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한국식 정치물이 오다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드디어 길고 길었던 벡델초이스 특집의 마지막 편! 오늘의 소스는 드라마 <이상청> 편으로 전해드려요.


🍟 세상에 없던 K-정치물이 오다
벡델초이스에 대해서는 지난 소스들에서 많이 다루었어요. 👉🍟벡델초이스가 뭔데? 그래서 오늘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글을 써봤습니다. 님, "정치 드라마" 하면 생각나는 한국 드라마가 있나요? 그냥 정치물 말고, 주인공이 정치인인 드라마 말고! "정치" 그 자체를 메인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요. 질문이 너무 두리뭉실했나요? 😇 정치라는 것을 조금 더 세분화하여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로 나누어 볼게요. 아, 이제 조금 떠오릅니다. <비밀의 숲>, <천원짜리 변호사>, <굿와이프> 등... 그치만 사법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재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드문 듯 해요. 특히 "행정"에 관련된 이야기를 전면에서 다루는 드라마는 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끔씩 국회의원이나 어디 장관님들께서 뇌물을 받으며 등장하는 정도? (그리고 배우도 항상 비슷한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요? 큼큼. 😷😂)
드라마 <부통령이 필요해> 시즌 2 포스터 /출처 HBO
디핑🍟은 정치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원했습니다. 예를 들면 미드 <부통령이 필요해> 시리즈처럼요. <부통령이 필요해>는 여성 최초로 부통령 자리에 오른 주인공 '셀레나 마이어'의 이야기로, 매번 욕하고 사고치는 부통령과&수습한다곤 하지만 똑같이 사고치는 보좌관들의 백악관 생활 시트콤입니다. 코미디로 과장되었지만 기부를 위한 자선 행사나 로비 등 실제 미국 정치가 돌아가는 특유의 방식을 살짝 엿볼 수 있고, 그 외에도 정치판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와 이슈들 또한 극에 자연스레 녹아있어 좋았어요. 이 드라마를 본 이후 쭉 한국에도 블랙 코미디류의 정치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말년 웹툰 (너무 유명해진 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말년 웹툰 (<이상청> 제목이 처음 등장한 컷!)
한국이니까, 백악관이 아닌 청와대로 갑니다. 바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웨이브
앞서 <부통령이 필요해>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상청>이 한국 패치가 된 그야말로 ~K-부통령이 필요해~같은 드라마이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성공한 외국 드라마의 장르와 소재를 차용한 것이 아니고, 한국 색깔에 맞는 시의적절한 정치와 사회 문제를 잘 녹인 작품입니다.

<이상청>은 줄거리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한때 스포츠 스타로 멋지게 정치계에 입문한 주인공 이정은(김성령 분)은 내내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다 어느날 갑자기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됩니다. 이상하게 그 이후 문체부에는 계속 사고가 나며 대한민국 정치계의 중심이 되어가던 중... 심지어는 남편까지 납치된 상황. 드라마는 사고가 난 시점에서 거꾸로 올라가 주인공이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일부터 시작하여 납치사건의 전말을 풀어나가는데요. 납치라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와 그 외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블랙 코미디 장르답게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나갑니다.
드라마 <이상청> 캡쳐 /웨이브
드라마 속 한 장면을 가져와 봤어요. <이상청>이 작년 대선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서 극 중 배경도 격변의 2021년도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정부도 대통령의 임기 말이고요. 극 중에 등장하는 대권 후보 지지도 그래프 또한 당시의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섞어 만든 것이라 하는데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요 정치인들 이름에서 자음 하나 바꾼 정도고, 자세히 보시면 중간에 이정은(주인공)과 차정원(야당 라이벌)이 있습니다. 이들이 속한 정당을 드라마 속에서는 그저 뭉뚱그려서 보수 정당, 진보 정당/여당, 야당 정도로 칭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사실상 각각 한국의 어떤 정당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익히 알아요. 2021년도의 뜨거웠던 한국 정치판을 배경으로 하는데 당연하잖아요? 물론, 먼(?) 미래에는 기후위기에 주목하고 노동자 문제에 소리를 높이는 소수당들이 1, 2위를 다툴 수도 있지만요. (있겠죠? 😂😓.)

