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현욱의 대화

☕️ 어색한 사이

어쩌면 조금 다른 사람들의
색깔있는 대화



<어색한 사이>는 모어데즈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단체가 협업해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페미니즘이 낯선 친구, 가족, 애인, 동료를 추천받아 페미니즘 활동가가 직접 만나러 갔어요. 어색한 사이, 차를 마시며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요? <어색한 사이>는 어느 금요일 깜짝 레터로 찾아옵니다.


이번 레터에선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단체 한 활동가와 페미니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민영님과의 대화를 전합니다.


“페미니즘 재밌기도 하고

관심 있으니까요”

☕️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



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부터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민영  네. 저는 민영이고 전라북도 익산 출신에 이공계에서 공부를 하다가 지금은 대학원에서 휴머노이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누나 하나 동생 하나 있고 화목한 가정에 부족함 없이 평범하고 또 조금은 특별한 그런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한   누나를 통해서 저희 단체를 처음 들으셨다고 했는데, 어떠셨어요? 거부감이나 의심은 안 드셨나요?
 

민영   그냥 이런 단체가 있구나 정도 하고 사실 별 생각 없었던 것 같긴 해요. 여자친구가 사이비 아니냐고 의심하긴 했어요. 


한   저 종교 없고요. 돈을 받지 않고요. 뜯지도 않을 예정이에요.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떠셨는지 좀 궁금해요. 사실 귀찮을 수도 있잖아요. 안 할 수도 있고

민영   사실 요즘 좀 바빠서 고민을 했는데 누나가 하라고 하니까, 또 엄청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고 밥 잠깐 먹는 거 페미니즘 재밌기도 하고 저도 굳이 따지자면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편이긴 했었으니까 재밌을 것 같다 생각했어요.

한   주변에 페미니즘 이야기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민영   요즘에는 거의 안 하고요. 군대 때 얘기 제일 많이 했었던 것 같고 아니면 뭐 그냥 친구들하고도 얘기를 좀 했었어요.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고등학교 때나 군대 때, 누나와 대화가 꽤 많이 이런저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한   저는 항상 주변에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했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뭐 한 번의 계기가 사람한테 그렇게 대단하게 있겠어 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페미니스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되게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접한 것 같거든요. 민영님은 그럼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하시게 되셨어요?

민영   사실 고등학생 때는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녀 갈등이 극에 달할 때였고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남녀 성비가 한 8 대 2 정도 되는 학교였어요. 그때 여자애들이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단체를 만들고 저희가 흔히 쓰는 용어나 행동을 지적하고 공론화시켜서 징계를 받는 경우가 주변에 많았거든요. 그 중에는 지금 생각해도 좀 억울하게 징계를 받은 친구도 있어 가지고… 지금도 그 징계를 당한 친구들은 엄청 싫어하고 그렇죠. 저는 말을 세게 한다거나 그런 발언을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고 그냥 여자 애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남자애들은 싫어하는 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근데 우호적이게 되신 거 아니에요? 주변 친구들이 다 싫어하는데 어떻게 우호적일 수 있었을까요?

민영   페미니즘에 우호적이라는 것도 저는 뭔가 되게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이런 거죠.
제가 흑인 인권운동에 우호적이냐라고 물어보면 우호적이겠죠. 제 주변에 절반이 흑인인 곳에서 흑인 인권 운동을 혐오하냐라고 물어봤을 때 그건 아닌 것 같고 뭐 그리고 누나 역할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해 가지고 누나한테 물어봤었던 것도 있었어요. 페미니즘을 왜 하는지부터 역사나 모르는 거 있을 때 좀 물어봤었는데 이제 내용은 잘 기억은 안 나요.

한    저는 2015~2016년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있고 막 이럴 때 있잖아요. 그때 만나던 친구들과 애인이 엄청 페미니스트가 된 거예요. 근데 초반에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니까 잘못 말해서 혼도 나고 지적도 많이 받고,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나거든요. 안 싸우셨어요?

