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원만 받고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구현모      "주식이 오르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벌써 24년도 1달이 절반 정도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예측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전 지나온 것들을 먼저 되짚고 싶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듯, 산업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 점에서 오늘은 지난 메타버스의 흥망과 지금을 알아보겠습니다.

1. 메타버스, 왕년의 슈퍼스타
2. 아니 여기 사람 있어요 : 국내 메타버스
3. 그 저희는 진짜라니까요 : 해외 메타버스
4. 폐허 뒤에 남은 것들은
📺 메타버스, 왕년의 슈퍼스타
메타버스, 한때는 매일 언론을 달구던 뜨거운 단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실과 대응되는 가상 생태계에서 활동을 의미하는 이 메타버스는 코로나 19와 함께 전세계의 상식이자 모두가 배워야 할 트렌드가 됐습니다. 사실,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 그리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역시 각자의 경제 생태계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아니 대체 리니지 아이템 현금거래되는 거랑 메타버스랑 차이가 뭐임?" 이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이 각자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보면, 그 해석이 중요했던 건 아니었나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비대면으로 타인을 만나야만 했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대면이 필요했고 그 총체를 일컫는 게 메타버스였습니다. 각국의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 금리를 넘어선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 유동성을 풀었고, 그 유동성은 '신산업 육성'이라는 타이틀로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모든 사업체가 '기승전메타버스'로 보고서를 내놓고, 사업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출처 : 네이버 캡쳐)
네, 맞습니다. 사실 메타버스는 정부가 그쪽에 돈을 썼기에 크게 떴습니다. 메타버스가 유행이니까 돈을 쓴 것인지, 돈을 쓰니까 유행이 된 건지 선후관계를 밝히긴 어렵지만 적어도 정부지원이 아니었으면 당시의 열기가 가능했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디지털 뉴딜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분야에 총 9조 원을 쏟아부었는데요, 그중 한 분야가 메타버스였습니다. 여전히 지원사업이 존재하고, 부산엑스포에도 메타버스 체험관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엔 올바른 방향이었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서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살려야만 했고 메타버스는 그중 일부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메타버스를 과대평가한 것은 당대 전문가들의 책임회피성 분석(저 포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아니 여기 사람 있어요 : 국내 메타버스

저금리 유동성에 힘입어 여러 기업들이 메타버스 회사로 각광받았습니다. 그 주자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있을까요?

제페토 : 재벌집이 좋다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지난 22년 기준 매출 521억 그리고 월 트래픽 약 77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누적투자금이 2,455억에 달하고, 어쨌거나 네이버 가문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 메타버스 기업의 대장주입니다. 

메타버스가 유행하면서 여러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마케팅비를 썼고, 제페토는 그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장 기업은 물론이고 CU 등 여러 소비재 기업이 제페토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시작은 창대했으나 지금은 미비합니다.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누구 하나 그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고 하는 기업이 없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마케팅을 해서 뉴스거리를 만드는 데에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만들기에도 어렵고 유지하는 데에도 관심이 없다는 게 현주소입니다.

제페토의 가장 큰 장점과 특징은 해외 이용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국내에서 만든 서비스 중에 해외 이용자가 무려 95%에 달하는 서비스는 유일할 겁니다. 그렇기에 일본 후지티비와 아바타 보이그룹 오디션도 만드는 둥 글로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겠죠. 메타버스가 뜨던 초기에도 해외 이용자가 많았는데, 다행히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페토 안에 부산이 있어요 (출처 : 부산시설공단)
이프랜드 : 재벌집이긴 한데...

SKT에서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인 이프랜드도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항상 탈통신을 외치지만 누구보다 통신과 정부 지원에 진심인 통신사가 만든 서비스입니다. 그만큼 대대적으로 마케팅했습니다. 하지만 제페토와 달리 분리법인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서비스 연혁이 짧아서 별도로 잡히는 숫자는 없습니다. 유료화를 시도한다고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사실 여기는 이프랜드 서비스 자체보다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모회사의 배경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통신사는 국가가 허가한 기간시설을 통해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망할 수가 없는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앞서 말했듯 입으로는 탈통신이지만 엉덩이는 통신에 앉아있죠. 이 말인 즉슨, 적당히 보기 좋은 곳에 투자는 하지만 사실 진심펀치인지는 모르겠고 조금 하다가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사업이 잘되든 안되든 회사가 망할 리는 없고, 회사가 힘들어도 다음 G(그러니까 6G)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수익성이 개선되니까요. 
 (출처 : 이프랜드)
기타 등등 친구들

이외에도 그 사이에 폐쇄된 싸이월드제트의 싸이타운과 구조조정 대상이 된 컴투스의 컴투버스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말하지 못했지만, 당시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투자 받은 스타트업도 많고 기존 회사들이 내놓은 서비스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유의미한 트래픽을 만들거나 시장에 안착한 서비스는 없습니다. 

