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도 지키고 커피도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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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네 번째 끼니로그:
커피, 지금 한 잔 할까, 말까 
l 필자
〉 레터 작성 및 편집 : 도토리 에디터
l 목차
〉 도토리 끼니로그
〉 커피가 가져다준 것들
〉 커피가 앗아가는 것
〉 도토리 카페인 금단 일지
〉 어글리어스 레시피 : 채소스튜와 토마토절임

커피 원두. 언스플래시 Anastasiia Chepinska
도토리 끼니로그
이번 회차는 하나의 신문기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님도 접하셨을 것 같아요. "하루에 커피 1잔, 사망위험 20% 낮아져요." 서구권에서 커피가 몸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온 데 이어, 최초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도 이처럼 긍정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것이라면, 계속 커피를 '달고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커피를 좋아하지만 부작용을 자주 느끼는 저로서는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평균치의 연구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리 몸과 습관은 제각각이란 점이 항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게 맞는 커피 섭취법은 직접 탐구해서 알아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열흘간 커피를 끊어보았습니다. 카페인의 영향에서 벗어나보아야 그동안 어떤 혜택을 입고 있었는지, 놓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기간동안 커피와 카페인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님과 나누고자 합니다. 특히 잠에 대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평소 수면 습관이 고민인 분들께선 꼭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글리어스에선 이번주에 그동안 1인가구에게 특별히 인기가 좋았던 두 개의 레시피를 보내주셨어요. 방울토마토와 각종 채소를 활용하는 쉽고 간단한 요리들입니다.  

하루의 시작은 역시 커피 일까요?
커피가 가져다준 것들
대학을 갓 졸업해 첫 직장에 다닐때, 인턴이었던 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오전에 커피를 내려두는 것이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은 같은 것은 아니었고요, 그만큼 팀원 모두가 커피를 업무 필수재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카페인이 없으면 회의에서 서로 싸운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카페인을 섭취하면 인지 및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차를 마시고 힘을 냈고, 1920년대 미국에서는 공장주들이 오후의 지친 노동자들에게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했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저서 <카페인(Caffeine : How coffee and tea created the modern world)>에서 이런 역사를 개괄한 후, 카페인이란 '자본주의에 딱 알맞은 물질'이라고 썼어요. 벌에게 카페인을 줬더니 꿀을 더 잘 모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미가 집을 쓸모없게 짓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1980년대 미 항공우주국이 수행한 연구입니다.)

책<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50쪽
카페인이 설정한 기본값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폴란은 이에 대해 인간이 능력치와 정서도 '카페인이 있는 상태가 기준선(baseline)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게 문제가 될까요? 카페인은 역사상 가장 널리 섭취된 향정신성 약물(psychoactive drug)이자, 가장 많이 연구된 약물이기도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암에 걸릴 것이다, 당뇨를 유발할 것이다, 심장질환을 일으킬 것이다 등의 숱한 '혐의'가 제기돼왔는데, 대체로 '누명'으로 드러나는 추세입니다.

사그러들지 않는 의혹의 눈길
최신 연구 결과들은 오히려 커피를 꾸준히 마시는 사람이 장수한다, 당뇨와 심혈관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등 커피의 유용함을 입증하는 쪽으로 나오는 중이에요.
  그럼에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잭 제임스 교수(레이캬비크 의대 정신과)인데요. 지난해 국내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던 '임신 중 카페인이 태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를 냈던 학자입니다.
  그도 카페인이 각종 암과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카페인이 혈압을 높여 심장질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카페인 섭취에 안전한 기준량이란 없으며, 철저히 피하는 게 답"이라고 권합니다.
  종합하자면 비관적 의견도 있지만 기존 연구 결과는 대체로 "적당량을 섭취하면 큰 문제가 없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마이클 폴란의 <카페인>은 현재 오디오북으로만 이용 가능합니다.
꼭 유념하면 좋을 것들
의학 권위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카페인 섭취 시의 유의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크 펜더그라스트의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726쪽을 참고했습니다) 
  • 혈압이 높은 사람,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은 카페인 섭취를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 약물을 섭취하는 경우 이 약물과 카페인의 상호작용 가능성에 대해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사람에 따라 소화가 더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위산 과다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인은 하루 커피 4, 청소년은 에너지음료 2 이상 섭취 할 경우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넘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카페인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 청소년은 체중 1kg 당 2.5gmg 이하입니다.
  • 카페인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수면장애, 불안감, 신경과민 등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하루 커피 '4잔 이상'이면 섭취량을 넘길 수 있다고 권고했는데요. 1잔 분량이 가게마다 달라 헷갈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355ml)을 기준으로 하면, 한 잔에 150mg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이 경우 3잔을 마실 때 이미 성인 섭취 권고량을 초과하게 되니 참고해 주세요. 이런 권고사항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습니다. '적당량'을 먹는다는 게 얼만큼일까요? 식약처가 권고한 기준만 따르면 되는 걸까요? 적당량을 먹지 않았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수면'인데요. 다음 꼭지에서 카페인과 잠에 대해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커피가 앗아가는 것
커피를 마신 후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 고생을 한 적, 님께도 있나요? 앞서 소개한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카페인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면이 있다면 수면부족이 가장 큰 게 아닐까 하고 결론을 내립니다.
  카페인은 어떻게 우리가 잠들지 않게 하고, 이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잠과 카페인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수면 연구 권위자 매튜 워커(UC버클리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참고했습니다. 

