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사전⟫ 저자 인터뷰 & 구독자 이벤트
Zoe "요새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습니다...다음 레터는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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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최근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인데요! 수상 소식과 함께 전국이 환호하며,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한강 작가님 외에도, 읽을 만한 텍스트가 가득하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되는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최근에 알게된 책 한권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텍스트힙' 시대에 어떤 책이 ‘읽을 만한’ 혹은 ‘읽힐 만한’ 책인지 고민해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광고는 아니지만, 레터 마지막에는 구독자 여러분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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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탄생⭐
2. 《그거 사전》 저자와의 인터뷰
3. 텍스트란, 독서란 무엇인가 + 구독자 이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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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전국이 들썩이는 중입니다.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물이 되었고, 이는 여성 작가로서는 18번째 수상 기록이기도 하죠.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으며, 2016년에는 맨부커상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번 수상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AP통신은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문학의 사회적 문제의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한강 작가의 작품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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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 스웨덴 아카데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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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수상 발표 후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은 한강의 작품 판매가 급증했으며, 두 웹사이트에서만 13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에는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발표 당일, 교보문고 웹사이트는 랙(lag)이 걸려 한때 마비되기도 했고, 예스24에서는 국내도서 1위부터 10위까지 한강의 책이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 출판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대형서점 워터스톤스, 포일스 등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당일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완판되었고,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주영 한국문화원이 포일스에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하고 한국어 원서 재고를 진열했는데, 이 역시 만 하루 만에 거의 다 판매되었다고 하니까요. 그야말로 세계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한강' 열풍이 그저 반짝, 하고 지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오히려 최근 우리는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고 탐닉하며 독서 문화를 새롭게 점화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건 꽤 지속적인 트렌드였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저 하나의 트리거(trigger)가 되었을 뿐이라는 거죠.
일례로 올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한 서울국제도서전은 5일간 최소 15만명의 방문객을 모았고, 특히 행사 기간 동안 특히 20~30대 방문객이 눈에 띄었습니다. 20~30대가 주로 선호하는 SF, 판타지 소설 쪽 매대는 폐막일 오전에 이미 ‘완판'이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죠. 어피티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61.8%가 최근 몇 년간 독서량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최근 3개월간 1인당 평균 독서량은 약 5.62권으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이른바 '텍스트힙', 텍스트(text)를 읽는 것을 힙(hip)하다고 여기는 트렌드도 여기에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점점 더 다양한 읽을거리, 더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한국문학의 다양성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배리 웰시 동국대 교수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웰시 교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한국에서 출간된 책만 보더라도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독창적인 작가들이 다양한 내용의 소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한국문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읽지 못했던 것이지, '읽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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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제가 최근에 정말 흥미로운 출판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발견하고 나서 심장이 막 두근두근하고,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흥미로워서 구독자 여러분들과도 꼭 함께 공유하고 싶었는데요. 어쩌면 여러분에게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열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혹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라면 새로운 분야를 소개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레터를 통해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은 바로 매일경제에서 기사가 업로드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홍성윤 기자님의 '그거 사전' 시리즈를 책으로 옮긴 《그거 사전》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는 사물에 얽힌 역사/과학/경제/문화적 '썰'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죠.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라는 모토 하에, 작가님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 관련 지식을 한데 모아 이 사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내용입니다.
홍성윤 기자님, 아니 이제는 작가님이라고 불러야겠죠? 홍성윤 작가님과 감사하게도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를 얻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는지에 대해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옮기고 싶어, 원문을 최대한 살려 여러분과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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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이하 조): 23년 11월 '귤락'에 대해 다루신 기사부터 가장 최근 '소스 보트'까지,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물에 대해 기사를 쓰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로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홍성윤(이하 홍): 모든 하찮은 상상력들과 마찬가지로, 《그거 사전》의 시작은 화장실🚽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샤워 부스 속 새 샴푸통이었죠.🚿 펌핑 용기 부속품 중에는 유통 과정에서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펌프 부분을 고정하는 C자형 부속품 '그거'가 있습니다. 보통은 빼자마자 버려지는 신세이지만, 그거를 손에 들고 있으려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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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이 직접 공유해주신 샴푸통 '그거' 이미지. 이거 이름이 뭔지 아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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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제조사에서 이 부품을 지칭하는 이름이 있지 않을까?” 한번 의문을 품자 주변에 있는 수많은 무명(無名)의 '그거'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서 "그그그그, 그거 뭐더라? 그거 있잖아, 왜."라고 넘어가는 사물의 이름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하찮은 물건들의 떠들썩한 등장과 나름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아이템 선정과 조사를 마무리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원고가 쌓인 뒤에는 온라인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책으로도 펴내게 됐네요.
