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맹 #기후문해력 #기후행동
[Vol. 8] 2022/04/25
《기후문해력을 기후행동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한쪽에서는 극심한 더위와 폭우가,

다른 한쪽에서는 가뭄과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전 세계 커뮤니티에 점점 더 큰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는 자원이 제한된 지역사회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동시에 기존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기후문맹? 이제는 기후문해력을 높여야 할 때
님은 기후위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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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obe Stock
  문맹(文盲)은 배우지 못해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이죠. 기후문맹은 일반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을 의미해요.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자신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후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기후문해력(Climate Literacy)을 키워야 해요. 기후문해력이란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가 인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 이에 대해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의미해요. 미국의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에 의하면 기후문해력을 갖춘 사람은 지구 기후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기후와 관련된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정보를 알고, 기후와 기후변화에 대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해요.
  그렇다면 이 기후문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우선 기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요. 그리고 독서와 함께 다큐멘터리, 유튜브, 토론과 같은 비독서 행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요. 개인이 스스로 기후문해력을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관객의 기후문해력을 기후행동으로 바꾸는 뮤지엄

  환경이나 기후에 대한 지식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지만, 지식이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이때 뮤지엄은 관객을 참여시켜 개인의 기후문해력을 집단적인 기후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줘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공론화 할 수 있는 뮤지엄의 특징

  집단적인 기후행동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기후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데, 이 기능을 뮤지엄이 할 수 있어요. Hamilton, P. & Ronning, E. C.(2020)에 의하면 위의 그림과 같은 뮤지엄의 다섯 가지 특징은 뮤지엄이 기후위기와 같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대중에게 제시하고 공론화 할 수 있게 해요. 이런 주제에 대한 접근법을 검토하고 논쟁하는 ‘정치적인 과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에요. 

  뮤지엄은 우리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발견과 합의를 대중과 공유해야 해요. 또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는 권위를 빌려 더욱 큰 기후위기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요. 집단행동은 뮤지엄이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대화의 장, 일반 관객과 뮤지엄 전문가 사이에서 구축된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져요. 

  다시 말하자면, 뮤지엄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곳이에요. ‘나’에서 ‘우리’로 발전시켜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가 기후행동을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구현함으로써, 뮤지엄은 기후위기에 대한 집단행동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생성한다고 볼 수 있어요. 현재 많은 뮤지엄이 포럼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후행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1️⃣ 웨일즈 국립 박물관의 청소년 위원회, 2018, 《No Môr Plastic》
  2014년부터 시작된 영국 웨일즈 국립박물관의 청소년 위원회는 14~25세의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청소년 위원회는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팝업 쇼와 임시 전시를 기획하고, 뮤지엄의 큐레이터, 보존전문가, 에듀케이터와 함께 일해요.
  사실 청소년 위원회가 2014년부터 이런 형식으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예요. 초기 청소년 위원회의 아이디어는 행정절차에 의해 지연되거나 배제되었고, 업데이트나 후속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뮤지엄 전문가에게 아이디어를 피드백 받는 표면적인 절차가 있었지만, 유명무실했어요. 2017년 웨일즈 국립박물관은 청소년이 뮤지엄의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문화 주체(cultural being)가 되게 하는 4년 전략 프로젝트인 Hands on Heritage를 진행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청소년 위원회는 2018년 전시 하나를 맡게 되었어요.
  2018년 당시 영국 전역에서는 지구온난화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플라스틱 어택*이나 플로깅** 같은 기후행동에 대한 참여가 증가했어요. 때마침 2018년은 웨일스에서도 ‘바다의 해’였기 때문에 청소년 위원회는 첫 번째 프로젝트의 주제로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선정했어요. 청소년 위원회는 직접 전시의 컨셉을 정하고 지역 해수욕장에 나가 플라스틱을 수거했어요. 그리고 뮤지엄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로 제작한 바다 생물을 전시관에 설치하고, 전시 텍스트와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은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를 매장에 버리는 운동으로,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 실태를 고발하고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어요.
**플로깅(Plogging)은 스웨던어로 ‘이삭 줍기’를 뜻하는 ‘플로카업(Plo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하면서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해요.