민영    누나랑 이런 걸로 토론을 하면 했지 뭔가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었던 것 같아요.
감정이 들어간 싸움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저는 제가 잘 모르니까 배운다는 입장으로 물어봤었는데 누나 말이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비판적으로 잘 수용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카이스트에서 졸업 연구 같은 걸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희 담당했던 대학원생 남성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이랑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분이 아까 말씀드렸던 흑인 인권 운동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보면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비유를 듣고 이거를 막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페미니즘 하면은 일련의 사건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먼저 떠올랐다면 이후부터는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의미, 의의까지 싫어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했고 그때부터 좀 찾아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게된 것 같아요. 



“미러링이 옳은 방법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이념이 잘못된 건 아니죠”

☕️ 미러링에 대한 거부감과 그럼에도



민영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저는 미러링이라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거는 좀 어린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흑인 인권운동 대입법을 많이 쓰는데 그걸 대입해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한   근데 사실 힙합 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하기도 하잖아요?

민영   그렇긴 한데 그게 방법론이 옳지 않잖아요.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론인데 그거를 누나 말로는 그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한    저도 지금은 그렇게 이야기해요. 이제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냐면 일종의 비유인데 너무 부어 있었다 라고 이야기 해요. 이게 뭔 소리냐면 왜 사람이 얻어 맞으면 붓잖아요. 그리고 부으면 만지기만 해도 ‘아야’ 하고 소리 지르게 되잖아요. 일종의 그런 반응이었다라고 저는 생각해요.

민영    그렇죠. 근데 이제 저희 같은 이대남들은 그거를 페미니즘에 가치관이 성립이 안 된 상태에서 먼저 접하다보니까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군대에서 기동중대를 나왔는데 제 별명이 기동 페미니스트였어요. 애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싫어하잖아요. 근데 저는 뭔가 방금 했던 얘기랑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해서 그 이념이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보면 군대에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을 한거죠. 진짜 남성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활동을. 근데 이것도 웃긴 게 선임들한테는 그런 얘기 잘 못하고 후임들이나 동기들한테 대부분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 친구들의 생각을 바꾸겠다라기보다는 감정을 좀 배제하고 뭐가 진정으로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게 질문 던졌던 것 같아요.

한    너무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도 되게 많이 정리됐었거든요. 우리가 앉아서 공부할 일은 많지 않잖아요.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도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 근데 친구한테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약간 설득이 되는 과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페미니즘에 대해 되게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미러링 같은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서 되게 많이 화제가 됐었죠. 근데 사실 생각해 보면 패미니즘 뿐만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운동이 다 극단적인 게 있는가 하면 온건한 게 있잖아요. 이걸 가지고 “독립운동 때 사람 죽었으니까 독립운동 잘못된 거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없듯이 그 운동을 다 폄하하는 거는 사실 되게 웃긴 일이듯이 페미니즘도 그런 거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요.



“페미니즘은

남자 vs 여자가 아니라

사회 vs 여자, 남자잖아요”

☕️ '역차별' 어떻게 이해할지



민영   역차별 관련된 얘기도 많이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남자로서 겪는 불행이 있죠. 예를 들면, 이공계에서는 똑같은 성적을 받더라도 여자가 동아리나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우선으로 뽑히는 게 있다고 알고 있어서 그런 건 남성 역차별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얘기도 했었죠.

한   직접적 조치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영역에 있어서 유색인종이 너무 없어, 여성이 너무 없어 하면은 우리가 잠정적으로 직접적 조치라는 걸 하잖아요. 그만큼 소수자를 더 뽑는 정책들을 한단 말이에요. 그럴 때 일부 불공정하다는 문제의식 혹은 박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내가 그 사회 문제를 다 만든 건 아닌데 내가 겪어야 하면 억울할 수 있죠. 그래서 이걸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는 시도를 계속해야 된다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나에게 불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우리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야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긴 하거든요. 그리고 적극적 조치는 잠정적 조치이기도 해요. 임시의 기간 동안에만, 예를 들어서 소수자가 30% 이하인 곳에서는 그들이 자생하기 아렵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만 조치를 취한다고 하죠. 또 역차별에 대해서는 굳이 ‘역’이라고 붙일 필요 없이 남성들이 겪고 있는 불행이 있다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차별적인 구조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불행이라고 생각해요.

