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기록할 만한 게 사라졌다고 생각해 무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냥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전부였던 요즘.


올해부터 월간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 한두 달은 재밌게 작성했다. 지난날들을 사진과 글로 정리해 보니 고맙고 감동받았던 날, 화가 났거나 서운했던 날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과 쓰면서 느끼는 바가 일치했다. 그런데 점차 변질되었다. 글을 잘 쓰게 되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기대와 부담감이 끼어들어 기록을 멀리하게 되었다.

기록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일상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기록할 만한 것이 널려있다. 뭐 까짓것 내가 좋으면 된 것이니 다시 시작해보자! 🫧


-from 길용

📃 오늘의 grds paper

1. movie

2. 임희선 작가 인터뷰 "꾸준히 기록하는 태도"

3. 걸음코스 #15 대흥

4. 기록의 조각들

5. 유용한 기록 item

6. grds on feet

movie

🎥 조앤 디디온의 초상 (2017)


넷플릭스에 좋아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적 문제들을 예리하게 잡아내 글로 옮기던 한 여성의 삶을 담은 조앤 디디온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그녀가 겪었던 일화들과 자신이 썼던 글들을 읊어주며 과거의 사진들과 영상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언제나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일은 두렵고 어려운 일임에도 어릴 때부터 짧은 소설을 시작으로 매거진 보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들을 낸 작가다. 남편과 딸을 잃는 특별한 상실의 경험을 써 내려간 『상실』은 국내에도 출간된 바 있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이 여실히 기록되어 있으며 혼돈 속에 맞서는 그녀의 글쓰기가 지닌 힘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어느 약속 없는 주말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신이 맑은 아침이라면 더 좋다. 그녀의 멋진 패션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


임희선 작가 인터뷰
"꾸준히 기록하는 태도"
꾸준한 기록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자신만의 기록을 쌓아온 이들을 보면 존경심을 느낍니다.
여기 꿈과 현실의 조각을 모으고 켜켜이 쌓아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임희선 작가와 기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interviewee 임희선 작가


그저 흘러갈 수 있는 지극히 자연적인 것을 섬세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충북 괴산에서 출판사 @cu.cu.rru.cu.cu를 운영하고 있다.

꿈 일기 경험담

Q.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하신 꿈 일기 중 30개의 이야기를 골라 쓰신 책 <침묵의 바위>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은 어쩌다가 꿈 일기를 쓰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꿈을 자주 꿨어요. 아침이 되면 엄마에게 달려가 밤새 꿨던 꿈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거의 매일 밤 꿈을 꾸고 있어요. 꿈 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잠에서 깬 뒤 꿨던 꿈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게 전부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꿈을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어요. 어떤 꿈은 눈을 뜨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흐릿해져요. 그때부터 꿈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2015년부터 지금까지 꿈을 꿀 때마다 생각나는 내용을 모두 적고 있습니다. 꿈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면 꿈을 기억하는 능력도 점점 더 좋아진다고 해요. 그 힘을 믿으며 꾸준히 써나가고 있어요.

Q. 꿈 일기를 오랫동안 써오시면서 어떤 걸 느끼셨는지도 궁금해요.


꿈과 일상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껴요. 내가 봤던 것들, 관심 있는 것들, 고민했던 것들이 꿈에 주로 나와요. 당시 느꼈던 비슷한 감정이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되어 나오기도 하고요. 꿈 일기는 내 무의식의 역사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꿈의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꿈을 수년간 기록해 온 게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저는 항상 잠에서 깨자마자 한 쪽 눈은 뜨지 않은 상태로 꿈 일기를 써요. 일기를 쓰다가 꿈을 까먹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잠결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봤어요. 연필과 노트를 머리맡에 둬보기도 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로 써 보기도 하고, 말로 녹음을 해보기도 했는데요. 최고의 방법은 누워 있는 상태에서 한 쪽 눈만 뜨고 휴대폰 메모장에 꿈을 적는 거더라고요. 맞춤법은 상관하지 않은 채로 글을 써 내려간 뒤에 일어나서 다시 알아보기 좋게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요.

