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는 더 대단했다고도 생각합니다
"할 말이 있습니다. 훈련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브라, 여기는 밀란이야. 우린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아. 사과했으면 됐어. 이제 다 잊고 지내면 되는 거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나는 즐라탄이다』

지난 줄거리

1. 이제 이번 달이 지나면 한 해의 반이 갑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꽃가루 철이 끝났는지 재채기 없이 계속 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어제 올해의 50번째 원고를 마감했습니다. 뭐 하고 살길래 시간이 이렇게 가나 싶었는데 일을 하고 살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3. 구독자는 조금씩 계속 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감사드립니다.

3. 이제 뉴스레터 관리자 화면에 들어가면 '구독자 수 제한을 곧 초과합니다.' 라고 시작되는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돈 더 내라는 이야기입니다. 구독자가 늘면 기쁜 마음으로 돈을 내겠죠. 

4. 요금 구간 변경 공지가 인상적입니다. 계정 구독자 수가 늘어난 채 이메일을 보내면 즉시 추가요금이 발생합니다. 반면 사용 기간 중 구독자 수가 줄어들면 요금 구간이 즉시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선불제이기 때문'입니다. 어유 그러시구나. 돈은 이렇게 버는구나 싶습니다. 세상의 비밀을 들여다본 기분입니다.

5. 적어도 제 주변에선 코비드-19의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을 정도가 됐습니다. 거리에도 늘 사람이 가득합니다. '코비드 3년' 이라 할 만한, 그동안의 일들이 꿈같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6. 일은 파도처럼 들어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고 되다 말기도 합니다. '그렇구나' 와 '그런 건가'와 '이거 맞나' 사이의 에서 계속 마음이 왔다갔다합니다. 만성 불확실 상태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7. 다행히 들어오는 일이 아직은 좀 더 많습니다. 지난 2주 동안에도 들어온 일들을 하고 새로 해야 할 일을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늘 비슷합니다.

8. 지지난번 전주와 지난번 부산에 이어 이번엔 충북 모처에 다녀왔습니다. 취재로 간 거라 아직 정확한 위치는 못 밝힙니다. 가는 길에 경기도 안성에 들렀습니다. 경기도면 서울과 가까워서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막상 가면 또 다른 세계더군요. 이번에도 흥미로웠습니다. 

9. 지난 2주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뉴스 중 하나는 5월 말에 있던 유럽 주요 리그 최종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손흥민 선수의 아시아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뉴스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역사에 남을 겁니다. 

10. 영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수준 높은 축구 리그를 운영하는 이탈리아에서도 인상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밀라노를 연고지 삼은 AC 밀란이 11년만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우승 팀 멤버 중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11. 그는 1981년생입니다. (구 버전)한국 나이로는 42세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나이와 부상으로 제 활약을 못하면서도 8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라커룸에서 아주 존재감이 컸다고 합니다. 

12.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으나 이쪽에서는 작지 않은 뉴스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축구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노 라이올라는 폴 포그바, 엘링 홀란드 등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수선수들의 에이전트였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고객 중 하나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였습니다. 

13. 저는 운동을 굉장히 못합니다. 그래서 남성 월간지에서 스포츠 담당 에디터를 할 때부터 뒤늦게 스포츠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다 보니 습관이 되고, 그 과정에서 스포츠가 엄청 심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4. 스포츠의 각 순간은 그 자체로 정점입니다. 뛰어난 인간들과 첨단 스포츠 기술이 그 시대의 절정을 전 세계로 내보냅니다.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아름다우니 여러 의미가 얽힌 큰 비즈니스가 됩니다.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F1이든, 일류 스포츠선수에게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인간들의 특별한 면모를 동시에 지켜볼 수 있는 건 대체로 즐거운 일입니다. 

15.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특별한 선수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500골 이상을 넣었고 유럽의 명문팀에서 활약하며 도합 14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성격도 강렬합니다. 그의 어록들이 기사화되고, 기사화된 어록들이 한국어 기사로 번역될 정도입니다. 여기, 그리고 여기서 느껴 보시죠.

16. 마침 전주에 갔을 때 그의 자서전을 사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름부터 강렬합니다.  
『나는 즐라탄이다』.


즐라탄이란 무엇인가 

『나는 즐라탄이다』는 책 이름처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입니다. 스웨덴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와 함께 썼습니다. 자서전이니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인생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영미권은 자서전과 평전 시장/문화가 발달해서 의미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서전이나 평전이 많이 나옵니다. 스포츠 스타는 자서전을 내는 대표 직군 중 하나입니다. 세 가지 이유 정도가 있습니다. 유명세, 특수성, 보편성입니다. 

