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5. 노가리클럽 대서 에디션 : 올 여름 '폭염' 소식에 대서특필

대서 大暑

24절기 중 열 두번째 절기로,

'큰 더위'라는 뜻입니다.

옛부터 장마가 끝난 후 가장 무더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혹시 요즘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드신다면? 삐-빅 정상입니다. 옛속담에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땡볕에서 몇 걸음만 내딛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요즘, 이번 노가리클럽은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이열치열 콘텐츠들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윻은 타오르는 불꽃으로 한 없이 차가운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의 대결을 그린 서바이벌 예능 <블로잉: 유리아트서바이벌>을, 희는 여름의 열기만큼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슬은 전두엽을 뜨겁게 녹여버리는 도파민 폭발 드라마 <행복배틀>을 영업합니다. 날씨만큼, 아니 날씨보다 더 뜨거운 콘텐츠로 가득 채운, 노가리클럽 스물 다섯번째 영업 시작합니다.

부서지고, 갈라져도 언제나 뜨겁게! 

예능 <블로잉: 유리아트서바이벌> by. 윻


날이 더우니 만사가 귀찮아졌습니다. 그냥 뜨거운 게 아니라 푹푹찌는 날이 계속되니 뜨거운 불 앞에서 꼬박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요리는 애저녁에 파업을 했죠. 최근에는 끼니 때마다 배달 앱을 켜는것조차 귀찮아 하릴없이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자진해서 찜통 더위와 열기 속으로 걸어들어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블로잉: 유리아트서바이벌(이하 블로잉)> 참가자들입니다. 


블로잉은 10명의 예술가가 매회 주어지는 미션을 통해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데요. 이 미션을 통해 매회 탈락자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6만 달러와 챔피언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처음 이 작품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쩐지 관광지에서 볼 법한 제품들이 나오는 건 아닐지 조금 의심했었는데요. 1화를 시청하자마 이 편견은 떨어진 유리처럼 와장창 부숴졌습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 웨어 만들기부터 자화상이나 추억, 불과 같은 추상적인 주제들에 맞춰 참가자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보다보면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심지어 분명 만드는 과정을 모두 보았는데도 '저게 진짜 유리라고?'라는 생각이 드는 완성품이 매화 쏟아집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700˚C ~ 950˚C를 넘나드는 가마앞에서 얇디 얇은 퍼티(유리를 부는 봉)를 끊임없이 돌리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유리공예는 온도부터 힘, 심지어 중력까지 모든 것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 됐다 싶은 순간에 느닷없이 깨져버리기도 합니다. Ctrl+S도 Ctrl+Z도 없는 작업 과정에 작품이 깨지면 화가 날만도 한데 그마저도 잠시뿐입니다. 참가자들 모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저 묵묵히 모래를 녹이고, 유리공을 만들어 불 뿐이죠.

과정 내내 작품이 깨질까 조마조마하며 보다보니 완성품을 평가할 때 혹평이 나오면 '당신이 뭘 알아..!'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그토록 뜨거운 곳에서 뜨거운 마음으로 저 차가운 유리들이 태어난다는 생각을 하면 어쩐지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지는 기분도 들죠. 어떠신가요? 불꽃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더위마저 물리치는 사람들이 어떤걸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블로잉: 유리아트서바이벌>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소방관님 불 났어요. 여기가 어디냐면, 제 마음 속이요...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by. 희


여름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굴 대서의 영업작품은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하 매드맥스)입니다. 놀랍게도 저는 이 영화를 본지 얼마 안 됐습니다. 개봉당시엔 그저 그런 뻔한 '남초영화'인줄로만 알았기 때문이죠. 포스터엔 크고 두꺼운 주황색 글씨와 함께 얼굴에 숯 검댕이를 칠한듯한 남자들이 잔뜩 나오길래 "서양판 범죄도시 사막 에디션인가?"하고 갸웃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 어리석었죠. 혹여나 아직도, 그때의 저처럼 이 작품의 진가를 못 알아본 분들을 위해 소개합니다.

 

<매드맥스>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로, 전쟁 후 황무지가 된 도시 '시타델'을 배경으로 합니다. 빌런 '임모탄 조'는 생명의 열쇠나 다름없는 물과 기름을 독차지해 권력의 꼭대기에 군림하고, 군부대인 '워보이' 외의 인류를 노예처럼 부리죠. 부대의 사령관 '퓨리오사'는 '임모탄 조'의 독재에 반기를 들고, 학대나 다름없이 착취당하던 '임모탄 조'의 부인들을 구출해 달아납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카 체이싱 액션 덕분에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죠.

