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마카다미아 : 저부터 말하면, 오만과 편견이라는 고전적인 제목치곤 김은숙 작가 드라마 보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아, 이 소설. 영국판 김은숙 드라마다.
혼돈의 건포도 : 저도 딱 그 생각 들었어요. 2005년 개봉한 <오만과 편견> 영화 포스터가 독립 영화 스타일이라 사랑을 주제로 한 난해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책 내용은 완전 보편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어요. 김은숙 작가님 시나리오처럼 메인 커플, 서브 커플이 나뉘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캐릭터들 성격이나 조연 활용 같은 측면에서도 클리셰적인 것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개인적으로, 눈에 딱 들어왔던 건 심리 묘사였던 것 같아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가운 마카다미아 : 덧붙여서 제가 김은숙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여자 주인공이 당차고 할 말 분명하게 하고 이런 타입이어서? 또, 악역이 있긴 하지만 극악무도한 악역은 없었잖아요. 그런 점에서 비슷한 점을 좀 느꼈어요.
따뜻한 피스타치오 : 맞아요. 익숙한 드라마의 향기가 나던 소설이었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게 오만과 편견이 길지만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거든요. 사실 지금까지 제가 정의해오던 좋은 소설은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사건과 갈등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는데 오만과 편견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앞서 드라마 같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두 분께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오만과 편견은 작고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서 최대한의 진리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을 먼저 제시해주고 장편, 그리고 인생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것이 오만이고 어떤 것이 편견인가를 독자들 스스로 찾아나가게 하는 구성 역시 굉장히 영리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일상의 큰 궤적 속 변곡점을 그리는 사건 하나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류의 다이나믹한 소설은 아니지만 정확한 심리 묘사, 빛나는 문장들을 통해 나름의 매력을 강화한 것 같아요.
뿔난 아몬드 : 저도 비슷하게 봤습니다. 이 소설은 분명 진부한 부분도 있는데 그걸 부숴주는 코미디 요소들도 많거든요. 그런게 너무 웃겼고 한편으론 제가 요새 외로워서 그런지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결국에 오만과 편견이고 자시고 사랑에 빠질 사람들은 빠지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어서.. 해피엔딩이라서 마음이 참 좋으면서도 은근히 착잡한? 그런 느낌으로 봤습니다. 어쨌든, 재밌었습니다.
반건조 호두 : 음 근데 이게 200년 전 이야기잖아요. 200년 전 이야기가 사랑을 받아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거고요. 다시 말해 진부하긴한데 그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이자 어떻게보면 원전이라서 그만큼의 특별함이 있다는 거죠. 그 특별함이 제가 인생 책으로 꼽았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또 이번에 두 번째로 오만과 편견을 읽게 되었는데요. 번역투가 달라서인지, 민음사의 오만과 편견은 조금 멍청하고 밉상인 인물들에게까지 애정이 느껴질 만큼 유쾌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었던 한편 문학동네의 오만과 편견은 건조하게,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혼돈의 건포도 : 맞아요. 저는 민음사 걸로 읽었는데, 번역가분이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이 있는 게 딱 느껴져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필체도 색달랐어요. 이게 번역 문체라서 그런걸 수도 있는데 보통 말의 어순과 다르게 표현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런데도 술술 읽히는 게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00은 ~했다, ~만 빼고', '~그럴 것 같았다. 그 순간은 제외하고' 이런식.
외유내강 캐슈넛 : 네. 완전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어요. 일단 저는 주변에서 아침 드라마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서 왜일까하는 생각을 하고 봤어요. 아무래도 다들 좀 읽으시면서 답답하다, 아침 드라마 같다고 느낀 부분은 좀 옛날 시대적 배경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제목이 오만과 편견인데 오만, 편견 이 두 단어가 날 것 그대로 나와서 되게 신기했거든요. 어렸을 때 아예 처음 ‘오만과 편견’이라는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어서 ‘오만’..? ‘편견’...? 이러면서 멀리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그 뜻을 다 알고 책을 읽으니까 오만과 편견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끝맺는 반전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근데 좀 해피 엔딩으로 향해서..ㅎㅎ 평이하게 슉슉슉 빠르게 읽었던 것 같아요. 짬내서 읽느라 중간중간 끊어서 읽었는데, 매번 읽기 시작할 때마다 빠르게 빠져들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