대형 스포츠 스타는 글로벌 규모의 유명인입니다. 유명인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건 인간의 당연하고 서글픈 본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만에 하나 별로 재미있는 부분이 없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세상에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유명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유명세 자체도 대단한 재능의 결과라 생각하나 자서전을 쓰려면 유명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하는 듯하긴 합니다. 유명세가 자서전의 모객용 향기라면 특수성이 자서전의 양념 정도 되겠습니다. 스포츠 스타는 그 면에서 남다릅니다.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보통과 다른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명하고 특수해도 우리같은 보통 사람에게 와닿지 않는다면 계속 읽힐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평전이나 자서전에는 결국 인간을 공감시키는 보편적 요소가 기술적으로 꼭 들어갑니다. 남다른 동기 뒤에는 남과 비슷한 욕구가 있었다든지, 남다른 성격 뒤에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 역시 그렇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특수한 종류의 인간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예의 그 '즐라탄 어록'이 그 증거 중 하나겠습니다. 말은 말일 뿐이지만 즐라탄은 그의 말을 행동으로 증명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즐라탄이 어떻게 지금의 즐라탄이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특수한 면모에는 합리적인 부분이 있고, 그리고 분명 이 사람이 남다르다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즐라탄은 괴짜 이미지가 강합니다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일단 즐라탄은 관찰력과 기억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 책에는 즐라탄이 젊을 때 겪었던 여러 가지 다툼과 싸움과 갈등의 순간이 많이 나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즐라탄이 많이 싸운 게 아니라 그가 그 여러 순간들을 아주 자세히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순간을 고화질 카메라처럼 예리하게 관찰한 후 자세하게 표현하는 건 정말 남다른 능력입니다. 

그가 남다른 에고를 갖게 된 데에도 경황이 있습니다. 즐라탄은 스웨덴 빈민촌의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면 "테이블에 우유 좀 줄래?"라고 상냥하게 말하는 집이 아닙니다. 그래서 즐라탄은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자기 힘으로 얻어야 했습니다. 싸웠다면 이겨야 했습니다. 싸울 때가 아니라면 언제 싸우고 언제 그러지 말아야 할 지도 스스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에고가 강해져도 이상할 게 없죠. 

동시에 즐라탄은 의외로 합리적입니다. 그는 책에서 몇 번씩이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되 시키는 대로만 하지는 않았다'는 말을 언급합니다. 자기 고집을 지키는 동시에 남의 말도 잘 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안 들을지가 궁금해집니다. 거기도 기준이 있습니다.

이걸 기준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즐라탄의 기준은 '즐라탄이 들어보고 맞다면'입니다. 즐라탄은 합리적이니까요. 세상을 떠난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와의 첫 만남이 좋은 예입니다. 즐라탄은 역시 자세한 기억력으로 이때 만남을 복기합니다. 좀 길지만 인용하겠습니다. 

(미노) "당신은 자신이 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즐라탄) "무슨 말이죠?
"당신이 차고 있는 금시계나 고급 재킷, 포르쉐를 보고 내가 '오, 이 사람 대단한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죠? 미안하지만, 전혀 아니에요. 우습기만 합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당신은 세계 최고 선수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엄청난 돈을 벌면서 이런 차림으로 한량처럼 놀러 다니고 싶습니까?"
"세계 최고가 되고 싶죠!"
"좋아요. 세계 최고가 된다면 다른 것들도 자연히 얻게 될 겁니다. 하지만 돈만 많이 벌 생각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알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도 즐라탄은 미노가 마음에 들어서 당장 일하자고 합니다. 

"좋아요. 하지만 나와 함께 일하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물론이에요."
"그럼 당신이 소유한 차량들을 처분하고, 시계들도 팔고, 지금보다 세 배는 더 열심히 훈련하도록 해요. 경기 기록이 쥐뿔만도 못하니까." 

즐라탄은 이 말을 다 인정하고 고칩니다. '골을 많이 넣지 못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었고, 너무 나태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맞는 소리였다'면서요. 즐라탄다운 동기부여랄까요. 이런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더러 최고라고 말하면 듣기 좋지 않아요?"
"그렇죠, 뭐."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당신은 최고가 아니거든요. 당신은 쓰**에요.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해요."
"쓰**는 당신이지. 잔소리밖에 할 줄 모르면서. 당신이나 갈고닦으시지."
"* 먹어."
"당신이나 * 먹어."

