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건양다경 / 봄 - 다자이 오사무
입춘. 봄이 시작되는 날.
01. [스물네 번의 계절] 오늘의 24절기와 72후 
"스물네 번의 계절"은 24절기, 72후를 다룬 짤막한 글입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눈 계절의 구분이며, 72후는 24절기를 다시 5일씩 3개로 세분화해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나타낸 지표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합니다.

2025년 2월 4일 수요일

24절기: 입춘 立春

2월 4일 ~ 2월 18일경

72후: 동풍해동 東風解凍

2월 4일 ~ 2월 8일


얼었던 기운이 서서히 풀리며,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립니다.
동풍해동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생명이 다시 움직일 준비를 시작하는 때를 상징합니다.

제철 꽃: 매화

제철 음식: 봄동

오늘 무슨 날: 입춘, 독립기념일(스리랑카), 무장투쟁의 날(앙골라), 로자 파크스의 날(미국), 세계 암의 날, 스웨터의 날.

오늘이 생일: 현종, 노턴 1세, 나석주, 찰스 린드버그, 로자 파크스, 앨리스 쿠퍼, 조지 A. 로메로, 김지하, 야마시타 타츠로.

오늘이 기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02. 계절번역  
 "계절 번역"은 계절에 관련된 짧은 글을 가지고 와서 재미로 시험 삼아 그래도 조금 진지하게 번역해 보는 코너입니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전라도 기행은 쉬고, 지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른 작품의 일부를 번역합니다.
  다자이가 살던 도쿄 미타카의 집. 도쿄 미타카시 홈페이지. 
春 太宰治 
もう、三十七歳になります。こないだ、或る先輩が、よく、まあ、君は、生きて来たなあ、としみじみ言っていました。私自身にも、三十七まで生きて来たのが、うそのように思われる事があります。戦争のおかげで、やっと、生き抜く力を得たようなものです。もう、子供が二人あります。上が女の子で、ことし五歳になります。下は、男の子で、これは昨年の八月に生れ、まだ何の芸も出来ません。敵機来襲の時には、妻が下の男の子を背負い、私は上の女の子を抱いて、防空壕ごうに飛び込みます。先日、にわかに敵機が降下して来て、すぐ近くに爆弾を落し、防空壕に飛び込むひまも無く、家族は二組にわかれて押入れにもぐり込みましたが、ガチャンと、もののこわれる音がして、上の女の子が、やあ、ガラスがこわれたと、恐怖も何も感じない様子で、無心に騒ぎ、敵機が去ってから、もの音のした方へ行って見ると、やっぱり、三畳間の窓ガラスが一枚こわれていました。私は黙って、しゃがんで、ガラスの破片を拾い集めましたが、その指先が震えているので苦笑しました。一刻も早く修理したくて、まだ空襲警報が解除されていないのに、油紙を切って、こわれた跡に張りつけましたが、汚い裏側のほうを外に向け、きれいなほうを内に向けて張ったので、妻は顔をしかめて、あたしがあとで致しますのに、あべこべですよ、それは、と言いました。私は、再び、苦笑しました。
 疎開しなければならぬのですけれど、いろいろの事情で、そうして主として金銭の事情で、愚図々々しているうちに、もう、春がやって来ました。
 ことしの東京の春は、北国の春とたいへん似ています。
 雪溶けの滴しずくの音が、絶えず聞えるからです。上の女の子は、しきりに足袋を脱ぎたがります。
 ことしの東京の雪は、四十年振りの大雪なのだそうですね。私が東京へ来てから、もうかれこれ十五年くらいになりますが、こんな大雪に遭った記憶はありません。
 雪が溶けると同時に、花が咲きはじめるなんて、まるで、北国の春と同じですね。いながらにして故郷に疎開したような気持ちになれるのも、この大雪のおかげでした。
 いま、上の女の子が、はだしにカッコをはいて雪溶けの道を、その母に連れられて銭湯に出かけました。
 きょうは、空襲が無いようです。
 出征する年少の友人の旗に、男児畢生ひっせい危機一髪、と書いてやりました。
 忙、閑、ともに間一髪。

봄 다자이 오사무


벌써 서른일곱입니다. 얼마 전, 어떤 선배가 참 잘도 여기까지 왔네라고 새삼스럽게 말하더군요. 저도 서른일곱까지 살아온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전쟁이 있어 겨우 살아남는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벌써 아이도 둘 있습니다. 위가 여자아이로 올해 다섯 살입니다. 아래로는 남자아이로 작년 8월에 태어나 아직 아무것도 못합니다. 적의 비행기가 습격해오면 아내가 둘째 아들을 업고 저는 첫째 딸을 안고 방공호에 뛰어듭니다.


