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레터를 띄웁니다.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바람에 연말 기분이 물씬 피어나네요. 이번 년도 마지막 책으로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이 출간되었어요. 서점에서 바로 만나보실 수 있고요- 이 책을 사이에 두고 캠퍼 편집자와 이소진 저자가 나눈 이야기를 오늘 레터에 담았습니다. 책 내용은 물론 책 뒤의 이야기, 저자-편집자의 협업 이야기까지 모두 풉니다! 구독자들께서 함께 만들어주신 ‘올해의 OO’도 알차게 준비되어 있으니 스크롤 쭉쭉 내리며 함께해주세요. 지난번 약속대로 소중한 의견 보내주신 분께는 오늘 추첨을 통해 연락을 드릴 예정입니다. 한 해 동안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내년에 만나요! 
Interview :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저자 인터뷰
지은이 │이소진
블루칼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동국대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간신히 졸업했다. 졸업 직전 학과 내 성폭력 사건을 마주한 것을 계기로 여성의 삶,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언어로서 여성학을 공부하며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페미니스트 노동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경험이 언어가 될 때》가 있으며, 현재 청년세대의 노동과 자산형성(금융)의 성별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청년층의 자살률 증가, 그중에서도 특히 2030 청년여성들의 자살률 증가추세에 문제의식을 두고 무엇이 이들의 자살생각을 추동하는지 분석하는 책입니다. 책이 막 입고된 12월 22일 저녁,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자리한 어느 한식주점에서 저자 이소진 선생님을 만났어요. 두부김치에 맥주를 마시며 책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번 살펴보시겠어요? 

캠퍼: 책 보세요 선생님. 어제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상태예요. 창고에는 오늘 오전에 들어와서, 서점에서 배본 미팅하고 오늘 아마 다 출고됐을 거예요. 인쇄도 잘 나왔고요.

 

소진: 책값이 올랐더라고요? 오른 거죠? 물가가 반영됐구나, 싶었어요.

 

캠퍼: 네네 종잇값도 많이 오르고, 제작비가 많이 올랐어요. 주변 분들 표지 반응은 어때요?

 

소진: 아 표지, 좋았어요. 주변 분들 반응도 좋았고요. 증발이라는 느낌을 잘 살린 표지여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캠퍼: 다행이네요. 오늘은 진짜 그냥 편하게, 편하게 해주시면 돼요.

 

소진: 네네.

 

캠퍼: 이제 책이 딱 나온 거잖아요, 이번 책 내면서 소회가 어떠세요?

 

소진: 이번 책은 특히나 압박감이 좀 심했던 것 같아요. 정희진 선생님께서, 앎은 아픔이다, 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그 말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 책이 딱, 그 말에 어울리지 않았나 싶어요. 앎은 아픔이라서, 그 앎을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꼭 말해야 하는 사실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들은 때론 너무나 마음 아픈 일들이잖아요. 게다가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쉽지만 어려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느끼는 압박이 컸던 것 같습니다.

 

캠퍼: 작년(2022년)에 오월의봄 대표메일로 투고를 하셨어요. 왜 오월의봄이었어요?

 

소진: 사실 다른 출판사에 먼저 연락을 했는데, 너무 어둡다는 이유로 반려를 당했거든요. 원래는 학술지 논문을 먼저 쓰고 단행본 계약을 진행하려 했는데, 학술지 논문은 아무래도 제가 마감기한을 조절할 수 있다보니 이 주제를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데 출판사와 계약을 해놓으면 어쨌든 연구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으니까 그걸 역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해서 출판사에 컨텍을 먼저 하려고 했죠. 오월의봄을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친구와 어디 출판사에 연락을 해볼까 얘기하다가 친구가 요즘 오월의봄이 좋다고, 노동 쪽도 많이 하고 진보적이라고 추천을 해주면서 거절당하진 않을 것이라기에 메일로 투고를 해본 거죠.

 

캠퍼: 돌아온 길이지만 아무튼 다행이네요. 이 책이 퇴고 되게 많이 하셨잖아요. 논문 과정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단행본 퇴고가 꽤 지난했고, 학술지 게재된 원고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한 책인데, 집필하면서 어떤 부분들에 중점을 뒀는지.

