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주셨군요! 오늘의 ixi 담당 최수영입니다. 며칠 전 저는 '제3회 한국 월드 제작자 교류회'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VRChat(이하 VRC) 사용자 중 월드 제작을 직접 할 수 있거나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모이는 행사였는데요. 이날 열린 세미나 중 제게 특히 인상 깊었던 건 Mallang이라는 분이 진행한 '버추얼 아카이브' 관련 발표였습니다. 
Mallang이라는 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좀 더 알아 봤더니 이 분이 얼마 전 '메타 사피엔스'라는 책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에서 느껴진 VRC 내공에 이미 감동 받은 상태라 전 곧바로 책을 주문했고 주문했고 받자마자 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께 감히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 나왔습니다. 드디어 국내에도 진짜 '차세대 온라인 경험'에 대한 책이!"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늪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저희가 책을 쓰기까지의 여정은 이 생각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솔직히 사전 정보 없이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면 저는 절대 집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메타'라는 단어가 제 멋대로 남용되는 트렌드에 이미 신물이 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고 그런 뻔한 책이 나왔구나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이미 그렇게 지나쳤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심지어 유사한 제목의 책도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사피엔스', '세계미래보고서 2022 :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 등. 그렇기에 혹시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저자 이름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릅니다. 뭐랄까요 매튜 볼의 '메타버스 프라이머'를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요. 앞서 인용한 저자 서문부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든 계속 머릿 속에 맴돈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이 사람 진심이네."

저자는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VRC를 거의 초창기부터(대략 2018년 경) 지금까지 아주 깊숙히 경험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 역시 대략 2016년 쯤부터 VR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국내 VRC씬은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해 왔던지라 그쪽 내부의 이야기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행운이라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VRC 안에 살면서 얻은 '확신'이 제가 지금 느끼는 것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반가웠고 때때로 이 젊은 저자들의 거침없는 표현에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자들은 이제 스무살을 갓 넘겼습니다)
"만약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바일 VR, 360도 VR만을 경험해 보았다면 단언컨대 독자는 단 한 번도 VR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VR을 현재에 와서는 결코 VR이라 부를 수 없는 낮은 수준이며, 앞서 이야기한 3차원 영상물에 VR이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쓴 것 뿐이다." (p.29)  
한편으론 충격도 받았습니다. 마치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이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을 만나 놀랐듯이 같은 VRC를 쓰는 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습니다. 일단 저자들은 절대 VR챗을 'VRC'로 줄여 읽지 않더군요. 또 제가 지금 VRC에 관심 갖게된 계기인 VRC 내 버추얼 페스티벌과 이머시브 연극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더군요. 반면 제가 몰랐던 경험들, 이를테면 'VRC 안에서 잠들기'라던가, '팬텀 터치',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머리 쓰다듬는 문화에 대한 설명은 저에게도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VR에서 포옹하기'를 대해 좋아하는 건 많이 봤어도 '머리 쓰다듬기'가 VRC의 표준 인사법이라는 건 정말 몰랐거든요. 

이렇게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음에도 향후 VR 경험이 좀 더 보편적이게 됐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 비슷한 결론으로 향해 간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제시하는 관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최근 부쩍 머릿 속에 많이 맴돌기 시작한 생각들이 이미 이곳에 글로 표현된 것에 그저 놀랍고 감동일 따름이었습니다.

이 책의 결론에 지금 당장 공감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생각을 가진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그냥 기성세대가 붙이는 'MZ세대' 같은 이름이 아닌,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에 묘사될 법한 트랜스휴먼 세대,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메타 사피엔스' 종족이요. 그러니까 우선 최대한 빨리 제 동료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이, 아니 그냥 모든 기성세대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가상현실문화는 그 기저에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격체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내포해 왔다"(p.306) ... "우리의 현실이 시뮬레이션이건 아니건 상관할 필요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우리의 시뮬레이션이 현실인지 아닌지 재고할 필요도 없다"(p.323)  
이 책과 관련한 다른 곳의 인터뷰 및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이 책의 저자 송민우(aka. Mallang)님이 진행하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 '버추얼 아카이브'에 대해 관심 있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Coming Up Next ... SXSW 2022
기어이의 프로듀서들이 SXSW 2022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으로 떠났습니다. 3월 15일 발간 예정인 다음 호에서는 오스틴 현지에서 뉴스레터가 발송될 예정입니다. 어떤 생생한 소식이 담겨 있을 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SXSW는 VRC 내에 자체 월드를 만들어 XR Experience 세션을 진행합니다. 오스틴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뱃지'를 구매하면 접속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제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네요(51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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