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시집을 가져왔어요. 안녕하세요! 우비☔예요.
오늘은 오랜만에 시집을 가져왔어요. 사실 시집을 가져올 때마다 잘못 해석하진 않았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반복해서 읽으며 느낀 조그만 감상을 여러분께 잘 전달하려 노력한답니다.
제목도 내용도 참 마음에 든 시집이에요. 여러분도 구절구절을 읽고 조금이나마 이 시집에 흥미를 가져보시면 좋겠어요. 그럼 오늘의 구절구절 시작할게요!
※노란 칸 안에 있는 문장은 책의 구절을 인용한 문장입니다!
※추천 노래를 들으며 뉴스레터를 읽어보세요! 뉴스레터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
|
|
제목: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작가: 진은영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장르: 시
|
|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청혼 中 |
|
|
이 시의 제목이 들어 있는 시이자, 시집의 첫 번째 시에요. ‘청혼’이라는 제목답게 ‘나’가 ‘너’에게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죠.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한다는 표현이 정말 멋있지 않나요? 1연에서 ‘별’과 ‘벌’이란 두 단어를 나란히 두었는데요. 이는 4연에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에서 또 한 번 재현돼요.
‘별’과 ‘벌’, 두 단어의 유사한 발음이 곧 두 단어가 내는 소리의 유사함으로 이어지면서 독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안겨주죠. 독자는 밤하늘에 뜬 별들이 소란스럽게 웅성거리고, 귓속의 웅성거림이 별들처럼 반짝이는 걸 경험하게 돼요.
|
|
|
그러니까 시는
시여 네가 좋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시는 中 |
|
|
시에 대한 시에요. 시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비유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시에 따르면 “그러니까 시는”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이며,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에요. 또한 “돌들의 동그란 무릎,/죽어가는 사람 옆에 고요히 모여 앉은”이자, “한밤중 쏟아지는/폐병쟁이 별들의 기침”이고, “언어의 벌집에서 붕붕대는 침묵의 말벌들”이에요. 때론 절망과 분노를 담지만, 어떨 땐 그저 곁에 앉아 가만히 위로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기침처럼 터져 나오는 아픔이기도, 침묵으로 소란스럽게 말하는 언어의 초상이기도 하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시는 어떤 존재인가요? 이 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표현은 앞서 인용한 부분인데요. 시를 쓰다 보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돼요. 시의 주제가 나와 관련이 있든 없든 내가 자꾸만 시에 담기고, 되새김질한 나의 조각들이 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게 돼요. 어쩌면 모든 문학 장르 중에서도 제일 글쓴이와 화자가 긴밀한 장르가 바로 시이기에 시를 쓸 때면 성찰적인 태도로 나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
|
|
Words are flowing out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글자들은 끝없이 내리는 비처럼 종이컵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They slither while they pass, they slip away across the universe.
그들은 미끄러지듯 지나가다가 우주를 가로질러 사라지네
Pools of sorrow, waves of joy are drifting through my opened mind.
슬픔의 바다, 환희의 파도는 내 열린 마음을 떠다니고
Possessing and caressing me.
날 사로잡고 어루만지네 |
|
|
이 시집을 읽을 때 유독 귀를 기울이며 읽었어요. 첫 시부터 벌과 별을 운운하며 그들의 웅성거림을 들려줬기 때문일까요. 시가 웅성거릴 때도, 침묵할 때도 무언가 자꾸 속삭이는 것만 같아 시가 뒤척이는 소리를 잘 들어보려 애썼답니다. 그런 만큼 어떤 노래를 추천할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고민 끝에 이 곡을 고르게 되었어요.
비틀즈의 노래인 <Across the Universe>를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리메이크한 버전이에요. 저는 어릴 때 리믹스 버전의 뮤비를 보게 되면서 곡을 알게 되었는데요. 빨간 풍선을 든 소녀가 멈춰 있던 흑백의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내용이랍니다. 짧은 시간 안에 색과 동작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연출해낸 게 인상 깊어 기억에 남은 뮤비였어요. 마침 시집에도 「빨간 풍선」이란 시가 있어서 읽자마자 이 뮤비가 단번에 떠올랐어요.
가사의 첫 구절이 이 시집에 대한 감상처럼 느껴졌어요. 하나의 시 안에 다양한 비유가 있어서 정말 글자가 비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시집이었죠. 시를 읽고 나면 풍부한 이미지가 제 안에서 넘실거리곤 해요.
이 곡의 후렴에선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라는 구절이 네 번 반복되는데요. 얼핏 들으면 ‘아무것도 내 세상을 바꿀 수 없어’라는 말이 체념의 말로 들리지만, 희망적인 내용의 뮤비를 여러 번 봐서 그런지 저한테는 반어법처럼 들리는 가사에요. 시집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시인은 시 속에 부정적인 세상의 면모를 그대로 담아냈지만, 좌절을 내비치기보다는 오히려 바꿀 수 있다며 희망적인 자세를 취하는 걸로 느껴졌어요.
|
|
|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이
지구라는 것을 알고 있듯
봄이 겨울을 이기고 온다는 것과 그 반대도 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뒤에 오는 것이 승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화성이여 지구를 이기길
내일이여 오늘을 이기길
썰물이여 밀물을 이기길
(중략)
그게 무엇이든 다른 것이 시작될 때마다
예언은 빛나며 빗나갈 테니까
여기는 방이 아니라 거리이며
나는 다만, 여기를 걸어서 지나가는 거라고
벽과 벽 사이를 서성이며 생각하는 것이다
-방을 위한 엘레지 中 |
|
|
위 구절이 바로 그런 구절이었어요. 겨울 뒤에 봄이 오듯이 봄 뒤에 겨울이 올 것을 화자는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화자는 현실적일지언정 냉소적이지 않아요. 양옆에 벽이 있으면 갇혔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앞뒤로 길이 났다고,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거리라고 받아들이며 생각을 지속하죠. 이처럼 제게 이 시집은 슬프지만, 어딘가 희망을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
|
|
여러분의 의견이 구절구절에게 큰 힘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