같은 이야기를 한 뒤 즐라탄은 각성합니다. "즐라탄, 넌 쓸모없는 놈이야. 쓰레기라고. 네가 생각했던 실력의 절반도 못 돼!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해."

이게 뭔가 싶으나 스포츠는 결과의 세계고 즐라탄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결과를 냈습니다. 실제로 즐라탄은 긴 선수 경력 동안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선수 초기의 즐라탄은 화려한 드리블러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신체 사이즈와 힘을 키워서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골을 넣는 선수가 됩니다. 나이가 든 후에도 신체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량을 줄이고도 중요한 골을 넣습니다. 무엇보다 몸은 노쇠해도 마인드는 여전하니 라커룸과 벤치에서 선수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선수가 됩니다. 

하나 더. 즐라탄은 잊지 않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요. 자신과 안 좋았던 감독이나 선수들은 책 안에서 노골적으로 비판받습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스웨덴의 빈민가도 잊지 않습니다. 그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인 로센고드의 어느 다리에는 그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로센고드에서 한 친구를 데려갈 수는 있어도 그 친구에게서 로센고드를 빼앗을 수는 없다." 

이 책은 즐라탄이 그 말이 적힌 다리 아래를 다시 찾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어릴 때의 즐라탄은 이 다리 밑을 전속력으로 달렸다고 합니다. 무서워서,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만 보며 이 어둠을 빠져나가기 위해서요. 그렇게 달린 소년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선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2012년까지의 즐라탄에 대한 책입니다. 축구를 안 보시는 분들이 많을 테니 즐라탄의 다음 삶을 짧게 말씀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즐라탄은 그 이후에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톱 레벨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갑니다. 최상급 선수들은 요즘 은퇴 전 미국에서 몇 년 뜁니다. 즐라탄도 LA에서 2년을 뛰나 다시 AC 밀란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의 밀란 복귀 3년만에, AC 밀란은 다시 이탈리아 리그에서 우승합니다. 즐라탄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라커룸 스피치에서 성숙하면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한국어 자막은 여기). 

이탈리아 리그에서 우승한 후 즐라탄은 몇 가지 사실을 알립니다. 그는 6개월 동안 무릎 십자인대 없이 시즌을 소화했다고요. 매일 진통제를 먹었고, 팀 훈련에 10회밖에 참가하지 못하고, 거의 잠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 즐라탄은 하나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내 동료들과 고치들을 이탈리아 챔피언으로 만들겠다고요.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에. 좀 느끼한 말 같기도 합니다만 스포츠는 결과의 세계입니다. 즐라탄은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우승을 친구이자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에게 바친다고 말합니다. 즐라탄은 역시 잊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으실 분이 많을 듯해 책 내용을 많이 요약했습니다만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참 더 많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책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즐겁게 읽을 분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읽으시는 당신이 누구신지에 따라 이 책의 재미가 크게 달라질 듯합니다. 

그나저나 앞서 말씀드린 평전 인물 되기의 3요소는 스포츠 스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자서전을 쓰고 싶거나 평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분들은 유명세와 특수성과 보편성을 가지시면 되겠습니다. 

요즘 읽는 다른 책들

여러 이유로 한 번에 여러 책을 읽습니다. 일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외출용 책과 집안용 책을 나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무거운 책은 집에서 더 많이 읽으니까요. 그래서 여러 개의 파일을 한 번에 받을 때처럼 여러 책의 페이지가 조금씩 넘어갑니다. 최근 다 읽은 책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다 한국 저자 책입니다. 

한국의 정치학자이자 작가 라종일 선생이 신작 『하노이의 길』을 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일이 함께 했던 하노이 정상회담에 무슨 일이 있었나를 추적하고 추측하는 책입니다. 저는 라종일 선생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가 잡지 에디터 일을 하며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결과물 중 하나도 <에스콰이어>에서 진행한 라종일 선생 인터뷰입니다. 이번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커피 전문 작가 조원진 님의 신작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심재범 님과 공저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입니다. 한국과 세계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가 어떻게 교류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데이터와 실제 사례가 많아 배우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었습니다.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이용재 님의 신작도 최근 나왔습니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브로콜리를 비롯한 주요 식재료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라 하기엔 상당히 본격적인 실용 정보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집에서 실질적으로 뭔가를 해 먹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식재료 중 왜 브로콜리를 제목으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자 이용재 님과 약간 안면이 있는데 나중에 뵙게 되면 여쭤봐야겠네요. 

