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인건 솔직히 바꿀 수 없다. 저라서 미안하다"

Season 3 | 마켓컬리 | 김슬아 | Nov 30
[철의 스타트업] 창업2년차였던 시절의 김슬아, 100번 피칭 실패담
님 안녕하세요.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입니다.  불쑥입니다만, 창업가 인터뷰 코너명 정했습니다. 9개월간 무명이었죠. 성호철이 만난 인터뷰는 [철 있는 스타트업] 약칭 철의 스타트업, 임경업 기자는 [업 찾는 스타트업] 업의 스타트업입니다. 인터뷰에 정성을 갈아넣자는 취지로 본인 이름에서 한자씩 땄습니다.  그리고 공지입니다. 앞으로 무료 구독자 추천과 신규 추가를 스톱합니다. 이유는 부끄럽게도 운영 미숙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외부 레터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사실 유/무료 신규 독자간 등록 충돌 현상이 몇차례나 발생했었고 줄곧 수작업 보완했는데 더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늘 구독자에게서 감사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 구독자 분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좋은 글,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글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테헤란로의 한 빌딩에서 마주한 층별 입주사 명패. 13~18층까지 모두 마켓컬리. 창업하는 날, 다들 이런 꿈 꾸지 않으셨나요? 시작은 4인실이지만 곧 빌딩 서너층을 쓰는 유니콘이 될꺼라고. 꼭대기층엔 라운지를 만들고요.
잠시 빌딩 명패 앞에서 김슬아 컬리 창업가의 성공의 무게를 생각했습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새벽 배송을 실현한 컬리. 숱한 성공 스토리의 컬리. 하지만 그런 컬리조차도 여전히 자본잠식이나 중소 도시로 확장과 같은 이슈를 떠안고 앞으로 나가려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건물의 소유주도 컬리는 아니고요. 
김슬아 대표 "여자인 건, 솔직히 바꿀 수가 없다. 저라서 미안하다"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창업 2년차때입니다. 피칭 100번 넘게 했어요. 100번요. 모두 실패했죠. 시리즈A 될까말까한 시점에 돈은 다 떨어졌어요. 돈이 없으니까, 불러만 주시면 무조건 피칭하러 갔거든요. 한번은 벤처캐피털 찾아갔더니 오피스에도 못 올라오게 하고 그냥 1층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사주고는 '아는 분이 소개해 만나긴하는데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안하다, 그냥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가시라'고 하세요. 그건 사실 괜찮죠. 

마음에 상처도 있어요. (한 투자자는 피칭끝난뒤)저보고 그랬어요. 사업도 좋고 사람(창업가)도 마음에 들어도, 투자를 안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당신 사업도 잘 모르겠고, 사람을 아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여자라서, 결혼도 해서, 애를 낳을지도 모르는, 그런 리스크도 있는데 내가 왜 투자를 하겠냐고요.  공동창업자 길남 님이 옆에 있다가 그냥 나가자고 했어요. 그때 제가 말씀드린게, 사업에 대한 확신이 안 드시면, 그건 저희가 잘 설명을 못한거고, 저를 모르시는 거는 제가 능력을 보여드려야하는데 못한거고, 그런데 제가 여자인 거는 솔직히 바꿀 수가 없다. 그게 저라서 죄송하다. 만약에 그것까지도 제가 합격을 해야하는거면, 여기선 정말 투자받기가 힘들겠네요. 죄송하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그게 좀 충격적이긴 했어요."