🧐 그 저희는 진짜라니까요 : 해외 메타버스

 (출처 : UNSPLASH)
마인크래프트

그런데, 여기는 다릅니다. 우선 마인크래프트입니다. 지난 2022년 무려 1억 2백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마인크래프트는 지난 30일 월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6600만 명에 달하는 압도적인 서비스입니다. 국내 어린이들도 좋아하는 전지구적 서비스입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14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게임의 제조사를 무려 2조 5천억 원에 인수했기에 별도로 투자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 UNSPLASH)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로블록스의 위용도 엄청 납니다. 지난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게임이며 국내에서만 평균 활성 이용자 수가 160만 명대에 달합니다. 2등인 포켓몬 고와 무려 40% 넘게 차이납니다. 비록 매출은 어른들 게임인 리니지M에 상대가 안되지만 적어도 10대들의 대통령 타이틀까지는 가질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글로벌 매출도 엄청납니다. 지난 2022년 기준 로블록스의 연매출은 22억 2000만 달러이며, 시가총액은 285억 달러에 달합니다. 절정일 때에 비해 주가가 1/3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전보다 매출이 성장하면서 주가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로블록스 내 외부 개발자 수익을 보전하면서 전체 생태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출처 : UNSPLASH)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도 메타버스 게임으로 국내 언론사들이 분류하곤 했습니다. 월 활성 사용자 수가 2억 3600만 명으로 추정되고, 2022년 매출은 약 6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여러 브랜드들과 스킨 협업을 하는 만큼 수익성도 좋아 보입니다. 

이 포트나이트의 운영사는 에픽게임즈입니다. 그런데 이 에픽게임즈는 그 유명한 언리얼 엔진을 제작했습니다. 보통 메타버스로 분류되는 서비스들이 유니티 혹은 언리얼 엔진을 쓰고 있고 해외에서도 둘 중 어느 서비스로 메타버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등의 기사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메타버스 생태계 내 B2B 회사로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픽게임즈가 상장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매출을 알 수는 없지만, 지난 2022년 소니와 레고로부터 총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면서 총 31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출처 : 유니티)
유니티

마지막으로, 유니티가 있습니다. 유니티는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많이 택한 게임 엔진입니다. 이를 운영하는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상장사라서 실적이 좀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23년 3분기 기준으로 5억 4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측을 약 1.8% 하회했으나 그래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9%나 오른 수치입니다(이 수치는 광고 회사 아이언소스를 인수하면서 오른 부분도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정점이던 21년 ~ 22년에 비하면 주가가 1/3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아주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유니티는 최근 정책을 크게 바꿨습니다. 유니티로 게임을 만든 회사들의 매출과 설치 횟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설치당 금액 부과'로 정책을 선회했습니다.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만든 모든 회사들이 반발하며 정책을 수정했으나, 그만큼 사업성이 어려운 게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 무려 1,800명 규모의 큰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역시나가 역시나구나를 보여줬습니다.

🧐 폐허 뒤에 남은 것들은

국내 외를 보더라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메타버스 회사가 몇 없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산업입니다. 이 말인 즉슨, 당시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각광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정부와 거시경제가 강제로 부흥시킨 산업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정부지원사업을 둘러싼 눈가리고 아웅하는 슈킹이 없었으면 이 생태계가 존재할까라는 생각이죠.

앞으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만으로 각광받는 서비스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포트나이트처럼 훌륭한 게임 생태계를 구성하거나 혹은 이미 성공한 게임이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형태 변화를 취하는 후보들이 더 각광받을 겁니다. 

우리가 메타버스라고 말하는 특징들(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처럼 교류)은 결국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없는 서비스에서 이미 발현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너무 빠르게 지루해졌기 때문이죠. 
 (출처 : UNSPLASH)
더불어,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소셜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서로 교류하고, 이 교류가 생태계 안에서 여러 흐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근데 이게 정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선 글로벌로 가야 합니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모두 한 지역을 넘어서 전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선 답이 없고, 그렇기에 국내 이용자 전문 기업인 통신사가 이걸 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물론, 글로벌로 가더라도 쉽진 않다는 걸 제페토가 보여줍니다. 해외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거기서 압도적인 매출을 만들어내긴 어렵습니다. 이용자 연령대가 너무 어리고, 지불여력도 적기 때문입니다. 메이플스토리처럼 저연령대 이용자들한테 큰 매출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지불여력이 있는 연령대에게서 큰 매출을 만들어내기가 더 쉽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이 1) 글로벌 이용자를 데려오되 2) 지불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숙제입니다.

메타버스로 분류되는 서비스가 가진 장래성은 인정합니다. 최근 스트리머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카오톡' 등을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그 자체로 훌륭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이용한 스트리밍 콘텐츠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가 가진 파괴력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오히려 트로트를 매개로, 싱글 중장년 미팅 메타버스가 가장 강렬하지 않을까 싶네요. 

편집/윤문 | 찬비

셀레브 | 만화가 이말년 / 나 이말년, 운도 실력이야

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지금의 침착맨도 좋지만, 과거 야생의 감성과 표현이 깃들어있던 이말년도 꽤 매력적입니다. 운이 중요하고, 좌우명 같은 거 없고 어떻게 살지 모른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적당히 간보고 될 거 같으면 미치라고 말하는 블랙코미디스러운 이야기가 참 매력적이네요. 힘 빼고 모두 말년병장처럼 편하게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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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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