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구조'를 지우는 것들 Season 6 vol 15. 💡2025.08.15. ~ 2025.08.22.
젠더화된 폭력, 그리고 '역차별'
여성 경찰들이 러닝을 하는 이유
이렇게 늦을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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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대략 한 달만에 찾아온 남지원 기자입니다. 광복절 연휴는 잘 시작하셨을까요? 부디 입주자님들이 침대에서 이메일을 열어보셨길 기원합니다. 혹시 출근하신 분들은 레터와 함께 활기찬 하루 시작하시길요!
오늘 레터 중간에는 입주자님들께 의견을 여쭙는 링크가 있어요. 부디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수줍게 부탁드려 봅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스포츠가 있는 플랫-줌바 클래스에도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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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뀐 이후 '역차별'이라는 키워드가 유독 자주 들리는 느낌입니다. 정부는 현재 '여성'으로 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개정해 법 적용 범위를 남성 피해자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행 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하는데, 이에 따라 피해자의 범위는 여성으로 한정되거든요. 여가부는 현행 법이 남성 피해자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의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조문을 보면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스토킹),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교제폭력) 등이 여성폭력에 해당돼요. 당연히 남성일지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현행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피해자보호법 등이 성별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정의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범죄들이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사실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우려스러워요.
물론 남성의 피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현존하는 남성 피해자들이 (적지만) 분명히 있고요. '남성은 성적으로 적극적이기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식의, 다른 권력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성차별적이고 왜곡된 논리가 등장할 때는 특히 더 그래요.
하지만 '여성만 보호하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 라는 논리로 남성 피해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합니다. 김혜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성과 남성을 한번씩 대등하게 언급하기 위해서 남성 피해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젠더 기반 폭력의 구조를 지우게 만든다"
남성이 차별받는다면 그 원인은 '여성 우대' 일까요? 사실 '남성 차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남성중심적 사회구조와 이분법적 성역할에 있어요. 남성으로서 겪는 좌절, 남성의 높은 자살률, 낮은 육아휴직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지요.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역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역차별’의 결과가 아닙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근거없는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여성혐오를 정당화하는 길로 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피해자성이 권력자들에게 전유되면서 무기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이 책도 떠오릅니다.
이번주에 지명된 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가정폭력, 성매매, 성착취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법조인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기대를 걸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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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들이 러닝을 하는 이유
여러분은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4년 되었어요. 러닝화만 갖추면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없고 어디서든 그냥 달리면 되기 때문에 장벽이 딱히 없다고 알려진 운동이 러닝이지만(물론 장비병에 걸리면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여성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있죠. 늦은 밤에 혼자서 인적없는 공원을 달릴 때가 그래요. 아무도 없는 주로를 독차지하고 해방감을 즐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무서움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러닝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던 몇 년 전에는 기분나쁜 성희롱성 발언을 들을 때도 있었어요. 뛰는 여자한테만 괜히 말을 건다든지... 환호나 손짓을 한다든지... 요즘은 러닝 인구가 많아져서 그런지 좀 나아진 편이지만요. 운동을 해본 여성이라면 크든 작든 이런 종류의 불쾌한 경험을 겪어보셨을 듯 합니다.
이게 한국에서만 생기는 문제는 아닌가 봐요. 영국에서는 러닝 중인 여성을 노린 괴롭힘, 성희롱 범죄가 급증하자 운동복 차림으로 위장한 여성 경찰관을 성희롱이 빈번히 발생하는 장소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이 작전으로 한달만에 18명이 검거됐대요. 여성 경찰관 두 명이 러닝을 시작한 지 10분만에 대형 트럭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성희롱성 손짓을 했고, 불과 30초 뒤 또 다른 차량 운전자가 서행하며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잠복 순찰에 참여한 애비 헤이워드 순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명백한 괴롭힘이다. 더 심각한 범죄의 전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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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법제화, 이렇게 늦어질 일일까
2019년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벌써 6년 전인데(시간이 빠르네요;) 헌법재판소는 당시 ‘2020년까지 대체입법을 하라’고 했지만 논란 끝에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임신중지는 지금 처벌규정도 없고 그렇다고 합법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있습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접근성 높은 안전한 임신중지’입니다. 하지만 입법공백 속에서 정보는 음성화되었고, 여성들은 온라인으로 ‘불법’ 유산유도제를 구입해 처방도 없이 먹거나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헤매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던 정부와 국회는 이제야 임신중지에 대한 입법공백 해소 논의를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남인순·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물 임신중지 허용 등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최근 잇따라 발의했고요, 지난주 열린 국회 인공임신중지 관련 토론회에서는 “입법공백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경제적 부담 증가,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며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미프진’이라는 상표명으로 알려진 유산유도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까지 늦어질 일이었을까요. 종교계 일각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치가 공론화와 입법에 손을 놓은 동안 여성들은 위험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임신중지 관련 경험을 취재하면서 접한 경험담은 이런 내용이었어요. 정보가 남을까봐 여러 군데에 상담하기가 꺼려지는데 병원마다 가격과 처치가 천차만별이라 다친 마음으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이 어려웠다든지, 수술비를 모으느라 주수가 계속 올라가서 두려웠다든지, 보호자 동의가 필요없는 병원을 찾느라 발품을 팔아야 했다든지… 이번 논의는 꼭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건강권 차원에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플랫팀도 관련 기사를 준비중입니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입주자님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임신중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기사, 보기 싫은 기사, 궁금한 것, 경험담, 들은 이야기, 생각거리 등등 무엇이든 알려주세요. 💌이 링크를 통해 저희에게 의견을 남겨주실 수 있습니다.