한국의 실존 정당들이 떠오른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고 특정 정당만 좋거나 나쁜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블랙코미디 특유의 모두까기🥊 스킬 덕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묘하게 중립적이라고 할까요? 🤭. 캐릭터 설정을 한번 뜯어 보겠습니다. 설명을 듣다 보면 님의 머릿속에도 스쳐 지나가는 정치인들이 있을 것 같아요. 시작해볼까요?
드라마 <이상청> 캡쳐 /웨이브
이정은 : 전직 사격 국가대표. "80년대 김연아"로 불리며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 입성. 하지만 상징성으로만 이용(?)당하고, 진보 정권 막판에 별다른 권한이 없는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해보고 싶은 대로 나간다.
이정은 역을 연기한 김성령 배우가 직접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80년대 최고 여성 스포츠 스타였던 수영선수 최윤희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해요. 실제로 최윤희 씨는 지난 정권에서 문체부 차관을 지냈다고 합니다. 디핑🍟의 구독자 여러분들이라면 아마 곧바로 어떤 분인지 떠오르지는 않으실 것 같아서 준비한 👉영상기사!
드라마 <이상청> 스틸컷 /웨이브
차정원 : 피도 눈물도 없는 보수정당의 4선 의원. 대선 잡룡이라 불리며 차차기 대통령을 노려본다. 하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정당에서 추행과 무시, 온갖 차별을 받아 왔다.
특정 인물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 당장 떠오르는 몇몇 여성 의원이 있는 것은 디핑의 착각?
드라마 <이상청> 스틸컷 /웨이브
팽길탄 목사 : 말이 목사지... 반공 좌파몰이, 부동산 경제 몰이, 동성애 혐오 등을 외치는 극우 보수계 인물.
마찬가지로 전.. 모 목사가 생각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  
드라마 <이상청> 스틸컷 /웨이브
백성남 : 주인공 이정은의 남편. 자칭 좌파 정치 논객.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하다.
백성남은 극 중에서 <알쓸신잡>에 출연하고 나PD와 함께 방송을 하는 등 유명세에 오른 교수 지인을 보며 매우 배아파 하는데요. 이렇게 실제 인물들이 언급되기도 하며 배경의 현실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상청> 캡처 (코로나로 중단된 인사청문회)
<이상청> 캡처 (거짓말 아니고 진짜 드라마 장면입니다.)
그 외에도 재미없는 정부 유튜브 채널, 가십을 좇는 보수 언론(이름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데일리즘..), 한국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북 정책, 아이돌 기획사를 둘러싼 사기, 성범죄, 군대, 코로나-19, 메타버스 등… 실감나는 캐릭터성과 시대의 아이템들을 잘 섞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요.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죠. 이런 디테일들이 한국 사회를 그대로 옮겨 온 듯 합니다. 너무도 뼈아프게 풍자한 대목에서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이기에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바로 그것이 블랙 코미디의 역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상청> 캡처 (갈수록 제일 불쌍해 보이는 차관님…)
<이상청>이 재밌었던 이유. 단순히 정치를 소재로 다뤄서인가? 그것만은 아닙니다. 차관, 보좌관, 대변인, 미디어 소통 인턴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는 TV 속 정치인을 주로 바라보지만 그들의 밑은 결국 또 같은 직장인이니까요. (갑자기 회사원 본체의 영혼 소환... 🌿🍊) 예산은 빠듯한데 성과는 내야하고, 열심히 한 일을 자기 성과로 가로채려는 사람이 있고, 사고 난 것을 수습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또 어디서 대형 사고를 치고 있고... 😷 애초에 주인공 이정은이 문체부 장관이 된 배경 또한 전임자가 친 사고를 수습할 대타로 오른 거였죠. 주위 사람들은 이정은을 그저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봅니다. 그 대목에서 어리둥절, 우당탕탕, 싸우고 지고 웃고 울고 또 웃는.. 어렵고 어려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바로 <이상청>입니다.
<이상청> 캡처 (자막 실화..? 🤣)
이외에도 재밌는 포인트들이 많은데 다 이야기하지 못해 아쉬워요. 진짜 크게 웃으면서 봤던 장면 중 하나를 뽑자면? 팽길탄 목사의 예배 장면이 제일입니다. 당장 광화문에 가면 실제로 들릴 것 같은 노래 가사에 기절할 뻔했다는 후문. <이상청> 진짜 재밌는데… 이거 참 설명하기 어렵네요. 일단 디핑 믿고 한번 잡숴보십사, 입에 넣어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글을 썼어요. 아직 안 보셨다면 님, 튜라이 튜라이! 웨이브 한 달 결제 할만 하다! 🍟👍
<이상청> 캡처와, 디핑🍟이 근처에서 찍은 사진
마지막으로 뜬금없이 직접 찍은 정부 청사 사진을 첨부합니다. <이상청>은 행정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극중에 종종 정부세종청사의 전경이 등장하고는 해요. 일반인들은 대부분 정부 청사를 잘 접하진 않으니 낯설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한창 <이상청>을 보고 있을 당시에 지나가며 찍었던 사진이라, 실제 청사 건물이 아닌 드라마 세트장처럼 느껴졌다는 비하인드. 😅 내부는 거즘 세트장을 만들어서 찍었다고는 하네요. 거 좀 빌려주시죠! (껄렁껄렁)(🤣)

이번 소스에서 역시, 드라마 <이상청>에 대하여 벡델 테스트나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드라마를 이끄는 중요 두 인물이 여성이며,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나와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정치를 통한 목적의 실현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벡델 테스트의 기준들을 언급하며 하나씩 맞춰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난 <구경이> 편에서도 약간은 결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죠. 우연인지 필연인지, 벡델초이스 특집을 준비하면서 두 에디터🌿🍊 모두 여성 서사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첫 두 편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질문이 뭐였는지, 에디터들이 이번 특집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시다면? 지난 레터 아카이브를 참고해주세요. 😉

저희의 일장연설보다는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간접적으로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님에게 훨씬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여성' 장르로서만 너무나 훌륭한 예시라고 치켜세우며 이야기하기보단, 정치물, 블랙코미디, 오피스물 등 드라마 <이상청>이라는 작품이 가진 다른 특색들과 함께 언급되길 바라요. 그래야 더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이야기가 읽히리라 생각합니다. 🤗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의 소스는 드라마 <이상청> 편이었습니다. 길고 긴 시간 달려온 벡델초이스 특집,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는 쉬어가는 편을 보내드리며(님: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가져볼게요.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디핑🍟과 나눠주세요.
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
더 나은 소스 제조를 위해
소중한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오늘 디핑 소스가 재미있으셨다면:
후원 💰👉 카카오뱅크 3333 10 6515713
디핑(DEEPING) SNS 놀러가기
신선한 소스가 길을 잃지 않도록
deepinsauce@gmail.com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디핑(DEEPING)을 만드는 사람들 : 귤🍊과 나물🌿
Copyright © DEEPING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