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로벌 아트 에이전시 핀즐에서 크리에이티브 디텍터로 일하며 1인 출판사 겸 디자인 스튜디오 폴라웍스아트코(PWAC)를 운영하는 남필우입니다.
👩💻 하시는 업무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을까요?
핀즐은 아티스트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작품 IP를 활용한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제공해요. 저는 인터뷰 매거진부터 웹 사이트, 오프라인 전시까지 핀즐이라는 브랜드 전반의 기획과 디자인에 힘쓰고 있어요. 필름 사진 매거진 <hep>에서는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기획부터 인터뷰이 섭외는 물론 제작과 유통까지 혼자 책임지고요. 뮤지션 스탠딩 에그와 함께 만드는 뮤직&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BGM>에서는 편집장과 편집 디자이너로서 기획과 발행을 총괄해요. 공통적으로는 보여지고 경험하는 것들을 기획하고 만든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핀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프로 N잡러시더라고요. 저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하면 현기증이 나던데 업무 관리나 시간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서 시간에서 더더욱 자유롭지 못해요.(정말로요!) 물리적인 시간을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 회사를 오가는 시간,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기획과 세부 요소들을 탐색하고 연관지어 상상하죠. 업무라고 생각하면 복잡해지기에 일종의 흥미이자 놀이로 두고 퍼즐을 맞춰나간다고 생각하다 보면 멋진 그림이 상상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바로 자리에 앉아 작업하며 완성을 합니다. 일이지만 놀이고, 놀이지만 일인 셈이죠. 그렇다고 일에 대한 진정성이나 자세가 가벼운 건 결코 아니에요. 물리적인 시간의 최소화인 거죠.
👩💻Hep과 BGM 등 발행하는 매거진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hep>은 필름 사진으로만 구성된 매거진이에요. 예전부터 필름 카메라와 필름 사진을 좋아했는데, 필름 카메라 유저들의 멋진 사진이 블로그나 웹에서만 보여지는 게 아쉬웠어요. <hep> 매거진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필름 사진을 지면에 담기 위한 시도예요. 필름 사진 매거진이라 인터뷰 촬영도 필름으로 하고 있고요.
<BGM>은 뮤지션 스탠딩에그 팀과 함께 만드는 뮤직&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에요. 이제는 거의 사라진 국내 음악 잡지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죠. 음악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포인트를 엮어 타깃을 확장해 매거진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BGM은 매거진뿐 아니라 ‘믹스’로도 제작돼요. 믹스는 카세트테이프 콘셉트의 미니 플레이리스트 북인데, 브랜드와 협업해서 발행하고 있어요. 그동안 프릳츠 커피, 29CM, 런업 스튜디오와 협업했답니다.
👩💻그것들이 핀즐에서 하시는 업무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핀즐에서 예술 작품을, <hep>에서는 사진을, <BGM>에서는 음악을 다루고 있는데,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거든요. 실제로 각 장르들이 영감을 교류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 작가라고 불리는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추상작품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기도 하거든요. 그는 인터뷰를 통해 마크 로스코의 추상적 회화 작품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죠. 비슷한 맥락으로, 저도 뮤지션 인터뷰를 하고 음악을 듣다가 작품이나 접근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자양분 삼아 저 스스로가 풍성해졌기에 각 결과물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감각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훈련하시는 방법이 있나요?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은 없지만, 이면의 디테일 체크는 늘 하는 편이에요.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와 장소들이 정말 많은데, 팬이 되고 마음으로 살펴보니 본질적인 스토리가 아쉬운 곳들이 많더라고요. 철학까지는 거창할지 몰라도 이 브랜드가 어떤 슬로건을 가지고 해당 분야에서 포지셔닝을 했는지 찾아보곤 하거든요. 이런 과정이 쌓이면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확고해지면서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들여다봅니다.
👩💻최근 흥미롭게 보신 마케팅 사례나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있다면요?
핀즐 소속 아티스트이기도 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Akatre와 패션 레이블 Études에서 좋은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둘 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 출판, 음악 등 다양한 매체로 아이덴티티를 선보이고 있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지금 하시는 업무 외에 혹시 꿈꾸는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와이프와 함께 스몰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어요. 준비만 수년째이긴 하지만 브랜드명까지는 나왔으니 머지않은 시점에 간결하고 경쾌한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구입하신 물건은 어떤 게 있나요?
샤워기 헤드와 호스.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삶의 질이 무척이나 올라갔어요. 갑작스러운 고백이지만,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Vola 수전을 꼭 설치하고 싶습니다.
👩💻서울라이터레터 구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의 일상, 인생이 사실은 영화(혹은 드라마)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장르면 좋겠어요? 지금 원하는 장르가 연출되고 있나요?” 뜬금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질문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삶의 태도와 지향점이 보이더라고요. 억지 공감, 억지 감동에 식상해진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