이렇게 김 대표와 그녀의 창업 2년차 이야기를 한참 했다. 김슬아 대표는 "돈이 없던 2년차, 그래도 잠이 안 오진 않았어요. 잠을 안 잔다고 한들 어떻게 할 수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해야할 솔루션들을 쭉 적어놓고 하나씩 해보는거죠. 그 리스트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살짝 쫄리긴 하는데, 그래도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요"라고 했다. 
"결국 힘든건, 사람 관련이었습니다. 사람을 신뢰하는 편이예요. 왜 성선설이냐 성악설 믿느냐 얘기하잖아요. 모셨던 분에겐 전권을 주고 최선의 보상을 했어요. 당시에 저보다 월급 많은 분들이 전체 직원의 70% 정도였죠. 근데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행동을 하거나, 예를 들어 도덕적인 이슈가 있을땐 진짜 힘들었어요. 초창기 멤버 한 분이 구치소에 간 적이 있어요. 아침에 출근을 안 해요. 걱정돼 수소문하는데, 어머님이 전화와서 옛날에 아들이 사고친 것 때문에 구치소 갔다고. 그래서 면회도 갔었고요."

김 대표는 "참, 그때 대상포진도 걸렸었어요. 웃긴게 그땐 대상포진인줄도 모르고, 그냥 타이레놀 먹으면서 버텼어요. 2016년초요. 워낙 힘든 시절이니, 몸이 아픈게, 피곤해서 아픈거겠지 하고 타이레놀만. 외부 투자받고 2016년말인가 다시 유사한 증상에 병원가보니 '대상포진이네요. 근데 이건 대상포진이 전에 걸었던 건데요' 이래요. 하지만 그해초엔 아프다고 병원에 누워버리면 딱 회사 망할 것 같은 상황이었거든요. 그 다음해부턴 건강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대상포진 엄청 아프잖아요? 대체 타이레놀을 얼마나 드셨나요.
제가 이렇게 고통에 둔감한 인간이기는 해서요. 예전 직장생활할땐 맹장이 터졌는데, 맹장인지를 모르고 하루 이상을 버틴 거예요. 나중에 응급실 갔고요. (@김 대표의 직장생활은 주로 컨설팅업체다. 그는 민사고와 미국 웰즐리대학 졸업했고 골드막삭스, 맥킨지앤드컴퍼니, 테마섹홀딩스, 배인앤드컴퍼니를 다녔다. 2014년 12월 컬리의 전신인 더파머스를 창업했다. 그녀가 말하는 창업2년차는 주로 2016년을 지칭했다.) 그때 타이레놀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애들빌도 좀 많이 먹었고요. 많은 창업자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 그때는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할때였어요. 단 하루도 당일날 퇴근한 적이 없었고요. 새벽 2시, 3시에 집가고 아침 7시에 일어나 회사나오면, 이게 피곤한건지, 피곤해서 아프다고 느끼는건지, 아니면 진짜 아픈건지 잘 몰라요. 늘 졸리고 몸은 부어있고. 투자자 한분이 '늘 컨디션이 안 좋고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분명히 나쁜 의사 결정을 한다. 조금 더 본인을 케어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했어요. 인생에서 제일 안 건강했던게 2015년 창업부터 2016년말(시리즈A 투자유치)였습니다.

사실 창업 전에 투자은행업이나 컨설팅을 해도, (영양 관리엔) 남들이 약간 독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예컨대 팀이 같이 점심 먹을때, 이것 먹으면 나트륨 많으니 몸도 붓고 오후에 머리가 안 돌아갈 것 같다 싶으면 아예 굶었어요. 배가 아무리 고파도, 굶고 차라리 약 먹고 버티는 한이 있더라도요. 치킨도 1년에 한 마리 미만으로, 라면도 1년에 5개도 안 먹고요. 예컨대 M&A 실사 같은거 하면 사람을 호텔에 가둬놓고 거기서 팀원들이 하루 2시간씩 자면서 엄청 스프린트하면서 짧게 끝내요. 저는 그때도 이 연료(음식)가 몸에 들어가면 안 건강할것 같다 싶으면 안 먹었어요. 

