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온 이월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더위가 기운을 쪽 뺏어가는 듯해도, 꿋꿋이 그리고 건강히 잘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단 긴 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밤낮으로 푹푹 찌던 날씨가 그래도 이른 아침이나 밤에는 꽤나 선선해졌으니까요. 🍃

이런 날씨라면,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책을 하면, 산책한 이와 사랑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날씨가 찾아오고 있다고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걷기 좋은 날씨와, 선선한 바람 따라 선선해지는 마음과 분위기가 그 확률을 높여줄 것 같거든요.

편지의 초입이면 늘 하던 날씨 얘기지만 오늘은 조금 더 깊게 얘기했네요. 오늘의 주제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날 좋은 날의 가벼운 산책이거든요.

'기쁨'에 대해서는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 기쁨의 대상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좋다, 즐겁다, 기쁘다. 이 모든 형용사는 비슷하지만 다른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엄연히 다른 말이고 다른 표현이니까요. 제게 '좋다'는 '즐겁다'와 '기쁘다'를 모두 포용하는 큰 감정이라고 느껴지고, '즐겁다'는 '기쁘다'보다 조금 더 원초적인 감정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따로, 또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일단 '해방감'을 필두로 합니다. 일전 스무 번째 편지에 썼던 것처럼, 퇴근 후 즐기는 가벼운 일상과 취미가 일단 한몫을 해요. 주말에는 게임을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는데 게임의 엔딩을 본 날이나 몇 번을 봐도 또 보고 싶은 만족스러운 공연을 발견한 날이면 그 즐거움은 최고치에 달하죠. 이런 것들이 제게 가장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가장 보편적인 즐거움입니다. 🎵

다음으로 저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쁨은 즐거움보다 '뿌듯함'이란 감정이 더 동반된 순간 찾아왔어요. 곱씹다 떠오른 것은 바로 성취감이었습니다. 맡은 일을 무사히 해낼 때, 누군가에게 나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 구독자님을 비롯한 열두 달님들께 레터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 그럴 때는 뿌듯하고 흐뭇해져서, 절로 '아, 기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감정을 포용하는, '좋아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날 좋은 날의 가벼운 산책도, 귀갓길 만난 귀여운 길고양이도, 에어컨 빵빵한 집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과 좋아하는 영화 한 편도 다 좋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단 하나가 있다면요? 🤔

결국 이 모든 문장들을 관통하는 건 흔하고 진부하지만,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제 즐거움과 기쁨이 동시에 되어주는 곳은 가족의 품뿐 아니라 한 곳이 더 있어요.

바로 여기요. 열두 달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렇게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겁고 기쁜 일인가요. 이렇게 저를 채워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이월상담소>는 저 이월이 열두 달님들의 고민을 받아 답변을 드리는 코너예요.

이월에게 고민을 남겨주시면, 다음 레터를 통해 고민에 대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고, 가벼워도 좋고, 묵직해도 좋습니다.

마음에 담긴 고민들을 풀어주시면 열심히 듣고, 더 열심히 답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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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민이든 기다릴게요. 혼자 애쓰지 말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