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축축하게 젖어버리는 어느 한 시기에 대해'
  불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은 피부가 따갑게 덥다가, 걸어 다닐 만했다가, 비구름의 기세로 축축해지는 날씨였네요. 여름에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온도와 습도를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변덕이 심했던 날씨였지만 저는 좋은 책들을 읽고 밤마다 "디어 다이어리~"도 외치며 무언갈 열심히 적은 알찬 나날을 보냈답니다. 
  누군가 불씨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란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책과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유독 고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작가'라고 하면 파바박 떠오르는 여성 작가들이 많은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면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답변이 제게는 '송지현' 이랍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우연히 접하고 목차를 마음대로 건너 뛰어가며 읽었던 단편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마다 한 권씩 선물하다 보니까 제 것까지 여섯 권을 사게 됐어요. 여섯 번을 사는 동안 좋아하는 단편도 달라졌는데, 오늘은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이 가장 좋네요. 소설에 나오는 언니와 나와 친구 j를 보면 벌새의 수희와 은희와 지숙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이 단편은 물먹은 솜처럼 나른한 일상을 그리지만 자신이 지나고 있는 한 시기와 성장에 대해 깨닫는 나의 시점을 힘 있게 전개합니다. 언니 이름을 딴 은혜 세탁소에 들어오는 빨래처럼 '축축하게 젖어버리는 어느 한 시기에 대해' 생각하고 '어쩌면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라고 결론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기시감과 존경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참,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을 읽으면 브라운 베이커리에서 파는 비스킷을 먹고 배드민턴을 치고 싶을 지도 몰라요. 들어본 적 없는 존 브라운─송지현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짧게라도 등장하는 인물의 개인 정보와 인생의 사건 등을 서술한 파일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내적으로도 다른 단편들과도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느낌이 들고 한 번 등장한 사물이나 인물이 다른 소설에 등장하기도 한답니다. 존 브라운도 그런 인물이고요.─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어질 지도요. 
  지난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겪어보지 못한 것도 내 기억처럼 느끼게 만드는 송지현의 소설, 같이 읽어보실래요?

 "나의 글은 언제나 사람들에 대한 연서이다."
송지현의 이야기 속으로.
📖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이 책은 어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나  
1. 흔한, 가정식 백반 👩‍👩‍👧‍👧🚘🧍🏻
여성 전용 사우나에서 만나 가족보다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이모들과 나. 친구끼리의 여행을 꼭 떠나야 한다는 일념 하에 사온 금색 자동차를 초보 운전인 내가 몰고, 대전과 바닷가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고목 이모와 103호 이모, 뒤늦게 명리학 공부를 한 엄마 그리고 나. 서로를 '선택'한 가족 구성원들 각각의 서사와 꿈속의 수영하는 여자. 여성 독자분들은 분명 이 이야기를 좋아하실거예요.
"엄마는 늘 누군가를 업거나 누군가에게 업힌 채였다. 엄마를 업거나 엄마에게 업힌 것이 남자는 아니었다."
신샛별 평론가는 이 작품과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구석기 식단의 유행이 돌아올 때'를 하나로 묶어 "이상한 가족의 정상적 식사"라고 썼답니다.
2.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
8화의 「칵테일, 러브, 좀비」소개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죠! 제가 아는 좀비 아빠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고요. 엄마는 바람 핀 남자와 교통사고를 내서 구치소에 수감돼있고, 아빠는 사라져서 혼자 집을 꾸미던 딸. 딸의 앞에 다시 등장한 아빠는 좀비입니다. 이 좀비 아빠는 피가 차갑게 식었지만 살아있고, 죽고 싶어도 살아있어서 결국 죽는 걸 포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의 행사 '참치 김치찌개 함께 먹기'를 위해 같은 시간 그 음식을 끓여 내옵니다.
"아버지,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다른 괴물이야. 어떻게 완벽해질 수 있겠어."
 미련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는 아버지가 생각하는 가족과, 다른 가족 구성원이 생각하는 가족은 다 다릅니다. 딸의 친구 L은 상처를 기원으로 어떤 결과가 생긴다는 말을 합니다.
이외에 표제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와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구석기 식단의 유행이 돌아올 때」 그리고  「탐정과 오소리 사건 일지」 3연작이 있습니다. 책에 실린 신샛별 평론가의 글도 꼭꼭 읽어보세요! (강추)

민주 드림


함께 만나기

  • [송지현의 동해 생활]#1~#10(연재 완료)  👉  읽으러 가기
  • 뮤지션x소설가x시인이 뭉친 유튜브 [문짝!]: 나디아, 송지현, 권민경 출연  👉 시청하기 
  • [단편 소설] 나이트클럽 연대기, 문장 웹진 2016년 10월호  👉 읽으러 가기
송지현은...