참고로, 샴푸 용기의 C자형 플라스틱 부품의 이름은 클립 록(clip lock)이라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간단히 스토퍼(stopper)로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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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진짜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물'이 참 많은데요. 소재는 어떻게 선정하고, 리서치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홍: 제가 평소 궁금했던 사물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 이름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합니다. 혹여 저만 궁금한 내용일 수 있으니까요, 최소한의 보편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입니다.
예를 들어 가위손이라는 물건이 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1990년 작품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① 냄비나 그릇 따위의 손잡이 ② 갈대를 엮어 만든 삿자리 둘레에 천 같은 것을 빙 돌려댄 부분을 뜻하는 표준어입니다.
가위손은 가위와는 무관한 단어예요. 경계의 바깥쪽 부분, 그릇 따위의 아가리 둘레, 강가·바닷가처럼 주변을 뜻하는 순우리말 '가'에서 파생된 단어로 보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이 역시 정확한 어원은 아닙니다. 아무튼 혼자 신기해하며 찾아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근데, 이걸 사람들이 궁금해하긴 할까? 그냥 냄비 손잡이라고 부르고 있잖아."
이 시점에서 가위손은 아쉽게도 탈락입니다. 출발은 제 개인적인 호기심이지만 최종 선정 기준은 대중의 공감대(맞아, 나도 그거 이름이 궁금했어 -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에 두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했지만, 가장 유용한 출처는 아무래도 구글 특허(Google Patents)와 키프리스(KIPRIS 특허정보검색서비스)였습니다.
특히 구글 특허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을 비롯한 17개 특허청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검색 엔진으로, 무려 1790년 7월 31일자 미국 1호 특허부터 아카이빙이 돼 있습니다. 여담으로 미국 특허 1호 'USX1I1'은 새뮤얼 홉킨스가 출원한 탄산칼륨 제조공정 특허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죠. 이 밖에도 사전, 국내외 언론 기사, 학술자료 등을 참조했고, 필요하면 제조사나 현장에 직접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문의 글을 여러 번 남기기도 했습니다. 웹사이트의 '카더라'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교차검증도 했고요.
나름 뿌듯함을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한 해외 발명가의 이름이 아무리 봐도 영 어색한데, 상당수의 웹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틀리게 명기됐더군요. 원흉은 구글 특허였습니다. 구글 특허는 일정 시점 이전의 오래된 문서는 OCR(광학문자인식) 방식으로 읽어 텍스트화하는데, 조악한 화질로 스캔 된 필기체 O를 C로 오인하는 바람에 구글 특허를 인용한 모든 자료가 '오염'된 것이었습니다. 해당 특허문서 원본 PDF를 직접 확인하고, 사료를 조사해 제 책에는 제대로 된 이름으로 써놓을 수 있었습니다. 구글 0 대 나 1점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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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이라는 단어를 구글에 검색하니 이 영화밖에 안 나오는데요.....© 영화 '가위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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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기사로 작성된 글을 책으로 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출판을 하게 되셨는지, 또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제일 중점을 두셨었는지 궁금합니다.
홍: 몇 년 전에 '그거 사전'의 프로토타입 성격의 온라인 기사를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운이 좋게도 조금 화제가 돼, SNS 등을 통해 전파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출판업에 종사하셨던 한 동문 선배께서도 그렇게 제 기사를 접하고, 책으로 한 번 내보면 어떻겠느냐 - 제안을 주셨어요. 그 이후로 출판용 원고를 써서 비축해둔 것이 《그거 사전》의 시작입니다.