 

소진: 이번에는 노동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 가족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뤄야 하다보니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크게는 가족, 노동, 존재론적 불안 이렇게 세 가지를 다뤘는데, 논문에서는 아무래도 분량의 제약이 있으니까 대표적인 사례들만 언급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이 여성들이 처한 상황의 맥락이나, 그러한 맥락에서 느껴지는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아요. 저한테는 이 참여자분들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이야기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는데, 그걸 쪼개고 나열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그렇게 하다보면, 이 하나의 이야기가 조각이 되어 독자에게 당도하게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사는 게 다 힘들지, 사람들 원래 다 그러고 살아, 이런 말들을 하기 쉬워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단행본은, 누구나 이 글을 읽었을 때, ‘이 상황에선 당연히 자살생각을 할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황과 맥락을 풀어 쓰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캠퍼: 자살생각을 하는 이유의 맥락들을 좀 더 촘촘히 드러내는?

 

소진: 네.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촘촘하게 그물처럼 드러냄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라는 점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캠퍼: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 진짜 많은 얼굴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소진: 아 그래요? 다행이에요. 최고의 칭찬입니다.

 

캠퍼: 처음에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을 연구 주제로 삼게 된 이유가 뭐였어요?

 

소진: 그건 이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왜 청년여성들이 자살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었어요. 저는 너무나 이해가 가는 이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이상한 상황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시발점이었어요. 처음에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고요. 너무 뻔하니까. 근데 저한테 뻔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뻔한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이렇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이 상황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출생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는데, 저는 저출생도 너무나 이해가 가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데 여성분들은 한결같이 의견이 유사해요. 웃긴 건 제가 물을 때 몇몇 분들의 표정인데, ‘이걸 몰라서 묻는 거야?’라는…… 그럼 또 설명을 드리죠. 저도 알아요. 저도 아는데, 이게 연구다보니 제가 물어봐야 돼요, 라고. 그럼 다들 말을 잘해주세요.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환경오염, 성차별 등 내가 경험하고 있는, 내가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그 이유들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죠. 근데 저출생도, 우리는 다 이해하지만 다른 분들은 이해를 못하기도 하잖아요. 핵심은 하나거든요. 이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캠퍼: 청년여성 21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셨잖아요. 프롤로그에서 듣기의 윤리와 재현의 정치에 관해 고민하셨다는 이야기가 저도 그렇고 마케터도 그렇고 인상적인 지점이었거든요. 인터뷰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소진: 이 연구는 사실 다른 인터뷰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왜 그랬나를 돌이켜보면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제 경험의 변주였기 때문인 거 같아요. 노희경 드라마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친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비밀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서 저도 제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냥 공감하기보다는, 저도 그런 일 있었어요, 라고 서로 대화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럼 참여자분들도 제가 알고 있다 생각해서 그런지 더 많은 이야기를 말씀해주시고. 그래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다보니 다른 인터뷰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슬펐지만, 편하고, 그래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인터뷰이기도 하지 않았나 합니다.

 

캠퍼: 거의 대화처럼 하셨겠네요.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기보다.

 

소진: 그쵸. 그래서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씩 한 거죠. (웃음)

 

캠퍼: 이 책이 연구서인데, 선생님의 입장과 경험, 생각들을 되게 적극적으로 드러낸 글을 쓰셨어요. 프롤로그랑 에필로그가 특히 그렇고 본문에서도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고. 그러다보니까 저는 선생님이 연구자로서 쓴 에세이인 《경험이 언어가 될 때》 그 책도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글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들이 그 책하고도 연관되는 것 같아서. 그런 지점에서 연구나 이론이 결국에는 치열한 자기성찰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프롤로그부터 자살생각을 했던 경험을 얘기하고 시작을 하잖아요. 이런 지점이 중년여성 마트 캐셔 노동자들을 인터뷰해서 쓴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때랑 다른 것 같기도 하구요. 어떤 의도로 그러신 건지 궁금해요.

 

