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대 사회학 박사과정. 밥상이 차려지는 이면의 인권에 관해 관심이 있다. 저서 <깻잎 투쟁기>는 한국의 ‘농업’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참여 관찰 방식으로 기록했다.

Q. 이주노동자는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에서 일하게 되나.

A. 제가 만났던 보파 씨를 예로 들겠다. 보파 씨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약 100km 떨어진 시골 출신이다. 지역의 다수는 빈곤하며, 학력이 낮다. 보파 씨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프놈펜으로 이주 후, 미용 기술을 배운다. 미용원에서는 숙식을 해결하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반면 월급은 한화로 약 85,000원 수준으로 아주 적다. 이후 보파 씨는 봉제 공장으로 취업한다. 최저 월급 수준이다. 캄보디아 최저월급은 ‘21년 기준 약 192달러다(한화 24만 원). 생활하기 빠듯한 금액이기에 해외 취업을 계획하고, 고용허가제를 신청했다. 

캄보디아 봉제공장 모습 ⓒ 우춘희

Q. 고용허가제는 무엇인가.

A. 정부는 아시아 16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비전문취업(E-9) 비자의 형태로 국내 사업장을 중개한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에 한정하며, 최대 거주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1년에 1번 시험 응시가 가능하고, 합격해야 구직 자격이 생긴다. 한국어 능력 시험, 기능 시험, 건강검진, 인터뷰 녹화의 과정을 거친다. 사업주의 고용 확정 후 최종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이후에도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대개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좋은 제조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시험 합격 점수가 낮은 농축산업을 전략적으로 신청하기도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많은 시간, 노력, 비용이 드는 과정이다.

Q.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내국인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

A. 사실이 아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이 일하러 오지 않는 곳에 외국인이 일을 하도록 돕는 제도다. 사업주는 내국인 구인 노력이 의무화된다. 7~14일 정도의 채용 공고 후에도 내국인 지원자가 없을 때만 이주노동자 고용이 가능하다. 즉 고용허가제는 한국의 필요로 만든 제도이지 저개발국 노동자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Q. 왜 깻잎 농사에 주목했나.

A. 깻잎은 손에서 시작해서 손으로 끝나는 작물이라 노동 집약적이다.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며 연중 내내 작업량이 일정하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노동자를 1년 내내 고용 유지해야 한다. 고용허가제의 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물이 바로 깻잎이다. 제가 농사를 참여했던 밀양의 경우 지역 인구 10만 명 중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만 800~900명이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마을의 풍경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이웃 간 구두계약을 통해서 일손을 채웠다. 고용허가제 이후 농민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역할이 바뀐다. 깻잎이 고용허가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작물이라고 생각했다.

깻잎 농장 모습 ⓒ 우춘희

Q.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왜 잘 드러나지 않는가.

A. 많은 제품이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마스크를 예로 들자. 코로나 초창기에 마스크가 부족할 시, 마스크 제조업체는 주말도 쉬지 않고 24시간 풀 가동됐다. 이때 부족한 내국인 일손을 대체한 것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어찌 보면 K방역의 신화는 이주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의 방사성 물질 제거 작업에 베트남 노동자를 불법 투입하여 문제가 됐다.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노동 환경에 이주노동자가 있다. 대도시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체감하기 힘들지만, 공업단지와 농촌지역은 이미 이주노동자로 북적인다. 밀양도 장날 저녁 시간에는 이주민으로 가득하다. 이 지역에 아시아 마트만 5곳이고, 캄보디아 식당만 3곳이다. 농촌의 택시 기사와 모텔 업종은 이주노동자가 먹여 살린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한다. 이미 지역의 주요 소비 주체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 수급 방안’이라고 표현한다. 고용허가제는 단기/순환적인 노동 상품의 관점에서 설계됐다. 이주노동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문제를 겪는 지는 무관심하다. 제도를 통해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어차피 4년 10개월 후 귀국할 인력이니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니 임금 체불, 성희롱, 성폭력이 빈번하고, 주거권, 건강권이 지켜지지 않는다. 저개발-아시아-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선도 여전하다.

Q. 이주노동자는 왜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나.

A. 급여를 포기하고, 시간을 할애하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농촌 지역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마을이 아닌 외딴곳에 거주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혹여나 강제 출국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스스로 자제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어 표현이 서툴고, 정보가 제한적이니 적극적으로 불이익에 대처하기도 힘들다.

