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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가 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당시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던 10대 시절의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플롯은 단순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는 대개 왜곡 없이 올곧게 관객에게 닿는 편이다. 다시 말하자면 10대의 나도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읽었다. 관객 수 600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극적인 변화’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때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가 직접 부른 ‘Beautiful Girl’이 아직도 흘러나올 정도로 인기인 이 영화를, 그날 영화관에서 본 나의 소감은 “그래도 결국 예쁘잖아.”였다. 과거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주인공은 끝내 과거 자신의 ‘외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스스로의 내면을 사랑하며 끝난다. 그것을 정말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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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고 정말로 내가 원했던 건 ‘외적인 것이 아닌 내면의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동안은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몇 달 전 세 명이 함께 운영하는 팟캐스트 <일기떨기>에서 ‘몸’에 대한 일기를 쓰며 나는 이제야 조금 내 몸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은 아직 완전히 안다는 건 아니라는 말과 같다. 근 이십여 년을 몸과 지독하게 싸우고 혐오하고 살았는데 화해가 그렇게 빨리 이루어질 리가. 쉽게 화해할 거였으면 그토록 미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살을 파먹으며, 내 속을 갉아먹으며. 나의 다이어트 일대기는 15살을 시작으로 찬란하고 유구하다.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올리브유를 매일 한 컵씩 마신 이후로 그 역함에 지금도 어떤 요리를 하든 기름을 두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매일 밤 스쿼트 500개씩을 하고 살이 빠지기는커녕 탄탄한 허벅지 근육을 얻어 지금도 의자에 10시간씩 앉아있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물론 방금 말한 것은 뜻밖의 이득이었던 것이고, 결코 내가 원했던 몸은 아니다. 내가 올리브유를 먹고 스쿼트를 하며 꿈꿨던 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몸인지 모두가 곧장 떠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스키니진이 유행하던 시절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단서를 주면 더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나는 조금씩 ‘음식’이라는 것 자체를 ‘금기’의 영역으로 몰아넣었고 먹는 행위를 죄처럼 여겼다.

그러다 20대 초반, 집안 사정이 힘들어져 마음고생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몇 개월 동안 살이 10킬로그램 넘게 빠지는 걸 보면서 먹지 않는 것만이 살을 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침이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얼굴이 보기 힘들 정도로 상한 걸 보면서도 나는 커진 바지가 더 좋았다. 운동해서 뺀 게 아니니 먹으면 다시 찔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더, 더, 먹지 않으려 노력하던 생활을 지속했다. 사실 나는 내가 그 상태로 영원히 그렇게 마를 줄 알았다. 만족했으니까 운동하며 노력한 만큼 잘 유지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했다. 결론은 아니었다. 좋으면서 내심, 나를 징그럽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몸에 집착하며 불행하게 살 수는 없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던 20대 중반. 과식도 야식도 아닌 밥 한 끼를 먹으면서 ‘토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나를 발견한 그 날, 나는 미뤄두었던 몸과의 화해를 이뤄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렇게 둘 수 없다. 내가 마르지 않아서 행복하지 못하다면, 나는 내 행복의 기준에서 몸을 없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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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한 일은 몸에 관한 부정적인 모든 생각 끝에 ‘어쩌라고?’를 붙이는 것이었다. 간단하다. ‘이 옷은 다리가 두꺼워 보이네... 어쩌라고? 그냥 입어.’‘이건 팔뚝살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 어쩌라고? 마음에 들면 그냥 입어!’‘살이 좀 쪘나? 진짜 어쩌라는 건지.’ 효과는 생각보다 좋다. 적어도 나한테는, 당장 내 몸을 혐오하고 싫어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더 중점이 됐으므로. 그리고 이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나의 멋진 부분을 계속해서 적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보다 이야기를 잘 만든다. 나는 오래 걸어도 잘 지치지 않고, 마찬가지로 오래 앉아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식이다. 그렇게 매일 적어가다 보면 내 몸이 꽤 멋진 구석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몸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 이후에야 나는 이제 조금씩 내 몸을 조금씩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원래의 나를 잃고 난 후에야 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는 그런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를, 그렇지만 훨씬 더 성숙하고 삶의 테가 곳곳에 새겨진 내 몸을 제법 자랑스럽게 마주 볼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내가 이제 더는 혐오스럽지 않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어 두려울 게 없어지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아직 멀었다고 해도 좋다. 내가 나를 어떻게 느끼든, 나는 내 몸과 평생 살아가야 하므로 우선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끄러움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것. 그게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Writer 천선란
1993년생 소설가.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펴낸 후 〈천 개의 파랑〉 〈어떤 물질의 사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썼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 <엘르> 2022년, 7월호 발췌


<브로커>의 여자들_요주의여성 #62
'함께'여서 더 좋은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영화 <브로커> 스틸