소진: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자살생각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이력만을 놓고 보면, ‘뭐 이런 사람이 자살생각을 하겠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도 밖에서 말을 안 하는 거지 자주 불안해요. 며칠 쉬면 진짜 심해져서, 아 이제 좀 더 가면 우울증 각이다,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서로 말을 안 하니까, 요즘은 더욱더 자기 PR시대라고, 내가 한 성과만을 두고 이야기를 하지 보통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약점이라 생각해서 더 말을 안 하잖아요. 그래서 당신만 그런 순간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하나 더 나아가자면, 저 사람도 자살을 생각했는데 나아졌구나, 하는 가능성. 평생 지속된다고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저 〈강철의 연금술사〉(일본 만화)에 그 장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호문클루스라는 생명체가 있는데. 만화에서 그 생명체가 불사로 그려져요. 근데 한 주인공이 이렇게 말하거든요. 죽을 때까지 죽여주마. 그러곤 결국 호문클루스를 없애죠. 우리가 무찌를 수 없을 것 같았던 적을 없앨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은 생각보다 사람을 강인하게 만들죠. 그래서 지금의 자살생각이 당신의 평생은 아니다, 라는 걸, 조금이나마 그 가능성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캠퍼: 이 책을 전체적으로 요약해보자면 청년여성들의 자살생각을 추동하는 위험들을 가족위험, 돌봄위험, 노동위험으로 분석하고 이것이 존재론적 불안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실 매 논의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책이고 다 중요한데, 그래도 특히나 유의해서 읽어줬으면 하는? 아니면 이걸 읽은 독자들이 이거에 대해서만큼은 적극적으로 얘기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소진: 아 가족이죠. 저는 인터넷커뮤니티 글을 많이 읽는데요. 네이트판이나 뭐 카페 글들. 정말 매일같이 두세 건씩 올라와요. 청년여성의 고민들이. 가족들이 매번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갚지 않는다, 오빠가 집을 거덜내는데 엄마가 나한테 한탄하면서 오빠한테 주려고 돈을 가져간다, 뭐 이런 글들. 근데 이 친구들이 가족과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못하더라고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물어요. 이게 저는 되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집에서 태어날지 선택은 못한다 하더라도, 부모와 계속 인연을 이어갈지는 선택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부모와 연을 끊는 걸 되게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부모다워야 하는 게 먼저잖아요. 그래서 가족과 멀어질 수 있다는 거,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 당신을 죽고 싶게 만드는 가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되었으면 좋겠어요.

 

캠퍼: 근데 진짜 그 부분, 엄마에 관련한 내용, 가족에 관련한 내용은 어떤 면에선 너무 익숙한 이야기예요. 누구나 겪는 가족에 관한 일들. 특히 딸이라면 더욱. 거기서 나오는 얘기들이 많은 문제를 함의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여성과 가족이 너무 착 달라붙어 있어서.

 

소진: 네 맞아요. 그런 말 있잖아요. 딸이면 금메달, 아들이면 은메달. 그 말도 딸한테 결국 돌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금메달이라는 거잖아요. 이게 칭찬인가요? 저는 가끔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나빠지더라고요. 우리들도 다 노력하는 건데 그걸 마치 생물학적인 차이로 환원해서, 우리의 노력을 우리의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느낌. 화나죠.

 

캠퍼: 책 구성에서 조금 독특한 점이 있다면 두 가지 부록을 덧붙이신 거죠. 하나는 질적연구 방법론에 관해서고, 인터뷰지도 원문 그대로 넣었어요. 연구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는 생각에서 그러신 건데. 질적연구에 관한 선생님의 전반적인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소진: 여성학의 핵심은 상황과 맥락이라 생각하는데, 질적연구는 그 상황과 맥락을 드러내기에는 아주 좋은 연구방법이라 생각해요. 언제나 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저는 늘 참여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항상 첫 질문은 ‘어떻게 살아오셨어요’라고 물어요.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차용하는 기호들이 다 그 사람의 시각을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발 딛고 서 있는 경제적 토대죠. 그래서 가족의 경제적 배경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언제든 연구질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 분을 만날 때 많은 정보를 끌어내고, 연구질문이 조금씩 바뀌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인터뷰를 합니다. 사실 부록에 제가 잊어버리고 안 쓴 부분이 있는데, 저는 녹취를 직접 타이핑합니다. 제 스승이신 김은실(여성학자) 선생님께서도 늘 저에게 말씀해주셨지만, 녹취를 스스로 풀면서 인터뷰 과정을 반성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스스로 풀면서, ‘아 여기서 이 질문 했어야 하는데 못했다’라거나 ‘왜 이렇게 말했을까?’라거나. ‘여기서 한 번 더 물어봤어야 하는데 못했네’ 등 녹취를 풀면서 어떤 지점이 미흡했나 한번 더 살펴봐요. 그리고 인터뷰를 몰입해서 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고 녹취를 풀잖아요? 그 사람이 제 머릿속에 싹 들어와요. 클로버노트 같은 프로그램으로 풀면 편하긴 하지만 인터뷰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기까지 더 많이 읽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늘 직접 타이핑을 하면서, 참여자들의 말이 사실인지 해석인지, 내가 사실을 해석으로 넘어갔는지, 해석을 사실로 넘어갔는지, 이런 걸 풀면서 다 생각하는 거죠. 인터뷰가 항상 잘되는 건 아니니까. 풀면서 반성하죠. 아 너무 피곤했네, 어휴 이소진 너무 피곤했어. 혼잣말도 하면서. (웃음) 오늘도 녹취 풀다 왔어요.