이말년씨리즈 <잠 은행> 상편 갈무리
잠의 중요성을 너무 잊었다
매튜 워커(이하 '워커'로 칭하겠습니다)는 현대 사회에서 수면의 중요성이 너무나 간과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매일 잠을 7~8시간 푹 자는 것은 신체에 더없이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밀어내고 건강을 잃은 뒤 영양제, 병원치료, 무리한 운동 등으로 건강을 되찾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입니다.

덜 자도 되는 사람은 없다
잠을 조금만 자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통설도 있는데, 워커는 이런 이야기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합니다. 누구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우리 연구실에 와서 뇌파를 측정해 보면, 잠 부족 상태가 자신의 잠재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요. 잠을 일찍부터 자느냐(종다리형) 늦게부터 자느냐(올빼미형)는 생물학적으로 사람마다 다른데, 7~8시간을 자야만 뇌와 몸이 충분히 회복된다는 점은 거의 동일하다고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 등 밤에 네다섯 시간 밖에 안 자고 열심히 일한 철인으로 유명했던 인사들이 말년에 알츠하이머를 앓았다는 점도 언급했어요. (수면과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는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를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답니다.) 
  수면 부족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사람들이 자신이 덜 잤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한다는 부분이라고 워커는 강조합니다. 잠을 7~8시간 푹 잤을 때와 6시간 잤을 때, 특정 행위에 대한 수행을 평가해 보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요. 흥미로운 부분은 피험자들이 이 사실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피험자들은 주관적 평가에서 충분히 푹 잤으며, 수행 능력도 온전하다고 응답을 한대요. 
  배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 운동능력 학습 등도 잠을 푹 자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잠을 안 자고 공부하거나 연습을 하는 것보다, 잠을 푹 자는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워커는 이런 자신의 연구 결과에 따라, 기말시험도 아예 없앴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많은 분량의 공부를 몰아쳐서 하는 것보다, 짧은 주기로 시험을 보면서 푹 자고 제대로 공부하게 하는 게 낫다고요.

단 한 시간만 덜 자도 치명적이다
수면 시간이 단 1시간만 줄어도 타격이 크다고 워커는 거듭 강조합니다. 현대인은 5~6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요. 
  뇌파를 살펴보면 우리가 잠을 잘 때 뇌는 엄청 열심히 일을 합니다. 잠을 재워놓고 수행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이죠. 기억, 감정, 면역 모든 영역과 관련된 활동입니다. 그런데 잠을 안 자면, 뇌는 그런 일들을 할 수가 없습니다. 미뤘다가 몰아서 잔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매일밤의 잠도 ‘일기일회’인 셈입니다.
  워커가 수면의 적으로 지목하는 대표적인 것이 알코올과 카페인입니다. 워커를 인터뷰한 마이클 폴란에 따르면 워커의 연구실 사람들은 커피 뿐만 아니라 카페인이 든 차도 안 마신다고 하네요. 

카페인은 수면욕을 가리는 것 뿐이다
카페인이 우리의 정신을 바짝 들게해주는 것은 '아데노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데노신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감소시키고 다른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아데노신은 우리가 잠에서 깨는 그 순간부터 몸에 쌓이기 시작해서, 자고 일어난 지 12~16시간쯤 되면 충분히 쌓여 ‘이제 자야해’ 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붙어 그 기능을 해야 우리 몸은 ‘이제 쉬어야 해’ 라고 느끼는데, 카페인이 가진 능력이 바로 이 아데노신이 갈 자리를 가로채 달라붙는 것입니다. 카페인이 아데노신인 척 수용체에 달라붙어 돌아다니니, 이제 아데노신은 기능을 못 하게 되고 우리 몸은 피로를 덜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안 자도 되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아데노신은 원래 잠을 자는 동안에 사라지는데요. 잠을 안 자면 계속 쌓입니다. 이 상태에서 카페인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말로 '폭풍 피로'가 몰려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카페인을 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커피를 마셔서 말똥하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깨어나서 피곤하니 다시 커피를 집어들고... 벗어날 도리가 없죠. 카페인에 기댈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피로의 신호를 제때 잡아채 푹 자는 게 최선의 답이라는 게 커피와 관련한 워커의 주장입니다.

