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올림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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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달간 <새삼스럽게 감동 받은 일상 에세이>를 메일함에 쏙 넣어드릴게요. 
잘 부탁드립니다:D
기특함

어떤 일을 10년 이상을 한다면 '전문가'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15년째 손톱을 물어뜯는 중인 필자도 어디 가서 전문가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뜯기 시작한 손톱은 아직까지도 짜리몽땅하다. 손톱 옆 피부도 물어 뜯기 때문에 손끝도 드문드문 벌겋다. 어쩌다 내 손톱을 본 사람들은 꼭 한마디씩 거들었다.


“(경악하는 표정으로) 헐, 손 다쳤어?”


그럼 나는 그냥 “(머쓱한 표정으로) 아뇨, 알레르기 때문에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서요”라고 거짓말을 하며 얼른 손을 숨겼다.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써봤다. 손톱에 바르면 이상한 맛이 나는 <오일>도 써봤고, 향이 독한 <핸드크림>도 발라봤다. 매운 껌도 씹어봤고 네일 스티커도 붙여봤다. 그럼에도 손톱 물어 뜯기는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나의 친애하는 노환순 할머니께서 내 벌건 손끝을 보고 '피부병'인 줄 알고 피부과에 가보자고 하기 시작했다. 효자로서 할머니 맘을 아프게 하는 건 절대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이제는 정말 해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서 젤네일 도구를 샀다. 본래 나는 젤 네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성은 손톱까지 예뻐야 한다'는 인식이 담긴 행위이기도 하고, '응급실에 갔을 때 산소 포화도 측정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에 딱히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손톱 뜯기를 멈추기 위해서는 일반 매니큐어보다 잘 지워지지 않고 유지력이 좋은 젤네일이 필요했다. 


당장 네일 용품샵에 가서 세일하는 젤네일 베이스와 탑코트, 그리고 컬러 2개를 구매했다. 아쉽게도 세일하는 컬러는 비인기 컬러였고, 쨍한 초록색과 파란색 네일을 단돈 천 원에 데려왔다. 젤네일을 굽는 데 필요한 LED 램프는 작년 여름 중고로 구매한 오호라 네일의 미니 램프로 대체했다. 짧은 손톱을 겨우 손질하고 그 위에 젤 네일을 발라 구웠다. 확실히 일반 매니큐어보다 통통하게 올라갔다.


동화 어린 왕자 속 여우가 "너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건 네가 장미에 쏟아부은 시간 때문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장장 1시간에 걸쳐 큐티클을 정리하고- 바르고- 굽는- 정성을 들인 손톱은 처음으로 소중했다. 젤네일이 손톱에 착- 붙어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물어뜯는 것도 불가능했다.

 

젤네일을 한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어라라. 밑에 새로 자라난 손톱이 빼꼼했다. 꼬박 14년 만에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손톱이 매일 자란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체감한 것이다.


' 나... 키 성장은 멈췄지만, 손톱은 매일 자라고 있었구나. 매일 새로운 내가 되고 있었구나.'


-


아쉽게도 아직 손톱 뜯기 습관은 고치지 못했다. 젤네일을 바른 상태 일 땐 물어뜯지 않지만, 생 손톱이 되는 순간 굶주린 사자처럼 물어뜯게 된다. 그럼에도 언젠가 나아질 거라 기대하며 한 달에 두어 번은 젤네일을 셀프 시술하고 있다. 손톱을 바르고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일주일 후 살짝 자란 손톱 사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벌써 또 자랐구나. 고작 손톱 하나로 스스로가 대견해진다. 


털이 많은 여자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각자 '첫 제모의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요즘 알파세대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레이저 영구 제모를 시작하던데, 나 때는 그런 거 없었다. 내 동년배들은 보통 일회용 면도기, 운이 좋다면 여성용 고급 면도기로 셀프 제모를 시작했다. 


나는 털이 많은 편이다. 다리털 팔털 눈썹털 머리털 모두 많다. 정확히 중학생 때부터 털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달리 덥수룩한 내 팔털은 여성스럽지 못했다. 엄마에게 '내 팔털이 징그럽다'고 말하자, 엄마는 믿을 없는 대답을 했다. 


"왜, 보송보송 귀엽기만 한데."


중2병이 한참이었던 그때의 나는 엄마의 착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부숭하게 난 팔털이 귀엽다니. 딸이라고 거짓말을 치시는군.' 


딸의 팔털이 귀엽다는 엄마의 말을 사뿐히 무시하고, 집에 있던 일회용 면도기로 팔털을 밀었다. 좋은 건 하루 이틀이었다. 삼 일 차부터는 팔털이 다시 자라나느라 빳빳해져 따끔따끔했다. 아아, 팔털 제모는 최소 3일에 한 번씩은 면도기로 밀어야 지속 가능한 행위였던 것이다. 한번 이 끔찍한 굴레를 경험한 뒤부터는 주욱 팔털을 길러왔다. 자주 봐서 그런가, 요새 가끔은 엄마의 말처럼 나의 팔털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다리털과는 낯을 가리고 있다. 다리털 제모에서는 자유로워지지 못한 것이다. '남성들은 시꺼먼 털 드러내면서 잘만 다니는데, 나라고 못할 것 뭐 있냐!' 싶다가도, 털을 부끄러워하던 중2병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도 이런 나약한 스스로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얼마 전, 다리털의 '기능적 필요성'을 느꼈다. 여름 휴가  다리털을 밀고 바다수영을 즐겼는데, 발목과 종아리 뒤쪽에 햇빛 알레르기가 잔뜩 오른 것이다. 겨우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나의 피부를 지켜 주었던 다리털이 자외선 가려주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다.


언젠가 다리털과 친해지고 말아야지. 터럭이 내 피부를 지켜줄 수 있게, 터럭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도와야지. 이번 여름엔 도전해 봐야지. 꼬옥.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 9 to 6 직장 생활에 적응하게 되는 것.

- 콩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는 것.

- 워킹홀리데이니 어학연수니 하는 해외 생활에 대한 꿈을 접게 되는 것.

- 카페 가서 ‘이 메뉴 많이 달아요?’ 물어보게 되는 것.

- 크로스백은 어깨가 결려서 백팩을 메고 다니게 되는 것.

- 가방 살 때 무게가 몇그램인지 꼭 확인하게 되는 것.

- 스탠딩 석이 남았어도 의자 좌석을 선택하게 되는 것.

- 내 연애보다 남의 연애 이야기 듣는 게 제일 재밌게 되는 것

- 면 요리는 소화가 안돼서 피하게 되는 .

- 별 고민 없이 라지 사이즈 티셔츠를 주문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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