이후 초고 수준으로 몇 년간 제 컴퓨터 하드 디스크 속에 남아있던 《그거 사전》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시점은 2023년 말이었습니다. 당시 온라인 콘텐츠 관련 부서에 잠깐 파견 근무를 하게 됐거든요. 그래도 온라인 부서에서 일하는데, 겸사겸사 온라인 콘텐츠라도 연재해볼까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꿈의 먼지라도 털어볼 요량으로 조금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올 초 정강이뼈 복잡골절로 약 3개월간 시즌 아웃을 당했습니다. 꼼짝없이 누워있다 보니 온갖 잡생각을 다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잡생각 중 하나가 '《그거 사전》을 책으로 내보자'였습니다. 저보다 먼저 출간한 '선배 작가님' 와이프의 응원도 계기가 됐고요. 이번 출간을 계기로 마침내 작가 선배님과 마음 편히 겸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낙장불입'의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어쨌거나 바로잡을 기회가 있는 기사의 세계와는 달리, 수정 불가능한 물리적 활자 매체 책에 흔적을 남긴다는 부담감이 상당했거든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오류는 물론이고 오탈자, 비문, 어색한 표현 등이 없도록 편집자분과 함께 마지막까지 열심히 읽고,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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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웹사이트에서 '그거 사전'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책에 대해 직접 여쭙다 보니 작가님의 '집념'이 새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여쭤보고 싶어졌습니다. 작가님만의 집념, 작가님의 철학, 독서 취향 같은 좀더 딥(deep)한 것들에 대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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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그거,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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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인터뷰를 통해 공유해주신 이야기마다 작가님의 '집념'이 느껴지는데요. 모든 에피소드를 정성을 다해 쓰셨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혹은 더 애정이 가는 에피소드가 따로 있을까요?
홍: 이미 웹기사로 소개된 꼭지 중에는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그거🍊'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리즈 1호 꼭지이기도 하고 《그거 사전》을 대표하는 '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읽는 분들도 많이 공감해주셨고요. 그 밖에도 '카레 전문점 알라딘 램프 같은 그거🍛'와 '배낭에 달린 돼지 콧구멍 장식 그거🐷'를 쓰면서 참 즐거웠습니다. 사물의 이름을 추적하면서, 이야기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제 스스로 확인하는 기회가 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담기도 했고요.
책에만 실린 이야기 중에는 '전봇대에 회오리 감자 그거⚡'가 먼저 떠오르네요.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이름이라서,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제가 겪었던 놀라움을 독자 여러분도 경험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대충 구매 버튼 누르라는 말.t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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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만한 책, 사랑받을 만한 책은 따로 있을까? ©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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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텍스트힙’ 시대, 누군가는 ‘젊은 층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읽을 만한 책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읽을 만한 책’이 따로 있는 걸까요? 이 말에 대해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홍: 가브리엘 마르케스 영역본 번역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라바사는 자신의 저서 '번역을 위한 변명'(세종서적)에서 "1만 명의 독자는 1만 개의 다른 책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에게 권위라고 할 만한 것이 한 톨도 없다 보니 저명한 분의 말씀을 빌려왔습니다만, 읽을 만한 책은 읽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란 생각에는 백번 동감합니다.
지적 허영으로 집어 든 인문 교양 벽돌책이든 원초적 재미와 심심파적 할 요량으로 고른 라이트 노벨이든 독자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책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헤맴과 단련의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읽을 만한 책’도 있고요.
과거에는 시대정신·거대 담론과 직결된, 시대의 부표와도 같은 필독서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독서는 단순히 세대·시대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세분화·개인화된 영역이 됐습니다. 그래서일지 '젊은 층이 읽을 만한 책'이란 표현은 저에게 깊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초등학생도 재테크 서적에 푹 빠질 수 있고, 백발 성성한 어르신도 《오만과 편견》 다아시에 폴인럽-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엔 20대 무렵엔 SF·호러 같은 장르 소설만 줄곧 읽었습니다. 영화에 더 빠져 있기도 했지만요. 장르에 대한 만성적 허기에 시달렸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훌륭한 SF 작품들이 곧잘 소개되는 지금은 너무 행복할 따름입니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좋은 책을 읽을 여유'인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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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직업이 직업이시다 보니, 텍스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실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구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실까요?
