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선 1호 (2026.5월호)

공중선 송신 시작


첫 번째 모임은 독립서점에서 하고 싶었다.

공중선은 문학단체이고, 꽤 오래전부터 독립서점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포털에 검단 독립서점이 검색되지 않았다.


검단에는 독립서점이 정말 없는 것일까.

그게 말이 되나?

인구 20만의 도시인데. 유아동 인구가 전국 최상위권이라 했는데. 

이다지도 사람들은 문학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이곳에 문학단체를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우려의 순간마저도 포털에는 계속 ‘검단 독립서점’을 입력하고, 새로고침을 누르고 있었다.


그것은 할 일 없이 알고리즘에 뜨는 유튜브를 죄다 찾아보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생각은 잠시 접어둔 채, 기계적으로 클릭, 클릭, 또 클릭.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서점 하나가 떴다. 

지금 막 오픈한 독립서점.

이름도 신박한 <살아가는 책과 나와>.

무엇보다 마음을 끌었던 것은, 서점 소개란에 “책 100권으로 시작합니다”라는 문구였다.

아, 이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서점의 분명한 상이 있구나, 생각하였고

그 마인드가 퍽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다.

용기 내어 문을 밀고 들어가, 서점 대표로 보이는 여자분께 나를 소개했다.


대표님은 약간은 경계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환대해 주셨다.

그런데 이야기하다 보니 이 분 뭔가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모이는 거 좋아하고, 현실 적응 잘 하면서, 한편으론 마음 깊이 자유를 갈망하는 것.

혹시, 이분...... 차녀 아닐까?

사실 나는 차녀들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있다.

그 편견이 이진송 작가의 <차녀 힙합>을 읽은 후 공고해졌다.



둘째 딸인 나는 늘 식구들 사이를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이었다. 아빠와 엄마 사이, 언니와 부모 사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모와 동생 사이, 언니와 동생 사이에 모두 내가 있었다. 

 - 이진송, 『차녀 힙합』 중


전형적인 80년대생 차녀인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본능적으로 눈치를 본다. 

특히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점 대표님과의 첫 만남이 그랬다.


하지만 몇 마디를 나눠본 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사람, 차녀구나!


물론 나의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첫 만남에서 우리는 비록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 사람과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렬해졌다.

이런 분이라면, 공중선의 첫 파트너로 손색이 없겠다. 아니, 완벽하겠다.


공중선 첫 네트워크 모임이 열린 밤


주위에 수소문해서 검단에 거주하시는 예술인들께 전화를 했다.

나중에 모인 분들의 거주지를 이어보니 모두 반경 2km 이내에 사시는 분들이었다.

그렇게 나오신 예술가분이 2명, 서점 대표님 1인과 공중선 2인.


A님께서는 연극배우이신데, 성큼성큼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1인 인형극을 만드셨다는데 발그레한 볼로 연기하시는 모습을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다. 


당당한 아우라로 들어오신 B님은 사진작가셨는데, 서점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공간에 많은 칭찬을 쏟아부어주셨다. 


서점 대표 C님은 테이블 한편, 유리문 한편에 세심하게 작은 응원문구를 부착해 놓으셨는데, 그 디테일은 박수갈채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었다.


호스트1인 D는 드라마 작업 중에 왔는데 오랜만의 쉼의 시간이라 그런지 다채로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호스트2인 E는 이들의 만남에 그저 기뻐하면서 열심히 커피를 홀짝였다.


모인 이들은 자기소개 후 자기 작업을 이야기했다. 

대부분 혼자 작업하는 것에 대해 외로움을 느끼거나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는데

공통적으로 한 말은 아래와 같다.


  1. 동네에서 마실 가듯 만나니 너무너무 편하고 좋다.
  2. 결과 중심 문화 예술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자.
  3. 리서치 방법을 독특하고 흥미롭게 가자.


첫 만남에 꽤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뿌듯해하며, 차차 자리를 마무리하던 참이었다.

사람들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슬픔,

  -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

  - 단체를 운영하며 드는 고민,


등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서점과 공간 이용을 약속한 시간이 넘어갈까봐 조마조마해 하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느새 삶의 애로사항을 나누고 있구나.


그래. 내가 꿈꾸던 것이 이런 거였지.

삶의 어려움을 나누는 모임. 

당신이 예술가든, 서점 대표든, 직장인이든, 시민이든.

서로의 삶을 나누고, 웃고, 공감해 주고, 위로하고, 박수 쳐줄 때, 

거기서 이야기가 나오고, 예술이 나오고, 아이디어가 나오고, 사업 수완이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던져준,

공중선의 첫 번째 밤이 저물고 있었다*


공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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