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레터💌]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요?

#6. 마지막 실험,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무결레터> 구독자 님, 민경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담은 실험 메일로 인사드려요:) 오늘은 설레는 소식을 전해드려고 합니다. 바로 <무결레터> 로고 시안이 나왔다는 것인데요. 실험 기간 동안 디자이너 분께서 열심히 작업해 주셔서 멋진 로고들을 받아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골똘히 시안을 들여다봐도 고를 수가 없어서 여러 분들의 의견을 여쭈려 해요. 어떤 로고가 님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려주세요👀

_첫 번째 '무결레터'

_두 번째 '무결레터'

_세 번째 '무결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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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질문

지난 한주, 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소중했습니다. 대선이 있었던 밤, 1% 남짓한 차이로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부터 당선이 확정되던 새벽까지 잠에 들 수도, 쉴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다음날을 맞았고,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요. 그때 제 마음을 한 번에 정리해 준 질문이 있어 오늘 여러분들과 나눠보려 합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오랫동안 정치, 사회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근현대사에도 무지했고,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동시대 일들에도 눈길이 가지 않았죠. 한마디로 진공 상태에 살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또 옛날에는 어른들이 다 해줬던 일들, 가령 은행 관련 일들이나 보험, 임대차 계약 같은 것들을 스스로 하다 보니 점점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어요. 정확하게는 내가 '세상'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걸 말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람마다 살고 있는 현실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세상은 객관적 사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관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이 영역에는 절대적인 사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을 믿을지 결정할 수 있는데요, 어떤 걸 믿느냐에 따라 사는 '현실'의 결이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대선 후보들의 말을 들으며, 지지자들의 말을 들으며, 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동하는 지지율이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 유심히 지켜보았답니다.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더라고요. 권력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현실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주 노골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고, 놀이처럼 즐겼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무너졌는지, 모욕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열이 펄펄 올라요. 혐오가 전략이 되었고, 성공했다는 사실이 깊은 절망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저는 희망을 보았는데요. 혐오의 반대편에서 혐오가 아닌 연대로, 혐오에 맞서는 연대로 모이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절망을 끝내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제가 답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세상을 사랑한다는 건 세상에 속한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되기도 할 거예요.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면 자신도, 다른 이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도 온전히 사랑하기는 힘들겠죠. 도무지 사랑스럽지 않은 세상을 한 주 내내 보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지 질문하는 것.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질문은 오직 하나뿐,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Mary Oliver

그래서 실험 버전 <무결레터> 마지막 질문으로, 이 질문을 건네려 합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사랑할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서로 힌트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랑의 방법론은 많이 알아두면 둘 수록 좋으니까요💗 님의 답변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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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일요일(3월 20일) 밤 10시 즈음까지 부탁드려요!

지난주 답변 모음집

지난주, 인풋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드렸었는데요. 저는 답변들을 읽으며 메모를 많이 했답니다. 그럼, 구독자 님들이 보내주신 답변을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 질문, 하루동안 작성하신 '인풋일기'를 알려주세요.

1) 책가도 그리기🖼️

: 요즘 나의 인풋은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책가도'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책가도는 조선시대의 전통민화 중 한가지로, 책과 소망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붓, 문서, 복조리, 보석함 같은 것들을 그리는데 자신이 갖고 싶고 바라는 것들을 그릴 수 있어 내가 상상한걸 그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요즘 제가 뭘 바라는지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하루종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2) 2022년 3월 9일 水🌏

1시에 잠이 깨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초저녁에 방송되었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항구의 봄'이라는 곡의 제목을 듣는 순간 항구를 떠올리고 '항구의 봄'은 어떤 느낌일까

10시에 집을 나서 투표소를 찾았다. 지난 일 주 여일 선거 사무실에 들러 아무런 정치 색도 없으면서 열혈 당원인 다른 봉사자들 사이에 끼여 자원봉사를 하였다. 이러한 내가 못마땅한, '바보냐?'라는 오빠의 질책을 받고 '마음의 충격'에 빠졌다. 투표 용지를 받아 들고 도장을 찍으며 보다 나은 권리 행사를 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고민에 빠졌다.

