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되길, 기쁘게 기다리는 작은 것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며, ‘소라와 진경’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어요. 파리의 패션쇼에 선다는 둘의 도전도 멋졌지만, 93세에도 출퇴근하시는 진태옥 디자이너님의 ’ 전문가는 나이 없다 ‘는 말을 적어두고 싶어요. 열심히 체력을 관리해서, 90세, 100세에도 혹은 그보다 더 나이 들어서도 건강과 총기를 바탕으로 삶을 촘촘히 즐길래요.

오래 쭉 이어서 뛰고, 딱 멈추면 그제야 땀이 한 번에 쏟아질 때, 엄청나게 상쾌한 기분. 러닝의 즐거움에 빠졌어요. 몸이 좋아지고, 눈이 똘망해지고, 피부에 윤기가 돌아서 하이퍼 상태가 된 모습을 상상해 봐요. 벌써 기분이 좋아져요. 운동하는 시간 동안은 개운하고 평화로워서, 확실히 행복해져요. 특히 저녁에 청계천 러닝을 추천드려요.

 

이번 한 주는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5/19 약손명가

5/20 대학생 대외활동

5/21 서순라길 야장

5/22 건강검진

5/23 진 만들기, 다큐멘터리 촬영

5/24 서울재즈페스티벌

5/25 비데 설치, 러닝

5/26 조선옥, 키크니 전시

5/27 경복궁 야간개장

5/28 회사 교육 1

5/29 회사 교육 2

5/30 작업

5/31 친구 결혼식

ch1. '발견되길 기다리는 작은 것' 첫 진 만들기

 

'작은 새'라는 동화책에서 나온 문구로, 첫 진을 만들었어요. ‘작은 것들은 발견되길 기다린다.’라는 글귀가 제 마음을 훑고 갔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게 작은 것들이고, 저 또한 작은 사람인데, 둘 다 자신의 세상을 잘 일구며,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는 존재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가장 좋아하는 노란색 종이를 오리고 붙여 눈사람, 귤, 빛 조각, 나뭇잎을 만들어 붙였어요. 어디론가 날아가는 작은 새도요. 아트북 같다며, 다들 좋아해 주셨고, 마음에 쏙 들어서 집에 와서 전시해 놓았어요.

 

제작하고 남은 시간에 귤 하우스의 인테리어 포인트를 소개하는 짧은 진도 추가로 제작했어요. 이 진은 집 냉장고에 붙여 놓았는데, 효율성과 귀여움을 모두 충족한 작품이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ch2. 잔잔하지만, 스며들게 하는 콘텐츠에 대해

 

작은 재능으로 큰걸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다정함, 귀여움, 하찮은 것들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이 마음이 그 무엇보다 강력한 삶의 에너지가 된다구요. 키크니 작가님의 전시를 가서, 이토록 잔잔하고 작고 여린 이야기들로 전시를 구성할 수 있구나, 싶어서 든든했어요. 시끄럽고 자극적인 말들에 눌려버리지 않게 일상의 마음들을 붙잡고, 모아서 큰 마음, 큰 소리로 만들어줬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작은 것들이 잔잔한 동심원 몇 개 그리고, 낱낱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버리지 않도록, 같이 모여서 오래 깊이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정말 잘 기획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귤껍질 편지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색감이 너무 예쁜 테이블 메트를 새로 사고, 식기와 가구가 예쁜 카페에 가고, 제철 음식을 수확해 먹고 이런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해요. 이런 일상들이 작은 인상만 남기고 호로록 사라지는 것 같아 고민이었거든요.

 

전시를 보고 꾸준함과 기획 역량이 필요하겠구나, 치밀하고 연달아, 그런데 질리지 않도록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ch3. 콘텐츠를 만들 때 필요한 것 : 감각, 뒷심, 재미

 

-감각-

콘텐츠가 인문학적이고 따스하다는, 혹은 사진 잘 찍는다는 칭찬을 일상에서 소소하게 들어요. 그럼 옛날의 제가 동경했던 역량이라, 상당히 뿌듯해요.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서, 호감 가고 계속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김선태, 이석로 PD의 유튜브를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걸 아는 감각은 어떻게 단련되는지 궁금해졌어요.