《No Môr Plastic》 ©National Museum Wales

  《No Môr Plastic》전시공간에 역동성을 부여해 토론과 행동을 촉구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오른쪽 그림의 <플라스틱을 삼키는 장수거북>이에요. 이 거북이는 1988년 웨일스 주 그위네드(Gwtnedd, Wales) 해변에 떠올랐는데, 박제를 하는 과정에서 거북이의 배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청소년 위원회는 이를 더 크고 눈에 띄게 전시해 관객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대부분의 자연사 뮤지엄 전시는 정적이고 멸종된 공룡이나 도도새 등 과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No Môr Plastic》은 우리가 직면한 환경 오염과 기후위기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어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회원들은 전시 기획, 큐레이션, 뮤지엄 실천(museum practice)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또한 야광봉, 주사기, 탐폰 어플리케이터 등 여러 쓰레기를 통해 이러한 물건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들이 일상에서 만들고 있는 쓰레기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약 2주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비공식적이지만 실용적인 학습의 기회가 되었고, 청소년들이 직접 대화와 토론을 이끌면서 기후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뮤지엄은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트윗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 실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전에 직면해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요. 바로 지금이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2️⃣ Wild Center, 2009~, 《Youth Climate Program》

  뉴욕주 북부 Adirondack 국립공원에 위치한 Wild Center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후과학과 영향, 솔루션에 대해 배우는 1박 2일 프로그램인 《Youth Climate Program》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굉장히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다른 뮤지엄, 학교, 지역사회단체, 동물원 및 수족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고 해요.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뉴욕, 메사추세츠, 오하이오, 콜로라도, 심지어 핀란드와 스리랑카에서 도합 80회 이상 개최되었다고 해요. 이 프로그램은 비공식 과학교육기관인 뮤지엄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청소년과 협력하고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원래 이 프로그램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했어요. 하지만 2008년 16살이던 Zach Berger의 건의로 청소년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어요. 그동안 청소년은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에 배제되어 왔어요. 청소년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시민이자 소비자이고, 최근에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를 비롯해 글로벌 기후파업(Global Climate Strikes)**** 등 많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어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예요. 15살이던 2018년,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스톡홀름의 의회 앞에서 ‘기후파업’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이는 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이라는 커다란 캠페인으로 발전했어요.
****글로벌 기후파업(Global Climate Strikes)은 그레타 툰베리와 뜻을 함께하는 전세계의 청소년이 모여 크고 작은 기후행동을 하는 것으로 2019년 시작되었어요. 올해에는 지난 3월 25일 전 세계 대륙에서 700여 곳에서 이루어졌어요.

《Youth Climate Program》 workshops ©Wild Center

  《Youth Climate Program》의 하이라이트는 청소년기후정상회의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 기후변화가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기후에 관한 교육은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기후행동의 경우 지역적 규모일 때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기후변화는 내가 사랑하는 장소와 활동을 위협하기 때문에 소중한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기후변화 메시지가 동기부여에 더 효과적이에요. 실제로 《Youth Climate Program》에서는 지역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Adirondack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의에서는 적설량 감소, 해빙, 기온 상승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스리랑카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증가하는 홍수, 식량 시스템 파괴, 변화하는 장마철로 인한 가뭄에 대해 다루었어요. 이 회의는 참가자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시행할 수 있는 기후행동계획을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돼요. 이후 참가자들은 스키센터에서 기후위기 행사를 열고, 기후변화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기후행동을 실천했어요. 

  Wild Center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체성,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고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대중이 스스로 행동 계획을 세우고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뮤지엄의 역할이라고 말해요. 이러한 ‘비권위주의적 접근방식’을 통해 청소년의 기후행동을 촉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뮤지엄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뮤지엄은 오래전부터 관람을 비롯한 여러 뮤지엄 경험에 대중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특히 기후위기에 관한 뮤지엄의 노력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를 만들어 기후행동을 촉구한다는 점이에요. 커뮤니티 안에서의 경험은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의 이해를 높이고, 자신감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서로를 격려함으로써 더 구체적인 행동이 가능하게 해요. 물론 개인적 실천도 중요하고, 개인적 실천과 집단적 행동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해요.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면 조금 막막할 수밖에 없어요. 오늘 살펴본 사례처럼 뮤지엄과 우리가 모두 함께한다면 기후행동이 조금 더 쉬워질 것 같지 않나요?
REFERENCES
문병철·이명현. (2021). 복잡한 세상을 횡단하여 광활한 우주로 들어가는 사ⅹ과ⅹ책, 유영.
Hamilton, P. & Ronning, E. C. (2020). Why Museum? Museums as Conveners on Climate Change, Journal of Museum Education, 45(1), pp. 16-27.
Krester, J. & Chandler, K. (2020), Convening Young Leaders for Climate Resilience, Journal of Museum Education, 45(1), pp. 52-63.
USGCRP. (2009). Climate Literacy: the Essential Principles of Climate Science
Younan, S. & Jenkins, J. (2020). Reality Check: Adding Plastic to Natural History, Journal of Museum Education, 45(1), pp. 42-51.
https://www.climate.gov/teaching/climate
https://fridaysforfuture.org/
https://www.wildcenter.org/
한 주의 시작을 먼뮤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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