13시30분에 미팔군 헬기장이 있던 자리에 도서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그 부지 옆에 앞 산이 훤히 내다 보이는 카페가 덩그러니 있다. 일대가 멋더러지게 변신되어질 그 한복판에 일찌감치 터를 잡고 안아 있는 폼새가 샘이 난다. 한번쯤 들러보고 싶던 그 곳에서 카푸치노 마신다. 함께한 일행이 하는 말들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갑갑한 밀폐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다.

19시 전국민이 카운터다운 하는 가운데 공개된 출구 조사 결과! 초박빙!! 어느 편도 아니고 개표 결과을 지켜 볼 것도 아니면서 미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곤하다.

20시 저녁 시간을 남편과 보내기 위해 일일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다. '사랑의 꽈배기'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말그대로 이야기를 배배 꼬았다. 초반의 더티하고 정상적인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말도 안되는 도입부를 보지 못했던 언니가 내도록 전화를 걸어와서 물어본다. 그만큼 등장인물의 관계도가 복잡하다.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남과 여가 궁지에 몰려가는 과정에 통쾌함을 느낀다.

21시 초등학교 때의 일기장을 아직도 책꽂이에 꽂아두고 육아일기를 공을 다해서 썼고 아이들의 그림 일기장도 버리지 못하면서 진작, 지금의 일기는 써 본지 수 십 년이다. 여러 차례 일기를 써 보라는 딸아이의 권고도 귓등으로 들었는데 같이 일기를 써 보자는 남편의 제의는 거절할 수가 없어서 3월 들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생각만 하는 것과 종이에 잉크로 자국을 남기는 것의 다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휘휘 공중을 떠돌던 마음을 하나 둘 움켜 잡아 마음에 접붙이는 느낌이랄지

두 번째 질문, 이번주 동안 접한 인풋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1) 안리타 작가님의 책들📚

: 가끔 이유모를 불안감이 닥칠 때가 있는데 이상하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그 불안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눈치도 많이 보고 걱정도 많은 편이라서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은데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나니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2) 나만의 책가도🎨

: 저의 책가도에는 가족액자를 그릴 예정이었는데 그리다보니 미래의 가족보다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가족액자대신 아름다운 여자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그렸습니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고 싶어요. 외롭고 괴롭기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서 멋지게 살고 스스로를 위해 사는 내가 좋아요.

3) 드라마 <소년심판>👩‍⚖️

: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를 좋아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주말마다 바깥일정이 잡혀있어서 드라마 볼 시간이 없었어요. 이번주 토요일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드디어! 보게 되었답니다. 소년범 재판을 다룬 만큼 한 편 한 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는 어른이 될까 싶어서요. 정의 구현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방향은 다른 4명의 판사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4) 소설 <당신의 인생 어딘가>

: 개인적으로 임발 작가님의 <부끄러움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그분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져서 한 달 전에 커넥티드북페어에서 데려왔는데, 이제야 펴봤네요. 추측하기로 본인에게 영감을 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5개의 단편소설로 풀어낸 것 같아요. 간단하게 한 줄 평을 하자면, 첫 시작은 귀엽고 산뜻했지만 끝에 가서는 뒷목을 잡았습니다...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거예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부터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람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이 소설의 묘미랄까요. 역시 작가님... 대단하신 것 같아요!!