엄청 그런 디시플린(훈육) 있는 사람인데, 창업 초청기엔 하나도 안 됐어요. 그때 라면, 치킨, 피자 먹었는데, 평생 먹은 파자의 총량보다 그 시절에 먹은 피자가 많아요. 3박4일 밤새지, 프레셔도 너무 심하고, 간혹 주변을 둘러보면 제가 좋은일 같이 하자고 불러들인 팀원들인데 까딱하면 월급도 못주고 회사 망하겠는데 라고 생각하니까, 약간 밥이, 뭐를 입에 집어넣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건강 잡아준, 번아웃 막아준 투자자?
세마트랜스링크의 박희덕 대표님요. 지금도 저희 주주세요. 이사회 멤버시기도 한데, 첫 미팅하는데 오피스에 막 피자박스가 쌓여있던걸 보고요. 나중에 그 얘기했어요. 고객에게 좋은 먹거리주겠다는 사람들이 맨날 피자만 먹고 얼굴색도 안 좋아보인다고, 아이러니라고요. 그때 투자자 분들이 고기도 많이 사주셨어요. 참, 초기 투자자도 쉽지 않는 것 같아요. 창업자들 멘탈도 챙겨야하고, 심지어 밥도 사줘야하고요. 

최악의 창업 2년차였던 김슬아를 지켜준 말이 있을까요.
창업할 때 부모님들이 반대하진 않았어요. 저한텐 유일하게 반대라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부모님이예요. 근데 제가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들어요. 인생 결정때 부모님 말씀을 참고는 하되, 그래도 제가 해야겠다는 방향대로 했고, 부모님도 지나고보니 맞는것 같다고 하셨고요. 창업할때도 '네가 살 건데 네가 알아서 해야지, 대신에 나한테 손 벌리지마' 이렇게 얘기하신 분들이시죠. 그 시점쯤에는 부모님도 학습이 되셔서, 차마 반대조차도 안 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골 동네 의사셨던 아버님은 "네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해야겠지" 하셨지만, 걱정 많이 하셨다고 해요. 당초 은퇴 계획을 짰다가 안 하셨어요. 은퇴하고 엄마하고 놀러다닌다고 했는데 제가 창업하는걸 보고, 좀더 일을 해야겠구나 했다네요. 부모님한테 참 감사해요. 항상 제가 선택한 인생을 살도록 대비해주셨어요. 실제로 (부모님이 준비한) 그 카드를 쓴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거요. 

창업하고 2년차, 되게 힘들었을때 간혹 친정집가면, "치킨집 하나는 내주겠다"고 하셔서 그게 마음의 큰 위안이 됐습니다. 먹고는 살겠구나라는. 근데요, 아버님 지금도 의사 계속 하세요. 약간 뻥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따뜻한 이야기에 아버님 성함을 물어봤다. 울산에서 개원의하시는 김경삼 의사선생님이시다. 김슬아 대표의 어머님과 동생도 모두 의사다. 김슬아 대표는 "집에 저빼고 3명이 의사예요. 되게 소소하고 따뜻한 동네 시골 의사예요. 셋다 울산에서 옹기종기 의사해요. 엄마는 이젠 쉬고 봉사활동하시고요. 가족들은 "어떻게 우리 집에서 너같은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사진/출처 조선일보DB/창업 2년차(2016년)때 김슬아 대표의 사진을 구하는데 실패했다. 피자를 엄청 먹어서 안색이 안좋았던 시절의 김슬아 사진도 보고 싶었지만. 이 사진은 2017년 12월의 모습. 그녀는 당시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블루오션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의 본질이 바뀌었다. 더이상 물류가 핵심이 아니다.

컬리가 풀려는 페인포인트는 역시 좋은걸 먹자는 거죠?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컬리가 풀고 있어요. 먹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먹는 것 이상으로 확장됐습니다. 현대 사회 자체가 이제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시대는 끝났어요. 어떤 물건을 소비하느냐가 삶의 질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 질을 관리하는 회사가 없는거죠. 유통의 본질이 뭘까 고민해요. 옛날에는 물건 자체가 소비자와 멀리 떨어졌어요. 예를 들어 전남 해남에서 고구마를 도시로 갖다만 줘도, 그게 밸류였죠. 유통의 예전 본질은 물류에 가까웠던거죠. 물건의 흐름을 컨트롤하는거죠. 이젠 유통이 점점 '어떤 물건'을 날라서 고객에게 갖다주는게 가치가 있는지까지도 판단해야한다고 봐요. 그 경험을 컬리가 관리하려는겁니다. 

