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구절절 시즌1이 문구의 리뷰에 좀 더 방점이 있었다면 시즌2는 조금 다릅니다. 시즌2의 첫번째 레터 제목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도파민 시대에 낭만을 만끽하는 방법'인데요. 이것저것 준비하지 않아도 태블릿과 펜슬만 있으면 노트 필기부터 스케줄러, 다이어리까지 쉽게 쓸 수 있고 거기에 휴대폰으로 찍어놓은 추억을 금방 불러와 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해진 세상인가요? 그것에 비교한다면 문구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인 아날로그는 조금은 번잡스럽고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정하고 멀끔한 폰트에는 실리지 않는 감정이 손글씨에는 실린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진심을 전하는 가장 낭만적인 도구가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도 이렇게 문구를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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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
✎  사랑을 쓰기 좋은 연필은?
✎ 연필깎기용 칼 추천
✎ 연필로 운세를 점치는 방법
사랑을 쓰기 좋은 연필은?
✐☡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꿈으로 가득 차 설레이는 이 가슴에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진한 잉크로 사랑을 쓴다면지우기가 너무 너무 어렵잖아요
- 전영록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가사 중
어느날 이 노래 제목을 보고 '그러게, 사랑을 쓰기 좋은 연필은 뭐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볼펜도 아니고 편지지에 연필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쓴다는 상상만으로 낭만 그 자체인데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의 가사를 살펴보면 연필로 쓰라고 하는 이유가 연필의 특성인 '지워지기 때문에' 인데, 이런 특성말고도 사랑을 연필로 쓰려면 어떤 연필로 고를지 사랑을 쓰기 좋은 연필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가장 먼저 제 나름의 사랑을 쓰기 좋은 연필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이런 조건들이 떠오르더라고요.

1. 부드럽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두루뭉술한 표현은 상대방을 더욱 헷갈리게 하니까
번지거나 뭉게지지 않고 또렷하게 써지고
2.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자주 깎지 않도록 심이 닳는 속도가 적절해야하고
3. 뜨겁게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사랑이란 유효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하니
너무 진하면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까 적당한 진하기를 유지해야 한다.

사실 모든 연필을 써보고 비교해보고 싶었으나, 가벼운 궁금증을 가볍게 푸는 것이 저에게도 지속가능한 콘텐츠 기획 방법이라 생각하여 우선적으로 저의 책상에서 손을 뻗으면 쉽게 닿는 연필들을 사용해 봤어요. 아마도 딕슨의 빈티지 연필을 제외하고는 사무실 OA룸에도 있을 법한 스테디셀러 연필들이니 사우님도 이번 기회에 연필들이 가진 고유한 필기 감각을 비교해보세요.

1. Tombow 8900, HB
연필 바디에 'FOR GENERAL WRITING'이라고 적혀있는 톰보우 8900은 최근 일본 여행 중 편의점에서 구입했습니다. 무려 1913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톰보우의 연필 중에서도 스테디셀러라인인데요. 톰보우 모노J가 미술용으로 유명하다면 8900 라인은 일상에서의 필기용에 적합한 연필입니다. 아래의 스테들러 2B와 비교해도 HB심인데도 B심 같은 부드러운 필기감을 가지고 있어 말랑말랑한 사랑 고백을 쓰기에 적합하고, 적당한 진하기와 단단한 경도로 글씨를 쓸 때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2. STAEDTLER Mars Lumogaragh, 2B
스테들러하면 떠오르는 이 파란색 바디를 가지고 있는 마스 루모그라피 연필. 미술과 제도용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2B 였습니다. 2B이니 진하기와 부드러움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제도에 특화되어있는 브랜드 특성상 이 연필 역시 2B여도 가늘고 또렷하게 써져서 고백을 받는 사람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이 연필로 사랑 고백을 해보시길!

3. BIC evolution 650, HB
엄... 사실 이 연필은 추천이라기보다 비추천에 가까워요. 일단 취향의 문제도 있을 것 같지만, 뭔가 코팅한 듯한 필기감이에요. '부드럽게 하려는 의도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써보아도 그 특유의 코팅한 듯한 느낌때문에 필기할 때 손에 힘을 많이 주게 됩니다. 그런데 또 진하기는 아주 연해서 더 난감합니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오히려 손의 감각에 집중하게 되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에 집중력이 떨어지더라고요.