5) 심폐소생술 교육👨‍🚒

: 3월 7일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적십자사에서 파견되어 나온 강사는 한마디 한마디 혼신을 다하여 강의를 했다. 응급 상황에서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나는 이 강의를 세차례 정도 받았었지만 실습을 할 때 마다 긴장된다. 익숙하지 않다. 가족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없던 힘이 생겨나며 실제 상황처럼 심폐 소생술을 하였다. 강사가 내가 실시 하였던 마네킹을 가리키며 '8번 분! 참 잘 하셨죠?'한다. 그 상황에서도 뿌듯하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맞구나 그런데 실제 상황이 생기면 어떻하지? 1.의식이 있는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소리로 물어본다. 2. 호흡을 하고 있는지 복부를 살펴보고 코 아래에 손을 대어본다. 3. 응급상황이라 판단되면 119 신고 요청을 하고 제세동기를 가져다 줄 것을 요청한다. 4. 젖꼭지 연장선 가운데 지점 살짝 아래에 손바닥을 대고 5센티 깊이로 압박 실시 5. 언제까지? 119가 올 때 까지

세 번째 질문, '내가 지금의 내가 된 데'에 큰 기여를 한 인풋에 대해 알려주세요.

1) 일련의 사건들

: 일련의 사건들입니다. 사실은 지금도 내가 겪은 그 사건들은 운명인가? 사람은 주어진 사주를 갖고 태어난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내가 스스로 설수 있게 도와줬고, 조금 슬픈건 남을 못믿게 만들기도 했어요.

2) 롤모델을 찾는 중

: 요즈음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는 정리정돈에 관한 영상들이다. 어느 유튜버가 하는 말이 완벽주의자들이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고 한다. 한번 정리를 시작하면 철두철미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시작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언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알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삶의 어느 순간부터 차라리 입력을 멈추어버렸다. 오히려 이미 입력된 것들도 비워내 가며 강력하게 궁금증을 거세하고 눈 가리고 귀 막으며 나만의 세계에 고립되었다. 질문을 받으며 문득 나를 살펴보니 먹지 못해서 비쩍 마르고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나의 날개 죽지는 기능을 잃은 지 오래인 것 같다.양질의 인풋을 생각해본다. 독서, 여행, 공연 관람,등산, 좋은 사람과의 만남, 좋은 강의를 듣는 것...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없고 가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세계는 어떠할까 관찰하고 싶어 주변엔 유독 여행중독자?들이 많다. 넓은 세상을 보고 즐긴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나의 견해로는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물론 또한 공통적으로 통찰력과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듯 했다.)오히려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고 독서를 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분들에게서 다정함과 배려, 관용을 느낄 수 있다. 질문과는 생뚱맞은 글을 쓰고 있는 듯한데 '나는 앞으로의 내가 될' 롤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다.

3) 인터뷰와 음악, 그리고 팟캐스트🎵

인터뷰와 음악이 지금의 저를 이루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아요. 둘 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엿보며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자기중심적인 제가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도록 도와주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힘들 때 인터뷰로 만났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가사를 읇조리면 힘이 나기도 해요. 인터뷰로는 '문명특급'과 '유퀴즈', 그리고 저도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소한 인터뷰'가 있고요. 음악으로는 Oasis - supersonic / 아마자라시 -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건 / 윤상 - 달리기 가 제 정신적 지주 같아요. 항상 감사하고 있답니다.

팟캐스트 <인생이 덕덕해> https://podbbang.page.link/yHLsKyKApFroJb2L9 대청소할 때마다 몰아듣는 팟캐스트에요. '덕덕해'는 '덕후'에서 따왔고요(웃음) 본인이나 게스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이에요. 진행하시는 분과 더불어 친구분들로 추정되는 게스트 분들도 입담이 너무 좋으시고, 저도 덕후 기질이 있어서 장르에 상관없이 공감될 때가 많답니다. 덕분에 많이 웃어요:) 좋아하는 일 자체를 멈추지 마시길, 그리고 그 속에서 꾸준히 행복하시기를 응원합니다!

마지막 실험버전 <무결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님이 계속 함께해 주신 덕분에 <무결레터>는 무사히 늦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었어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래서 <무결레터는> 언제 다시 돌아올 거냐면요, 다음 주에 에필로그 <무결레터>로 한번 더 인사드린 뒤, 짧은 방학(1주일:)을 가지고 정식 연재를 시작하려고 해요.

그럼 여러분, 다음 주 월요일에 저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정식 <무결레터> 소개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건강히 지내기로 해요🥰

마지막, 실험버전 <무결레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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