다들 잘 먹고 잘 살자고 일도 하고 밥도 먹잖아요.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봅니다.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5년 전보다, 3년 전보다, 1년 전보다, 컬리가 있음으로써, 고객들이 더 잘 먹고 사는가. 먹고 사는 질이 높아졌는가. 컬리는 절대 '물건을 팔자'는 아니고, 고객들이 먹고 소비할 가치가 있는 물건을 모와, 최상의 컨디션으로 고객에게 보내주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그 전부를 설계하는게 컬리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보니 컬리의 상품 기획자들이 상품 제조하는 업체에게 소위 간섭을 많이 하고요. 

창업 1년차(2015년)에 아보카도 팔았죠? 낱개 판매요. 
아보카도에 대해선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아보카도는 제가 즐겨 먹고 있는 굉장히 좋은 음식입니다. 집에서 아보카도 나무도 한 그루 길러보기도 했어요. 혹시 한국에서도 잘 자랄까해서요. 물을 많이 먹긴 하더라고요. 환경 이슈가 있긴 합니다. 

아보카도는 실은 후숙 적기를 놓치면 대량으로 버리는 상품이예요. 수입할땐 초록색 아보카도를 들여와, 실온에 두면 조금씩 까맣고 말랑말랑하게 변해요. 겉면 전체가 까맣게 됐을 때 잘라서 먹어야, 부드럽고 크리미한 아보카도 맛이 나와요. 근데 한꺼번에 초록색을 많이 사면 비슷한 시기에 모두 익어버리죠. 대부분의 우리나라 수입 과일들은 컬리와 같은 회사가 나타나기 전에는 수입된 형태에서 최소한 소분만 하고 판매됐어요. 아보카도는 보통 키로 단위로 판매가 됐어요. 6개, 7개씩 묶어서요. 저도 옛날에는 코스트코에서 주로 샀습니다. 근데 한번에 7개씩 사다놓으면 아무리 열심히 마르고 닿도록 먹어도 2인 가구는 절반은 무조건 버리더라고요. 한꺼번에 익어버리니, 하루 이틀에 다 먹기는 어렵거든요. 

그럼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놔요. 버릴 순 없으니까. 그런데 냉동실 안에는 언제 소분해 넣어놨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까먹어요. 안 먹게되고 결정적으로 맛도 떨어지고요. 그냥 한 개씩 필요할 때마다 사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그래서 컬리에서 아보카드를 판매시작했을 때 무조건 낱개로 팔자고 했는데 수입 업체를 설득하기 힘들었고요. 물류센터에선 아보카도 낱개로 팔면 바코드도 안 붙어 있는데 어떻게 물류처리 하냐고 했어요. 게다가 고객들이 한 개씩 살 리도 없다고요. 굉장히 고정관념인거죠. 실제론 아보카도 한 개씩 팔고는 대히트 쳤고요. 국내에서 아보카도 가장 많이 파는 유통사는 컬리예요. 이마트보다도 많이 팔아요. 하나씩 팔면서 수요가 올라가고, 수요가 올라가면서 가격은 떨어졌고, 이러면서 아보카도 저변이 엄청 확대가 됐죠. 지금은 이마트도 낱개로 팝니다. 

참, 코스트코요. 당시도, 지금도 그렇지만, 코스트코는 자주 갈 수도 없고 사실 가면 너무 줄 길게 서잖아요. 그래서 들어가는 순간, 살 수 있는 모든 걸 최대한 쟁여야겠다. 그 문제 탓에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남편과 부부 싸움 엄청 빡세게 하다가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한 케이스입니다.  
빵은 습을 먹어선 안된다, 절대 타협할 수 없다

