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뉴스레터

발행인: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뉴스레터』는 인문사회 분야(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예술학) 대학교원(명예교수 포함)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매월 1일 발송하는 소식지입니다. 인사총 활동 보고와 함께 인문사회 분야 학문 성과 공유와 트렌드 조성, 건강한 국가 학문 생태계 확립을 위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열어가겠습니다. 
💻인사총 칼럼
  

『법학의 자리』 

한상희(건국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부회장)


  
  키르히만은 프로이센 최초의 검사가 되었던 철학자였다. 그는 실정법에만 매달려 세상의 이치를 바라보지 못하는 법학은 학문으로 전혀 무가치하다고 보았다. 다른 영역에서의 지식은 존재 앞에서 겸손하고 자중하지만 유독 법학에서만큼은 결함있는 지식조차도 존재를 압도하고 나선다면서, 입법자가 세 마디만 바꾸면 도서관의 모든 책들이 휴지가 되고 만다고 탄식한다.

  그의 해결책은 비교적 단순하다. R. 예링이 국가의 최우선적 과제를 국민의 법감정을 읽어내는 것이라 하였듯이, 그 또한 실정법으로 하여금 민중의 건전한 감각에 터잡게끔 하는 것이 법학의 절실한 과제임을 강변한다. 학문이라는 불변의, 검증가능한 명제는 법존재를 가능케 했던 수많은 사회현상을 귀납함으로써 가능하며, 따라서 법학자와 법률가의 시선은 법조문을 떠나 그 법이 자리한 생태계를 제대로 주시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헌법주의자”를 자처하던 이가 검찰을 동원하여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급기야 친위쿠데타까지 일으켰던 사태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과거 법의 가변성을 맹신하고 그 변화의 추동력을 자신의 권력의지에 맞추었던 통치자들의 행태가 민주화를 말하는 오늘날에 그 가장 원시적인 모습으로 재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법은 만능임을 강변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권력의지에 종속시켰던, 그래서 귀걸이 코걸이 식의 법폭력을 양산하였던 비리한 법조인들의 집단이 자리한다.

  최근 로스쿨제도가 정착되어가면서 한편에서는 법학이 고사한다는 아우성이 적지 않다. 로스쿨제도로 인하여 법학부 자체가 고사할 뿐 더러, 로스쿨에서조차 변호사시험에 매몰된 학생들이 그저 판례나 법조문 암기에 주력하는 바람에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고사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하지만, 키르히만이 성토하는 “법학”의 무가치성은 이미 사법시험시절 혹은 더 이전의 고등고시시절에서부터 우리의 현실이었다. 법은 가장 유효한 권력통제수단이며, 법학은 이런 법의 존재와 그 발현양태를 규정하는 최우선의 제도여야 했음에도, 권위주의체제 앞에서 그 “법학자”들의 존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 로스쿨의 존재이유를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로스쿨법 제2조)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두고 있음은 이런 질곡의 역사를 떨쳐버리고자 하는 작은 희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인문학적 이해와 사회과학적 가치관은, 당장 법률서비스상품으로 전용가능한 법지식과 법기술을 전수함을 주 목적으로 삼는 로스쿨에서 도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전단계, 일반 학부에서 도맡아야 한다. 법학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문사회학술의 몫이다.

  로스쿨의 기초법이나 일반법이론 등의 영역은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회과학적 비판의식을 법의 영역으로 재구성하는 매개학술의 성격을 가진다. 로스쿨의 원형인 미국의 대학에서 “법과 문학”, “법과 사회”, “법과 정치” 등의 교과목들이 실정법의 가변성을 뚫고 법의 제자리를 교육할 수 있음은 이를 대변한다. 인문사회영역에서 탄탄히 구축된 학술을 바탕으로 법을 그 시선 속에서 재구성해 나가는 작업들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되면서, 혹은 신자유주의의 질서가 이 땅을 관통하면서 법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통제 및 통합의 수단으로 격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 법과 법권력을 전유한 법조인, 법률가들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동전의 양면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면, 제대로 된 법치의 실현은 법권력의 담당자를 통제하는 것 이상으로 법 그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요구한다. 법조문 이전에 그 법을 둘러싼 민중들의 아우성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법원의 판결을 읽으며 세상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성, 법전에 명기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면서 주권자 국민을 떠올릴 수 있는 지성…. 문사철(文史哲)은 어쩌면 낭만이기 이전에 이 모든 것의 토대이자 민주적 법치를 향한 우리의 마지막 희망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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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총 공지 1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는 뉴스레터를 통해 선생님들의 연구 동향, 인문사회(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예술학) 분야 우수 학과와 연구소를 널리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중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8월 15일까지 인사총 사무처(khss@koreahss.kr)로 연락바랍니다.  소정의 내부 절차를 거쳐 학계에 두루 알리겠습니다.


