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원' 플랫폼이 돈 버는 방법👏

📊분석
로빈후드는 빅데이터 회사입니다

💬의적이 나타났다

"우리의 임무는 모두를 위한 금융 민주화다."
Our mission is to democratize finance for all

7월 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로빈후드가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의적' 로빈후드처럼 금융 자본에 맞서 '약자(개인)'의 편에 서겠다는 포부이자 자신감으로 비칩니다. 

로빈후드는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무료 주식 거래 플랫폼입니다. 개인들은 로빈후드 플랫폼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할 경우 수수료 '제로(0)'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주식 거래에 참여하게끔 이끌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독식해온 주식 시장 수익을 개인들도 나눠 가지게끔 이끌고 있죠. ​

사업 형태만 보면 자선단체 같지만, 로빈후드는 놀랍게도 매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일군 데 이어 지난해 흑자전환까지 성공한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로빈후드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 걸까요? 기업 특성, 투자은행(IB) 업계 평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할게요. 로빈후드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눈여겨봐야 할 '유의사항'도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로빈후드, 넌 누구냐?

로빈후드는 스탠포드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블라디미르 테네브(Vladimir Tenev)와 바이주 바트(Baiju Bhatt)가 2013년 창업한 자산 거래 플랫폼 기업입니다. 현재는 주식 외에도 ETF, 옵션,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금융 민주화'에 선봉에 서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2가지 특징을 기반으로 주장하는 건데요. 우선 주식 거래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일반 증권사에서 평균 8~10달러 수준으로 책정된 거래 수수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있죠. 국내 주요 증권사들만 해도 전체 순영업수익에서 주식거래 수수료(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제로 수수료' 정책은 파격적인 행보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두 번째로,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계좌 잔고(with no account minimums​) 요건도 없앴습니다. 계좌를 개설한 후 1000원이든, 2000원이든 넣고 투자에 바로 뛰어들 수 있게 주식 시장을 전면 개방한 것이죠.

로빈후드가 유명해진 것은 사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입니다.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이 연초 게임스톱, 베드배스앤드비욘드​, AMC, 블랙베리, 클로버헬스 등에 대해 '공매도' 공격을 쏟아부었는데, 이때 로빈후드 플랫폼 이용자들이 일시에 주식 매수에 뛰어들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를 방어해낸 일이 있었죠. 당시 헤지펀드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덕분에 로빈후드의 플랫폼 경쟁력, 기업가치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폭풍 성장 중인 로빈후드

로빈후드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로빈후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를 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9억 5900만 달러(1조 1211억 원)로 전년대비 무려 245%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증가세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억 2200만 달러(6102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9%나 급증했는데요. 올해 초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의 실적을 실현해냈습니다.

참! 로빈후드는 외형만 커지고 있는 곳도 아닙니다. 조정 이익(Adjusted EBITDA)과 순이익 모두 작년 말 기준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대체 어떻게 돈을 벌까?

로빈후드는 크게 3가지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 주식, EFT, 옵션, 가상화폐 등 자산거래 ▲ ​캐시 매니지먼트(체크카드) ▲ 로빈후드 골드(구독형 주식 교육 콘텐츠) 등입니다.

하지만 로빈후드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대부분은 플랫폼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2021년 3월 말 기준 로빈후드는 매출의 81%를 'PFOF' 및 '트랜잭션 리베이트'를 통해 창출하고 있죠. PFOF 및 트랜잭션 리베이트 매출 비중은 2020년 말 기준 75%였는데, 최근 3개월 새 더 늘어났죠.

