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년 1개월 만에 해제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금요일에 딱 어울리는 뉴스라 더 기분이 좋네요. 상쾌한 기분으로 오늘의 ixi 시작합니다. 저는 ixi 고인물이 되어가는 최수영입니다.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트루 스토리:우리들의 이야기'
넷플릭스는 작년 7월 게임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뒤 공식 앱에 게임 탭을 만들고 모바일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주로 가벼운 퍼즐 게임이거나 LoL, 기묘한 이야기 IP를 활용한 게임들이었죠. 솔직히 제 기준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호기심 삼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를 해보긴 했지만 이내 삭제 버튼을 누르게 됐죠.

그런데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등록된 '트루 스토리 : 우리들의 이야기'는 기존 게임들과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장르가 '교육'이라 되어 있었고 첫 화면만 봐도 이건 메시지를 담은 시리어스 게임이겠구나 싶었죠. 근데 심지어 막상 플레이 해보니 이 작품은 훨씬 이야기가 강조된 작품이었습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는 자막이 뜬 뒤 우리는 '본투'라고 하는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횡스크롤 게임이고 우리는 본투가 아침에 집을 떠나 한참을 걸어 물을 떠온 뒤 다시 집으로 귀가하기까지 하루 동안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본투의 이야기와 본투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죠. 플레잉 타임을 재보지 않았지만 약 1시간 남짓한 플레이를 하는 동안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건 물 한 통을 얻기 위해 정말 정말 정말 멀리 걸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작을 함께 한 '채리티 : 워터' 측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상에 무려 7.7억 명이 본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군요. 다른 일은 아무 것도 못하고 오직 물을 찾아 걷고 그걸 물통에 담아오는 것으로 하루를 온전히 다 소모하는 상황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본투를 그저 절망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누가 봐도 힘든 상황이지만 본투는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죠. 이 에피소드의 엔딩은 하루를 다 써서 간신히 구해온 물로 커피를 끓이고 가족들과 함께 한밤중에 커피 한잔을 하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너무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 장면을 통해 본투와 그의 가족들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지더군요. (제가 아프리카의 커피를 특별히 더 사랑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건 꽤나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원래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맛집이기도 했죠. 넷플릭스가 '게임'을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한다면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더군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향해 나아가는 넷플릭스
종이의 집 익스피리언스(뉴욕) (이미지 출처 : Invited NYC)
사실 넷플릭스는 실제로 여러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실험하는 회사로도 유명하죠. '밴더스내치'를 시작으로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분기형 스토리텔링 콘텐츠랄지, VR 콘텐츠 제작 시도(Eden Unearthed)가 대표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화 된 팝업스토어 & 오프라인 전시/라이브 이벤트 시도도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그러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 탐구의 한 갈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진행됐던 '비바 라스 벤전스(아미 오브 더 데드 팝업)', 뉴욕 등에서 진행 된 '종이의 집 이머시브 공연', 그리고 현재 LA 등에서 열리고 있는 '브리저튼 이머시브 전시'까지 포함해서요. 

저는 머지 않은 미래에 넷플릭스가 원래 주력하던 영상 스토리텔링(단막극 & 시리즈), 그리고 게임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과 라이브 요소를 더한 이머시브 스토리텔링을 결합하는 콘텐츠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지금 '스타워즈' 세계관을 가지고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흔히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 부르는 장르이기도 하죠.

넷플릭스는 지난 2월, '바이오쇼크' 영상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쓰기에 너무 적절한 작품이죠. 이 작품이 그냥 선형적인 영상으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새로운 스토리텔링 수단을 결합시킨 방식으로 제공된다면 어떨까요? 당장 올해 공개 예정인 '종이의 집' 한국어 판이나, 향후 나오게 될 '오징어 게임 시즌 2' 같은 작품들에도 게임이나 오프라인 라이브 이벤트의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어떨까요?  

코로나 팬데믹도 이제 끝난 마당에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신선한 시도를 넷플릭스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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