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50번째 책편지(2026. 7. 9.(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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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온통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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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사진첩은 늘 꽃밭이었다. 산책길이든 여행길이든 엄마는 꽃을 볼 때마다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꽃이 뭐라고 저렇게 좋을까?’ 어린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옆으로 줄줄이 포즈를 취하는 어른들을 보며 세월이 가면 다 꽃을 좋아하나 보다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꽃과 나무는 따분한 병풍 같았다. 여행 코스에 자연 명소가 있으면 한숨부터 나왔고, 경관을 본 어른들이 탄성을 질러도 나는 영 시큰둥했다. 등산을 가서는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느냐고 툴툴, 평지인 숲에서는 벌레가 많다고 불평했다. 기껏 먼 곳에 가놓고, 한숨 잘 테니 다들 다녀오라고 내뺀 날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자연보다 화려한 도심이었다. 말없이 서 있는 나무보다 시끌벅적한 친구들이 좋았고, 시들어버리는 꽃보다 꺼지지 않는 게임이 좋았다. 그마저도 입시가 임박했을 땐 사치로 느껴져 뛰어놀기보다는 책상 앞에 앉아야 했고, 짬이라도 나면 자야 했다. 학창 시절은 창밖을 볼 틈도 없이 점점 무채색으로 물들어 갔다. 시간은 계절이 아닌 시험을 주기로 흘러갔다. 

  요즘 친구들의 사정도 그때의 나와 다르지 않은지, 십 대 자녀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육아는 스마트폰과의 싸움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한 아이들은 네모 속 세상에 빠져 산다고 했다. 친구들과의 소통, 놀이, 공부마저도 그 안에서 해결한다고. 네모난 공간에서, 네모난 책상에 앉아, 네모난 상자에 갇힌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숨이 가빠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날따라 날씨가 참 화창했는데 위를 올려다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을 좇는 사람들 뒤로 여름을 머금은 나무와 풀꽃이 조용히 소리쳤다. 나도 카메라를 들어 그 풍경을 담으려다 이내 손을 내렸다. 바깥은 온통 초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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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리즈 마빈 글·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 아멜리에북스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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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속 세상은 소란하고 분주하다. 그 안에서만 살다 보면 계절은 어느새 달아나 버리고 마음은 메말라간다. 여름 한가운데에 잠시 멈춰서서, 소음을 차단하고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언제나 그 자리에 나무가 있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나무는 이 지구에서 기나긴 시간을 통과한다. 수많은 탄생과 소멸 속에서 굳건히 살아남아, 어리고 여린 생명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고, 빽빽한 경쟁에서 생존하는 자연의 신비는 인간이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경이롭다. 이 책은 나무의 지혜를 빌려와, 우리 삶에 조용히 속삭인다. 서어나무처럼 온전한 내 모습을 지켜내기를, 올리브나무처럼 아낌없이 베풀기를.

  다정한 글 곁에는 아름다운 삽화가 펼쳐진다.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시선을 두고,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을 담아낸다. 그곳엔 동료 나무, 귀여운 동물, 그리고 사람이 있다. 자연의 순환 속에 있는 우리는 나무와 이어져 있다. 그 조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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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식물학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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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아래엔 언제나 꽃과 풀이 있다. 매일 오가는 길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이,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며 고운 풍경을 수놓는다. 초록 속에 알알이 구슬이 맺힌다.

  이 책은 105가지 식물에 담긴 역사와 사연을 모아 우리에게 소개한다. 꽃 이름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고, 그들의 생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사실 꽃은 말이 없으니, 그 안에 담긴 건 꽃을 둘러싼 사람의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꽃을 보면 마음을 싣게 되나 보다.

  이야기를 알고 난 후에는 꽃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애틋해진다. 꽃잎에 담긴 감정이 시공간을 넘어 전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한 번 봐서는 종류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 길가의 풀꽃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자연스레 눈이 초록에 닿고 걱정은 사그라든다.

  세상에 같은 나무는 없다. 나무는 애써 다른 나무가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꽃도 같은 꽃은 없고, 아름답지 않은 꽃도 없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특별하다.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변을 둘러볼 때 내 고유함이 떠오른다. 나무와 꽃을 보며 배워 가는 마음이다.

  고단할 때는 네모 밖으로 나가, 따사로운 볕을 쬐고 초록을 바라보자. 산들거리는 나뭇잎을 보고,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바쁜 일상에 여유를 심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삶에 묵묵히 뿌리를 내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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