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과장 없이 일주일 내내 들었던 올해의 여름송, 비비의 bumpa가 분명하게 이 여행을 몇 배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분위기 전환 차 새로 틀어 본 플레이리스트에서 유독 귀에 꽂히는 곡이었죠. 휴양지는 아니지만 클래식과 현대가 오묘하게 섞인 비엔나의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비가 와서 서늘하거나 피부가 따가울 만큼 덥거나 하는 날씨에 상관없이 똑같은 노래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2026년의 비엔나는 이 노래로 기억될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요.
그렇게 비비의 노래를 들으며 걸은 후,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며 쓴 일기에는 잊기 전에 꼭 적고 싶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가 내리쬐는 어느 오후에 도시 빌딩을 기분 좋게 헤매던 그 감각을요. 당장 급한 일도, 해야 할 일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초조하지도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일기의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훌쩍 떠나올 수 있는 거고, 순간이어도 이렇게 행복하고, 후련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간단한데 왜 자꾸 망각하고, 헷갈리고, 스스로를 괴롭게 할까. 이 마음을 삶의 선택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자.’ 두 번이나 글로 새겨두어 이제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오늘의 파스타는 비엔나에 어울리지 않은 라자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담파스타에 싣고 싶어서 굳이 고른 메뉴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20분 만에 뚝딱한 요리예요. 역시 파스타는 어디에서나 옳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