컬리가 과대 포장 이슈가 있죠. 엄청난 박스 소비. 그리고 냉매제 사용도 지적이 있었죠. 
사실 의사결정의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포장제는 존재의 목적이 명확하잖아요. 식품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지켜주는 것. 육안으로 봐서 괜찮다가 아니라, 실제 세균 번식 같은게 없어야합니다. 품질과 위생, 안전은 컬리가 타협할 수가 없다는 것.  다들 품질 우선 얘기하지만, 품질의 기준이란 것도 회사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컬리는 빵이 습(@습기를 지칭)을 먹는 걸 용서할 수 없습니다. 빵은 원래 습기나 저온에 노출되면, 그니까 빵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빼면 완전히 못 먹는 상태 되거든요. 수분이 쭉쭉 빠지면서 약간 말라 비틀어진 과자처럼 되요. 따라서 빵을 배달할때는 절대 냉장 상태로는 못 보낸다는 원칙입니다. 

포장재 이슈는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박스 수가 많다. 박스 수가 많은 이유는 상품별로 별도 포장하죠. 상온과 냉장, 냉동을 따로 박스에 담으니까요. 근데 보세요. 빵을 냉장 식품과 같은 박스에 넣을 수 없습니다. 별도 포장해야죠. 그럼 고등어는요? 냉동 식품인 고등어를 내장 식품과 합포하지 말라, 이건 식약처도 그렇게 얘기해요. 권고 사항입니다. 냉동 상품은 별도의 포장제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포장하십시오라고요. 내장과 냉동 식품을 같이 넣으면, 드라이아이스가 기화돼 냉장에 영향을 미쳐요. 냉장 식품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냉동 품질이 떨어지는,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발생합니다. 박스 중간에 칸막이로 막으면 되는 식의 문제가 아니고요. 그래서 냉동 냉장 상온을 분리 포장합니다. 

컬리 초기에 빵집 사장님을 많이 만났어요. 빵집 사장님이 컬리한테 내 빵은 줄 수 있는데 한 가지 약속해라, 반드시 습이랑 냉 안 먹게 배송해달라고 했어요. 빵의 맛은 시간이 지나는 것만도 치명적인데, 습이랑 냉을 먹으면 안된다. 컬리는 그때 약속을 계속 지켜려고 합니다. 사실 작년에 코로나 확진자가 컬리 물류센터에서 발생해 상온 센터를 셧다운한 적이 있었어요. 이미 발주가 나가서 취소 불가능한 경우 일부가 있어서, 이틀 동안 빵을 냉장 식품과 합포한 적이 있었어요. 협력사들한테 양해를 구하고요. 그때 많은 고객 분들이 연락오셔서 ‘빵이 습을 먹으면 어떡하냐’고 항의했어요. 고객분들도 맛있는 빵, 알고 계셨구나. 

두번째는 냉매입니다. 냉매 너무 많이 쓴다고요. 컬리는 포장재 연구소를 설립해 온갖 실험을 합니다. 냉매를 어떤 걸 넣을 거냐, 얼마나 넣을 거냐는 결국 눈에 보이지않는 품질, 그러니까 대장균이나 세균이 이런 게 얼마나 번식하느냐까지도 다 봐야해요. 집집마다 다 컨디션이 다르고, 복도식 아파트, 계단식 아파트가 다르고, 예를 들어 문 앞이 직사광선 쪼이는 곳과 안 쪼이는 곳도 다릅니다. 계절마다 다릅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컨디션 세팅한 다음에 연간 8개의 절기별로 세분하고, 컨디션을 맞춰 수십개의 냉매 기준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집은 맨날 냉매 남아서 온다’는 고객분 계세요. 근데 그걸 줄였다가 한 번이라도 사고나면 그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는 사고라고 컬리는 생각합니다. 

냉매로도 이제는 모두 물을 씁니다. 예전 아이스팩은 약간 끈적끈적한게 들어있었죠. 사실은 처음부터 물을 얼려 쓰고 싶었는데, 막상 터질 확률이 꽤 있었어요. 1만 개 중에 한 개 정도는 터졌고 같은 박스의 식품은 다 버립니다. 터지는 확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무언가의 외포장제를 만들지 않으면 물은 쓸 수가 없겠구나. 해서 중간에 물을 썼다가 잠깐 중단했고 외포장재를 강화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다시 물을 씁니다.