홍: 소설에서는 귀기(鬼氣) 어린 작품에 홀립니다. 신들린 것처럼 인물과 사건들이 대단원을 향해 질주하는 작품을 읽으면 함께 숨을 헐떡이며 빠져듭니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 (1955), 스티븐 킹의 《그것》(1980),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를 읽으면 그 거침없음에 경외심마저 듭니다.
말글을 업(業)으로 삼는 입장에서 빛나는 문장들은 항상 곁에 두고자 합니다. 도끼로 찍어내듯 지나간 자리 마다 붉은 자국을 남기는 문장(김유태 작가의 《나쁜 책 - 금서기행》)과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의 결들을 섬세히 묘사하는 문장(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을 흠모합니다. 기자이기도 한 김유태 작가는 이번에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당일 국내외 언론사를 통틀어 유일한 인터뷰 기사를 쓰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 김유태의 웅숭깊은 질문과 한강 작가의 섬세한 답변이 서로 마주보고 춤을 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운 글이니 일독을 권합니다.
위트가 담긴 글을 애정합니다. 저도 그런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빌 브라이슨과 올리버 색스의 모든 저작, 테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이 공동 집필한 《멋진 징조들》 (번역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 있습니다만),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거 사전》의 부제가 ‘이름 모를 사물들을 위한 안내서’였는데, 제목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탁월한 SF 작가들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도 빼놓기엔 섭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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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그거 사전》 이외에도 깊은 관심사가 있는 분야가 또 있으시다면? 혹시 앞으로 또 출판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따로 있으신가요?
홍: 5살 쌍둥이를 키우는 평범하고 대단한 경험을 소재로 만화책을 내고 싶다는 소소한 욕심이 있습니다. 육아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반짝이는 순간을 만화의 형태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고, 속내는 두 아이가 나중에 자신들의 분탕질과 흑역사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고두고 놀려먹어야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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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동심, 깊어지는 근심, 만화그릴 결심 © 홍성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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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관심사는 차고 넘칩니다. 제 본질은 소설·영화·게임·만화·애니메이션·레고·수집 등 온갖 서브컬처와 밈(meme)에 절여진 오타쿠에요. 쌍둥이 아빠 주제에 블루레이 수백 장, 만화책 수천 권에 둘러싸여 사는 삶도 병행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세뇌하고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 신작이 개봉하면, 그 일자에 맞출 수 있도록 약 반년 전부터 시리즈 전 작품을 정주행합니다. 소장한 보물 중 하나가 엑스파일의 우리말 더빙 성우인 이규화·서혜정 성우님이 직접 녹음한 운전면허 교습 오디오 CD [THE D-FILE]이고요. 오직 마돈나 공연을 보기 위해 항공권을 끊습니다. 쌍둥이 태명을 츄이(츄바카)와 요다로 짓고 와이프와 낄낄 대기도 했죠. 본령이 이렇다 보니, 새 온라인 연재물로 [덕질 사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업 규모와 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비해 아직도 하위문화(서브컬처)로 취급받는 덕질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출간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사전》 시즌2를 위한 아이템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호텔 침대 위에 이불도 아니고 좁다란 천 그거. 어때요, 궁금하신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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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드린 책 《그거 사전》, 어떠셨나요? 이 책이 궁금한 구독자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거 사전》이 궁금한 이유를 아래 링크로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총 다섯 분께 책을 무료로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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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X그거 사전] 구독자 이벤트
1. 참여 기간 : 2024. 10. 17~ 2024. 10. 23 (1주일)
2. 당첨자 발표 : 2024. 10. 31 발행 레터 하단에 당첨자 발표 3. 이벤트 내용 : 《그거 사전》에 대해 기대되는 포인트, 《그거 사전》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 등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4. 당첨 경품 : 총 5명 선정해 《그거 사전》 도서 무료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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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Zoe>의 코멘트
2화만에 홀딱 빠져버려 원작 만화를 하룻밤만에 정주행하게 만들었던 《정년이》 클립을 추천드리며 오늘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국극을 잘 몰라서, 주인공 정년이가 천재적인 소리꾼이라는 설정이 등장할 때마다 아직은 어리둥절하지만(...) 원작과 다른 흐름으로 가고 있어서, 드라마가 과연 어떤 결말을 짓게 될지 궁금해서 끝까지 지켜보려 합니다. 김태리 배우가 또 다른 걸작을 만들어낼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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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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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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