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구독자님들께
반갑습니다.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엔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3월 말은 아직 약간 쌀쌀한 듯도 하지만, 어쨌든 봄이네요. 어제는 산책로에서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올라오는 새순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길고도 짧을 여정을 함께할 여러분께 첫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어제와 비슷한 마음이고요. 일년의 시작인 1월은 겨울이지만, 우리는 보통 사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말하곤 하는데요. 시작하는 계절에, 여러분과 함께 ‘언니의 상담실’을 시작할 수 있어서 더 기쁜 마음입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여성학을 공부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약물치료를 포함한 정신의학의 모든 관점을 활용하지만 주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위주의 진료를 하는 편이고요, 작년에는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정신의학(특히 정신분석)과 여성학은 내용이나 방법론 등에서 전혀 다른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설명할 수 없던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언어화하고, 의식(consciousness)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놀랄 만큼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 지점을 활용하여, 진료실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밀해지도록 도우려 하였고, 책을 통해서도 그러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분의 사연을 담은 편지에 제가 답장을 드리는 방식이라는, 저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당연히 저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편지가 있어야 답장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주제든 괜찮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이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답답한 것, 힘든 것, 궁금한 것, 무엇이든 좋습니다.
사실 앞으로 드리게 될 편지는 일종의 ‘공개서한’인 셈인데요. 견고한 신뢰 관계가 쌓인 진료실에서 일대일로 내밀하게 전달되는 대화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비교적 안전한 메시지를 담은 책 사이의 어디쯤이 바로 이 편지의 위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것, 즉 사연 한장만으로 모든 걸 단정하게 되는 위험은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여정이 끝날 때쯤 여러분이 자기 자신과 아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저는 마음의 준비를 잘하며 편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곧 또 뵐게요!
반유화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