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나연경은 <다음만화 열린만화공모대전>에서 <노가다마스크>로 데뷔, 이후 <무한실험-지구과학(숨비소리)>, <동에번쩍 서에번쩍 홍길동전(숨비소리)>,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살림)>, <과학만화로 만나는 세상(창비)>에 작화가로 참여했다. 웹툰<파운딩 (투믹스/카카오페이지)> 연재했으며 그 외 다양한 홍보 웹툰 제작에도 작화가로 참여했다. 현재는 차기작 <퇴마록-세계편>에서 작화가로 연재를 준비하면서 청강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스쿨에서 <장면연출과 설계>, <프로젝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에서 작화를 담당했다. 작화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화담당은 다양한 작품을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다양한 그림체를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진짜 도저히 노력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연습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퇴마록-세계편>의 작화를 담당하고 있다. 작화를 담당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이라고 말하기엔 신경 쓴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다. 크게 두 가지로 말씀드리면 워낙에 엄청난 이력을 지닌 IP여서 과거 팬들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전에 ‘국내편’이 제작된 것이 있어서 아무래도 100% 혼자 만들어내는 비주얼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의 비주얼을 승계를 받아서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신경 쓰였다.
만화가로 활동하면서 과거의 창작 환경과 현재의 창작환경에서 가장 많이 변화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아날로그로 입문해서 디지털로 진화한 세대라서 그런지, 디지털로 변화한 것이 가장 많은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전엔 원고를 한편 만들려면 원고용지, 잉크, 펜촉, 스크린 톤 등 제작하는데 1화의 제작비용이 꽤 들어서 실수를 할 때마다 살 떨리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클립 스튜디오라는 앱과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만으로도 수준 높은 원고를 만들 수 있어서 참 좋은 세상이라고 느낀다.
과거와 달리 만화의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인력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스튜디오 중심의 제작 환경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스튜디오의 장점은 원고 1회분을 다양한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제작을 하기 때문에 적은 시간 대비 높은 수준의 작화와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1인 작가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이나 작화가 아니라서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생기는 IP에 대한 권리가 적거나 없기에 작품을 대하는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쉽게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인 것 같다. 초회 투자 작품에서 흥행이 안 되면 바로 ‘시즌 1 종료’형식으로 끝나는 웹툰이 많아서 아쉽다.
만화 산업계는 앞으로 어떤 방향을 변화하며 발전하게 될까. 또 만화 산업계가 맞이하게 될 리스크는 어떤게 있을까. 그러한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만화산업계는 영화계처럼 전문 스튜디오에서 블록버스터급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드라마, 영화, 애니, 게임 같은 다양한 IP의 발전 연계를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작품과, SNS나 만화가 지망생 혹은 그에 준하는 마니아층이 와서 즐기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RT나 입소문 같은 바이럴 마케팅으로 알려지는 인디영화 같은 작품으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코로나 시대와 같이 맞물려 ‘나 혼자만 레벨 업(이하 나혼렙)‘이라는 노블 코믹스의 메가 히트를 통해서 노블 코믹스를 제작하는 업체나 스튜디오가 많아지면서 만화산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지만, 그런 노블 코믹스의 원작인 웹 소설들이 <나혼렙>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적은 시간 안에 그것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런 쏠림 현상 속에서 작품의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인지, 다시 그런 작품의 형식에 질리기 시작한 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웹툰이라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이탈이 높은 것이 큰 리스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이버를 보면 노블 코믹스 연재 이전의 개인작가님들의 작품이 다시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빨리 싫증을 내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어느 한 작품의 형식이 히트했다고 해서 그 형식이 계속해서 히트작을 만드는 불패 공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빠르게 다양한 작품으로 목록 속에서 장르의 다양화를 꾀한 것 같아서 이런 획일화되는 것을 막아낸 것이 위의 리스크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만화가로 활동하기 위해 개인 작가가 갖춰야할 점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수업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 “어떤 스타일이 대세인데 저는 그런 그림체가 아닌데 어쩌죠?”라는 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대세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제2의 누구’ 같은 아류라고 생각한다. 대세라는 것은 작가가 정하는 게 아니라, 작가 개인이 표현하는 방식이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았을 때 대세가 된다고 믿는다. 대세가 되는 조건은 그림체가 될 수 있겠지만, 이야기가 재밌어도 표현하는 방법을 대세로 할 수도 있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작가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체해부학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투시를 잘하는 친구가 있고, 채색을 근사하게 칠하는 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결점은 효과적으로 감추고, 멋진 모습으로 꾸밀 수 있으면 그것이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일이야말로 요즘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작가 자신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