/사진 마켓컬리 제공. 2016년 하남에 만든 컬리의 첫 물류센터. 컬리의 전신인 더파머스라는 사명이 보인다.
고객 정보 많다고 재고 예측이 되는건 아니다, 100% 아니다

포장재 연구에 대폭 투자한다지만 보냉백<아래 사진>은 쿠팡이나 이마트보다 늦었잖아요?
(@보냉백은 리사이클이 가능한, 식품을 담는 가방. 질문하자마자 옆에 있던 송철욱 홍보실장이 끼어들었다. 송 실장은 “쿠팡이 2020년에 내놓고, 컬리는 올해 5월에 냈습니다. 거의 1년 걸렸죠. 솔직히 쿠팡 보냉백 품질 아시잖아요. 쓱은 예쁘긴 하지만, 그게 캠핑용이지, 배달용 보냉백 역할을 할까요. 우린 이 정도면 되겠다 수준까지 개발한게 1년 걸린 겁니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본 흥분한 송실장의 모습이었다.) 

실은 컬리는 쓱이 보냉 가방을 내놓기 전에 보냉백 테스트를 했었어요. 내부적으로요. 고객 1000명을 상대로 사용자 테스트도 했어요. 당시에 시중의 가방 재질로는 고객들이 보냉을 만족하지 않았고요. 심지어 그때 딱딱한 플라스틱으로도 실험했는데, 고객들이 ‘집에 둘데 없다’고 싫어했어요. 당시 존재하던 재질 중에서는 접히면서 보행도 되는게 없었죠. 위생 이슈도 없어야했고요. 이건 아닌가보다, 안되는가 보다했죠. 이런 문제풀 때 늘 고민하는게 진짜 문제가 뭔지를 정의하고 제대로 된 답을 내놓자, 그냥 요식 행위로 하나 내놓지는 말자예요. 사실 직원들에게 그냥 하자라고 하기도 면이 안 서는 일이고요. 리더가 말의 힘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진짜 솔루션을 내놔야죠. 

지금의 솔루션은 그래서 수용 가능한 선에서의 이슈들이 있고요. 고객들한테도 ‘어떠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점을 상세 페이지 솔직히 다 적어놨어요. 거기 보시면 ‘회 같은 거 시키실 때는 종이 박스 써주세요’라고 써놨어요. 풀 수 있는 문제까지 풀고, 못 푼 건 못 풀었다고 고객에게 얘기하는거죠. 그리고 혹시 고객 분들 중에 컬리에서 주문할 때 ‘난 컬리 보냉백 안 쓰겠다. 쓱 꺼를 그냥 쓰겠다.’고 하면 그걸 쓰도록 해줍니다. 타사 보냉백 쓸 수 있게요. 고객센터로 접수하면 등록하고 그 가방에 상품을 넣고 배달합니다. 물론 오퍼레이션 측면에선 힘들지만요.  

주변에선 컬리 강점으로 재고 관리를 꼽습니다. 팔릴 물량을 예측하고 최소 재고를 가져간다고요
재고 관리는 사실 고객을 많이 안다고 다 잘 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삼겹살을 먹었던 고객이 또 오늘 삼겹살 먹는 건 아니더라고요. 삼겹살을 먹은 분은 오히려 소고기를 먹을 확률이 올라가는 식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온라인 회사들은 고객이 누군지 알고 취향을 아니까, 그 취향에 맞춰 맞춤으로 추천해주고 그래서 잘하지 않을까하지만, 그건 아니고요. 100% 아니고요. 

