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파스타는 어디에서나 옳나 봅니다.
JUN 12, 2026
일주일 전에는 비엔나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유유자적하게 해외여행이나 즐기는 것 같이 보이겠지만, (사실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다고 한대도) 마냥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는 뒷말을 함께 붙입니다. 그럼에도 여느 새로운 경험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는 바도 많았다는 뻔한 감상도 뒤이어 더하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발견한 몇 가지가 있었는데요, 우선 아주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았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 미술관 구석에 배치된 ‘꼭 가봐야 할 곳’ 리플릿에서 소개한 카페였는데 짧은 자유 시간 중 두 번이나 찾아갈 정도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유서 깊은 공간도, 균형 잡힌 에스프레소도, 적당하게 짭짤한 쿠키도 전부 좋았지만 무엇보다 흐릿한 하늘도 은은한 광채로 바꿔주는 불투명한 유리 천장과 아래를 내려다봐도 천장을 올려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거울 테이블, 그곳에서 제약 없이 써 내려간 일기가 특히나 그 공간을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Cafe Exchange라는 곳입니다! 비엔나에 가면 꼭 들러보세요 대추천

그리고 과장 없이 일주일 내내 들었던 올해의 여름송, 비비의 bumpa가 분명하게 이 여행을 몇 배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분위기 전환 차 새로 틀어 본 플레이리스트에서 유독 귀에 꽂히는 곡이었죠. 휴양지는 아니지만 클래식과 현대가 오묘하게 섞인 비엔나의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비가 와서 서늘하거나 피부가 따가울 만큼 덥거나 하는 날씨에 상관없이 똑같은 노래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2026년의 비엔나는 이 노래로 기억될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요.

그렇게 비비의 노래를 들으며 걸은 후,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며 쓴 일기에는 잊기 전에 꼭 적고 싶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해가 내리쬐는 어느 오후에 도시 빌딩을 기분 좋게 헤매던 그 감각을요. 당장 급한 일도, 해야 할 일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초조하지도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일기의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훌쩍 떠나올 수 있는 거고, 순간이어도 이렇게 행복하고, 후련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간단한데 왜 자꾸 망각하고, 헷갈리고, 스스로를 괴롭게 할까. 이 마음을 삶의 선택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자.’ 두 번이나 글로 새겨두어 이제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오늘의 파스타는 비엔나에 어울리지 않은 라자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담파스타에 싣고 싶어서 굳이 고른 메뉴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20분 만에 뚝딱한 요리예요. 역시 파스타는 어디에서나 옳나 봅니다.
비엔나에서 먹은 라자냐

Süsswasser라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라자냐입니다.

이곳은 파스타집이 아니라 해산물 전문 식당이라는 사실...! 그렇지만 라자냐도 훌륭했어요.

사실 비엔나는 10년 만인데요, 이제는 다 까먹어 버린 그 도시가 다시 이만큼 좋아졌습니다. 어쩌면 10년 전보다 더요. 다음 번에는 10년 안에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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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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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AM
artist.rd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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