잘 자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까
수면의 질만 방해받지 않는다면 커피를 계속 마셔도 좋겠지요. 그럼 잠을 잘 자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까요? 워커의 실험실에 누워 뇌파를 측정해볼 순 없으니, 그가 제시하는 자가 판단 항목 두 개를 여기에 옮깁니다. 
  •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이 들 수 있는가? '예' 라면 수면의 양 또는 질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 라면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자가 처방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양쪽 징후를 다 지닌다면 자신이 수면 부족 상태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님, 어떠신가요? 경쟁이 치열하고 너무나 바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 버거운 기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수면 시간을 잘 사수해야 일도 잘 되고 덜 지친다고 하니, 이 점을 저도 유념하려고 합니다.

커피 마시고도 잘 잘 수 있을까
카페인의 반감기(몸에 들어온 약물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는 평균 5~7시간입니다. 오후 7시30분에 한 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면 오전 1시30분에도 여전히 절반은 뇌에 남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 효율이 더 뛰어난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잡니다. 하지만 이 속도가 느린 사람은 이른 오후에도 커피를 안 마시는게 좋습니다. 카페인 제거 속도는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요. 나이를 먹을수록 뇌와 몸이 카페인을 분해나는 데 더 오래 걸리고, 따라서 카페인의 수면 교란 효과에 더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도토리의 노카페인 일지
커피를 마시다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 열흘간 실험해봤습니다. 카페인이 든 홍차와 녹차, 초콜릿도 피했습니다. 카페에서 약속이 있으면 페퍼민트, 캐모마일, 루이보스, 국화차 같은 것을 마셨는데, 카페인 없는 차를 아예 안 파는 곳에 가면 곤란했어요.
  듣던대로 처음엔 아주 고약했으나, 일주일쯤 지나니 꽤 개운해졌어요. 열흘치 일지 내용을 발췌해 공유합니다. 매우 주관적인 일지이지만, 카페인 디톡스에 관심있는 분들껜 도움이 될 지 몰라요!

11월15일 (월) 1일차
초저녁부터 어마어마한 잠투정과 짜증, 비관이 몰려왔다. 이게 금단인가? 내일 아침 커피 마시며 출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큰 기쁨을 뺏긴 것 같다.

11월16일 (화) 2일차
왠지 까칠한 사람이 된 느낌이다. 반응이 느리고 눈이 뿌옇고 당연히 생각날 단어들이 자꾸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느릿느릿...
  이 실험은 주말부터 시작해야 했어. 안그래도 힘든 월, 화요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점심 후 민트차를 마셨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 어차피 모두가 카페인으로 쌓은 축대 위에서 생활하는데 나만 이렇게 바닥에 있어야 하나? 당장 한 잔 주입하고 저 성 위로 올라가고 싶은 유혹이 든다.
  오후 8시부터 잠이 와서 헤롱댔다.

11월17일 (수) 3일차
커피를 끊고 이틀간 매일 9시간을 잤다. 오늘은 왠지 조금 개운해진 것 같은데?
  하지만 집을 나와 걷는 걸음 걸음에 커피가 묻어있다. 어느 커피집에 갈지 고민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도 알게됐다.
  점심 후, 놀랍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오후 7시쯤 되자 놀라우리만치 개운하다. 마치 커피를 한 잔 한 것 같군?
  저녁 자리를 마치고 다같이 차를 마시러 갔는데, 카페에 카페인이 없는 차가 한 종류도 없었다. 날이 몹시 추웠는데,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카페로 이동해야 했다. 그곳엔 다행히 캐모마일이 있어 가까스로 카페인을 피했다.

주말에는 커피 대신 진저티를 주문했다.
11월18일 (목) 4일차
아침 수영을 갔더니 몸이 회복된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카페인 없이 힘차게 수영하기! 점심 후 살짝 졸림. 산책을 나갔다왔다.

11월19일 (금) 5일차
아침마다 나를 사로잡던 어마어마한 박탈감이 사라졌다. 커피가게로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점심 후 살짝 졸림.

11월20일 (토) 6일차 
커피 생각 안 남. 심신이 전반적으로 안정적. 저녁 운동도 훌륭하게 마침.

11월21일 (일) 7일차
컨디션이 아주 좋다. 월요일부터 계속되던 눈가의 뿌연 느낌도 사라졌다.