며칠 전, 적기가 갑자기 급강하하여 바로 근처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방공호에 뛰어들 틈도 없이 가족이 둘로 갈라져 오시이레(일본식 붙박이 수납장)에 숨어들었습니다. 곧 ‘쨍’ 하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첫째 딸아이가 공포심도 뭐도 없이 생각 없이 그저 들떠 “아, 유리가 깨졌어”라 말했습니다.


적기가 떠난 후,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다미 세 장짜리 작은 방의 창유리가 깨져 있었습니다. 저는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 유리 조각을 주워 담는데 손끝이 떨리더군요. 자연스레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고치고 싶어서 아직 공습경보가 해제되지도 않았는데도 기름종이를 잘라 깨진 곳에 붙였습니다.


다만 지저분한 뒷면을 바깥에 깨끗한 면을 안쪽으로 하여 붙여버린 탓에 아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제가 나중에 할 건데요. 이러면 거꾸로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요.


피난을 가야되는데 이래저래 사정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금전 문제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벌써 봄이 와버렸습니다. 올해 도쿄의 봄은 북녘 나라의 봄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녹은 눈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니까요. 첫째 딸아이는 자꾸 버선을 벗고 싶어합니다.


올해 도쿄의 눈은 40년 만의 폭설이라 하더군요. 제가 도쿄에 오고 벌써 어느덧 15년쯤 되었지만 이런 큰 눈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눈이 녹자마자 꽃이 피기 시작하다니 꼭 북녘의 봄 같습니다. 도쿄에 있으면서도 고향으로 피난 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이번 폭설 덕분입니다.


지금 첫째 딸아이가 맨발로 각코(일본 전통 나무 샌들 ‘게다’의 유아어) 신고 눈이 녹은 거리를 지 어미 손에 이끌려 목욕탕으로 갑니다.


오늘은 공습이 없는 모양입니다.


전쟁터로 가는 어린 친구의 깃발에 ‘남아필생 위기일발’(사내 일생일대의 위기)이라 적어주었습니다.


분주함, 한가함, 모두 한 끝발 차이.

  
99. 마무리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1.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잘 보내고 계신지요? :) 저도 잘 있습니다.

  2. 어제는 세쓰분이라는 일본 전통 기념일이었습니다. 나이 수대로 콩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슬슬 부담이 되네요...여러 가게에서는 강아지와 어린아이용 도깨비 팬티(호랑이 무늬)나 도깨비 가면도 팔던데 참 귀엽습니다. 
  3. 이번에는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세쓰분 풍습을 자세히 다룬 일기를 번역하려다 다자이 오사무의 봄이라는 수필? 일기? 편지?를 번역해보았습니다. 계절감도 맞고 쓰인 곳도 도쿄고 (뭐 거의 대부분의 근대 문호의 작품은 도쿄에서 쓰였을 것 같긴 합니다) 해서 골라봤습니다. 가자와 이란, 우크라이나...등 현재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이런 걸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하고 여성작가나 평범한 생활인들의 기록을 들추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역시 읽다보면 정경이 머리 속에 그려지고 말하는 이에게 스스로를 포개어보게 되는 건 역시 다자이여서 그런 것이겠지요.
  4. "그나마 전쟁덕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고) 살아갈 힘이 생겼는지도 몰라" 같은 작가의 말에 평화가 찾아오자 혼자 죽지도 못하고 끝까지 여자한테 기댄 나약한 놈이라고 하고 싶다가도 앞으로 어떤 디스토피아가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못할 (슈퍼AI와 기후위기 관련 팟캐를 강박적으로 듣고 있음...) 우리에게도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위기 속에서 살아갈 힘을, 용기를, 우리는 얻을 수 있을까요.  
  5. 이번 겨울은 나기가 좀 힘들었지만 글도 읽고 러닝도 틈틈히 하고 매화꽃이 피는 것도 보고 하다보니 미약하지만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도깨비사 드림

👻 도깨비사 소식 📚
전주의 멋진 책방 <풀의 유영>에 도깨비사의 책들이 입고 되었습니다. 마우스 북페어에서 만난 귀한 인연이에요! 다음에는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 Book and Goods 📚
도깨비사의 책과 굿즈입니다. 아래 플랫폼을 통해 구입이 가능합니다. 여러 개 구입을 원하시거나 직접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위의 사서함으로 연락주세요:)  그 외에 궁금하신 사항이나 문의하실 점도 편히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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