 

캠퍼: 이번엔 좀 다른 얘기를 해볼게요. 이번 책을 만들면서, 선생님이랑 저랑 협업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긴장관계가 있었잖아요? 한 권의 책이 여러 사람이 협업한 결과물이긴 한데, 주요하게는 어쨌든 저자와 편집자의 소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도 이번에 소통과정에서 갈등도 있었고 논쟁도 있었잖아요. 제목부터 문장 하나하나까지. 개인적으로는 선생님하고 작업하면서 편집자의 역할이나 원고에 대한 개입의 수준, 그리고 또 뭐를 어디까지 저자한테 맡기고 편집자가 뭘 강고하게 주장해야 되는지 많은 고민이 들더라고요. 선생님 생각도 궁금해요.

 

소진: 저는 글을 쓰고, 선생님께서는 글을 매끄럽게 다듬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 목적은 좋은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잖아요. 그럼 어떤 게 좋은 문장인가, 라는 질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가끔 작업을 하다보면 제 문장을 고치실 때 선생님들께서 설명을 안 해주세요. 아무래도 마감기한이 있다보니 그런가 싶긴 하지만. 저는 또 반대로 그걸 원안으로 되돌릴 때 설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조금 고민이 되죠. 예를 들면, 저는 이 부분을 일부러 두 번 읽게 만든 문장인데, 그걸 고치시거나 하면 저는 왜 그렇게 썼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잖아요. 설명을 안 하면 또 ‘제 문장 고치지 마세요’라고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래서 어디까지 내가 내 문장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걸까, 싶은 생각들. 그래서 조금 더 협업을 할 때, 서로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구구절절했으면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캠퍼: 그쵸. 그게 참 뭔가, 저도 일하면서 어쨌든 마감일은 정해져 있고, 언제까지 책을 내야 한다? 그러니까 일정에 맞춰서 가려다보면 자꾸 스킵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소진: 맞아요 맞아요. 너무 이해해요.

 

캠퍼: 일을 하다 보면 관성적으로, 뭐 이해하시겠지, 하고 달리게 되는 것도 있거든요. 근데 되게 오랜만에 이 과정에 대해서 지적해주시는?

 

소진: 제가 또 워낙 쉬운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좋은 글이 쉬운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정희진 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정말 처음 읽을 때, 두 번째 읽을 때, 세 번째 읽을 때 다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들거든요. 제가 그 책을 중학생 때인가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이게 뭔 말인지, 정말 글자만 읽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학부 때 페미니즘 스터디 하면서 읽었는데 그때는 뭔가 이해하는 줄 알았어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른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같고. 그런데 여성학과 다니면서 한 번 더 읽었을 때는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이해가 가면서 많은 질문들과 생각거리를 던져주더라고요. 저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너무 쉬운 책은 아무래도 해석의 범위를 좁히거든요. 너무 쉬운 문장으로만 쓰여진 책 보다는, 어떤 문장은 좀 어려워서 '뭐야 이게 무슨 말이야?'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 긴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만요.

 

캠퍼: 저 같은 경우에는 문장을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게끔 교정교열을 하거든요.

 

소진: 대부분 선생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캠퍼: 그런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이거는 다시 읽게 하는 게 의도다.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문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무조건 직접적으로 단번에 전달되는 문장이 좋은 문장은 아닐 수도 있다.

 

소진: 저는 보통 의미를 고정하고 싶지 않을 때 메타포를 쓰거든요. 그런데 그걸 풀어서 쓰면 의미가 딱 고정되어버려요. 그 뜻도 있긴 지만 다른 뜻도 같이 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아직 필력이 부족해서...... 늘 노력하고 시도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캠퍼: 이 얘기의 연장선에서, 저자로서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소진: 아무래도 냉철한 평가를 해주시면 좋죠. 단행본은 아무래도 학술지 논문보다는 호흡이 길다보니까, 저도 글을 쓰다가 보면 뜬금없는 내용이 중간에 들어가기도 하고, 단락 배치가 조금 흩어지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제가 글쓰는 속도가 빠르다보니까 조사가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제가 저자로서 그 글 안에 있을 때 보지 못한 부분들을 잡아주시고, 이 부분은 조금 위험하다거나, 이런 부분들을 짚어주시는 것이 편집자 선생님들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모든 일들은 경계가 모호하다보니 그런 경계는 작업하면서 맞춰가야 하겠지만요.

 

캠퍼: 가장 엄밀한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소진: 그쵸. 그리고 저는 코멘트 너무 좋아하거든요. 평가가 저는 제일 좋아요.

