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유유히톡에도 적었지만 저는 예전에 크래프트 맥주 보틀샵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3평도 안 되는 공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행복했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묻는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때라고 말할 겁니다. 4년간 업장을 운영하면서 무수히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지만 기억나는 손님들도 정말 많은데요.

오늘 그중 한 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분은 처음부터 친해진 손님은 아니었어요. 제 가게 운영 원칙이 ‘손님이 먼저 말 걸기 전엔 절대 말을 걸지 않는다’였기에 대화를 나누기까지 꽤 시간이 흘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떤 분은 그런 저를 무뚝뚝한 사장이라고 기억할 수 있겠지만 그때 저의 의지는 꽤나 확고했습니다. 왜냐하면 손님이 그날의 바이브로 편하게 맥주를 고르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암튼, 제 기억상(벌써 8년 전) 정확하진 않지만 처음 말을 트게 된 건 몹시 피로한 얼굴로 가게에 들어와서 맥주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그동안 그 손님이 구매했던 맥주 종류들을 떠올리며 마구마구 추천을 해드렸고 마지막에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손님 saison 맥주 좋아하세요?


이 맥주 스타일은 원래 벨기에 농부들이 농번기에 열심히 일하고 마셨던 농주였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막걸리 같은 술이죠. 이번에 PRAIRIE 브루어리에서 나온 세종이 아주 향긋하고 좋습니다.

무엇보다 원샷 후 입안이 아주 깔끔해지는데요. 라거의 깔끔함과 다른 느낌입니다. 마술사가 마술을 선보일 때 순식간에 타는 종이를 본 적 있을 거예요. 그런 느낌으로 순식간에 입안에서 사라집니다.


오늘 하루 힘들었다면 이 한잔으로 넘겨보시죠!🍺

이때부터 말을 트면서 우린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제 기억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주로 회사 욕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것 같아요 ㅋㅋ 그 후로 제가 가게에서 진행하는 커뮤니티 행사에 그 분을 거의 대부분 초청을 한 것 같습니다. 신상 맥주가 들어왔을 때 사전 시음회에 초청하기도 하고요.


이 손님이 미국을 다녀왔을 때, 다른 손님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미국 여행 얘기를 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그때 사오셨던 미 수입 맥주가 매우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 번은 함께 퇴사한 동료들과 함께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다고 해서 5권 구입해서 가게에 비치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이 분의 글을 처음 읽고 재미있어서, 이분은 나중에 뭐가 돼도 되겠다 싶었습니다.(예상 적중!!)

이 손님과 있었던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준비 중인데 주제가 자기가 봤던 콘텐츠들을 소개하는 레터라고 하더구요. 평소에 이분이 보고 듣고 읽었던 콘텐츠들이 다 좋아서 딱 맞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쌍따봉을 날려주었습니다. 요즘에야 웬만한 브랜드들은 모두 운영하는 채널이 되었지만, 당시엔 뉴스레터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뉴스레터가 자리를 잡으며 이제는 네임드 뉴스레터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 몇 분은 눈치채셨을 것 같아요ㅋㅋ


이 손님은 바로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발행인이자, 다음 주에 유유히에서 출간되는 <작업자의 사전> 저자이기도 한 서해인 작가님입니다. 생각해보면 인연이란 게 참 묘합니다. 8년 전 작은 가게에서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큰 교집합으로 이어진다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작업자의 사전>은 구구&서해인 님이 오랫동안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느끼고 경험했던 글들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꽤 두툼한 책이지만 술술 읽힐 정도로 재밌습니다. 누구나 프리랜서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프리랜서의 일과 삶이 100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니, 정말 솔깃하죠?


다음 주엔 재미있는 출간 이벤트도 오픈할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작업자의 사전>

진짜진짜찐막 coming soon

덧 1.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탄생 비화

에디터리님과 저와 셋이서 날씨 좋은 날! 성수에서 맥주 한잔하다가 에디터리님이 즉흥적(슈퍼파워P)으로 우리 팟캐스트 해볼래요? 말했고 해인님은 며칠 후 구성안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바로 두둠칫 팟캐스트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맥주로부터 출발했네요 ㅋㅋ

덧 2.

글을 다 쓰고 생각해 보니 <작업자의 사전> 디자이너님도 제 가게 단골손님이었습니다.

헐...!

유튜브 <재지마인드>

이번 위트보이 픽은 ‘재지 마인드’라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얼마 전 에디터리님이 커피를 마시며 영상을 보고 있길래, 뭘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나 싶어 옆에 앉아 함께 봤습니다. 근데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어가는 줄도 모르게 영상에 빠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뭔가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채널 같은데요. 사실 매우 담백한 채널입니다.


<재지마인드>는 프랭키와 키키, 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상속에서 천천히 고민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슴슴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생각나는 평양냉면처럼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서울을 여행한다는 컨셉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마포구 일대가 자주 나오는데요. 저희가 자주 걷던 길이나 공간이 나와서 '어 여기도 가셨네! 오 여길 어떻게 아셨지!' 혼잣말하며 보게 됩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왠지 모를 여유를 주고,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함께 보면 더욱 즐거울 것 같아요. 재지마인드 추천합니다!

✅ 5월 29일 배본할 <작업자의 사전> 미리 보여드려요

드디어 표지를 공개합니다~!!! (두둥!!!)
이 레터를 쓰고 있는 23일 목요일 오늘, 제본소에서 직접 홍보부수만큼 책을 받아왔습니다.
노란 끈을 컷팅하고, 막 나온 책을 집어들 때는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인쇄 감리를 가서 본 색상 그대로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그림의 선들과 제목, 책등이 짙은 청박인데, 위치가 너무 잘 맞았습니다. 캬!

본문을 휘리릭 넘겨보며 페이지 잘 맞는지 확인해봅니다.
(그거 아시나요? 책은 32페이지씩 한 묶음이어서, 어쩌다 중간 페이지 순서가 뒤섞이는 제본 실수가 있기도 합니다.)
모든 페이지가 무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만, 아직 내보내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서 유일한 독자가 되어 책을 읽어내려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 기쁨을 한껏 누리겠습니다. ㅎㅎ

이제 서점별 미팅을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손에 무사히 책이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달려볼게요. 아자! 

답장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페이지를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4 새해부터 변경되었음을 알립니다.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레터는 에디터리님이 보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이곳을 눌러 의견을 남겨 주세요
  
유유히
uuhee@uuheebooks.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