4. 모닝글로리 캠퍼스 그립 B
육각인 다른 연필들과 달리 이건 삼각입니다. 제품명 '캠퍼스 그립'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립감을 좋게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확실히 육각인 다른 연필에 비해 삼각의 느낌이 생경하게 와닿습니다. 사랑 고백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의식의 전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와! 버터처럼 녹는데?' 이런 최상의 필기감은 아니지만 일반 노트도, A4용지도 종이를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써집니다. 10개에 3000원인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 정도 퀄리티는 우수한 것 같습니다.
부록 | 사랑 고백 전,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 
칼로 연필을 깎아보세요.
사각거리는 소리, 풍겨오는 나무와 흑연의 향, 손 끝의 차가운 촉각... 오감을 온통 연필 깎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사랑한다는 마음을 쓰기 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연필깎이가 아닌 칼로 연필을 깎으려면 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손잡이가 있어 안전하고 깔끔하게 연필을 깎을 수 있는 칼을 소개해드려요.

흑심

부록 | 재미있는 연필 발견 
그날의 운세를 점치는 오미쿠지 연필

구입한지는 좀 된 문구인데요. 바로 운세를 점칠 수 있는 '오미쿠지(운세뽑기) 연필'입니다. 아주 작은 사이즈여서 사용하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고 정말로 운세를 점치는 용도로 쓴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혹시 일본에서 통을 흔들어 긴 막대 중 하나를 고르는 형식의 오미쿠지(운세뽑기)를 해보시거나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원리인데요. 상자 위에 연필 한 자루가 나올 정도의 작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나오는 한 자루의 연필에 쓰여있는 운세를 보면 됩니다. 저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한 가지를 뽑았는데 '중길(中吉)'이 나왔네요. '반에서 인싸가 된다'는 내용인데, 허허... 저와는 너무도 먼 이야기라 그냥 귀엽기만 합니다. 한 상자에 총 6자루가 들어있다고는 써있는데, 어떤 운세가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상자의 아래쪽을 개봉하여 연필 6자루를 모두 꺼내봤는데요. 어랏? 대길(大吉)이 두 개나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략적인걸까요? 겨우 이 연필 운세뽑기에 나의 모든 운을 맡기지 말라는 의도 같기도 하고요. 흉(凶)이 한 자루 들어있는데, 흉의 내용도 잃어버리는 물건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이정도면 귀여운 수준의 흉입니다. 사우님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서 여러 박스를 구입했어요. 제 인스타그램에서 댓글 이벤트 진행할테니 놀러오세요🤭(링크)

부록 | 그래 준비는 다 해놨는데...뭐라고 쓰지?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아빠가 연인이었던 엄마에게 쓴 편지를 부모님의 결혼 27주년을 기념하며 딸들이 엮고 디자인하여 출판한 독립출판물입니다. 손글씨로 애틋한 마음을 고백하셨던 글에서 연인을 향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연필에 편지지까지 다 준비했는데, 무슨 말을 써야 좋을지 망설이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 preludestudio

저의 독립출판물 <일본 도쿄 문방구 여행>에서도 소개해드린 도쿄의 '페이퍼메시지'가 국내 첫 팝업을 열었습니다. 바로 대전의 문구점 프렐류드와 함께하는데요. 집기부터 온갖 상품이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습니다. 종이로 이런 것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하실텐데, 도쿄에 가지 않아도 페이퍼메시지를 만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기간: 6월 21일(금)~ 9월 1일(일)
✏️ 시간: 월~금 12시~ 7시까지 / 토 11시 ~ 8시까지 / 일 11시 ~ 7시까지
✏️ 장소: 대전 중구 중앙로 129번길 30 The Prelude Shop 옆 팝업공간

시즌 2를 시작하면서 뉴스레터 플랫폼을 변경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사실 저 혼자 운영하는 뉴스레터인데다, 광고가 들어오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메일을 발송하는 것으로만 한 달에 정기적인 비용(구독자 수가 많을 수록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시즌 1과 비교하여 콘텐츠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쓰고, 플랫폼 이용료도 나가게되니 부담이 커졌지만 비용을 받고 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더 열심히 성장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러다 스티비에서 운영하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을 발견하곤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어요. 결과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선정되어 6개월간 플랫폼 이용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우님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PS 1. 제가 작년 12월 3박 4일 동안 일본 문구 여행을 다녀와서 출판한 독립 출판물의 재고가 소진되는대로 절판할 예정입니다. 이제 한정판 아닌 한정판이 될 예정인 <일본 도쿄 문방구 여행>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만나요!
PS 2. 지난 레터에서 알리에서 산 문구 나눔 이벤트를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피드를 참고해주세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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