 

캠퍼: 이제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소진: 근데 재밌는 게 나올까요? 말을 너무 재미없게 한 거 아닌가?

 

캠퍼: 아뇨, 잘 나올 것 같은데요. 마지막 질문은 이거예요. 이 책의 독자를, 아마 첫 번째로는 자살생각을 하는 청년여성들이 읽었으면 하시겠지만, 그들과 더불어서 꼭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진: 부모들요. 기성세대들. 청년여성들이 나약해가지고 자살생각 하는 줄 알아요. 상황이 바뀐 걸 잘 모르니까요. 그분들이 자라날 때 한국은 성장하고 있었고, 이 고생이 나중에는 끝난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세대에게는 그런 약속보단 오히려 절망의 그림이 그려지죠. 우리에게는 '더 나아질 거야'라는 믿음이 없어요. 그게 중요한 차이죠. 그래서 그런 차이를 아셨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자녀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아 내가 차별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인정하시면 좋고요.

 

캠퍼: 알겠습니다. 책이 진짜 잘되면 좋겠네요.

🎨 가내수공업자
올해의 고양이
‘이랬는데 요래됐슴당’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올여름부터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던 길냥이 새끼 두 마리가 있었어요. 치즈태비 녀석은 어느 날 길가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해 묻어주었고, 남은 턱시도 녀석은 무럭무럭 커서 통통하고 반질반질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름은 쪼꼬미입니다. 쪼꼬미가 추운 이 겨울을 잘 넘겨서 무사히 봄을 맞고, 길냥이 생활이 너무 고달프지 않게 돌봐줄 거예요.
올해의 게임: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기대했던 〈디아블로4〉는 너무너무 실망이었습니다. 그래픽은 너무나 화려했지만, 게임을 계속할만한 매력적인 요소를 찾지 못했어요. 서브퀘스트도 지겨웠고요. 해리포터 팬이라면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호그와트 레거시〉는 하다가 중단한 상태입니다. 뒤늦게 카드게임의 매력을 알게 해준 〈인스크립션〉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올해의 게임은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입니다.

올해의 끼니: 브리치즈 파스타
올해 저는 브리치즈 파스타를 내내 해먹었습니다. 바질 대신 루꼴라를 넣고, 향이 옅고 낱개 포장이어서 간편한 〈일드프랑스〉의 미니브리를 사용했어요. 만들기 간편한데 맛있기도 해서 이 레시피를 알게 해준 ‘먹을텐데’의 성시경님께 무한감사 중입니다.
모래
올해의 고자극: 서울국제도서전
오월의봄에게도 처음, 저에게도 처음이었던 도서전은 준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말 그대로 여러 면에서 고자극이었네요(근데 이제 너무 자극돼서 퇴근하면 몸이 조금 너덜거렸던^^).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어요. 멀리까지 와서 인사해주시고, 오월의봄에 사랑을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오월의봄은 내년에도 과연 도서전에 참여하게 될까요? 지켜봐주세요!
올해의 원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베사 워시드
커피에 밝은 친구가 옥인동에 있는 커피 작업실(핸드드립 맛집) ‘노멀사이클코페’에 데려가 줬어요. 건물 뒤편으로 입구가 특이하게 나 있는 곳이었는데요. 그곳에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베사 워시드’ 원두를 처음 맛보았어요. 종종 카페 사장님들이 “이건 OO(캐러멜, 위스키, 귤, 말린 과일 등등) 맛이 나는 원두예요.”라고 말씀해주셔도 정작 마시고 나면 그 향이 잘 안 날 때가 있는데, ‘산딸기’ 향이 난다던 첼베사는 정말로 향이 확! 나더라고요. 산미 강한 커피를 못 마시는 저에게도 적당히 잘 맞았습니다. 그 후론 카페에 가면 첼베사를 찾아요. 참, 울산에서 방문했던 ‘시그너스커피바’는 제 올해의 카페입니다. 여기서 사온 원두 ‘브루잉 포 데비 다크블렌드’도 좋았어요.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판매하네요!

