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에서 지식 크리에이터로서 기획과 운영 그리고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담당하며 일하고 있는 김남윤입니다.

전업이신가요?

아니요, 지금 작은 기업에서 영상 홍보 담당으로 유튜브도 만들고 있고, 그 일과 별개로 여기 ‘건강한 에너지’ 크리에이티브 그룹 활동도 같이하고 있어요.

그러면 지금 따로 다니고 계신 직장이 있고, 동시에 지식콘텐츠 스타트업도 같이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각각의 일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참 직설적인 질문인데요. (웃음)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 있고, 자아실현을 위해서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일’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한다는 게 조금 욕심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에게서 보수를 받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결국에는 그 일이 돈을 주고 시켜야 할 만큼 고단하거나 자아실현의 측면에선 부질없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요. 한편으로는 내가 그만큼의 가치를 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요. 사실 저는 지금 어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기획하는 창의적인 일과 단순 반복적이고 누가 와도 대체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저희 이번 키워드가 ‘자아실현’인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자아실현’이란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아실현은 사실 모호한 개념이에요. 어떤 행위나 일을 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가, 가장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고, 자기를 기만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게 자아실현인 것 같아요. 자아실현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들이 있는데, 저는 그 수단들 중에 가장 큰 게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삶에서 일과 이상과 자아실현 사이에 거리가 항상 있어서, 이 거리를 좁혀나가거나 타협하는 것에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에서 하는 활동이 자아실현의 일환일 수 있겠죠?

그렇죠.

지금은 무슨 활동을 하나요?

현재는 ‘시에라 소사이어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에라 소사이어티’는 “지식의 산맥을 넘어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어요. (웃음)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핵심은 우리가 공공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영역들을 조금 더 쉽게 풀면서도 그 어려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내지는 지식 공동체를 만드는 게 최종적인 목표예요. 예를 들면 외교 안보라든가, 정치라든가, 지정학이라든가, 중동에서의 분쟁이라든가, 기후위기, 식량문제 등 국제사회와 국내외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있잖아요. 이런 문제들에 관한 콘텐츠를 단순히 유튜브에서 보고 “아, 이런 게 있나 보다”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그 영역에 있는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이 지식들을 얻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단순히 프로그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교류하고 노는 커뮤니티 형태로 계속해서 지식이 확산되고 각각의 지식의 질 또한 높아질 수 있게 만드는 그림을 꿈꾸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시에라 소사이어티’라는 프로젝트에서 남윤 님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 전체 방향성 같은 것을 기획할 때 같이 하고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하면 더 운영이 잘 될 수 있을지 그런 사업적인 측면 혹은 조직 운영과 관련된 것들을 이제 공동으로 기획하는 역할을 하면서 플러스알파로 관련된 영상 콘텐츠들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까지 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좀 바꿔서, 요새 꽂혀 있는 키워드라든가 문제가 있나요?

디지털이 불러오는 변화에 관해 고민이 많은데, 우리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체가 불러오는 변화들이 사회의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제일 단순한 예시부터 들면, 극장에 가야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TV 앞에 앉아야 뉴스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 그 두 가지가 실시간으로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은 우리가 매체를 대하는 태도라든가, 그 콘텐츠가 사회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집회 현장이나 유세 현장에 나가야 정치인이나 어떤 캠페인의 구호를 들을 수 있었던 시대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밈(meme)화된 정치적 내용들을 공유하는 시대는 근본적으로 정치가 갖는 사회적 위상이나 이걸 콘텐츠로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소비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뇌와 물리적인 행동 모두가 디지털에 의해서 급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급변에 비해서 관련된 담론이나 사회적인 제도들은 아직 좀 많이 느리고 뒤처져 있지 않나? 과연 우리가 얼마만큼 준비되었나? 그런 고민들을 하게 돼요. 그래서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날카롭게 분석하고 풀어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좀 해보고 있어요.

이제 고정질문인데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의 모든 가치는 다 변해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메타적인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만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가치가 있다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좌절될 때도 많지만 결국에는 이 땅에서는 사람들이 개척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고, 그 변화하는 가치들 중에서 어떤 가치를 택하고 버릴지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즉 인간을 믿지 않는 한 그런 변화하는 가치들 속에서 휘말리고, 사회가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모든 문제들은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출발하고, 끝맺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 두 번째 고정질문. 평소에 어디서 인풋을 채우시나요?

인풋의 출처들은 다양한데, 제가 약간 힙스터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들이 찾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일부러 좀 찾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하면 대중의 생각과 시대적인 흐름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남들이 잘 보지 않는 가치들 속에서도 내가 뭔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또 새롭게 변화시켜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유튜브에 옛날 음악들이 많은데, 요새는 70~80년대 에스토니아 재즈를 들어요. 검색하면 나오는데, 구소련까지의 동유럽의 재즈들이 영감을 주는 것들이 많은데, 한국 사회에서 단순하게 남들이 보고 듣는 것을 하다 보면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데, 조금만 의식적으로 찾아보면 사실 인터넷 공간 안에서 다양한 것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을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지식 크리에이터로서 목표가 있나요?

일단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알고,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구체적으론 이런 목표가 있어요. 어떤 분야에 관해 애초의 이해도라든가,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이루길 원하는 이해도가 다 다르잖아요. 각각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중요도와 별개로 어떤 지식을 맛보기로만 알고 싶었던 사람들이 저희의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접하고 나서 더 많이 배워보고 싶고, 더 갈구하고 싶게끔 만드는 게 저는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떠먹여 주듯이 지식을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포함해서 굉장히 많아서, ‘지식의 대중화’라는 키워드로 그런 방식을 저희는 마지막 종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한 번쯤 발을 들여놓으면 이게 얼마든지 재밌고, 더 배워볼 수 있고,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식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목표입니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저는 예전에 많이 했었는데요. 요새는 이따금 '이 일과 이 행동에는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라는 식으로 고민의 방향을 바꾸어보곤 합니다. 전자가 즐거움이란 목표를 향한 달리기 같은 거라면, 후자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산책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와 산책 사이쯤에 어쩌면 지속가능한 자아실현이 있지 않을까? 편지를 마치며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