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지루함만이 남은 <윈드리버>에서

vol. 46
눈과 지루함만이 남은
<윈드리버>에서

안녕하세요? 비디오 쟈-키에요.

오늘은 미리 말할게요. 우울한 소개가 될 예정이에요. 그동안은 되도록 보면서 즐거웠던 작품을 나누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도 춥고 적막한 영화를 가져오게 됐죠.

조금 된 영화라 잊고 살았는데, 최근 있었던 미국의 시위 때문인지 다시 보게 되었어요.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야기 <윈드리버>입니다.

적막한 설원, 한 소녀의 죽음

원주민 보호구역 '윈드리버'의 야생동물 사냥꾼 코리는 퓨마가 나타난다는 신고를 받고 설원에 나섰다가 한 소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달렸던 거죠. 찬 공기에 폐가 다 상해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요. 어설픈 FBI 요원 제인이 수사를 시작하고, 지리를 잘 아는 코리는 그를 돕죠. 죽은 소녀의 모습이 죽은 딸의 모습과 비슷했거든요.

증거를 따라가던 코리와 제인은 마침내 20살 소녀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 알게 됩니다. 원주민들 평생의 고향인 설원에 몇 달 있는 것이 지겹다며 외지인들이 벌인 짓들도요.

눈과 지루함 빼고는 모두 빼앗긴

무대가 된 윈드리버 보호구역은 남한의 반만 한 큰 땅에 6명의 경찰밖에 없어요.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한 명의 FBI 요원만 파견되었죠. 빈번히 발생하는 원주민 여성의 실종은, 영화가 아닌 실제로도 실종자 통계에도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해요.

코리는 이 구역 사람들은 ‘눈과 지루함’을 빼곤 모두 빼앗겼다고 말해요. 하지만 다 보고 나면 눈과 지루함조차 빼았긴 건 아닐까 싶어요. 미국의 안타까운 사건이 생각났다고 하지만, 영화와 직접 연관은 없어요. 그저 그 때 느꼈던 느낌이 문득 다시 느껴진 거죠. ‘밀려난 이들은 결핍된 삶조차 맘대로 누리지 못하는 구나’라고.

영화를 꺼도 귀에 들리는 바람 소리

4년 전 이 영화를 보러 갔던 이유는 하나였어요. 마블 영화를 좋아했는데, 호크아이와 스칼렛위치가 나왔거든요. 하지만 보자마자 다시 영화관을 찾게 됐죠. 영화가 끝나고도 귀를 울리던 눈보라의 바람 소리 때문에요.

영화의 배경이 텅 빈 곳이다 보니, 사람의 말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더 많이 들리죠. 고요한 바람 소리로 시작해 격렬한 이야기들이 끝난 후 다시 바람 소리만 남죠. 이런 끔찍한 범죄 영화에 있을법한 뜨거운 분노나 카타르시스는 오래 가지 않아요. 보호 구역 주민들의 흐느낌처럼 바람 소리만이 귀에 남아 다시 영화를 보게 되나 봐요.

이번 주말은 적막한 설원에서의 범죄 스릴러 윈드리버 어떠세요?

#왓챠플레이#네이버SeriesOn#범죄스릴러

💡관람 Tips

◆ 감독판은 추천하지 않아요.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 더 있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하거든요.

◆ 슬프게도 왓챠는 감독판이네요. 유튜브와 네이버 시리즈 On에서는 국내판을 볼 수 있어요.

◆ 쉐라던 감독은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각본가에요. 조용하지만 비참한 느낌이 꽤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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