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씁니다. 그 글이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 구독자들에게 ‘메일 아침 8시 제가 쓴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하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세상에나, 매일 아침이라니!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까지 무사히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보내드린 레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마감이 없다면 내가 마감을 만든다. 제가 작가로 일하는 방식입니다” 라고요. 네 맞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마감이라는 연못에 밀어서 빠트려 버립니다. 풍덩. 그 연못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팔과 다리를 힘껏 저어야겠죠.
글쓰기 강의를 하면 많은 분들이 제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하고 묻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니 일주일 동안 글을 얼마나 썼죠?” 그들은 머뭇거리며 대답합니다. “사실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어요.” 저는 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일단 써 봅시다. 잘 쓰는 건 그다음 문제니까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말장난 같지만, 일단 써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를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다른 사람이 시키거나, 누군가로부터 의뢰가 들어와야 비로소 움직이죠. 글쓰기를 비롯해 뭔가를 창조한다는 건 아주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죠. 그래서 더더욱 하기가 주저되는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등을 떠밀기 전에는 문을 나서지 않습니다. 아, 돈을 주면 힘차게 문을 열 때도 있습니다만.
쓰고 싶지만 쓸 곳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지금처럼 자신의 글을 보여줄 장소가 많은 시대가 없었습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뉴스레터가 있잖아요. 브런치도 있네요. 없다면 만들고 거기에 선언하세요. “저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여행 에세이를 올리겠습니다!” 이렇게요. 당신이 글을 쓰기 위해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감’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당신에게 원고를 청탁하지 않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한테 여행에 관한 글을 청탁하는 편집자는 많았지만, ‘작가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매주 글을 써 주세요’하고 청탁서를 보내는 편집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마감이 없으면 글을 못 쓰는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편집자가 ‘3월 5일 오후 6시까지 원고지 20매를 써주세욧!’ 해야 3월 5일 오후 6시까지 겨우 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마감의 연못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 버리기로 결정한 겁니다. 뉴스레터를 만들고 구독자를 모았죠. ‘매일 아침 8시,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쓰다 보면 당신의 글을 보는 사람이 생겨날 겁니다. 잘 쓰는 건 그때 생각해보자고요.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혼자서 보는 글은 글이 아닙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요 라는 말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글을 읽은 누군가로부터 ‘글이 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겁니다. 작가라는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마감을 만들고, 선언하고, 쓰세요. 이 방법이 글을 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3매의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3매의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세요. 음식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면 매주 목요일 음식에 관한 10매의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세요.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쓰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 소파에서 일어났다면, 나가서 무얼할까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쓰세요. 왜냐하면 아무도 안 읽으니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