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충격도 받았습니다. 마치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이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을 만나 놀랐듯이 같은 VRC를 쓰는 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습니다. 일단 저자들은 절대 VR챗을 'VRC'로 줄여 읽지 않더군요. 또 제가 지금 VRC에 관심 갖게된 계기인 VRC 내 버추얼 페스티벌과 이머시브 연극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더군요. 반면 제가 몰랐던 경험들, 이를테면 'VRC 안에서 잠들기'라던가, '팬텀 터치',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머리 쓰다듬는 문화에 대한 설명은 저에게도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VR에서 포옹하기'를 대해 좋아하는 건 많이 봤어도 '머리 쓰다듬기'가 VRC의 표준 인사법이라는 건 정말 몰랐거든요.
이렇게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음에도 향후 VR 경험이 좀 더 보편적이게 됐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 비슷한 결론으로 향해 간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제시하는 관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최근 부쩍 머릿 속에 많이 맴돌기 시작한 생각들이 이미 이곳에 글로 표현된 것에 그저 놀랍고 감동일 따름이었습니다.
이 책의 결론에 지금 당장 공감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그냥 기성세대가 붙이는 'MZ세대' 같은 이름이 아닌,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에 묘사될 법한 트랜스휴먼 세대,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메타 사피엔스' 종족이요. 그러니까 우선 최대한 빨리 제 동료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이, 아니 그냥 모든 기성세대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