 

콘텐츠의 매력은 어떤 문법으로 만들어질까, 어떻게 말해야 뇌리에 박힐까 계속 질문하며 사람들이 폭 빠져들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싶어요.

 

-뒷심-

다큐멘터리 수업에서 끝지점으로 다가갈수록, 뒷심 필요하다고, 모래알을 모아 해변을 만드는 거랑 비슷하다고 했어요. 이 정도면 됐다,는 지점에서 타협하지 않아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멋졌어요.

 

AI로 번거로운 수작업들이 딸깍 한 번에 해결되어도, 한 땀 한 땀 마음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장인정신은 대신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얼마나 큰돈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능뿐 아니라 스토리가 좋아서 구매하는 거니까, 정성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분명 차별화가 되리라 생각해요.

 

-재미-

브런치 글을 왜 직접 쓰냐고, 질문을 받았는데, 답은 명쾌해요. 글 쓰는 게 재미있어요. 경험을 회고하면서, 어바웃타임의 주인공처럼 한 번 더 삶을 복귀하는 것 같아요. 또 그냥 흘러서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아 두면서 미래의 내가 지나온 시간을 뭉뚱그리지 않게 해주고 싶어요. 글 쓰고 나면, 명상한 듯 생각도 분명해지고 잘 살아낸 것 같은 마음도 찾아오고요. 이런 현상을 저는 재미라고 표현하나 봐요.

ch5. 평생 나를 소재로 재밌게 말하기

 

오랜만에 친구의 결혼식에서, 제 릴스가 대화 주제로 나왔어요. 놀림반 진심반으로 잘 보고 있다면서 다음 내용도 올려달라고 했는데 오프라인에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ㅋㅋ) 아무튼 모래알을 모은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소재를 모아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 봐야겠어요.

 

나이 들수록 영원히 돈 이야기만 하게 될 거라는 말처럼, 반갑게 서로 인사하고 난 뒤에는 내내 주식 종투방을 테이블에 옮겨놓은 듯한 대화들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여기에 종종 학창 시절 이야기를 곁들였어요.

 

와르르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시간이 오랜만이라 재밌었어요. 동시에 소소하고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맛있게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식, 부동산 이야기도 재밌지만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요. ㅎㅎ) 할 이야기가 없어서 이 소재를 꺼내드는 건 지양할래요. 새로운 경험을 계속하고, 새롭게 보는 연습을 하며, 사유하며 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의 행동하고 생각하는 나의 이야기를 언제나 꺼낼 수 있고, 그걸로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길 목표해요.

ch6. 글, 영상, 그리고

 

정밀아 님의 노래 가사를 아주 좋아해요. 일기와 동화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듯한 가사들은, 엄청난 깊이와 다정함으로 마음을 노곤노곤하게 해 줘요. 한로로 님의 가사는 정밀아 님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뜨겁고 흔들리는 청춘의 마음을 글로 풀어낸 듯했어요.

 

글, 영상 이외에도 내 이야기를 표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 두 분을 보면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번 프랑스 여행 이후에, 통기타와 작곡을 배우려고요. 사진은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찍은 것이에요.

사람들이 제 콘텐츠를 스낵 같은 자극으로 소비하기보다, 잔잔해도 오래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저를 알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저를 좋아할, 결이 맞는 이들에게만, 미움받지 않으며 유명해지고 싶다는 고통 없는 쾌락을 꿈꿔요.(ㅎㅎ)

 

서로의 세상을 예쁘게 들여다봐주고, 그러면서 같이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요. 나중에 이들과 모여 그저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사부작 무언가를 이루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채널을 확 키우려면 부지런히 영상을 올리고, 알고리즘의 점지를 받아 터지는 콘텐츠가 생기길 기다리고, 그런 뒤에는 그 콘텐츠의 문법을 반복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우선이면 좋겠어요. 그게 아직은 세상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중요해요. 두 요구 다 잘 충족하는 재능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말하면 게으르고, 다르게 보면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귤껍질 드림
essayhee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