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이 가장 날것으로 남아있는 곳, 임진강. 김포와 강화도, 파주에 걸쳐서 흐르는 이 강물은 때때로 북에서 떠내려온 죽은 이들의 시신이나 바람을 타고 날아온 삐라를 실어 나릅니다.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강은 여전히 전쟁이 남긴 상처를 증언하곤 해요.

2년 전 뮤지션들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평화롭지 않았던 잔인한 세월을 버텨낸 강화도 곳곳의 공간에서 강너머 북한을 바라보며, 외적을 막아낸 의병들의 영혼이 깃든 유물들을 보며 세상과 내 마음의 평화에 대한 영감으로 만든 ‘평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프로젝트였는데요.

오늘은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노래 ‘Paz’를 소개하려고 해요.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강 너머의 북한 땅을 바라보던 용성 님은 파주에 머물던 시절을 떠올렸다고 해요. 'Paz'라는 제목은 '파주(Paju)'와 스페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Paz'의 발음이 유사한 점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땅 '파주'와 그곳에서 꿈꾸는 '평화'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아낸 것이죠.

노래는 비가 오는 밤, 잠 못 이루는 화자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비가 오면 잠을 잘 못 자요, 죽은 사람 떠내려올까 봐"라는 가사는 평화로운 일상에서도 여전히 깊숙이 자리 잡은 전쟁의 아픔을 보여줍니다.

"강 너머가 눈앞에 보이는 산마루에 노는 구름"처럼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북녘땅, 분명 하늘과 땅에 경계는 없는데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며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태가 서글퍼져요. 파주나 강화도에서 보이는 철새떼들은 아무렇지 않게 남과 북의 산과 강 위를 날아다니는데 말이죠.

가사에 등장한 풍선에 실려 날아오는 삐라, 땅에 떨어진 비닐, 묵은쌀 봉지 같은 단어들은 분단이 만들어낸 기이한 일상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평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는 무궁무진스튜디오의 친구 강화유니버스와 함께 진행한 ‘평화’를 주제로 한 컴필레이션 앨범 프로젝트예요. 뮤지션들이 함께 걷고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평화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담아 만든 음악들을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