작가이자 번역가인 노정태 님의 신작 『프리랜서』도 비슷한 시점에 나왔습니다.  책 분량은 많지 않고 내용도 간단합니다. 문필계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방법론과 개인 단위의 프리랜서론이 책 내용의 전부입니다.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가 에세이라고 적힌 실용서라면 『프리랜서』는 실용 총서라는 레이블을 붙인 에세이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저 역시 말하자면 프리랜서 모드로 운영 체제를 갈아끼우는 중이라 여러 모로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저와 다 직간접적으로 안면이 있는 분들입니다. 사실 이 네 분은 굉장히 다릅니다. 이렇게 엮이는(?)걸 안 내켜하실지도 모릅니다. 다만 제가 이 네 분 모두 무척 좋아합니다. 이 분들 모두 진지한 자세로 자기 결과물을 열심히 잘 만드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출판 시장에서 각자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습니다.

기회가 되거나 원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뉴스레터를 통해 짧은 저자 인터뷰같은 거라도 실어볼까 싶기도 합니다. 이 뉴스레터에도 이른바 '독점 콘텐츠'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의견 있으신 분들 말씀 주세요. 

오늘의 책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의견이나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말씀 남겨 주세요. 

업무 근황

일을 가리는 건 거물의 특권이며 저는 거물이 아니기 때문에 온갖 일에 놓이고 있습니다. 거물도 거물 나름의 고민이 있을 텐데 저는 아직 그 고민을 할 수 있는 급이 아니네요. 거물이 아닌 이상 고민도 사치입니다. 해보고 털리면 빨리 다른 걸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원 OS를 삭제하고 프리랜서 기능의 OS를 업데이트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해나가고 있습니다. 하다 보니 두 OS는 호환이 잘 안 되네요.

이번 2주간에는 외부로 공개된 원고가 많이 없습니다. 작은 코멘트들이 좀 나갔습니다. 제가 일했던 월간지 <에스콰이어> 7월호 '초여름밤을 제대로 만끽하게 해줄 아이템' 1편 2편에 코멘트가 나갔습니다. 다른 분들의 거창한 아이템들에 비하면 제 물건은 돈까스집 깍두기처럼 소박합니다. 다른 분들의 취향에 감탄하며 '이야 내가 어떻게 저런 곳에 있었지' 싶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요즘은 기업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게 추세입니다. 그 추세에 발맞춰 제게도 종종 이런저런 일이 들어옵니다. 코오롱몰에서 만드는 OLO매거진에 원고가 나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헌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오래된 차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오래 전에 보낸 원고인데 여러 사정으로 이제 웹 릴리즈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년 전 '서울메이드'라는 잡지에 보낸 원고가 최근 올라왔습니다. 도시와 브랜드, 도시의 브랜딩에 대한 원고입니다. 제가 존경하며 모시는 저의 업계 스승님께서 이 잡지의 편집장을 하셨는데, 그때 보낸 원고가 지금 올라간 것 같습니다. 

하려다 안 된 일도 있습니다. 올해 연말 도서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을 책(웃음)을 하나 기획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생각이 나서 요즘 함께 일하는 출판사에 말씀을 드리고 바쁜 중에 제안서까지 써서 허락을 받았으나, 출판사 내부 사정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출판사와는 잘 이야기 나누고 잘 풀었기 때문에 전혀 불만 없습니다. 오히려 그 출판사와는 (제 느낌이지만)심정적으로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다만 책의 꼴이 다 나와버려서 그냥 없애려니 조금 아깝긴 합니다. 연말과 밀접한 관계 있는 짧은 분량의 실용서(의 모습을 띤 약식 한국 문화 분석)입니다. 올해 12월 초에는 깔려야 하기 때문에 11월까지 완료되어야 합니다. 제안서와 책의 구조는 다 완성되었습니다. 혹시 아이템에 관심 있으신 출판사나 기업에서 말씀 주시면 제안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딘가에 제가 만든 원고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으스스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묘한 이색 직업을 갖게 되었네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정태의 『프리랜서』 서두 인용문으로 오늘의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일하라, 더욱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만 마무리합니다. 각종 제안, 문의, 훈계, 항의, 혼쭐 등 해주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의견 남기기로 들어가셔서 다양한 의견 남겨 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다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오늘도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모든 게 바뀔 수 있으니 차차 다듬어보려 합니다. 멸치 이미지는 이걸로 할지 다른 걸로 할지 생각하다 아직은 이걸로 두겠습니다. 로고 같은 게 뭐 중요하냐는 생각은 그대로입니다. 유료화에 대한 생각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한 말씀은 무료료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100 퍼센트 무료입니다.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에도 간단히 적으려 했는데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나 사연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이 레터 통해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늘 감사합니다. 
박찬용 드림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발행인 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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