적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을 시장경제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들의 집합소 정도로 저평가하던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인류가 살아갈 터전이며 기반으로 재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