올해의 발견: 진관사 계곡
올해 여름도 참 더웠죠? 여름에는 계곡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올해에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계곡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은평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진관사 계곡’을 알게 되었어요. 복숭아+자두+살구 같은 여름 과일을 들고 가서 물에 잠시 담가놓았다가 먹으면 완전 꿀맛. 물은 어찌나 차갑던지 입수에 돌입하면 여름이 싹 잊히더라고요! 다음 여름에는 계곡으로 놀러가보세요. 
🖋️ 편독자
올해의 장소
생각해보니 올해는 이동, 특히 지방 출장이 많았던 한 해였네요. 공항과 비행기야말로 가장 많이 드나들었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나 일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 거라는 통념을 와장창 깨어준 소중한 여행들이었죠.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택시에서,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책을 읽던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올해의 깨달음
혹시 제가 작년에 ‘올해의 반찬’으로 적었던 그 이름 모를 지리산 산나물을 기억하시나요? 그 이름을 드디어 알아냈어요! 파프리카 나물이었다고 합니다. 파프리카 잎으로 나물을 해 먹을 수 있다니… 상상도 못했네요. 평생의 소울푸드로 남을 이 나물의 이름을 알게 되어 다행이에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노래’라기보다는 딱 지금 이 시즌에 들으면 좋을 노래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영국의 신스팝 밴드 HONNE의 〈no song without you (london session)〉. 네가 없으면 이 노래도 없었을 거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면, 어렵고 힘겨운 순간에 저를 구해주었던, 그렇지만 의도치 않게 그렇게 해주었던 몇몇 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 마음속 캐롤. 
🥟 만두맨

올해의 한 입: 고리메 튀각

올봄, 한 모임 자리에서 친구가 가방에서 웬 해초 튀각을 꺼내어 함께 맛을 보았습니다. 짭조름하고 바삭해서 손이 멈추질 않던 이 정체불명의 음식에 질문이 쏟아지자, 친구가 설명해주길, 동해 고성이 고향인 어머니가 자주 해주신 반찬이고 어머니는 이 해초를 ‘고리메’라고 부르신다고요. 찾아보니 이 해초는 ‘고리메’, ‘고르매’, ‘누덕나물’ 등으로 불리는데 동해 등지에서 주로 먹는 해초라고 합니다. 대단스러운 음식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는 때이지만, 날이 추워 그런지 정성스레 다듬고 조리해서 나눈 누군가의 마음이 녹아든 그 ‘고리메 튀각’이 생각나네요.

올해의 한 잔

한창 맥주를 사랑하던 시절, 언젠가 일본에 가서 “나마비루 구다사이”(생맥주 주세요?)를 외치며 맥주를 마시자고 친구들과 결의한 때가 10년 전이었는데 올해 '그 맥주'를 드디어 마셨어요. 일본에 도착해 짐을 부리고 들어간 식당에서 마신 시원하고 쌉쌀하면서도 꿀떡꿀떡 들어가던 그 맛은 한참 동안 잊지 못할 거예요. 이 한 잔을 마시는 데 10년이 걸렸나 싶으면서도 그 시간 동안 열심히 잘 살아낸 우리를 토닥여주고 싶었지요.

 

올해의 한 줄: “여기서 져도 다른 데서 이길 거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망의 책임에 대해 대법원 최종심에서 원청과 원청 대표가 올 12월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 한 줄은 대법원 선고 뒤에 법정을 나선 뒤 김미숙 선생님(김용균재단 이사장, 故 김용균씨 어머니)이 읊조린 말씀이라고 합니다. 3심 판결 속보를 보고 나서 온종일 심란했는데, 하루 이틀 후 다시 기사를 찾아보다 저 한 줄을 발견하고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릅니다. ‘암중모색’이라는 말이 자주 생각나던 한 해였는데, 내년에 저는 저 말을 붙들고 살아내보려고 합니다.

🏕️ 캠퍼
올해의 노래: 허회경, 〈그렇게 살아가는 것〉
2022년 1월에 발매된 곡이지만 올해 알게 된 저에게는 올해의 노래. 2023년은 개인적으로 사람과 관계,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 해였는데요. 이 곡의 노랫말에서 큰 위안을 받았어요.

올해의 소설: 김병운, 〈한밤에 두고 온 것〉(《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수록작)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한 한 해였지만, 마음 깊이 남은 이야기라 꼽고 싶어요. 저는 세심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올해의 만화: 지영, 《지영》
이 만화를 완독하며 2023년을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섣불리 '일상'이라 상상하지 못하는 일상에 대해 말하는 책이 늘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 책이 꼭 그랬고요.

올해의 회복
지난 레터에 짤막한 후기를 싣기도 했는데요, 저는 올가을 근속휴가로 한 달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쉼 자체가 올해 가장 큰 회복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산책자

올해의 식사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필요해》의 저자 최정은 샘이 오월의봄 사람들을 위해 차려준 밥상채소구이 등 모든 게 맛있었지만 채수로 우려낸 시금치된장국은 생전 처음 먹어본 맛이었음오랜만에 오월의봄 구성원 6명이 모두 모인 날이어서 더욱 기분 좋았던 날.