Q. '20년 속헹 씨의 죽음 이후 '비닐하우스 숙소'를 불법으로 금지하고, 주거 시설을 짓는 농장주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A. 많은 부분 임시 주거시설에서 상용 주거시설로 변경됐다. 그러나 문제는 월세다. 예전에는 임시 주거시설에서 1인당 20만 원씩 월세를 냈다. 그러나 상용 주거 시설로 바뀌면서 1인당 약 40만 원을 지불한다. 1개의 방에 2명이 살면 사업주 입장에서 월세 수입만 80만 원이다. 집이 바뀐 건 좋은 데 월세가 너무 높다고 이주노동자는 말한다. 농장주도 그들대로 불만이다. 1500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주거 시설을 개선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 임시 주거 시설 : 샌드위치 패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 상용 주거 시설 :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등

Q. 이주노동자가 몇 명이 모여서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구하면 되지 않나?

A. 물론 농촌지역에서 월세 35만 원 정도면 적당한 집을 구할 수 있다. 2명이 모여 산다면 인당 17~18만 원씩만 부담하면 된다. 내국인이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쉽지 않다. 일터까지의 이동이 어렵다. 농촌은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매번 택시를 타거나 사업주가 픽업해야 한다. 또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집을 빌려주기를 꺼려한다.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이주노동자는 현실적으로 숙소를 구하기 힘들다. 농장주가 제공하는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 과도한 숙식비 징수 원인으로 지목된다.
ⓒ 우춘희

Q. 농축산·어업의 이주노동자 노동 환경이 더 열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농축산·어업 노동자는 근로 시간과 휴식·휴일 등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예외 근로자’다. 농업 노동자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 바쁜 계절에는 하루에 15시간 넘게 일한다. 제조업 대비 급여도 적다. 연장·야간·휴일 근무에 따른 수당이 없어서다.

Q. 농장주(사업주)는 농장주대로 고용 후 중도 이탈에 대한 불만이 있다. 현실은 어떤가?

A. 어떤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여권과 통장을 압수하고, 월급을 늦게 주는 등의 꼼수를 쓴다. 사업주가 노동자의 이탈을 막고자 한다면 좀 더 좋은 노동 환경, 처우를 고려하는 것이 정상이다. 적정한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고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길 이유가 없다.

Q. 사회적 약자인 중소 농민이 고용주가 되어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모습이 생경하다.

A. 농장주를 악덕하게 묘사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농장주도 있고, 이웃으로서 정겹게 대해주는 농촌 문화도 있다. 중소농가가 산업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농민이 사회적 약자라고 하더라도 타인을 착취하는 행위를 묵인할 수는 없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민은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는 사업주로서 지위가 바뀌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행해야 한다.

Q. 불법체류 상태의 노동(미등록 이주노동)이 왜 고용허가제를 통한 노동보다 선호되나? 농장주는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나? 정부는 왜 암묵적으로 묵인하나?

A. 강제 출국의 위험이 있지만 불법체류 상태에서는 고용허가제를 지킬 필요가 없다. 즉, 노동자가 원하는 월급 수준, 원하는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다. 불법 체류 상태의 노동자가 체감적으로 30만 원 정도 월급을 더 받는다. 월세도 내지 않는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당장 일손이 급하니 사설 인력알선업체를 통해서 일용직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시기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선택하여 사업장을 이동하는 현상이 빈번했다. 농촌의 경우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단속하기 힘들다.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노동력이 필요하니 일정 수가 늘지 않는 정도로 관리하는 정도다. 이주노동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Youtube) 이주노동자 불법을 삽니다 (예고) ⓒ KBS 시사기획 창

Q. 농산물 가격을 현실화하고, 농가 소득이 안정화되면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도 부수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A. 일정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도 농가소득은 높으나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농장주가 있다. 임금 체불, 성희롱, 성폭력, 주거 문제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Q. 그렇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A. 좀 더 장기간 합법적인 체류 상태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 교육, 사회보장제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유사 가족 형태를 유지하며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보편적 권리로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인력 수급 방안에 담겨있는 상품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그의 손과 더불어 그의 일생이 함께 온다.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손에 우리 밥상이 기대어 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밥상도 건강할 수 없다.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다.

글ㅣ최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