기록하는 대상

Q. 꿈 외에도 꾸준히 기록해오신 게 있나요?


일상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는 것들이 있어요. 봤던 책, 영화, 전시, 공연 등을 정리해 두기도 하고요. 남편과 함께 연애 때부터 일기도 쓰고 있어요. 결혼하고는 조금 게을러지기는 했지만요. 또 두통을 달고 살아서 타이레놀을 자주 먹는데요. 먹을 때마다 달력에 언제, 몇 시에 먹었는지 적어둬요. 타이레놀을 한 달에 몇 번이나 먹는지 궁금해서 2021년부터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책, 영화 정리  
전시 및 공연 정리  
길을 걷다가 종종 사진을 찍기도 해요. 벽에 붙여 놓은 문장이나 버려진 물건, 예상치 못한 것들이 만나 어떤 생각을 던져주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기록해 뒀다가 작업할 때 참고합니다. 휴대폰 메모장에도 많은 걸 적어요. 떠오르는 문장이나 단상, 아이디어들을 잘 모아둬요.  
길에서 만난 장면  
잘 기록하는 방법

Q. 기록은 쌓였을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떻게 꾸준히 기록할 수 있었나요?


기록은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유튜브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지런하게 일상을 촬영하더라고요. 저도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걸 금세 까먹어서 번번이 실패해요. 자신에게 맞는 기록의 방법이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게 중요해 보여요. 저에게는 영상보다는 글이나 사진이 더 잘 맞는 수단인가 봐요. 특정한 감정이나 상황이 닥칠 때 기록하기보다는 꾸준히 기록하는 태도가 계속해서 무언가 남기고 싶어지게 해요.

일기장  

Q. 기록을 하다 보면 객관적이어야 하는지, 주관적으로 해도 괜찮은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더라고요.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태도로 경험과 감정을 대하려고 해요. 감정적으로 너무 솔직하게 기록한 것들은 나중에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모든 걸 다 솔직하게 기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거짓된 기록을 하자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내가 남겨두고 싶은 것들로 편집된 기록을 하면 그 안에서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Q. 기록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정리를 하는 게 정말 귀찮고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기록물들을 관리하고 정리하시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많은 분이 하는 것처럼 기록을 카테고리화 시켜놔요. 항목별, 주제별, 연도별 등으로 나눠서 그 안에 기록물을 담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찾아보기가 간편해요. 또 요즘에는 기록에 도움을 주는 디바이스가 많잖아요. 휴대폰에 내 걸음 수가 자동으로 저장되기도 하고, 방문했던 사이트나 들었던 음악도 다시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이 기록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때도 있어요.

  
걸음코스 #15

오늘의 걸음 코스는 대흥입니다. 

한숨 쉬어가기 좋은 숲길과 카페가 있어 산책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걸음 코스는 아래 링크를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aver.me/FG77DXeS


통통 튀지만 또 잔잔한 매력이 있는 출판사 쪽프레스의 스튜디오 겸 서점인 스파인 서울에 다녀왔다. 공간 중앙에 놓여있는 보라색의 단상은 내가 생각하는 쪽프레스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듯했고, 중간 크기의 창가에선 따뜻한 가을빛이 들어왔다. 그림책, 사회문화 관련 서적, 디자인 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중간중간 놓여있는 농구선수 피규어와 그래픽 포스터에서는 출판사와 운영자의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느껴져 흥미로웠다.🏀

오므라이스와 햄버그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라니, 멸종된 공룡을 쥬라기 공원에서 마주친 느낌이었다. 기본을 잘 하는 게 자칫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렵지 않은가. 촉촉한 오믈렛이 일품인 시그니처 반숙 오므라이스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수량 한정으로 만드는 햄버그스테이크는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육즙과 소스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독일 국기🇩🇪, 바로 립하버다! 독일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공간인 만큼 카페 곳곳에 그 정취가 묻어나 있는 곳이다. 벽지의 색감부터 의자, 탁자를 덮은 꽃무늬 천까지.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테크노풍의 음악이 꽤나 크게 흘러나와 리듬을 타며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드립 커피와 치즈 케이크의 조합은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운 맛. 직접 만든 독일식 크박 치즈(quark cheese)와 호밀빵도 맛볼 수 있으니, 포장해서 가벼운 식사로 즐겨도 좋겠다!

가좌역부터 효창공원역까지 쭉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은 과거 철길을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근처 직장인들에겐 소소한 쉼을, 주민들에게는 시원한 그늘을 가져다주는 산책로.🌳 찬찬히 거닐어보니 햇살은 아직 뜨거웠지만 솔솔 부는 바람이 너무 좋았다. (산책하는 강아지들과 눈인사도…😁)
기록의 조각들
블로그, 메모장, 사진... 여러분은 어떤 형태로 무엇을 기록하고 있나요?
팀 grds가 다양한 기록의 모습을 보여드려요!