 

올해의 책: 《감정의 문화정치》

많은 책을 읽었지만, 사라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정치》가 생각남. 직접 만든 책이긴 하지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선정해봄.

 

올해의 드라마:〈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폭 안 나옴욕 안 나옴피칠갑 안 나옴이런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힐링’ 드라마.

올해의 음악

쇼팽의 피아노 음악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위로가 돼주었음.

 

올해의 음반: 정밀아의 《리버사이드》

청파동에서 한강변으로 이사했지만,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응시하는 음악은 여전해서 반가웠음. 강아솔의 음반도 좋았음.

 

올해의 장소

창밖으로 작은 숲이 보이고, 새소리가 끊임없는 곳, 우리 집.

 

올해의 추모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선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남. 그의 말, 웃음소리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 맴돌고 있음. 부디 영면하길.

📖 올해의 오월의봄 책  

‘오월’님: 《전사들의 노래》

장애인이동권연대에서 ‘버스를 타자’란 구호를 내걸고 거리로 나선 지도 어느덧 이십 년 넘게 흘렀습니다. 《전사들의 노래》에서 명애씨는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받은 덕분에 잘 싸우는 사람이 되었다고 하셨지요. 그래서인지 제게는 종전에 쌓인 투쟁의 시간들이 너무나 아득하고 복잡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제도 개선과 이동권 시위를 바라보는 대중의 답답한 시선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한편, 인식이나 행정의 변화를 위해 내가 애쓴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역시 말문이 막히게 됩니다. 《전사들의 노래》를 통해 권리를 외치는 개개인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면 이곳저곳에서 만났던 익숙한 이름과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내심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홍은전 작가님께서 품고 있는 고민들 곁에 다가가 보는 일도 좋았습니다. 번번이 가로막혔던 벽 앞에서, 그래도 우리가 함께라면, 잊지 않고 나아간다면, 저 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을 거란 어떤 은밀한 희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한량님:《전사들의 노래》, 《이것도 제 삶입니다》, 《젠더 수업 리포트》
《전사들의 노래》는 홍은전 선생님과 함께하는 북토크(?)를 참석하기 위해 부랴부랴 읽었는데요.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라는 부제가 다시금 눈에 들어왔던 시간이었어요. 실패할 것이 분명한 싸움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책으로 만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개봉하기 전 어떤 상영회에서 책이 나온다고 홍보(?)해주셔서 출간 즈음에 바로 읽었는데요.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채영의 이야기를 깊고 진하게 들을 수 있어서 뭉클했어요. 또 섭식장애가 단순히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에서도 어르고 달래며 함께 가야 할 동반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젠더 수업 리포트》는 ‘샘, 메갈이에요?’라는 순수하고도 악의가 담긴 질문에 숨이 턱 막혔어요.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 익명의 구독자님
앞의 세 책은 흥미롭게 잘 읽었기 때문에, 마지막 책은 기대되기 골랐습니다.

◌ ‘반미희님: 《어쩌다 유교걸》
익숙하지만 낯선 주제를 가장 즐겁게 풀어내신 것 같아요. :D

◌ ‘해나님: 《전사들의 노래》, 《젠더 수업 리포트》
오늘 12일자 뉴스레터 제목을 보고 클릭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ㅋㅋㅋ 내용도 주의깊게 꼼꼼하게 읽었고, 앞서 나온 책들도 꼽고 싶었지만 신간에 체크 할 수밖에 없네요!

◌ ‘이안님: 《망설이는 사랑》
그들로부터 항상 힘을 얻었었는데... 깊이 덕질할수록 힘이 빠지고, 어느 논란을 기점으로 예전만큼 좋아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방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관련된 책을 찾았었는데 덕질 관련된 철학서는 거의 없더라고요. 이 책을 처음 메일로 봤을 때 많이 기뻤습니다.

◌ ‘RSD님: 《극장 앞에서 만나》, 《페미니즘들》, 《젠더 수업 리포트》
반갑고 감사히 읽고 쓰기까지 마무리한 책(극장 앞에서 만나), 더 많이 읽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책(페미니즘들), 감사하고 기대가 큰 기대작(젠더 수업 리포트), 이렇게 세 권 선정했습니다. 다른 책들도 목록에 올려 두고 천천히 읽어 나가겠습니다.
💌 기억에 남는 〈오!레터〉

지금 막 열어본 50화가 아무래도 기억에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특히나 ‘샘, 메갈이에요?’라는 질문에 숨이 턱 막혔는데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ㅡ한량


이번 50화 레터 인터뷰가 특히 좋았습니다.