 

액션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저도 재밌게 봤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오히려 대중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한 액션 측면보단 메시지 구성이 빼어난 영화입니다. '시타델'의 꼭대기에 자리한 '임모탄 조'는 항상 발 아래 인류를 내려다보며, 가끔씩 선심 쓰듯 물을 낙하시켜 권력을 유지합니다. 그에 반기를 든 '퓨리오사'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가로질러 달아났다가, 이 방향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시타델'로 돌아와 스스로 '임모탄 조'가 앉아있던 권력의 꼭대기 자리로 걸어 올라갑니다. 체제를 뒤집는다는 메시지를 수직과 수평의 운동성이 훌륭하게 뒷받침하죠.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적 없는 강인하고 잔인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점도 영화의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 속 '퓨리오사'가 체제를 전복시켜 수직 상승했듯, <매드맥스>라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체제를 전복시킬 것을 암시하는 듯하죠. 강인한 여성이 피해 여성들을 구출하는 서사였다니! 제목이 <매드퓨리오사>였다면 개봉 즉시 봤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뜨겁게 불타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도 뜨거운 사막 풍경과 불을 내뿜는 전투 차량들이 러닝타임을 가득 채워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열치열을 느끼고 싶은, 마음 속 불이 활활 타오르길 바라는 여성분들께 추천합니다.

 

*<매드맥스>는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에서 개별 구매 가능합니다.

타는 냄새 안 나요? 전두엽이 녹고 있잖아요

드라마 <행복배틀> by. 슬


다른 부원들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콘텐츠를 영업한 것이 무색하게, 저는 도파민 중독자로서 에어컨 아래에서도 뇌에 발열이 오는 콘텐츠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자극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하죠. 그래서 요즘은 술이나 담배만큼이나 도파민 중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요. 콘텐츠로 노가리 까는 걸 제일 좋아하는 노가리클럽의 부원으로서도 이런 부작용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온종일 맵고 짠 어그로성 콘텐츠에 절여진 탓에 ‘진짜 재밌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점점 줄고 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되지 않은 제게 성큼 다가온 드라마 <행복배틀>. ‘하이프레스티지’라는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은 <스카이캐슬>을, 완벽해 보였던 엄마들의 민낯이라는 소재는 <그린마더스클럽>을 떠올리게 해 내심 편견을 가졌던 게 사실인데요. 정신 차리고 보니 미친 듯이 ‘다음 화 보기’를 누르며 사흘 만에 14화를 주파하고 있었습니다.

 

비단 자극적인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에요. 아까도 말했듯 자극의 역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행복배틀>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게으르게 설계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에요. 하이프레스티지의 엄마들은 SNS에 자신의 삶을 전시하며 말 그대로 누가 더 행복한지 겨루는데요. 그 양상이 진짜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본 인플루언서의 게시글처럼 생생합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겉으로 봤을 땐 전형적인데 이들의 속사정이 한 꺼풀 벗겨지는 순간, ‘와, 저런 사람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것 같다’ 싶고요. (올림푸스 가디언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기도 합니다.) 얽히고설킨 관계의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기상천외한 전개에 놀라기보다는, 이전엔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인물에게 다른 시선을 건네게 된다는 점에서 캐릭터부터 사건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섬세하게 조형되었는지 알 수 있죠. 

 

맥락 없는 자극에 길들여져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건 분명 경계할 일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빌드업과 서사가 짱짱한 콘텐츠 때문에 전두엽이 뜨겁게 지져지는 것은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쁜 일 아닐까요? 어차피 녹아버릴 전두엽, 기왕이면 잘 만든 작품을 보고 녹입시다(?) 지금 당장 <행복배틀>을 켜고 도파민의 축제를 영접하세요. 타이밍마저 완벽하게 이번 주에 종영을 했네요. 어떤 장애물도, 기다림도 없이 16화를 달릴 수 있다는 뜻이죠.

 

*<행복배틀>은 티빙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절기 레터] 올해의 열네 번째 마디

이 찌는듯한 무더위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냉수 한 잔에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잠깐 부는 바람에 시름까지 잊혀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거의 매일같이 구름과 노을이 끝내준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해가 언제 지는지를 알아뒀다 그즈음부터 하늘 구경에 열심입니다. 보다보면 하루종일 더위에 고통받았던 것도 잊고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 계절의 노을을 놓치지 마세요!  

                                                         From. 윻

뉴스레터를 읽고
어떤 콘텐츠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노가리클럽 뉴스레터를 친구에게 공유하고
함께 보자고 영업하세요!
함께 하는 덕질 = 즐거움이 10,000배! 
노가리 클럽의 뉴스레터는 24절기에 맞춰 매 절기마다 발행됩니다.
2023년 철철이 노가리 까요~

노가리 클럽 인스타그램에도 놀러오세요🌷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