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 동동 뛰어가던 뒷모습,

덕분에 저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명품의 명품, 에르메스(Hermes). 에르메스에서 옷과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향수도 출시하는 거 아셨나요. 에르메스는 무려 1950년대부터 향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2004년에는 전설적인 향수를 탄생시킨 수석 조향사 쟝클라우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를 전속 조향사로 영입하면서 화제가 됐었죠. 엘레나(Ellena)는 정말 대단한 조향사거든요. 역시나 에르메스에서도 수많은 역작을 탄생시켰어요. 크리스틴 네겔(Christine Nagel)은 그를 '독점적인 향료, 후각 디자인의 감독과 에르메스 향수의 유산’이라고 일컫기도 했으니까요.

엘레나는 늘 에르메스의 향수가 남다르다고 표현하는데요. 그 이유는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것은 유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전통과 장인을 바탕으로 한 모던함. 예를 들면 에르메스는 1951년부터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 만든 그 모든 향수들이 아직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죠. 덕분에 우리는 몇 십 년 전에 뿌렸던 아련한 에르메스 향수가 있다면, 언제든지 그 향을 다시 입을 수 있습니다. 엘레나는 이것이 에르메스 향수가 지닌 힘이라고 전해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향수 또한 엘레나가 제조했습니다. 2011년 에르메스 테마였던 ‘이 시대의 장인’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파리에 실제로 위치한 에르메스 빌딩의 옥상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프루티 노트의 향수에요. 어린 시절부터 에르메스 옥상정원을 들락날락했던, 에밀 에르메스의 손자 ‘필립 뒤마’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패키징에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 엘레나는 전합니다. 이 향수를 뿌리는 것은 또 하나의 유희가 될 것이라고. 머리카락에 향을 입혀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는 재미를 마음껏 누려봐라고요. 

  

  

밤을 밝히고 감정을 가리키는

그 달콤한 빛들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거라고.

1994년에 설립된 런던 향수 브랜드, ‘조 말론(Jo Malone)’. 일반 사람들의 1,000배 이상의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탐지견의 수준과 비슷한 후각을 가진 조 말론 여사가 창시한 브랜드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프루티 향수,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은 조말론의 시그니처 향수에요. 그래서 이미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 향수는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가을의 여유로운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전원을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을 때를 기억하며 제작되었다고 해요. 영국의 무성한 숲 사이에서 블랙베리를 따던 추억이 서려 있다고. 잘 익은 블렉베리의 진한 과즙향과 고급스러운 월계수 잎 향, 포근함을 더해주는 시더우드의 조합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 역작입니다. 프루티 향수인 만큼 과일의 달달함이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의 쌉쌀함을 머금고 있어서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향. 

  

블랙베리 농장을 걷다가 손으로 한 움큼 따냈습니다. 코끝으로 그 향기를 한번 맛보고, 입으로 두 번 음미하고. 블랙베리로 물든 입술과 끈적해진 손이지만 마냥 즐겁네요. 반전도 있습니다. 새콤한 블랙베리에 방금 막 수확한 월계수 잎의 싱그러움을 더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깔끔한 밸런스를 자랑합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과즙 향은 한번 맡으면 잊을 수 없는 짙은 여운을 남기죠.

킬리안(Kilian)은 킬리안 헤네시가 2007년 런칭한 럭셔리 향수 브랜드입니다. 킬리안 헤네시, 그 이름부터 낯설지가 않은데요. 그렇습니다. 꼬냑의 명가, 헤네시(Henessy) 그룹의 직계 상속자예요. 킬리안 헤네시는 크리스찬 디올, 알렉산더 맥퀸,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향수 사업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럭셔리 향수 브랜드를 꿈꾸며 자신의 이름을 따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브랜드 철학이 ‘Perfume as art’인 만큼, 킬리안은 '후각의 소설', '소설의 후각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컬렉션이 하나의 소설책 같은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소설, 문화, 예술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향수를 제조하죠. 아시안 테일즈(Asian Tales), 인 더 가든 오브 굿 앤 이블(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 문라이트 인 헤븐(Moonlight in Heaven), 루브르 느와르(L’ceuvre Noire) 등 총 8가지의 컬렉션에 부여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각각의 컬렉션에는 스토리와 함께 고유의 매혹적인 향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 

킬리안의 향수가 대체적으로 관능적이고 묵직한 느낌이 강한 건 사실인데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향수는 관능성 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을 겸비한 정말 매혹적인 향수입니다. 가끔 시트러스 계열이 질린다고 하는 분들께 이 향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만큼 적당히 진중하면서, 적당히 가볍거든요. 중국 옛이야기의 무릉도원에 나오는 ‘불멸(immortality)’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향을 몸에 입히면 유난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킬리안 플라워 오브 이모탈리티 E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