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2년이 까무룩 저물고 있습니다.

재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제10회 리영희상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수상자인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목사는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활동이 리영희상을 수상함으로써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행위로서 평가받은 것이라 한 단계 심화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이건 리영희상을 선정 수여하는 재단에게도 마찬가지 기회였습니다. 리영희는 그의 상고이유서에서 검사들이 갖는 인식정지증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사회주의권이 해체된 후에 그 사회 지식인들의 현실파악능력에 대해서도 인식정지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인식이 정지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재단은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제기된 문제를 섬세하게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이번호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에는 박노자 교수의 글을 실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전혀 다른 사회에 소속되면서 그 사회의 한 지식인을 알게되는 과정을 써주신 박노자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번호 아카이브는 리영희가 읽은 <유토피아>를 허준행 선생의 해제 글과 함께 실었습니다. 뉴스레터는 앞으로 ‘리영희의 독서를 독서하다’라는 소제목으로 리영희가 아끼고 본인이 영향받았다고 말했던 책들을 해제와 함께 실으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책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입니다. 리영희는 본인이 읽은 책에 짧은 메모를 남기곤 했는데 그 독서의 흔적을 다시 독서하는 해제글입니다. 다음 호에는 리영희의 <유토피아>를 달리 읽어낸 글을 실을까 합니다. 

뉴스레터 발행인이신 김효순 이사장님의 새해인사를 보냅니다.

리영희재단을 아끼고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신 후원회원과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1년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려 했습니다. 세상은 날로 혼탁해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승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리영희 선생만큼 시대의 거짓 의혹 부조리를 밝혀내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지성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리 선생 자신이 저서 <자유인> 머리말에서 “가혹한 법률적 한계의 극한까지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부딪혔다는 사실만은 말할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지적 투쟁의 강도는 처절했습니다. 이데올로기 우상 허위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추구한 치열한 글쓰기의 대가가 판금 연행 구속 수감의 가시밭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2022년초 다소 겸연쩍은 마음으로 후원회원 모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독지가들의 성금만으로는 활동을 계속 벌여나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후원회원 권유에 적극 호응해주셔서 리영희재단 공동체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재정 형편이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후원회원을 꾸준히 늘려가서 재단의 기초를 다지겠습니다.

재단은 1년 동안 <리영희저널리즘스쿨> <리영희클럽> 등의 시민강좌를 통해 시대의 다양한 현안에 걸쳐 논의의 장을 마련해왔습니다. 강사로 모신 분들이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질의 자세나 높은 출석율을 보고 감탄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강좌의 주최자인 재단으로서는 적지 않은 위로거리가 됐습니다.

리영희 선생이 ‘성역 없는 글쓰기’로 터부의 장벽을 깨트린 대표적 분야의 하나가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실상과 핵 위협, 정전체제의 취약성 등 평화 군사 문제입니다. 리 선생은 당국의 일방적 ‘관제 발표’밖에 없었던 남북한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규모에 대해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냉철한 분석을 시도했고, 북방한계선 문제의 본질도 처음으로 논증을 한 선구자였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평화 정착 문제는 당연히 재단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재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남과 북의 강대강 대치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5월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에는 한반도에 불길하게 드리워져 가고 있는 ‘공포의 균형’을 따져보는 전문가 토론장을 열었습니다. 재단은 새해에도 시의성 있는 주제로 다양한 강좌를 기획해서 후원회원,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의 재단활동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뉴스레터> 발행입니다. 4월부터 시작해 매달 한번도 거르지 않고 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안착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뉴스레터>에 국내외의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해 각기 겪은 ‘리영희 상’을 맛깔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리영희 선생의 버클리대 강의 시절을 다룬 장태한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에 휘말려 사형수로서 옥중에서 리 선생을 만났던 이철님, 교도통신 역대 서울특파원과 리 선생의 교류와 우정을 정성스레 기록한 히라이 히사시님 등의 글은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옥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또한 리 선생이 생전에 일본과 중국 등 외국 매체와 한 인터뷰 등을 발굴해 아카이브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성과입니다. 아마도 연구자들이 몰랐던 자료들이 포함됐을 겁니다.

재단은 뉴스레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기고문이나 발굴 자료를 계속 공개하고 적당한 시점이 되면 책자 형태로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나 작가들이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서 다양한 형식으로 리영희 선생의 실상을 소개하고 조명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단이 이런 사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젊은 세대, 후세에 ‘리영희 정신’을 알리고 이어가게 하는 데 있습니다. 리 선생은 수십년에 걸쳐 글로 싸웠고 방대한 저작을 남겼는데 젊은 세대에게 그 저서들을 정독해보라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재단은 10월말 홍대 인근의 극장을 빌려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상영하는 후원회원의 날 행사를 가졌는데 참석자 중에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저희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습니다. 후원회원과 재단을 아끼는 시민들이 저희의 활동을 지켜보시면서 지혜와 격려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소중한 리영희재단 공동체를 함께 키워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재단소식
2022년을 마무리하는 제10회 리영희상 시상식이 있었다. 지난 12월 7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진행된 이번 시상식에는 수상자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 최병성 목사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지인들과 재단 관계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함께했다.
총 11명의 후보자 중 심사위원회를 통해 수상자로 선정된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은 목사이자 환경운동가이자 기자이다. 교회가 아닌 세상을 돌보겠다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기후위기에 맞서 투쟁한 그는 지난 24년간 환경문제의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했다.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 인터넷에 기사를 작성해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느 조직에 몸을 담지 않고 홀로 싸워왔다. 그랬기에 기성의 정치세력이나 운동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모두가 꺼리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폭로하는 데에 삶을 바칠 수 있었다. 자세히 보기
재단과 함께 하는 사람들
양심과 지성의 빛: 내가 기억하는 리영희 선생님
박노자(블라디미르 티코노프) / 오슬로대

단명한 잡지인 『당대비평』 덕택에 나와 리영희 선생님 사이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졌다. 이미 주로 전자우편을 쓰게 된 컴퓨터 본위의 세상이었지만, 리영희 선생님은 종이 편지나 팩스를 아름답게도 고집하셨다. 그의 편지도 몇 차례 받았지만, 『당대비평』에 발표한 그의 글, 남북한 군사력을 정밀히 비교해 사실상–남한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남한이 재래식 무기 차원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한 글을 보고는 그의 분석력과 객관성에 감동받았다.

리영희 아카이브 리영희의 독서를 독서하다

리영희와 그의 유토피아

허준행(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또한 리영희는 (...)라는 구절에서, ‘화폐(돈)’에 동그라미를 치고 다음과 같이 썼다. “굉장한 현실 파악력 (자본주의가가 아직 초기 단계였을 뿐아니라 마르크스에 앞서길 300년!!)” 이상의 여러 메모에서 짐작할 수 있는 바, 훗날 그는 “사상 및 인간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이유를 밝히면서 인상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으로 『유토피아』를 꼽았다.

공지사항

재단 기부금 영수증 관련해 안내드립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1월 초순까지 메일로 발송드릴 예정입니다. 우편으로 받기를 원하시는 분은 재단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CMS 후원회원이 아니고 매월 정기이체하시거나 일시불로 입금한 후원자분들께는 재단에서 연락을 드려 기부금 영수증 발행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를 여쭤보겠습니다.
리영희재단 전화번호: 010-7447-0286
리영희재단 메일주소: rheeyeunghui@gmail.com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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