민영    그렇죠. 사실 이제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이제 남성 vs 여성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사실 사회 VS 여성, 사회 VS 남성인 거니까. 근데 잘 모르겠어요. 뭔가 감정적인 면에 있어서는 또 안 좋게 느낄 수 있고 그거랑 별개로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보면 당연히 여성 인권이 더 낮았던 거는 자명한 사실이고…

한   대부분 남성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일들, 부담스러운 일들을 보면 그거는 그냥 여성,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성차별주의에는 성별 고정관념을 되게 강화하는 게 있잖아요. ‘여자는 약해’라고 하는데 그 여자가 누구냐는 거예요. 장미란 선수가 약한가? 김연경 선수 약한가? 뺨 한대 맞으면 생각이 달라질걸요. 뭐 스펙트럼으로 봤을 때 그럴 수 있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은 다 능력치도 스펙트럼 안에 있을 수 있고 사람은 정규 분포 안에서 산다고 생각하거든요. 딱 떨어지게 이렇게 나눌 수는 없잖아요. 아마 많이 겹쳐 있을 거예요. 근데 계속 이분화해서 이야기하는 게 과연 우리 사회에 좋은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결국 그게 저는 남성들을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남성들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 중에 제가 자주 이야기하는 게 남성들의 외로움과 우울이란 말이에요. 남성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 못하잖아요. 저도 학교에서 그랬는데, 힘들다 하면 “남자 새끼가”라는 말을 주변에 있는 남자인 친구들이 많이 해요. 서로 검열하고 울면 “이 새끼 운다”라고 바로 주변에서 난리가 났죠. 그거는 여성들이 만든 게 아니라 성차별주의라는 우리가 만들어온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이걸 바꿔야 되는 거고 그럼 결국 성평등으로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우리가 같은 팀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영   그렇죠. 근데 그 스펙트럼 정규분포표를 예시로 들면 사실 남성과 여성의 뭔가 생물학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거긴 하잖아요. 일반적으로는 그러니까 정규 분포에 따라서 평균을 냈을 때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더 힘 같은 거 센 게 많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뭔가 뭐 더 유연하다거나 성별에서 오는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이제 뭐 최근에 제일 최근에 논란된 것들 중 하나는 뭐 경찰 시험이나 소방관 시험 이런 것. 저는 공통된 기준을 가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한   근데 그 기준을 뭘로 할 것인가를 두고 굉장히 의견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팔굽혀 펴기가 경찰 업무에 어떤 상관이 있는가. 예를 들어서 팔굽혀 펴기를 열심히 하면 도둑이 잡혀주지 않잖아요. 저는 의경을 생활을 했는데 사실 의경 하면서도 그 안에서 팔굽펴기 하나도 못하는 아저씨들 진짜 많았거든요. 그럼 그 사람들은 과연 경찰로서 적합한가? 이런 생각도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냐면 그 코스가 있어요. 오르락내리락 하고 담 넘고 더미 끌고 총 쏘는 것까지 이렇게 하는 코스인데 저는 사실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여성과 남성에게 생물학적인 차이가 없진 않죠. 자궁이 있고 고환이 있고 그런 차이가 있겠죠. 또 호르몬에 있어서도 호르몬의 농도의 차이가 뭐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을 딱 어디에서 가운데로 찍는가가 되게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생물학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에 있어서 뭐가 큰지에 대해서 항상 분분하잖아요. 정말 여성적인 것과 정말 남성적인 것 생물학적인 차이를 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예전부터 하던 사고실험 중 하나는 한 500명 정도를 낳았을 때부터 분리해서 서로를 못 보게 하고 똑같은 양을 먹이고 똑같은 걸 교육시키면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근데 이걸 한 세대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죠. 왜냐면은 우리가 이 여성적임과 남성적임의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꽤 점층적으로 쌓였으니까 그래서 그거를 여러 세대 반복하면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당연히 현실 구현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민영    근데 뭐 사실 유전학적으로 그게 뭐 다른 부분은 연구로 밝혀진 게 어느 정도 있긴 하죠. 키 차이라던가 근육량은 아까 말씀하신 호르몬 수치라든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키에도 적용을 하는 거고 생물학적인 차이도 있을 거고 .그런 차이들이 있는 그건 있는 건 있는 거죠.

