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오늘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지난주에도 솔직한 마음을 보내지 못했어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할 때 보내 달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왜 나는 솔직한 마음을 매주 보내지 못했나 생각했어요. 생각이 많습니다. 내 마음대로 보내겠다고 했으면서 나는 왜 보내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고 탓할까요. 많은 이유가 있는데 최근에 한 이유를 찾았어요. 저는 솔직한 마음을 스티비를 통해 보내는데요. 솔직한 마음을 보내고 스티비를 다시 방문하면 오픈율이 떠요. 내가 보낸 메일을 몇 명이 읽었나 떠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근데 제가 요즘 마음이 척박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몇 명이 오픈했는지를 보고 있더라고요. 줄어드는 조회수에 속상한 마음이 생기고 그럽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그런 걸로 속상해 하면 안 돼, 그런 걸 신경 쓰고 보내려고 했던 게 아니잖아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또 신경 쓰고 그럽니다. 에휴.


제 인생을 돌아보면 숫자가 늘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작았던 키가 저를 괴롭혔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에 저는 늘 반에서 키가 가장 작은 학생이었습니다. 그걸로 기가 죽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떤 날에는 많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 등급 같은 것들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나이, 연봉 같은 숫자, 도서관 수업 횟수, 수업당 강연비, 연봉, 도서 판매 지수 같은 숫자들이 저를 에워싸고 괴롭힙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 좋아요 수, 릴스 조회수 같은 것들이 가끔은 저를 정말 힘들게 합니다. 사실 정말 정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아라비아 숫자인데요. 그것들이 저를 힘들게 해요. 하지만 알아요.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행동들이고 내가 나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얼마나 내 삶을 나를 위해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요. 근데 가끔 그런 숫자들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오늘은 저를 힘들게 하지 않는 날이라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지겨워집니다. 이겨내 보겠습니다.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 목요일에는 친구들과 영화 ‘룩백’을 봤어요. 스포할 수는 없고 간단히 줄거리를 말하자면 그림을 사랑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나와요.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이야기하고요. 영화가 끝나고 모든 크레딧이 올라가고 저는 저의 창작을 생각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대체로 하기 싫은 일보단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행복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제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이 있어요. 룩백을 보고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책을 만드는 일 그전에 글 쓰는 일이 있죠. 정확하게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스무 살 때 생각한 꿈입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살고 있지만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꿈의 근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주중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고 올렸는데요. 처음 말하지만 그림책을 만들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온 생각입니다. 창작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교훈을 주거나 사상을 주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제 이야기가 끝나면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곱씹으며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다는 것이 제 갈급함의 결론입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그날이 오기 위해 더 써보겠습니다.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날이 정말 추워졌습니다. 계시는 곳에서 따뜻하시길 바랄게요. 몸도, 마음도 말이에요.


어느 초겨울 새벽

당신의 아군 성혁


p.s. 답변으로 짧게 잘 읽었다고, 길게 자신의 생각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에 답변을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천천히 꼭 하겠습니다. 보내주신 메일에 별표를 눌러 중요 메일함에 넣고 마음이 힘들 때 다시 그 별을 꺼내 봅니다. 그 별이 저에게 어떤 북극성이 됩니다. 앞으로 나갈 지도가 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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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짧은 답장이라도 성혁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추신 2. 익명의 고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면 성혁의 생각을 보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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