PFOF는 '투자자 주문 흐름(payment for order flow)'의 약자입니다. 고객들의 실시간 주식 투자 정보를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서 얻는 수익을 의미하죠. 트랜잭션 리베이트는 PFOF와 같은 개념인데, 다만 가상화폐 거래 정보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무료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고객들의 투자 정보를 초단타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거래로 차익을 내는 기관들에게 판매합니다. 이들은 로빈후드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습니다. 초단타매매를 하는 기관들의 경우 1초당 수천 건 이상의 거래를 실행하기 때문에 로빈후드의 방대한 고객 투자 정보는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여기에 더해 로빈후드는 현재 주식담보대출 연체료, 고객 예탁금 신탁 이자, 콘텐츠 구독 서비스 등으로 매출의 20%가량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 기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로빈후드의 기업가치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평가는 그간 엇갈려 왔습니다. 7월 말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때 부침을 겪기도 했죠. 가령 IPO 때 로빈후드의 몸값은 희망밴드(38~42달러) 최하단에서 결정됐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 역시 부진했습니다. 공모가 대비 8%나 주가가 하회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일단 기관들은 핵심 매출 기반인 'PFOF 사업'의 안정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미국 의회, 정부 기관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정보 관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규모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죠.

여기에 더해 로빈후드 경영진의 사업 및 경영 역량도 기관들의 투심을 위축시킨 요소로 꼽힙니다. 1분기 일명 '밈' 열풍 때 플랫폼 관리 미숙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은 탓입니다. 당시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들이 일부 주식을 강하게 매수했는데, 투자가 과열되자 관련 종목의 주식 매수 버튼을 사전 통지 없이 갑자기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며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죠. 이외에도 허위정보 전달 등의 이유로 벌금을 추가로 받는 전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빈후드의 플랫폼 경쟁력에 대해 기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최대 개인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로빈후드가 점유율 우위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거죠.

실제 상장 이튿날부터 로빈후드의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관들은 공모가(38달러) 이하 떨어진 주가가 매우 '저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관 매수세 속에서 지난 4일 로빈후드의 종가 기준 주가는 70.3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로빈후드의 주식 '사자' 행렬에 뛰어든 기관들 중에는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우드의 아크인베스트도 있었죠.

기관투자자들은 현재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를 1주당 50달러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 매수를, 이상에서는 매도를 하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 모델의 불안전성, 미숙한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있지만, 업력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의 '성장통'이라 여기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는 것이죠.

👍투자 시 어떤 수치를 봐야 할까?

로빈후드의 매출 및 실적 성장세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 수입니다. IB업계에서는 로빈후드에 대해 사실상 빅데이터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근본적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실제 로빈후드의 실적과 성장세는 외부 변수로 인해 언제든 꺾일 수 있습니다. 정부 당국의 규제나, 증시 불황 속에서 핵심 매출 기반인 PFOF 사업이 축소, 일시 중단될 수 있는 탓입니다. 로빈후드 스스로도 PFOF 사업이 계속 문제가 된다면 서비스를 재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방대한 고객 수와 데이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투자패턴을 자산운용사들에게 판매하는 게 문제로 여겨지고 있을 뿐이지, 미국 실정법상 고객의 비식별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로빈후드 스스로도 고객 수 유입세가 줄어드는 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IPO 때 S-1 신고서상에도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로 고객 기반 축소를 적시해놓기도 했죠. 

현재까진 로빈후드의 신규 고객 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총 2250만 개의 계좌 수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6월(980만 계좌) 대비 1년 새 130%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 한국판 '로빈후드'를 꿈꾸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자산 거래 플랫폼. 한국의 로빈후드를 꿈꾸는 기업이 두 곳 있습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인데요. 두 곳 모두 공공연하게 사업적 롤모델로 로빈후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로빈후드와 유사한 형태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은 국내에서도 조성된 상태입니다. 일명 '마이데이터' 법 실행인데요. 고객의 비식별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이상 '불법'이 아니게 됐죠.

다만 법보다 문화가 중요합니다. 로빈후드도 개인들의 편에 선 '의적'이 아니라 결국 고객정보를 팔아서 돈을 버는 '금융자본'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두 증권사가 로빈후드를 벤치마킹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본 분석자료는 머니네버슬립 팀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 및 정보로부터 얻은 것이나, 당사가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하에 종목 선택이나 투자시기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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