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재단을 아끼고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신 후원회원과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1년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려 했습니다. 세상은 날로 혼탁해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승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리영희 선생만큼 시대의 거짓 의혹 부조리를 밝혀내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지성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리 선생 자신이 저서 <자유인> 머리말에서 “가혹한 법률적 한계의 극한까지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부딪혔다는 사실만은 말할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지적 투쟁의 강도는 처절했습니다. 이데올로기 우상 허위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추구한 치열한 글쓰기의 대가가 판금 연행 구속 수감의 가시밭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2022년초 다소 겸연쩍은 마음으로 후원회원 모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독지가들의 성금만으로는 활동을 계속 벌여나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후원회원 권유에 적극 호응해주셔서 리영희재단 공동체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재정 형편이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후원회원을 꾸준히 늘려가서 재단의 기초를 다지겠습니다.
재단은 1년 동안 <리영희저널리즘스쿨> <리영희클럽> 등의 시민강좌를 통해 시대의 다양한 현안에 걸쳐 논의의 장을 마련해왔습니다. 강사로 모신 분들이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질의 자세나 높은 출석율을 보고 감탄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강좌의 주최자인 재단으로서는 적지 않은 위로거리가 됐습니다.
리영희 선생이 ‘성역 없는 글쓰기’로 터부의 장벽을 깨트린 대표적 분야의 하나가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실상과 핵 위협, 정전체제의 취약성 등 평화 군사 문제입니다. 리 선생은 당국의 일방적 ‘관제 발표’밖에 없었던 남북한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규모에 대해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냉철한 분석을 시도했고, 북방한계선 문제의 본질도 처음으로 논증을 한 선구자였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와 평화 정착 문제는 당연히 재단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재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남과 북의 강대강 대치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5월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에는 한반도에 불길하게 드리워져 가고 있는 ‘공포의 균형’을 따져보는 전문가 토론장을 열었습니다. 재단은 새해에도 시의성 있는 주제로 다양한 강좌를 기획해서 후원회원,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의 재단활동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뉴스레터> 발행입니다. 4월부터 시작해 매달 한번도 거르지 않고 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안착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뉴스레터>에 국내외의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해 각기 겪은 ‘리영희 상’을 맛깔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리영희 선생의 버클리대 강의 시절을 다룬 장태한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에 휘말려 사형수로서 옥중에서 리 선생을 만났던 이철님, 교도통신 역대 서울특파원과 리 선생의 교류와 우정을 정성스레 기록한 히라이 히사시님 등의 글은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옥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또한 리 선생이 생전에 일본과 중국 등 외국 매체와 한 인터뷰 등을 발굴해 아카이브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성과입니다. 아마도 연구자들이 몰랐던 자료들이 포함됐을 겁니다.
재단은 뉴스레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기고문이나 발굴 자료를 계속 공개하고 적당한 시점이 되면 책자 형태로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나 작가들이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서 다양한 형식으로 리영희 선생의 실상을 소개하고 조명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단이 이런 사업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젊은 세대, 후세에 ‘리영희 정신’을 알리고 이어가게 하는 데 있습니다. 리 선생은 수십년에 걸쳐 글로 싸웠고 방대한 저작을 남겼는데 젊은 세대에게 그 저서들을 정독해보라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재단은 10월말 홍대 인근의 극장을 빌려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상영하는 후원회원의 날 행사를 가졌는데 참석자 중에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저희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습니다. 후원회원과 재단을 아끼는 시민들이 저희의 활동을 지켜보시면서 지혜와 격려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소중한 리영희재단 공동체를 함께 키워나갑시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