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사 레터 43회 (2022.0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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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를 읽을 때의 저는 선의로 가득차 있습니다. 한 번도 악의로 시를 읽은 적 없습니다. 사랑을 위해 눈맞춤 하듯 이해 없이 좋아하게 됩니다. 좋아해서 눈맞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해서 선의로 읽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쓰고 그리는 쩡찌입니다.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우리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걔가 너 좋아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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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찌 작가가 사랑한 첫번째 시💕
많이 좋아하면 귀신이 돼
복숭아 귀신 곶감 귀신 그런 것이 한집에 둘이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같이 사는 게 귀신이 아니면 조금 어색하다
약봉지가 서랍 하나를 다 채울 정도로 많아지기에
자네, 이제 약 귀신이 되려나 인사했더니
좋아하는 것이 없어 약을 먹기 시작했네, 빙그레 웃었다.
좋아는 하는데 귀신은 되지 않으려고 그러네,
몸이 힘들어 약을 먹어야 한다네, 모를 소리를 하고
그러고는 출근해버렸다
퇴근하면서 가끔
술이며 초콜릿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소원이 있거나 겁이 많은 친구일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
귀신이 안 되려고 노력하는 모양이 안됐다
기껏
인간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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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를 사랑해>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귀신이었나요? 곶감 귀신? 복숭아 귀신? 저는 귀신이 되지 못했습니다. 많이 좋아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라서 저는 귀신 비슷한 것이 되었는데요, 인간 따위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입니다. 어떨 땐 지겹고 고통스러운데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 못하겠습니다. 어쩌자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시무시한 인형처럼 계속 따라붙습니다. 전봇대 밑에 놔둬도 봉투 안에 꽁꽁 싸서 버려도 자꾸 내 피아노 위에 침대 위에 있습니다. 기껏 인간을. 왜 귀신은 사람을 따라붙을까요? 아마도 귀신과 저는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걔가 너 좋아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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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학동네 복간 시집 ‘포에지’시리즈 41번~43번 출간
문학동네포에지는 중견 시인들의 첫 시집을 새롭게 펴내는 복간 시집 시리즈로, 최승자 시인의 『연인들』(41번), 문인수 시인의 『쉬!』(42번), 나희덕 시인의 『그곳이 멀지 않다』(43번)가 지난 2월 15일에 출간됐습니다.
💛TMI💛포에지의 판형이 문학동네시인선의 판형과 같다는 사실!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던 시집,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탈바꿈한 '포에지' 시리즈로 다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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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찌 작가가 사랑한 두번째 시💕
바람 부는 날에 우리는 (김이강,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바람 부는 날에 알게 되었다
슬픔에 묶여 있는 사람들의 느린 걸음걸이에 대하여
고요한 소용돌이에 대하여
줄을 풀고 떠나가는
때 이른 조난신호에 대하여
삐걱삐걱 날아가는 기러기들에 대하여
아마도 만날 것 같은
기분뿐인 기분
아마도 바위 같은
예감뿐인 예감
어디선가 투하되고 있는 이것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구부려도 펴도 나아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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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걔가 너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왜 슬픔이 있을 때 바람은 내가 걷는 반대 방향으로 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어요. 같은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어쩐지 밀려서 걷기가 싫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기도 했습니다. 제 눈에는 날아갈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눈을 꼭 감게 되는지. 바람에 날아갈 것들을 더듬다가 내게 머리칼이 있구나 등이 있구나 등 안에 슬픔이 있구나. 슬픔을 깨닫게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온통 바람이 부는데 나는 나의 슬픔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또 슬퍼진 일 있습니다. 걔가 너 좋아한대. 느리게 걸으면 슬픔이 되는 말에 대해 생각합니다. 말이 슬픔이 되는 기분뿐인 기분에 대하여, 기분은 예감이 되고 그러나 예감뿐인 예감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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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아름다운 시 두 편을 추천해줄 시믈리에💛는 이소호 시인입니다.
『캣콜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이소호 시인은 고통과 폭력의 현장을 시로, 이미지로 분출해 주목받았는데요. 이소호 시인이 고른 시 두 편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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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구독자님의 피드백은 우시사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
▼▼▼▼3초 만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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