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다. 김장. 500포기 🌶

<오늘의 진담>

🥬 하다. 김장. 500포기 🌶

: 배추 포기 세다 김장 포기할 뻔한 이야기

겨울 준비는 역시 김장이지

어느새 겨울이라는 계절이 어색하지 않을 추위가 와버렸습니다. 구독자님은 겨울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곡성에서는 한동안 어딜 가도 김장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그중에서 화양마을에서 김장을 어마어마하게 한다는 소식이 들려 다녀와 보았습니다.

시골의 김장은 12월에 시작되는 게 아닌 1년 농사와 함께 시작됩니다. 봄에는 김치에 넣을 젓갈을 담그고, 밭에는 시기에 맞춰 배추를 심고 양념으로 들어갈 마늘, 양파, 무, 대파, 쪽파, 고추도 심어요. 차근차근 우리 가족이 먹을 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 갑니다. 채소뿐만 아닌 소금도 미리 준비해요. 쓴맛이 나지 않으려면 간수가 빠진 2-3년 된 천일염이 필요하거든요.

500포기라니 호달달, 집에 돌아가기에는 늦어버린 걸까...?(°◇°;)

우리가 생각하는 김장은 양념 바르기부터지만 진짜 김장의 시작은 배추 절이기부터예요. 양념을 바르기 전날 일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배추를 수확해서 12시간 정도 소금물에 절여둡니다.

김장 날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시작돼요. 평소라면 누워 있을 시간인 아침 8시부터 마주한 500포기의 배추는 엄청난 포스를 풍겼어요.

바로 먹을 김치 양념(좌), 오래 두고 먹을 김치 양념(우)

두 양념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다음으로는 제일 중요한 양념을 만들어요. 양념은 각종 과일과 채소가 잔뜩 들어간 양념과 고춧가루 위주로 만든 양념 두 가지를 준비해요. 여러 재료가 많이 들어간 양념은 바로 먹기에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이 나와서 오래 보관하기에는 좋지 않다고 해요. 두 양념은 재료만큼이나 바르는 방법도 달랐어요. 바로 먹을 김치는 양념을 듬뿍 떠 적당~히 잘~ 발라주고, 장기 보관할 김치는 양념을 조금만 떠서 실~실~ 발라줘야 합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알 것도 같은 엄마들의 설명).

본격적으로 잘 절인 배추를 하나씩 잡고 가운데부터 양념을 발라요. 양념을 잘 바른 김치는 가장 겉배춧잎으로 한번 싹~! 싸줘야 해요. 이렇게 하면 김치에 공기가 안 들어가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대요. 한 포기씩 완성되어 가는 김치를 보면서 신이 났지만, 시간이 갈수록 온몸이 아파왔어요. 양념을 발라도 발라도 끝도 없이 새하얀 배추가 리필됐거든요. 2시간 정도 양념을 바르다 보니 다리를 접어도 펴도, 무릎을 꿇어도 아프지 뭐예요(시계를 보니 아직 10시도 안 된 거 있죠 🥲). 어느새 무릎은 김치 양념으로 빨갛게 물들고 고무장갑도 양념 범벅이 되어 가려운 곳을 긁을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배추 500포기와 사투를 벌이다 보니 주방에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새어나왔어요. 역시 김장은 수육을 먹으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었는데 수육을 먹고 나니, 내년 김장도 할 만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ㅎ.

매일 먹는 김치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김치가 아니라 금치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평소에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김장 한 번이면 식탁에 올라오는 김치를 열심히 먹게 될지도 몰라요. 구독자님네는 김장이 끝나셨나요? 구독자님만의 김장 에피소드를 농담에게 나눠주세요!

곡성을 돌아다니면 자주 보이는 이게 뭐냐면요.

이건 뭘까?

포켓몬 덩쿠리를 닮은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전남 지방에서 김치를 먹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청각입니다. 청각은 김치에 넣으면 젓갈이나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김치의 맛을 돋운다고 해요. 정약전 자산어보에도 청각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청각은 김치의 맛을 내는 재료로 사용되었어요. 청각은 바다의 사슴뿔로 불리기도 해요. 사진 속 청각은 사슴뿔로 안 보인다고요? 바닷속 생 청각의 모습은 정말 사슴뿔처럼 생겼어요! 어릴 때는 김치 속 청각의 모양과 맛이 낯설어서 청각을 빼고 먹기도 했어요(김치 계의 고수 느낌이랄까요?). 모습도 맛도 독특한 청각, 혹시나 밥상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한 번 먹어보세요! (반하게 될 지도요! ٩( ᐛ )و)

웹 매거진 발행 안내

📣 두둥! 반갑고도 살짝 서운한 소식입니다. 2021년 농담 특별판 마지막 호를 발행해요!

2021년 농담 특별판 웹 매거진은 총 3회 발행되며

특별판 3호는 오늘부터 농담 매거진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어요.

곡성 살이 n개월 차, 곡성 맛집 후기를 들고 왔습니다.

어디를 가도 실패 없는 곡성 식당 중에서도 찐곡성러들이 추천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곡성 맛집이 궁금한 사람은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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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레터 열심히 만들고 있는 농담팀입니다! 농담진담은 곡성, 로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번 뉴스레터를 기점으로 농담진담은 멈추어 갑니다. 아쉬운 소식 전하게 되어 저희도 아쉽네요(●´⌓`●). 쏟아지는 메일들 속에서 농담진담 뉴스레터를 열어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구독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희 농담진담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독자님을 찾아뵐지 고민 중에요. 김장김치가 기다린 끝에 더 맛있어지듯이 농담진담도 더 알차게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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