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 무당 |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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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사주·타로를 보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다

마음이 심란할 때 사주나 타로를 보러 간적 있나요? 하지만 나오면서 오히려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나는 내 커리어가 궁금한데, 왜 내 자녀운을 봐주지?' 내 고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의심스럽고요. 여전히 가부장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주와 타로 상담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어요.

 꾸물  오늘 사주랑 타로 본 거 어땠어요?


 소조  재밌으면서, 재미없기도 했어요. 팔자는 다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말해서 좀 슬펐고요. "어떤 시기에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날 거다"라고 하는 건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지만요.


 꾸물  팔자가 정해져 있어서 슬펐다는 말이 공감돼요. 그래서 저는 사주 안 보고 타로를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내 인생이 달렸단 말이 싫어서요.


 지니  저는 20+n년 살면서 타로를 처음 봤는데요. 생각보다 길어지는 취업준비가 괜히 걱정됐거든요. '나는 취뽀 언제 될까? 이런 것도 알 수 있나?'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그런데 취업운을 보시다가 알아서 연애운, 배우자운으로 넘어가서 살짝 당황스러웠어요.


 소조  타로하면 '연애운'을 많이 보는 편인 거 같아요. 우리가 갔다 온 사주·타로 카페에서도 여성 두 분이 들어오시는데 마스터가 이런 말을 했잖아요. "여자 애들 둘이 오면 무조건 연애지."


 지니  한창 '제너럴 타로'가 유행해서 유튜브에 타로 읽는 채널이 많아졌는데, 거기도 주제가 연애운, 연락운, 재회운 이런 거라는 점😅


 꾸물  사주나 타로 상담이 엄청나게 이성애 중심적, 유성애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조  아무래도 취직이나 금전은 비교적 내가 노력해서 성취할 수 있단 인식이 강한데요. 사람의 애정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런 걸까요?


특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연애운을 많이 묻는다고 해요. '이성연애 각본'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남성은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 구애하는 능동적 역할을 맡고, 여성은 매력을 가꾼다거나 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구애를 기다린다는 각본이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여자보다 남자의 사랑이 더 커야 행복한 연애다.' 이런 각본 안에서 남성 연인이 떠날 때 여성은 달리 취할 행동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상대의 마음이 돌아오길, 내게 먼저 다가와 주길 기다리며 점을 보게 되는 거 아닐까요.


 꾸물  여성의 운을 볼 때도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사주 풀이를 하죠. "팔자가 세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사주다"라는 식으로요. 남자 팔자 따로 있고, 여자 팔자 따로 있는 건지, 참. 😤


 지니  그런 말을 들으면 사회 흐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거 같아요. 웃긴 게, 남자 팔자는 세야 좋은 거고, 여자는 팔자가 세면 나쁘다고 하잖아요? 팔자가 센 여자는 사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남자의 기운을 꺾는다나? 게다가 평생 한 남편만 섬기지 못하니까 나쁜 사주라네요(;)


 소조  하지만 사주 자체가 잘못된 거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다 보니 많은 해석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에요. 어떤 역술인은 현모양처 사주가 가장 좋다고 풀이하기도 하죠. 여자 스스로 성공하면 박복한 거고, 남편운이 성공해야 좋은 거라면서요.


 꾸물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도 생각나요.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는 뜻이죠.

 소조  점 보러 간다고 하면 조금 우습게 여기는 시선도 있어요. 저만해도 "네가 그런 거 믿을 줄 몰랐어~"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점술에 기대는 걸 나약한 태도라고 보는 거 같아요. 이런 나약함은 남성에게 더 금기시되는 점이죠. 그러면 결국 주로 여성들이 점술을 많이 보는데, 이게 또 '미신을 믿는 비이성적인 여성'이란 프레임을 강화한다고 생각해요.


 꾸물  과거에는 점술이 그렇게 천대받지는 않았어요. 부족을 거느리는 우두머리가 제사장인 경우도 많았고요. 지금은 점술을 문명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걸로 인식하긴 하죠.