그냥 엄청난 학습과 에러예요. 실제로 컬리 운영 프로세스에도 반영이 됩니다. 학습과 에러가 굉장히 중요하고 조직이 끊임없이 고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수량으로 발주를 넣었을 때 매일 아침마다 어제 몇 개 팔렸고 몇 개 폐기했고 어떤 게 폐기됐는지 직원들과 미팅해요. 거의 생활의 일부입니다. 학습과 에러가 내부 프로세스와 운영 모델, 알고리즘에 계속 반영됩니다. 또 하나는, 재고야말로 조직 문화 관점에서 우선 순위 정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품질이 제일 중요한 회사니까, 심지어 폐기가 많이 발생해도 일단 우리가 정한 품질 기준에 맞지 않으면 버린다라고 공표하고 재고를 특정 기한 이상 절대 보유하지 않게 하는 겁니다. 

예컨대 딸기는, 복숭아는, 전복은 하루만 판다. 하루만 파는게 엄청 많아요. 하지만 이걸 어기려면 대표인 저와 면담해야해요. 막상 이게 진짜 힘듭니다. 똑같은 상품을 다른 회사는 이틀 이상 팝니다. 그럴수록 더 기준을 명확히 해야해요. 재고라는 것은 결국 고객한테 가치가 있는 재고가 재고지, 그냥 우리가 갖고 있다고 재고가 아니다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고객한테 팔 수 있는 좋은 재고를 수요 예측을 잘 해서 발주 넣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많은 일들이 생기잖아요. 예를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터지고 셧다운되면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럼 다 버립니다. 실은 이틀 뒀다가 팔아도 문제 없는 상품들이 많죠. 근데 다 버려요. (@ 실제로 컬리는 상온 센터내 확진자 발생때 바나나 등을 대량 폐기해 6000만원정도 손실을 입었음). 그런 의사결정해야, 조직에 우선순위가 명확해집니다. 

정말 품질 관리도 잘하면서 발주도 잘 넣어야한다, 두가지를 강조합니다. 단, 여기에서 많이 팔란 얘기는 없어요. 두 가지를 하라고 하면서 많이 팔려고까지 하는건 좀… 전체적으로 재고 관리를 잘하는게 신의 영역인 거는 맞고요. 다만 조직에게 우선순위를 정확히 주고, 무엇보다도 탑 매니지먼트가 굉장히 꼼꼼하게 챙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고는 어차피 매일 챙겨도 매일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라서 섹시하지도 않고 직원 입장에서도 이건 잘해도 욕 먹고 못해도 욕 먹고 하는 부분이라 힘들거든요.   

/마켓컬리 제공. 2017년~18년에 쓰던 컬리의 배달 차량. 
예쁜 숫자를 만드는건 거부하겠다

실적 얘기를 뺄 수는 없네요. 컬리는 회계상 자본 잠식 상태입니다. 
거래액은 올해에도 작년보다 1조원 정도 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거래액 2조원 넘을 것 같습니다. 회계상 매출은 좀 봐야합니다. (@컬리는 작년에 거래액 1조2000억원, 매출은 9520여억원을 기록했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고요.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올 초에,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왠지 내년에 상장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만약에 공모 시장으로 간다 하면 보통 회사는 숫자를 예쁘게 만들어볼까 생각 많이 하잖아요. 그걸 하는 방법이 또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투자를 덜 하는 식요. 근데 제가 그걸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상장하는 이유가 이 산업이 엄청 클 것같고, 회사가 그 안에서 유의미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상장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투자를 미리 해야하고 더 공격적으로 해야해요. 차라리 제가 시장에 가서 이만큼 왜 적자 냈는지를 설명을 하더라고, 무조건 상장 후에 더 실적이 좋고 더 많은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한다고요. 그러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개발자 엄청 공격적으로 뽑고 있고요.  

(@마켓컬리는 1년간(2020.6~2021.6, 중기부 자료 기준) 직원을 가장 많이 뽑은 스타트업이다. 크래프톤과 배달의민족보다도 많았다. 엄청난 투자를 밀어붙이는 셈이다.)

창업자에게 궁금한게 있으신가요?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버튼을 눌러 질문을 남기면 쫌아는기자들이 대신 물어보고 금요일 레터를 통해 답을 전해 드립니다. 
터에 쓰인 캐릭터는 오스트리아 Florian satzinger의 작품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2021 쫌아는기자들 All Rights Reserved   startu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