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64호  
일본에서의 직장복귀촉진 제도 - 치료와 일의 양립
김양호 
2024/3/26

최근 오이레터에서는 fit note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직장복귀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글에서는 일본판 직장복귀촉진 제도‘치료와 일의 양립’ 제도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이레터 60호] 영국판 업무적합성 평가 Fit note


이제는 노동력 부족의 시대

한국은 2025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이른 200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고령화와 함께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감소하게 되는데, 한국은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1995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노동력 부족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겪게 됩니다. 

노동력 부족의 시대,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일본은 일할 사람을 늘이고, 출생률을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구체적으로 2018년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그 실행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비정규직 고용의 처우개선

2) 임금인상 및 생산성 향상

3) 장시간 노동의 개선

4) 유연한 근무방식을 쉽게 적용하기 위한 환경정비

5) 고령자의 취업촉진

6) ‘치료와 일의 양립’


노동력 보존을 위한 치료와 일의 양립

‘치료와 일의 양립’은 일본인구 중 1억명이 모두 활약하는 사회를 실현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구현하기 위한 실행계획 중 하나입니다.

환자의 관점에서는, 예를 들어, ‘암’은 낫는 병이므로 일을 그만두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일을 하는 기간을 연장합니다.

사업주의 관점에서는 노동력을 확보합니다.

의료의 관점에서는 치료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귀를 강조합니다.


'치료와 일의 양립'의 절차

우선 근로자가 치료를 하면서 일을 병행하고 싶다면, 회사의 담당자에게 이야기하여 현재의 업무내용 등을 기재한 <근무정보제공서>를 의료기관에 제출합니다.

그 이후 근로자는 주치의로부터 치료 상황 및 취업계속가능 여부에 대한 소견서 (그림 1), 직장복귀가능 여부에 대한 소견서 (그림 2)를 받습니다. 이 의견서에는 취업가능 여부(취업가능, 일정조건 하에 가능, 현 시점에서는 불가), 직장에서 배려하면 좋을 조치사항(바람직한 취업상의 조치)이 기록됩니다.

그림 1.  주치의로부터 치료 상황 및 취업계속사능 여부에 대한 소견서
그림 2. 직장복귀가능여부에 대한 소견서


양립지원 및 직장복귀지원계획서 

이 의견서를 직장의 상담창구에 제출하면, 회사는 근로자와 의논하고, 회사의 산업의의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양립지원 계획 또는 직장복귀지원 계획서 (그림 3)를 작성합니다. 이 계획서에는, 치료·투약 등의 상황 및 향후 치료·통원 계획, 취업 상의 조치 및 치료 시 배려할 구체적 내용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배려를 위한 사항은 업무내용의 변경, 노동시간의 단축, 취업장소의 변경, 치료시 배려내용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실시시간·기간을 기입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추적관리를 위해 산업의, 보건간호사, 노무담당자 등과의 면담일정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림 3. 양립지원계획 또는 직장복귀지원계획서


환경조성을 위한 제도적 조치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려면 먼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업주가 기본방침을 표명하고, 근로자와 관리자 대상 교육을 통해 인식을 확장

2) 유연한 휴가제도 및 근무제도를 활성화 (예를 들어, 시간단위의 휴가제도, 병가제도/시차출근제도, 단시간근무제도, 재택근무 등)

3)  상담절차 마련, 관계자의 역할 제시 등 제도·체제를 정비

4) 관계자 간의 원활한 정보공유체제를 구축 (관계자는 근로자, 주치의, 산업의, 산업보건 스태프, 상사, 동료, 인사노무담당자 등)

5) 노사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양립지원 코디네이터를 양성 (코디네이터는 의료기관의 의료종사자, 사업장의 인사노무담당자, 산업보건 스태프 등에서 선발)

6) 주치의 소견서 작성 시 추가적인 보험수가를 지원


제도의 특징

치료와 일의 양립을 위해 각 주체들은 각자 고유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주치의는 양립지원에 대한 의학적 소견서를 냅니다. 사업주는 양립지원계획 또는 직장복귀지원계획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합니다. 


시사점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심각한 저출산 및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부, 사업주, 의사들은 직장복귀의 중요성에 대하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예전부터 업무적합성 평가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나아가, 질환을 갖고 있는 근로자가 직장복귀를 잘 할 수 있고, 직장에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일을 건강유해요인이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건강의 필수요인이라는 측면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적절한 직장복귀가 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관점이 더 부각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수건강진단, 직업병보상 외에도, 질병이 있는 근로자의 직장복귀를 촉진시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오래도록 남아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양호 교수님의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이레터 편집팀
oel@kso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