한    그쵸. 근데 거기에서 어느 정도가 생물학적이고 어느 정도가 사회적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되게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해요. 왜냐하면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가 은연 중에 계속 여자애들한테 이렇게 얘기하고 남자애들한테 저렇게 이야기하는 그런 경향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남자애들이 다치거나 울면 “야 남자애가 씩씩해야지” 막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계속하면 인간은 계속 그쪽으로 커가잖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도 사회적 요소들이 되게 많을 뿐만 아니라 결국 그런 차이들을 강조하는 게 우리 문명의 발전 방향에 있어서 좋은 건가가 하는 게 두 번째 저의 고민이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징계 받은 사건...

그게 정말 필요했나?”

☕️ 처벌만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한   페미니즘 이슈에 있어서 가장 불편하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민영   고등학교 때 이야기인데, 남자들만 있는 단톡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남자애들 중에 한명이 그거를  캡쳐해서 여자애들한테 보낸 거예요. 그 내용을 문제 제기 해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친구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이 하나 있었거든요. 문제적인 것도 한 70~80% 억울한 거 한 두세개 정도 있었거든요. 지금 명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누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은 전혀 아니었고 이상한 사이트를 올린다거나 그런 거였거든요. 그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로 징계를 받을 만한가 잘 모르겠는데 그 정도 있는 톡방에 올렸으면 좀…  그게 필요했나… 필요했나….? 필요 했을 것 같아요. 근데 그 징계를 받아서 이 친구들이 반성을 하거나 뭔가 좀 바뀌었다거나 했으면 모르겠는데 (페미니즘에 대한 악감정이) 더 했으면 했지 덜 해지진 않았거든요.

한    요새 하는 고민 중 하나가 그거예요. 처벌을 되게 많이 이야기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은 그 징계를 때린 것도 처벌을 한 거잖아요. 근데 그게 정말 좋은 문제의 해결법인가에 대해서 저는 많이 회의적인 사람이거든요. 그 사례뿐만 아니라 제가 봤던 많은 처벌이 실제 그 처벌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사실 처벌을 왜 하지를 생각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정말 함무라비 법전에나 나오는 그런 옛날 얘기잖아요. 이제는 그것보다 더 나은 뭔가 문제 해결 방법이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했을 때 아프게 한 사람을 때려준다고 내가 낫는 건 아니잖아요. 더 필요한 건 아프지 않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럼 치료나 구조를 해야하는데 그거 없이 처벌만 하는 것은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탈코르셋 운동

잘 이해가 안가요”

☕️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한 페미니즘 이슈 중에서 평소에 궁금하셨던 건 없으세요? 이건 좀 이해가 안 간다 아니면 이거 궁금했는데 이야기 못 했다

