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내가 물음표 속을 헤엄치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 이야기를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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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에 출근했는데,

책상 위에 작은 쪽지가 놓여있었어.


맞아, 무늬가 감정의 바다에 빠졌다가

나와서 쓴 그 편지.

그런데 편지에서 나한테 안부를 묻는 표현이

조금 특이한 거야.

스위치가 온전히 켜져 있는지, 촉수는 어떤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워낙 신선한 표현을 많이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


누군가 올려준 우리 후기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아차- 싶더라.

스위치랑 촉수라는 단어가

1년 전 인터뷰에서 내가 쓴 표현이더라고.

누군가는 그 말에 영감을 받은 듯

밑줄을 치며 블로그에 올려주셨는데,

나는 그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까먹은 거지.


별문제 없이 할 일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본 순간…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잘 하고 있는 건가?

요즘 나는 정말 어떻지?

하는 의문도 들었어.


1년 전에는 우리만의 사무실이 처음 생겼고,

뭐든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말 몸으로 부딪혔거든.

모든 게 새로웠어.

잃을 현실보다는 얻을 꿈을 보고 살았던 것 같아.


1년 사이에 우리는 몸집도 커졌고, 쇼룸도 생겼고,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고,

무언가를 포기하기도 하면서 어느새 현실에 맞닿아 있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슴이 뛰다가도, 이게 맞는지 계산하는 우리를 보며 헛웃음을 친 적도 있어.


“너는 지금 너의 스위치가 온전히 켜져 있니?”


글쎄, 나는 요즘 켜진 지 오래된 전구 같아.

켜져 있기는 한데, 처음보다는 자욱해진 오래된 전구 말이야.


처음 켰을 때 새삼스러웠던 빛도,

계속 켜져 있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켜진 지도 모르고 익숙해져 버린 거야.

어딘가는 무뎌졌고, 그러다가 때로 다시 기뻤고, 설레기도 했다가, 정신 차려보면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지.

과연 이런 상태의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다시 처음처럼 빛나야 하는 거 아닐까?


음… 사실 내 빛이 처음보다 옅어졌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막상 그렇게 슬프지 않더라.


조도가 낮은 조명이

때론 좋은 무드등이 되어주기도 하잖아.

내가 여전히 비출 곳이 있다는 사실은

꽤나 멋진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그러다 책 한 권을 읽었어.

.

.

.

오늘은 이만 줄일게,

내 두서 없는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하루가 됐기를 바라.


그럼 또 편지할게!


2022.4.13

마음을 담아,

from. 의 스위치는 어떤지 궁금한 무트


ps. 너는 요즘 어때?

지금 너의 스위치는 온전히 켜져있니?

4/15 금요일 밤,
다섯 번째 편지로 찾아갈게요.

오늘, 오포르의 네 번째 편지이자
무트의 첫 번째 편지는 어땠나요?
솔직한 편지를 쓰는 게 낯설어서
몇 번을 썼다 지웠는지 몰라요. 

편지를 읽은 당신의 소감이 궁금해요
한 줄 평이어도, 답장을 써주어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도 좋아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 나눠주신 이야기는,
오포르레터 에필로그에 실릴 수도 있어요
슬프지만😥
그만 받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