세계적인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한국 톱 배우들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작품. 칸 영화제에서 날아온 낭보로 더욱 기대감을 높인 영화 〈브로커〉가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를 “생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깊은 통찰력과 섬세한 연출로 소외된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했습니다. 극장에서 확인한 작품은 예상보다 낙관적이고 여러 차례 웃음을(눈물도) 자아냅니다. 미혼모, 인신매매, 입양 등 여러 날카로운 이슈를 건드리면서도 온기를 잃지 않는 영화는 끝나고 난 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떻게 이렇게 모았을까’ 싶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과연 영화의 백미. 일단 믿음직한 두 배우 송강호, 강동원이 공기처럼 나무처럼 존재하며 뒤를 받쳐줍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엄마, 미혼모 ‘소영’ 역을 맡은 이지은(아이유)은 서사의 중심에 있는 어려운 캐릭터를 강단 있게 소화했습니다. 지치고 날 서 있던 그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객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동이 일어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하게 느껴진 연기는 ‘브로커 일당’을 좇는 형사 ‘수진’ 역의 배두나. 푸석한 민낯으로 등장한 그는 좁은 차 안에서 손짓과 독백만으로 밀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냅니다(배두나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의 결말부, 수진의 선택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거예요). 배두나와 콤비를 이루는 이주영은 영화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더합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

영화의 주요 메시지가 세 여배우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진짜 브로커는 우리인 것 같다”는 이주영의 대사를 비롯해 배두나와 이지은의 대화 신(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말할 순 없으나)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브로커〉에 관련된 배우들의 여러 매체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이 작품에 다가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지은은 상처 많은 인물 ‘소영’을 이해하기 위해 고레에다 감독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하죠. “10대 때부터 연을 이어가고 있는 보육원의 친구가 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게 되더라. 혹시라도 나의 이런 표현이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계속 생각했다”라는 인터뷰만 봐도 이번 작품에 담긴 마음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정상의 대중가수 아이유인 동시에 어둠과 고뇌를 지닌 캐릭터를 표현할 줄 아는 배우 이지은, 〈브로커〉를 통해 또 한 번 이 특별한 아티스트의 성장에 놀라게 됩니다.
 
배우들이 서로를 향해 전하는 우정 어린 코멘트도 눈길이 갑니다. 아이유는 처음에 출연 제안을 받고 배두나와 상의했으며, 칸에 다녀온 후 배두나에게 받은 장문의 문자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밝혔죠. 이주영 배우 역시 촬영하면서 배두나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가까운 관계가 됐다고 합니다. 배두나는 인터뷰마다 두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지은 씨도, 주영 씨도 자꾸 마음이 간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말이다”라고 전합니다. 스크린 너머 피어난 세 여성의 ‘친목’이 흥미롭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

물론 영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동화에 그친다’는 평도 납득할 만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들의 무거움에 비해 영화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느껴질 수 있겠죠. 그러나 어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생전 처음 이 문제들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이라도 버려지고 상처 입은 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면, 〈브로커〉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지은의 대사 중 ‘선의’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에게 이 영화는 ‘선의’가 빛나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생명에 대한 메시지, 감독과 배우 간의 믿음과 존중, 캐릭터를 대하는 배우들의 진실함, 이 영화를 볼 관객들에 대한 사려 깊음… 〈브로커〉가 전하는 ‘선의’가 관객들의 마음에도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Writer 김아름
전 <엘르> 피처&라이프스타일 디렉터 김아름.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으며 책과 영화, 각종 컬처 콘텐츠를 탐닉합니다.
 - <엘르> 2022년, 6월 웹기사 발췌



EVENT


소중한 내 몸을 위해 내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오랜만에 돌아온 <엘르보이스> QUIZ 이벤트!
오늘의 에세이 '나는 내 몸과 평생 살아가야 한다'를 읽고 나는 내 몸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지가 문득 궁금해졌답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2-3회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이제는 운동이 습관이 되어 안 가는 게 아쉬울 정도!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아무리 바빠도 내 몸을 위해 내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투표로 남겨주세요.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 중 총 3분을 선정해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든든 본나물비빔밥을 보내드릴게요:)
  • 이벤트 참여 방법 : 투표 클릭 후 제출하기를 눌러주세요!
  • 이벤트 기간 : 6/28(화)  ~ 7/11(월)
  • 당첨자 발표 :  7/12(화) 엘르보이스 뉴스레터
  • 경품 안내 : 본죽&비빔밥 본나물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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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어 고민상담 코너가 좋았어요.

* 재미있습니다. 이벤트 당첨된 분들이 부러워요!

* 개미는 여행하지 않는다를 읽고 여행을 했네요.

* 에세이 읽으면서 처음에는 웃다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ㅠㅠ

*구독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났으면 좋겠어요

💌  님, <엘르보이스> 서른두 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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