채린의 왓챠피디아 📽️

영화를 좋아해 한 달에 5개 정도는 보는 편이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아 어떤 걸 느꼈는지 심지어는 어떤 영화를 봤는지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왓챠피디아’는 오래전부터 잘 쓰고 있는 앱인데, 보고 싶은 영화를 담아둘 수도 있고(넷플릭스에 있는지, 왓챠에 있는지도 알려주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영화의 별점을 매기고 느낀 점을 적을 수 있다. 이렇게 내가 평가한 영화가 벌써 783개가 된다.🤩  

길용의 독서 일지 📚

작년 말부터 읽고 싶은 책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작가와 책 제목, 읽기 시작한 날과 완독한 날을 간단히 기록한다. 독서는 내게 거리가 먼 취미활동이었지만, 이렇게 기록하다 보니 점차 독서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들이 점점 더 쌓여가는 중이다.

민정의 필름 아카이빙 🎞️

한창 필름 사진에 빠져있던 때, 필름 가격이 지금만큼 사악하지 않았던 터라 담고 싶은 것은 아낌없이 담았었다. 내가 마시던 커피, 친구들의 웃는 모습, 어쩌다 들어간 폐건물의 모습까지신나게 셔터를 누르곤 했었다. 그땐 내가 찍어낸 사진에 책임감이 없었다. 나중에 깨닫게  것 사진은 촬영이란 단편적 행위보다 후가 중요하다는 것. 적절하게 잘 모아두는 것 말이다. 사진을 이리저리 정리하다 보면 새롭게 기록하는 마음도 든다!

유용한 기록 item

일상의 경험들, 갑자기 떠오르는 단상, 잠들기 전 10분 동안 읽은 책...

당신의 기록을 도울 아이템을 소개할게요.


1. octaevo의 A year of sun Agenda | 21,90€

해외여행을 다녀온 커플에게 받은 선물로, 색감이 너무 예뻐 아끼다가 올 초부터 쓰기 시작했다. 위클리 플래너부터 클래식 노트, 여행 노트, 아이디어 노트들까지 기록광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메모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마크, 연필, 화병, 코스터 등 컬러풀하고 귀여운 리빙 제품들도 판매한다. 지중해의 색상, 고대 철학을 모티브로 제작하는 바르셀로나 기반의 브랜드로 웹사이트를 한참 구경하다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2. 무인양품의 노크식 볼펜 | 1,300원

잉크 펜보다는 볼펜을 선호하는 편인데 무인양품 젤 잉크 펜을 우연히 접하고는 글씨가 잘 써져 바로 구매했다. 캡식보다 노크식을 좋아해서 노크식으로 구매했고 굵기는 너무 얇은 것보다 적당한 굵기를 좋아해 0.5mm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업무를 볼 때 글씨가 잘 써지면 기분이 좋다.(나만 그런가) 원하는 컬러로 리필심을 구매해 바꿀 수 있어 다 쓰고 나면 다른 색으로 구매해 볼 계획이다.


3. 독서 기록 어플 북모리

*google play는 여기!

책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밑줄을 긋고 책 모퉁이를 접어놓긴 하지만 별도로 메모를 하진 않고, 읽었던 책을 재독하는 경우도 드물다. 읽고 나서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아 어딘가에 잘 기록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북모리를 알게 됐다. 읽었던 책, 읽고 있는 책, 앞으로 읽을 책들도 기록할 수 있고 어느 페이지까지 읽었는지부터 맘에 들었던 문장까지  저장할 수 있다. 기록을 시작하고 싶은 책벌레라면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

grds on feet

패션의 완성은 역시 신발이죠!

그라더스 제품과 함께한 스타일링을 공유합니다. #grdsonfeet #그라더스온핏

CAP : Adsum

TOP : Calico

BOTTOM : Adsum

BAG : ENDS and MEANS

SHOES : grds / slides 06 leather black


📍이번 grds on feet에서 소개해 드릴 제품은 어느 계절에나 신기 좋은 아웃도어 뮬 slides 06 leather black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가 너무나 반가운데요. 이번 가을에는 포근한 니트 혹은 스웻셔츠에 반바지와 함께 slides 06을 매치해서 쿨한 가을 스타일을 완성해 보세요.

오히려 내가 남겨두고 싶은 것들로 편집된 기록을 하면

그 안에서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 임희선 작가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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