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수렁에 빠지는 때가 있다.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잘 안될 때, 그땐 그냥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그 시기. 그 마음이 지속된다면 삶의 의지가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예전 서울역 근처 직장에 다닐 때, 오다가다 노숙자들을 많이 봤다. 밤 늦게 퇴근하다보면 서울역 뒷편에서 엄청나게 많은 노숙자가 잠을 자고 있거나 지하철 안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본다. 먼저 드는 생각은 '무섭고 불편하다'였다. 실제로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갑자기 옆에 와서 담배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러니 거부감을 먼저 느끼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엄청난 경제적 혹은 정신적 타격을 받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도피하고 싶은 상태가 길어진 건 아닐까. 그렇게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노숙자들과 겨우 끼니만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영화 <드림> 속의 노숙자들은 왠지 조금 나아보였다. 각각의 사연을 보여줘서 그런지 그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다시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의지가 조금이나마 있는 사람들이 노숙자 월드컵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들은 노숙자들이 판매하는 잡지를 스스로 판매하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수많은 노숙자들에게는 약간의 계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노숙자를 사회가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실패자이며 낙오자이고 더럽고 냄새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사회로 부터 격리한 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부터도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간다. 엄청난 추위에도, 엄청난 더위에도 그들은 다시 삶의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시 돌아갈 계기를 찾지 못한 것이다. 

영화에서의 노숙자들은 실제 축구를 잘하지 못한다. 실제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도 그들은 골을 넣지 못한다. 이기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난다. 그들은 자신이 돌아갈 계기를 스스로 발견해냈다. 가족과 삶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다시 넣으려는 의지가 그들에게 생긴것이다. 

그들은 그 대회에서 실패한다. 하지만 그들은 삶의 챗바퀴에 겨우 돌아갈 수 있는 의지를 얻었다. 그래서 그들이 대회에서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수많은 노숙자들이 그런 의지를 다시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스로 그런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만든 늪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도 어떤 작은 계기가 생기면 다시 삶을 이어나갔다. 희로애락 그리고 공허함 가운데서 그런 계기를 찾고 의지를 만들어가는게 삶을 계속 굴릴 수 있게 만드는 꽤나 중요한 과정인 것 같다. 

넷플릭스에 업데이트 된 <성난 사람들>에는 분노에 가득찬 두 사람이 나온다. 대니와 에이미. 그들은 마트 밖에서 각자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뻔한 이후 서로에게 분노를 쏘아낸다. 추격전까지 벌인 그들은 상대방의 차량번호를 조회해 각자가 사는 집을 알아내고 분노를 점점 키워간다. 

사실 두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겠다. 그들의 분노는 주변까지 확대되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불행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불행의 작은 에너지가 점점 커지면서 두 인물과 주변부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니와 에이미 모두 힘든 삶을 살아온 건 맞다. 대니는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옆에 있는 동생을 챙기며 경제적인 가장 노릇을 최대한 하려고 한다. 에이미 역시 불행했던 유년기를 지나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 그들은 자신의 힘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까운 가족에게 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참고 살았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들의 감정이 분노를 넘어서 일종의 '한' 이라고 느꼈다. 그건 분노로 단순히 표현할 수 없다. 두 사람은 가슴 깊은 곳에 그 '한'을 가지고 있다. 그게 상대방과 우연히 만나면서 폭발하게 되었고, 각자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밖으로 표출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고, 가까운 사람에게 진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답답했고 힘들었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그들이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이 너무나 불편했다. 서로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들은 결국 끝까지 간다.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만 그들의 분노는 그들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까지 모조리 파괴한 이후다. 

그들이 겪은 삶의 모든 실패가 그들이 그런 사소한 것에 집착하게 만든게 아닐까. 분노에 매몰되어 앙갚음에 집착하고 또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에서는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불안함이 그들의 몸과 표정에 강력히 박혀있다. 

두 사람은 바보다. 분노에 미쳐버린, 한에 미쳐버린 두 사람이 갈때까지 가는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을 이해하기 보다는 보는 입장에서 지치게 만든다. 기발한 이야기 전개로 각 인물들의 삶과 고충을 알려주지만 그들의 행동과 결정을 모두 이해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사실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 줄 인물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대니도, 에이미도 그 주변인물들 모두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들처럼 보였다. 그 한가운데 납치까지 당하는 에이미의 딸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2050: 벼랑 끝 인류>라는 시리즈가 있다. 애플TV+에 업데이트 되는 이 시리즈는 환경 오염으로 인류가 망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계적으로 2070년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업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그 와중에서도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허망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이 시리즈는 환경 오염으로 인한 재난을 사회적 관점에서 천천히 조망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모두가 망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만 이미 그 구조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키시는 어렵다. 한두사람의 노력으로는 미래가 안보이고, 사회, 기업, 정부가 모두 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설득해 실행이 뒷받침까지 되어야하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암울해 보였다. 

과연 현재의 우리는 안전한가? 각 국가는 RE100같은 협약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늦추려고 한다. 기업은 돈을 벌 궁리를 하면서도 재생용품을 활용하는 등 기업적 정책을 실행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단체와 개개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인류의 실패를 막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 노력이 무척이나 국소적으로 이루어지기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반 사람들은 그 심각함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멸망의 단계로 천천히 가고 있는 인류가 너무나도 이해되었다.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돈룩업>과 같이 어떤 사람은 특정 사안에 반대하고 또 반대의 사람들은 다르게 본다. 그 의견충돌 자체가 진실을 가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한다. 그렇게 느려진 속도 그리고 장님이 된 인류는 결국 모두 망할 수 밖에 없다. 

시리즈 안에는 아이를 낳고 전전긍긍하는 부모의 모습이 등장한다.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공기가 좋지 않은 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산소호흡기를 가까이 하고 외부 활동 시간이 제한된다.  이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인류가 답을 찾지 못했는데 태어난 아이는 고통받지 않을까. 

윤리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그런 생각은 그대로 현재에도 대입할 수 있다. 지금 처럼 살기 어려운 시대에 아이를 낳는것은 옳은 일인가. 출산율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워낸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미래를 바꿔갈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고 그래도 아이를 낳고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현재를 망친건 맞지만 미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리즈는 암울하게 진행되지만 그 실패를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건 더 큰 절망이 아닐까.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야기에 나온다. 그들도 절망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를 키워내고 무언가 바꾸려 노력한다. 

절망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현재에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아마도 이 시리즈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게 아닐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많이 알려진 시리즈는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롱디>

산 사람은 붉게 귀신은 파랗게, 
모든 것이 생중계 된다! 

한 BJ가 남긴 기괴한 영상의 진위를 밝히겠다며 한 폐건물로 모인 5명의 스트리머들.
각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건물을 살펴보던 그들의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현장은 그야말로 리얼하게 생중계 되는데…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드림>은 밝게 진행되는 영화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실 모두 실패자들이죠. 

유머러스하게 진행되지만 노숙자들과 실패한 축구선수가 불협화음을 보이죠. 

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게 되요.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였어요. 

시리즈 <성난 사람들>은 처음엔 흥미로웠는데 갈수록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이야기였어요. 

분노에 휩싸워 완전한 실패를 맞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전염시키는 내용이었죠. 

한편으론 외로운 두 주인공이 안쓰러 보이기도 했어요. 

시리즈 <2050 벼랑 끝 인류>는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는 이야기에요. 

약간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죠. 물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지만요. 

서서히 인류가 실패하는 과정이 담겨있어요.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제 글이 좋으셨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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