ㅡ익명


19화, 휴가특집 / 기억에 남는 오!레터라는 질문을 보자마자 그... 휴가가서 보낸 뉴스레터가 몇 호였더라 하면서 지난 호를 찾아보았습니다. 휴가에 보내는 뉴스레터는 앞으론 없었으면 좋겠지만, 당시 소소한 오월의봄 구성원의 스토리는 따뜻하고 좋았어요 :D
ㅡ반미희

46화, 책따라 맛따라!
오월의봄 편집위원분들의 취향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맛과 주변 정보들까지 알 수 있게 되는 일거양득의 편이었어요. 다음에는 자신의 책 읽기 코스 혹은 남몰래 알고 있는 책 읽기 명소(?) 같은 곳이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무리한 부탁....이겠죠?😂)
ㅡ오월
50화!! 실은 매호 열어보지는 못한 독자라 부끄럽습니다... 오늘 자 레터는 읽기를 매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집게 손 등등 계속되는 이슈로 매일 너무 피곤한데요. 이런 책, 이런 저자분, 선생님, 오월의봄까지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있게 해주셔서 꼽습니다!!
ㅡ해나

4화
ㅡ이안

 48화 ‘왜 읽어야 할까요?’를 거듭 읽으며 2023년 누적된 분노와 피로감으로 막말과 욕설이 새어 나올 수도 있었던 시간을 차분하게 지났습니다. 옮긴이 시우님의 문장을 따라 적어 보았습니다. “이 책이 규범적인 각본과 불화하는 이들에게, 살아낼 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변화를 향한 설렘을 간직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급증과 불만은 멈추지 않고 애쓰는 분들에게 큰 실례인 것도 같아서 희생 없는 참여와 후원만 하는 주제에... 하며 저를 반성했습니다. 《감정의 문화정치》를 혼자 읽었는데, 책 모임에서 다시 읽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퇴직하면 오월의봄에서 마련하시는 북토크에도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ㅡRSD
🏆 올해의 OO
◌ (오월의봄을 제외한) 올해의 책 《태도의 말들》(엄지혜),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김초롱)
ㅡ한량

올해의 레터 〈오!레터〉 & 〈더불어레터〉
ㅡ익명

올해의 예심? ㅎㅎㅎ
저는 이번에 예심을 봤어요. 저에게 2023년은 한 달, 두 달 쌓아 예심을 준비하는 과정이 오롯한 한 해였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오월의봄하고도 함께 한 해를 지낸 거 같아 좋네요. :D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ㅡ반미희

◌ 올해의 고성!
이번 여름에는 홀로 고성에 자리한 '맹그로브 고성'에 다녀왔어요. 젊은이들(?)로 분주한 양양과 달리 고성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고, 비교적 조용한 편인데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여름 밤바다 앞에 가만히 앉아서 〈애프터썬〉에 등장하는 캘럼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 의미를 잃어가는 나의 날들을 회복해보기도 하는 시간이었어요. 오월의봄 여러분께도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이랍니다! 🎅
ㅡ오월

올해의 관찰?
올해는 가족이 강아지 병을 많이 발견했어요. 항상 함께인 건 저인데 피부병도, 목의 혹, 발에 붙은 껌도 가족이 발견하니 기분이 묘했어요. 제가 그렇게 강아지한테 관심이 없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피부병은 치료했고, 목의 혹은 병원의 실수로 생긴 거였지만... 강아지가 노견이 되면서 마음이 불안해지더라고요. 혹을 발견하고 한동안은 강아지를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랑만으로는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관심을 주고 자세히 살펴봐야 관계가 오래 유지된다는 걸 새삼 체감하는 한 해였습니다.
ㅡ이안

올해의 간식
유기농 농사 시작한 친구에게서 굼벵이가 먹은 흔적이 남아서 상품 가치가 없는 고구마를 40kg이나 강매(?) 당하고 그날 이후로 내내 고구마 간식만 먹는 중입니다. 간식인지 주식인지 헷갈리는 지경. 맛있고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만 줄지 않는 듯 보이는 건 왜...
ㅡRSD

올해의....... 나!
2023년의 나도 일단 살아남았다!! 몇 년째 이게 저의 주요한 이슈예요. 이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대략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ㅡ해나
친구에게 <오!레터> 추천하기
아래의 링크를 친구에게 공유해주세요!

<오!레터> 지난화 보러 가기

오월의봄에게 말 걸기
오월의봄
maybook05@naver.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63-15 201호 우)10881 070-7704-5590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