  1. 단행본 출간(2023년 이후): 도서 정보 및 간단한 도서 소개를 보내주십시오.
  2. 교과목 편성 상의 우수 혁신 학과: 학과 소개 및 교과목 편성 내용을 보내주십시오.
  3. 우수 연구소: 연구소 소개 및 수행 연구 내용을 보내주십시오.
  
🗣️ 인사총 공지 2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는 유튜브 등 SNS를 적극 활용하여 인사총 활동 사항을 알리고자 합니다. 인사총 홍보 콘텐츠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의 제언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인사총 홍보 콘텐츠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A4 한 장 분량)작성하신 뒤, 인사총 사무처 이메일(khss@koreahss.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부록1] 출간 도서 소개 
  

디지털 혁신, DX에서 AI 전환으로

(김덕현)

  


  디지털 혁신은 197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디지털 전환(DX)는 2010년대 이후 대략 15년 동안, AI 전환(AX)는 이제 막 시작된 혁신입니다. DX는 AX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단계이고 AX는 DX 기반 위에서 훨씬 더 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단계입니다. 본서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현재 진행 중인 DX와 이제부터 본격 추진해야 할 AX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통찰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DX에 의한 기술 및 관리 측면의 기반 없이 AX를 진행하는 것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큰그림을 갖고 빠르게 다가오는 기술혁명에 대처해야 합니다.


(이미지출처 : 교보문고)

  

포스트소셜사회론 : AI 문명 시대의 미래

(김문조)

  


  농업혁명, 산업혁명 및 정보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을 체험한 인류사회는 최근 AI가 주도하는 전대미문의 문명 단계로 돌입하고 있다. 이 책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급진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문명 시대의 세상을 “사회 이후의 사회”를 뜻하는 ‘포스트소셜사회(postsocial society)’로 규정하고, 그 동학, 특성, 과제 및 경로를 포괄적으로 논구한 것이다.
  포스트소셜사회의 핵심적 동학은 (1)가상현실의 등장을 계기로 실제 현실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되는 탈실재화(脫實在化), (2)인간 이외의 사유적 존재가 출현해 현존 인간의 위상이 도전받는 탈인간화(脫人間化), (3)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지식의 정당성이 약화하는 탈진실화(脫眞實化)이라는 세 가지 탈피 명제로 요약된다. 그 결과,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이 혼재된 다양한 유형의 다중 현실(multiple realities), 인간-비인간 복합체가 사회 활동에 동참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 진실이 존중받지 못하는 탈진정성(post-authenticity)의 징후가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혼조적 양상을 보일 신문명 시대에는 (1)복수적 현실의 대두로 인한 아노미적 혼란, (2)인간-비인간 혼성체의 출현에 따른 정체성 위기, (3)물질적 생명관과 정보적 생명관의 조우, (4)현실원리를 넘어선 환상원리의 출현이라는 일련의 사태가 사회체계의 향방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대두하게 된다. 이처럼 중첩적 현실로 혼돈이 가중되고, 현생 인류가 아닌 혼성체가 인간처럼 행세하며, 생동적 역능을 갖춘 사물이 생명체로 암약하고, 현실계를 넘어선 상상계가 욕구 생성의 산실로 병합될 신문명 사회는 새로운 시각에 의한 대안적 독법을 요한다. 
  특히 인류가 주도해 온 역사의 무대에 AI라는 새로운 동반자가 합류하는 AI 문명 시대의 탐구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자 사회활동의 행위 주체임을 강조해 온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AI 혹은 AI를 내장한 여타 존재들과의 교류를 전제로 한 포스트소셜 상상력을 소환한다. 이 책은 그러한 발상을 통해 요소 환원주의나 인본적 세계관에 발목잡혀온 지난날의 사회 담론이 지적 지체(intellectual lag) 상태를 벗어나 ‘포스트소셜사회론’으로 거듭나야 함을 개진한다.


(이미지출처 : 교보문고)

  
  
🗣️ [부록2] 온라인 공개 강의 소개
  
『팩트폭격』  
스티븐 핑커(진화심리학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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