2013년 단편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로 등단했다. 2019년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를 출간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나의 글은 언제나 사람에 대한 연서"라고 썼다. 그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현실의 사람들보다 불행에 초연해보이고 어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천연덕스럽다. 소설을 읽고 있자면 추천사를 쓴 박상영 소설가의 말처럼 "우울도 절망도, 심지어는 들끓는 사랑조차 찰나의 에필로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지금 할 일이 또렷해 질 때가 있는데 송지현의 소설은 험한(?) 생활을 견뎌낼 힘이 떨어지면 충전재처럼 두르게 되는 책이다.
>>다음 화에서는 혜영 작가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들불살롱> 003 운암 아키비스트가 선사하는 여.닫.이.!
8월의 시작을 함께 할 들불살롱의 새로운 프로그램! 바로바로 <여성이 열고 닫은 공간 이야기, 여닫이>인데요! 함께 독서하고 기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보드게임을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1주차는 온라인으로 모여 운암 아키비스트가 여성, 공간, 추억 등의 키워드로 큐레이션한 책을 읽고 <독서 수다회>를 엽니다. 
2주차에는 불씨들이 쓴 독후감과 에세이 글을 모아서 칭찬하며 감상하는 <글감회>가 있고요.
3주차는 대망의 <보드게임 만들기>! 드디어 우리가 그동안 모아온 공간에 관한 생각을 보드게임 제작에 쓸 때입니다. 
>신청 링크로 들어가시면 프로그램 설명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보기

공간을 기록하는 운암 아키비스트의 활동에 공감하시거나 그가 제안하는 '여성, 공간, 기억'의 키워드로 시작된 이번 활동이 궁금하신 분들은 주저 말고 신청해 주세요! 

*오프라인 모임은 서울 혜화역 근처에서 진행되며, 코로나19 안전 수칙을 준수합니다.

들불레터 발송 날짜가 달라져요
오늘부터 들불레터는 매달 10일-20일-30일에 발송됩니다. 더 알찬 콘텐츠와 들불살롱, 독서 워크샵을 꾸리기 위해 한 달에 세 번으로 변경했답니다. 다음 화인 10화 발송일은 30일이 되겠습니다. 이제 한 달에 세 번, 우편함에서 만나요! 💌💕

💫 <작은불씨 북클럽>의 이번 책은 『피리 부는 여자들』!
<작은불씨 북클럽>은 매주 목요일 밤 9시, 한 권의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이번 책은 『피리 부는 여자들』 입니다! 이민경 작가와 대전 비혼 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BOSHU 팀이 함께 공동 집필한 화제의 도서인데요! 여성의 공동주거, 여성의 삶, 여성애 등의 주제가 담겨있는  내용이 흥미롭답니다.
이번 모임은 <스타트업 수난기>의 작가이자 들불의 브랜드 매니저인 혜연이 진행합니다. 거리낌 없이 여성의 생활 전반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
그럼 불씨 여러분, 목요일 밤 작은불씨 북클럽에서 만나요!

💫 [새로운 워크샵 예고] 더위가 가시면 같이 등산하러 가요-♬
아무튼 시리즈의 29번째 책, '아무튼, 산' '실패가 더 자연스러운 곳'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계획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모든 일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지만 내 예측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성취와 성공보다 더 멋지고 감동적인 좌절과 실패가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산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산은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갑자기 왜 산 이야기를 하냐구요? 들불이 '산'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거든요! 😊시도해보고 싶지만 실패가 두려워 주저했던 분들의 마음 속 작은 불씨를 되살리는 들불의 프로젝트! 그럼 우리 실패가 더 자연스러운 곳에서 만나요! 🐻⛰

"나를 만드는 법", 이다혜/ 우먼 카인드 1호
혜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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