플랫의 기획기사들은 입주자님들이 보내주시는 다정한 의견들에 빚지고 있습니다. 많은 응답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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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인턴기자가 이번주의 전시와 책 이야기를 알차게 꾹꾹 눌러담아 왔어요🤗
💎여성 독립운동가의 얼굴을 기록하다, 윤석남 화백
오늘은 광복 80주년 기념일입니다.🎉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 1만8258명 중 여성은 664명, 약 3.6%에 불과합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기록되지 못했을까요. 잊힌 얼굴들을 화폭에 담은 1세대 페미니스트 화가 윤석남을 소개합니다.
2018년,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 초상화 연작>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완성된 그림은 130점이 넘는데요. 윤 화백은 채색 초상과 연필 드로잉 등 다양한 형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풀어냈습니다.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초상에는 붕대, 붓, 종이가 등장하는데요. 남자현 열사가 조선의 독립의지를 알리기 위해 국제연맹에 혈서와 잘린 손가락 마디를 보낸 일을 표현한 겁니다.
“수백 점의 초상화 속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2022년 마리끌레르 인터뷰에서 윤 화백은 조선시대 초상화 책을 펼쳤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책에서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여성 초상 두 점을 겨우 발견했지만, 인물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윤 화백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목숨을 걸고 일제에 맞선 여성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얼굴을 기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모성의 공동체>로 출간됐습니다. 오늘부터 강원광복기념관에서 열리는 ‘윤석남 작가 특별 초대전’에서도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요. 광복절인 오늘, 윤 화백이 건네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도 좋겠습니다.
💎가장 사적이고 가장 사회적인 복수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심미섭
레즈비언인 저자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대선 캠프에 들어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별과 대선 캠프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전 여자친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며 “한국을 떠난 뒤 차별과 혐오가 덜한 해외에서 더 안심하며 지내게 됐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죠. 저자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다짐합니다. 한국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주겠다고요.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저자가 진보 정당 대선 캠프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그 대선입니다...)
전 여자친구는 “너가 다른 여자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는데요. 저자는 그 말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낮에는 여자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캠프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개팅 어플을 뒤적여 데이트를 하는 일상이 시작된 거죠.
저자가 캠프에 들어간 또 다른 이유는 대선 후보 S에게 ‘빚졌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S는 제19대 대선 TV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다른 후보에게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는 지역구 의원 S를 보며 자라 ‘정치인=중년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좋은 것을 갚는 것도 복수일까요?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저자는 대선 캠프에서 일한 117일을 진솔하게 기록했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은 이 책을 ‘페미니스트 난중일기’라고 칭했다는데 그 표현에 공감됐어요.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책이 끝나가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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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토녀, 에겐남 유행에 대해서 플랫레터가 한번쯤은 짚어주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바로 배송(?)되는군요. ㅎㅎ 저는 이 유행어를 거의 쓰지 않고 그다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성별 고정관념은 물론이고 실제 호르몬의 역할에 대한 오해까지 더 고착화시킨다고 느껴져요. 아마도 또 금방 지나가거나 대체될 유행이겠지만 뭐든지 쉽게 판단하고 카테고리화하려는 일련의 경향에 대해 경계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어느 주제든 상관없이 늘 즐겁고 재밌게 읽으며 많이 배우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이 기회를 빌어 드려요! 김서영 기자님과 플랫 제작팀, 화이팅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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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Flat
📣저는 모태 몸치입니다. 중학교 때 대규모 체육행사에서 단체로 에어로빅을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보니 제가 틀리는 게 너무 잘 보였던.. 그런 기억이 있어요. 춤뿐만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은 대체로 잘 못합니다. 지난번 ‘스포츠가 있는 플랫’ 주짓수 클래스에서 저와 짝을 지었던 분이 계시다면 시종일관 뚝딱거리던 저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댄스 피트니스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줌바 클래스를 계획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춤을 싫어하는 게 단지 ‘못 해서’일까? 춤추는 몸은 여성 아이돌 가수들처럼 예쁘고 매끈하고 군살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 내 몸이 ‘춤을 추기에는 예쁘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아닐까?
사실 즐겁게 몸을 움직이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잖아요. 혹시 저같은 생각을 가졌던 분이 계시다면 이번에 저와 함께 도전해 보는 건 어떠세요. 타인의 신체를 평가하려는 부담스러운 시선이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요😉
두 차례의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나의 신체적·감정적 안전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같이 운동하는 경험, 개운하게 땀흘린 뒤 운동에 대해 수다떨고 공감하는 경험이 정말 귀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함께하고 싶어요!
혼자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고, 저희 팀도 모두 줌바는 처음 접해보니 부담갖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스포츠가 있는 플랫’ 줌바 클래스에서 저희와 만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 일시: 8월 30일 (토) 오전 11시 - 장소: 7스튜디오 역삼점(서울 강남구 역삼로 310 한솔필리아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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