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잘 맞는 것 같은 이유
우리가 점을 신뢰하고, 그만큼 많이 보러 다니는 이유는 점이 나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잘 맞춘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말 점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걸까요?
점이 맞는 것 같은 가장 큰 이유는 점 자체의 정확성보다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이에요. 우리는 애매하고 일반적인 설명을 들으면 나에게 특별히 해당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요즘 마음이 힘들지.”와 같은 말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에는 나에게 해당하는 특별한 말처럼 들리는 거죠. 게다가 우리는 확증편향 때문에 점에서 맞는 부분을 확대 해석하고 틀린 부분은 기억에서 지워버려요. 틀렸던 수많은 예측들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확대 해석하는 거죠.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맞았던 예측은 과장되어 기억되고, 애매모호했던 말도 나중에 일어난 일과 연결 지어서 굳이 의미를 만들어 내곤 하죠.
무엇보다, 우리는 어떤 말을 들을 때, 그 말에 나의 행동과 신념을 맞추려는 경향을 가지게 돼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죠. 예를 들어 “올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거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만남에 더 적극적이 되거나 그런 상황을 더 자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정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와 그 점 정말 잘 맞네!’라고 생각하며 점을 믿고 의존하게 되는 마음이 커지게 되는 거죠.
점을 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
몸이 너무 아플 때 진통제를 맞는 것이 순간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처럼, 점도 우리가 너무 힘들 때 아주 잠시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점은 장기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할뿐더러, 내 삶을 더 꼬아놓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점을 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보는 사주나 별자리든, 무당에게 받는 신점이든 타로든, 우리가 듣는 모든 점사는 누군가의 머릿속의 편향된 신념과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는 거예요. 우리가 점집에 갈 때는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평소보다 조언에 수용적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상대의 프레임에 빠져서 설득당하기 쉬워져요. 이를테면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점술가는 커리어 고민을 상담하러 온 여성에게 “가정에 충실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의 조언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조언이 정말 그 사람에게 맞는 건지, 아니면 점을 봐주는 사람의 개인적인 신념인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죠.
무엇보다 점에 의존하다 보면 점점 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 돼요. 삶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점집에서 뭐라고 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돼요. 뭔가 잘못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올해 운이 안 좋아서.”라는 말에 도전을 미루고, “내년에는 운이 좋아질 거래”라고 생각하며 막연히 좋아질 언젠가를 막연히 기다려요. 궁합이 나쁘니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사업 운이 없다는 말에 꿈을 접어 버리기도 하죠. 현실을 직시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내 삶에 벌어지는 일들의 책임을 알 수 없는 운명에 맡긴 채 책임을 회피해버리는 거죠.
한국에는 사주를 봐 주는 스님들도 있지만 붓다는 바른 삶을 살기 위해 피해야 할 생계 수단의 하나로 ‘점술’을 콕 집어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점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개인의 노력과 수행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부정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본 거죠.
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
사주나 점의 유용성을 아예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힘든 순간에 듣는 위로의 한 마디와 희망 없는 순간에 듣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이나 정해진 미래가 있다는 태도로 접근하지 않는 거예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매 순간 내리는 선택과 행동으로 만들어져요. 오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내일의 내 모습이 달라지죠. 점집에서 예측하는 미래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미래가 진짜 내 미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그렇다면 마음이 답답하거나 힘들 때 우리는 점을 보는 대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점을 보고 싶을 만큼 마음이 답답하다면 우선 이 세 가지를 먼저 해보세요.
첫 번째,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자세하게 글로 써보세요.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을 글로 자세히 솔직히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생각도 훨씬 더 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어요.
두 번째, 나에게 자기 효능감을 주는 아주 작은 행동들을 매일 10분씩만 해보세요. 매일 3가지 감사일기를 적는 것, 나에게 칭찬일기를 적는 것, 10분간 산책하는 것 등등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요. 아주 작은 행동과 실천이라도 해 내고 나면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을 줄 거예요.
마지막으로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해보세요. 점심 메뉴 고르기와 같은 간단한 것도 좋아요. 때때로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에도 스스로 선택에 책임지는 연습을 해보세요. 결국 내 삶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내가 되어야 하니까요.
이런 과정들은 점을 보는 것보다 복잡하고 길고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우게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