민영   탈코르셋 운동은 잘 이해가 안 가요. 제가 어렸을 때 되게 뚱뚱했어요. 말도 좀 싸가지 없게 하고 저 혼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 생각한데다 자기 관리도 하나도 안 해서 약간 왕따 아닌 왕따를 당했었다고 생각 하거든요. 근데 이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가지고 살을 빼고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는 막 엄청 잘생겼다 까지는 아니어도 학교에서 인기 많은 사람 뽑으면 항상 이름이 들어가고 했거든요. 이렇게 제가 꾸밈이나 자기관리의 필요성을 경험했잖아요. 그래서 이게 되게 필요하고 무시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탈코르셋 운동은 그거에 좀 반대되는 개념이니까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한  어떤 얘기인지 알 것 같아요. 사실 탈코르셋 운동에 있어서 핵심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에요. 핵심은 이게 여성들에게 너무 차별적이라는 것 같아요. 예컨대 저는 그래도 꾸미려고 하거든요. 강의하니까 팩도 하고 여러모로 노력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화장 안 한다고 욕먹진 않잖아요. 근데 제 주변에 있는 여성들은 저랑 똑같이 강의하러 다녀도 화장을 안 하고 다닌 적이 없어요. 그것은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꾸밈에 대한 욕구 때문일 수도 있죠. 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등 떠미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화장을 안 하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비난하고 더 많이 조롱했던 그런 말들과 문화가 있잖아요. 여기에서 빡침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새 고민은 운동은 밑에서 위로 가야지 위에서 밑으로 가는 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은 것 같아요.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우리가 탈코르셋 운동을 하더라도 욕망이 있잖아요. 그래서 꾸미고 싶을 수 있거든요. 저는 그거는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화장 안 한다고 세상이 페미니즘적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 이야기를 구조적으로 해야죠. 구조적으로 코르셋이 만연한 사회에서 어떤 사람은 불편한 신발 때문에 다리가 퉁퉁 붓고 어떤 사람은 맨날 아침에 화장하느라 1시간 씩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이 구조를 이야기해서 바꿔야죠. 그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한테 “너 페미인데 화장해?” 라고 말하는 거는 좋은 운동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페미니즘이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운동을 왜 해? 라고 했을 때 단지 더 도덕적이고 올바른 사람이 되려고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거는 개인의 미덕이지 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운동의 핵심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기보다 잘못된 사회 구조를 바꿔서 더 행복하게 살자라고 저는 생각해요. 근데 사실 서로를 계속 검열하는 거는 하나도 자유롭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서 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게 뭔 도덕이야 그냥 남 탓하고 남 때려가지고 나의 도덕적 우월감을 갖추기 위함이지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

제 삶에 필요해요”

☕️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말하는 남성들



민영   방금 여자친구랑 전화하고 왔는데 그 활동가 분은 남성인데 왜 페미니즘을 하냐라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궁금해해요. 어쩌다 페미니즘을 하게 된거에요?

한   저는 페미니즘이 제 삶에 필요하고 중요하다 생각해요. 사실 사회에서 이야기하기로는 페미니즘이 여성의 인권과 권리 신장의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페미니즘은 성차별을 없애는 거잖아요. 저는 성차별의 영향에는 당연히 남성들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힘 세야지.’, ‘야 남자가 키가 그게 뭐야’ ‘남자가 왜 울어’ 이런 말들. 이것도 성별고정관념과 성차별주의를 강화하는 말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 스트레스였다는 걸 페미니즘 공부하다 보니까 알게 됐어요. 저는 왜소한 편이었어서 주변에서 남자답지 않다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고, 축구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근데 남자애들 사이에서 축구를 안 좋아하는 남자 청소년은 되게 조롱받고 핍박받는단 말이에요. 거기에서 내가 이상한가 내가 뭐 잘못됐나 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가 되게 길었는데 나중에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남자라고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그게 저의 많은 어려움과 고민들과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됐어요. 민영님은 페미니즘의 나의 언어가 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좀 드시나요?

민영   저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물론 저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그런 건 있겠지만 뭔가 그렇게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것 같긴 해요. 페미니즘이 뭔가 제 삶에 그렇게 큰 부분인가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건 아니긴 하거든요. 


한   저는 애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진짜 많이 줬거든요. 애인과 내 삶이 엄청 다르다는 거를 연애하면서 알게 됐거든요. 제가 만났던 애인이 자취를 할 때 되게 꼼꼼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안전이었어요. 저는 그때 당시에 반지하에 혼자 살고 있었는데 문도 제대로 걸지 않고 다녔거든요. 근데 비슷한 지역에 자취를 시작하려는 이 친구의 삶은 되게 다르구나 라는 걸 느꼈죠. 또 그것 말고도 여자친구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나 고민을 알고 싶은데 그게 페미니즘을 통해 이해 되기도 했거든요. 저의 경험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가족을 이해하고 싶어서 여자친구나 애인을 이해하고 싶어서 아니면 심지어 딸을 가지게 되면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같아요.