 소조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종교적, 미신적인 무언가에 기대고 있다는 소문이 종종 들리는 걸 보면... 어쩌면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점술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니  사주나 타로를 보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이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누군가 내 미래가 나아질 거라 예언해주면 그에 의존하는 거죠. 그럼, 타로 마스터의 해석을 재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솔직히 신경쓰이네요.


 소조  보는 사람들도 알아요. 해석을 맹신할 수 없다는 걸. 그냥 그렇게 해서라도 희망을 찾으려는 거 같아요.


 꾸물  아니면 그 해석이 자기충족적 예언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운명의 '운(運)' 자가 '움직일 운'이잖아요? 저는 이왕이면 내 운명을 바꿀 용기를 내고 싶어요!


 소조  구시대적인 풀이 방식 때문에 사주나 타로를 보고 난 뒤 찜찜하잖아요? 이런 풀이 말고, 열린 시각에서 여성들을 위한 해석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느낌표.

묻는 사람, '무당'

-오늘의 콘텐츠 | 신령님이 보고 계셔-
위드, '한(恨) 많은 귀신' 하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나요? 아마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린 채 처연하게 울고 있는 처녀귀신을 떠올린 위드가 많을 것 같은데요. 왜 '한'과 여성은 이토록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 걸까요?
신령님이 보고 계셔


귀신 들린 여자, 사이비 종교, 사기꾼?

세상의 오해 앞에 '요즘' 무당 홍칼리가 펼치는 놀랍도록 솔직하고 정성껏 다정한 무지개색 굿판!

©위즈덤하우스


영감의 실마리


하나, '무당💗소수자'는 운명의 데스티니

퀴어 무당 홍칼리는 '한'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데도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무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야기,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을 풀어주고 기도로 정화"하는 사람이고요.


긴긴 역사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문제는 대체로 '해일 오는 데 조개나 줍는 소리' 따위로 여겨져 왔잖아요. 맞아요. 그 과정에서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한이 되어온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또 정화해온 무당은 누구보다 소수자 곁에 가까이, 오랫동안 머무른 존재인 거고요.



둘, 당신의 운명을 당신에게 돌려드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무당이 소수자의 삶과 운명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만든 색안경을 끼고서 사주팔자를 읽기도 해요. 예컨대 명예를 뜻하는 '관운(官運)'은 사주 주인의 성별에 따라 달리 해석되곤 합니다. 남성 사주에 관운이 있으면 "크게 성공하겠구먼!"이라 합니다. 하지만 여성 사주에 있으면 "남편 복이 좋네"라고 하는 식이죠.


같은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이 타고난 성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면, 이들의 운명을 바꾼 건 사주가 아니라 사회의 고정관념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그래서 홍칼리는 "답을 내리기보다 그 사람의 속에 있는 말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무당'이라는 말의 본래 뜻처럼 '묻는 사람'이 되어 손님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같은 사주팔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의지, 그를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교육, 그와 주변 환경의 일상적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에디터의 생각 조각


점집을 찾고 싶은 생각이 가장 간절해지는 날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할 때잖아요. "하나님, 부처님, 신령님, 뭐 암튼 누구라도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하는 마음으로요.


근데 점을 보고 나와서 외려 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면? 그건 위드가 잃어버린 게 '정답'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등 한 번 툭툭 두드려주고, 위드만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끔 나침반 정도 쥐여줄 '길잡이'가 필요했던 걸지도요. '운명(運命)'이란 사실 "명을 운전한다"라는 뜻이거든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인생의 길 같은 게 아니라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운전해나갈 위드를 응원합니다. 하늘도, 땅도, 그리고 위유 팀도요!

세미콜론.
위드,
어떨 때 내 '운명'이 궁금해지나요?
지난 'wew와 여성의 날' 레터에 위드가 보내주신 피드백을 살펴보았어요.
  • 이전 뉴스레터들에 에디터마다 생각조각이 더해져서 좋았어요. 영감이 또 새롭게 확장되는 경험이었어요. 여성의날 축하해요!🌹🍞
오늘 이야기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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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따개🖇 라노🦖 리사👩‍🚀 무아🍋
이밤🌰 장소조🐭 지니🧞 짱콩🐥 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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