찬장을 뒤져 티백을 모아 챙겨다녔다. 친구에게서도 득템!
11월21일 (월) 8일차
월요병도 무난하게 극복할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친구네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이 친구 집이 커피맛집임을 알기 때문에 미리 티백을 몇 개 챙겨갔다. 찬장을 뒤져 허브차, 작두콩차, 연근차를 가져갔는데, 친구가 캐모마일이 있다며 되려 티백을 나눠주었다! 디톡스엔 역시, 준비가 필요하다.
  아침에 개운하게 잠에서 깼고 점심 후의 지독한 졸림 증세도 사라져 온전한 하루를 충만하게 쓸 수 있었다. 카페인과 결별인가?
  
11월22일 (화) 9일차
휴대폰 사진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어제는 점심 후 졸음이 조금도 없는 하루였는데, 왜 생각을 못했지! 점심에 친구가 준 쿠키에 얼그레이 찻잎이 송송 박혀있었다. 찻잎엔 상당량에 카페인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티백을 챙겨가면서까지 카페인을 피하려 했는데, 쿠키로 먹어버렸나? 마법같은 오후를 선사한 게 미량의 카페인이었나? 괜히 수많은 노동자, 철학자, 음악가들이 카페인을 찬양했겠어? (동공지진) 쿠키가 먹고 싶다...오늘 오후는 어제만큼은 개운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얼그레이 쿠키. 두 개를 먹었는데...
11월23일 (수) 10일차 
실험을 시작한 후 내내 꿀잠을 잤다.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자기 위해 보던 책을 빨리 덮고 핸드폰은 멀리해야 했지만 아침의 개운함은 큰 보상이었다.
  수면의 축복에 더해, 카페인의 은혜까지 살짝 얹어보면 어떨까? 유혹이 어른거린다. 적당량만 먹는다면, 과하지만 않다면... 게다가 내일은 끼니로그 마감이...

그리고 저는 다시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요? 어글리어스 레시피를 소개한 후 돌아와 이야기를 마칠게요.🙂
11월 넷째 주 레시피 by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맛과 영양이 훌륭한 '못난이 친환경 채소'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마케터 성현 님이 간단한 제철 채소 레시피를 매주 2개씩 소개해 드려요.

l 채소스튜 포토푀
 재료 양배추, 감자, 당근, 소시지, 토마토, 치킨스톡

    1. 냉장고속 재료들을 먹고싶은 만큼 준비하고큼직하게 썰어주세요.
    2. 냄비에 방울토마토를 제외한 재료들을 모두 넣고 재료의 반만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주세요
    3.  치킨스톡 1티스푼을 넣은  뚜껑을 닫고 끓여주세요.
    4.   끓어오르면 방울토마토를 넣고 다시 10 상 뭉근하게 끓여주세요.
    5.  익은 채소와 짙은 국물을 그릇에 담아내면 든든한  그릇 완성!

    • 냉장고에 있는 양파버섯브로콜리 등을 함께 넣어주면  풍성해져요.
    • 통후추월계수잎 등이 있다면 함께 넣고 끓여주세요
    l 방울토마토 매실 절임
     재료 방울토마토, 매실청

    1. 방울토마토 꼭지를 떼고 깨끗하게 세척해주세요.
    2.  십자로 칼집을 내고 끓는물에 10~20초간 데쳐 껍질을 벗겨주세요.
    3. 방울토마토를 용기에 담고 자작하게 잠길 때까지 매실청을 부어주세요
    4. 냉장고에 하루 정도 숙성하면 완성!

    • 레몬  조각과 로즈마리를 함께 넣어 숙성해주면  향긋하고 맛있어요.

    든든한 식생활, 단단한 일상
    열흘에 걸친 커피 끊기 실험이 끝나고 오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여러분께 편지를 썼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보겠다는 욕심에 지고 말았습니다. 맛있는 커피가 주는 행복감은 또 어떻고요.
      일하는 동안 하품 한 번 하지 않은 느낌인데요, 대신 심장이 약간 두근거리는 증상이 돌아왔습니다. 마실까 말까, 앞으로도 고민할 것 같아요. 정신이 말짱해진 느낌이 좋지만 살짝 초조하고, 손이 좀 차가워지고, 화장실에 더 자주 들락거렸으니까요. 아무래도 아메리카노 1잔(2샷)도 저에겐 너무 많은가봐요. 미팅이 줄줄이 있는 날엔 두 잔 세 잔도 마셔왔는데 말입니다. 가끔이라도 맛있는 커피를 '만끽' 하려면, 당분간 카페인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자 끼니로그에 대한 이야기든, 님의 커피 사랑, 혹은 카페인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든, 아래 '의견과 질문 남기기'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한 주도 잘 자고, 잘 챙겨먹고 다시 만나요~!
    끼니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상품, 커뮤니티, 서비스, 행사 등이 있다면 stay.balanced.2021@gmail.com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검토 후 도토리 에디터가 연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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