민영   그것도 궁금한 거 있어요. 이퀄리즘. 지금 주장하시는 거는 페미니즘보다는 이퀄리즘에 가깝지 않나요?

한   저는 만약에 이퀄리즘이 실제로 존재했으면 이퀄리즘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퀄리즘이 뭔데 라고 했을 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제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거는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왜 페미니즘이냐면 여성인권만 챙겨서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있는 존재들을 이야기하고 그걸 바꿔내는 주체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이거든요. 왜 흑백 인권 운동이 아닌지랑 똑같은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보통 흑인 인권 운동, 장애 인권 운동이라고 이야기하지 흑백노랑 운동 막 이렇게 하지 않잖아요. 그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운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주체이기에 흑인 인권 운동이지 흑인 인권 운동을 한다고 백인이나 동양인들의 인권을 내리자는 건 아닌 거죠.

민영    그러면 남성 인권운동가들이라고 본인들을 지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한    별로라고 생각해요. 저도 남성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남성 인권 운동가들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는 건 남성 인권 증진이 아니라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서 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남성연대’가 있는데 거기에서 남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뭘 해야 된다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보통 뭘 이야기하냐면 여성가족부가 쓰레기다 페미니스트가 잘못됐다라고 이야기하죠.  성차별주의, 가부장 제도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되게 재밌었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오늘 시간도 시간이어서 여기까지 하고 종료해도 괜찮을까요?

 

민영    네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한의 코멘트

이번 대화 제목으로도 뽑았는데, 민영님과의 대화 중에서 “제 별명이 기동 페미니스트였어요”라는 말이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민영님을 대화에 추천해준 누나분이 아는 지인이신데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대화를 보면 느껴지듯, 민영님은 누나로부터 영향도 굉장히 많이 받았고 페미니즘에 대해 되게 우호적이에요. 다만 누나나 다른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아직 멀고 서툴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래 다른 남성들에 비하면 엄청 많이 와 있는 거잖아요. 이 대화를 통해서 간극을 좁혀나가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나아가 민영님 같은 분들이 더 편하고 쉽게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자리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네요! 여러분도 이 대화를 보고 용기를 얻어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나 주제가 떠올랐다면 저희에게도 꼭 이야기해주세요~ 



💬 무수의 코멘트

이 대화를 읽으며 제 남동생이 생각났습니다. 남동생 2명이 있는데, 그중 한명이 민영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타깝게도 동생과 페미니즘에 대해 건강하게 나눈 기억이 적지만, 그럼에도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곱씹어보게 되었어요. 언젠가 동생이 ‘그래도 자신은 주변 사람들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라요. 그 말에 열받기도 했었는데 ㅎㅎ…다시 그 말을 돌아보자면, 페미니즘 잘 모르고 이해가 안되지만, 누나와 페미니즘을 나눈 덕분에 영향을 받고 달라졌다는 의미이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시점에서 동생과 다시 마주앉아 대화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간극을 직면하며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았기에 간극이 줄어들거라는 희망을 품게 해준 대화였어요. 



📰 <어색한 사이> 프로젝트가 경향신문 기사로 전해졌습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때면, 이 작업이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믿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첫 믿음은 남함페 이한님 덕분에 만들 수 있었고, 그 다음은 뉴스레터를 읽으며 응원을 보내주는 분들이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를 지속해볼 힘은 인터뷰를 제안해준 경향신문 우혜림 기자님 덕분이에요.

인터뷰를 하며 이 활동을 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나누었어요. 이 레터도 기사도 왜곡없이 읽혀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페미니즘이 어색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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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사이>에 페미니즘이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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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줘요
이번 레터를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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